2018-11-10

오늘 토론은 쉽니다


토론 프로를 보면 여전히 대통령만 바뀌었다는 걸 체험한다. 박주민 의원에 반하는 의견을 대놓고 말하는 이가 계속 나온다. 이명박 시대는 숨어있던 1인치 적폐가 활개를 쳤고, 박근혜 시절에는 숨어있던 적폐 DNA가 기승을 부렸다. 적폐는 여전하다. 적폐는 살아있다. 적폐는 완강하다. 물러서면 멸한다는 걸 안다. 그럴수록 청산은 더 강하고 완고해야 한다. 그 동력이 멈추지 않도록 계속 힘을 실어줘야 한다.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다. 이것은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다.

토론하려고 했지만 반대 측 패널이 없어 오늘도 쉰다는 안내를 적어도 구 년은 봐야 한다.

2018-05-31

이니 효과

미완성 제품을 사서 손수 만들면 완제품을 사는 것보다 만족감이 더 높아진다.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만족하고 제품을 만드는 노동 때문에 그 제품을 더 사랑하는 것을 이케아 효과(IKEA effect)라고 한다. 노동이 애정으로 이어진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역대 최고다. 촛불시민의 변함없는 지지, 자기 무덤을 파는 보수(라고 쓰고 꼴통이라고 읽는다) 정당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달님 때문이다. 촛불을 들었던 열정은 내가 뽑은 정부가 아니라 내가 만든 정부라는 애정으로 변했다. 여기에 상상 이상을 보여주는 너무나 인간적인 문재인이 지지율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이것을 이니 효과라 부르련다. 영어로는 OILI effect라고 쓸란다.

촛불은 혁명이 됐고, 우리는 문재인 보유국이 됐다.

2018-05-23

흔한 음식

초창기 미국 이민 시대에 랍스터는 별미가 아니었단다. 너무 흔해서 비료나 돼지 사료로 썼고, 하인이나 죄수들이 신물 나게 먹었다고 한다. 17세기 매사추세츠의 한 농장에서 일어난 파업 타결책 중 랍스터를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주지 않겠다는 항목이 있었단다.

섬진강에서 참게가 매일 가마니로 몇 포대씩 흔하게 잡히던 시절도 있었단다. 내다 팔래도 사는 이가 없었고, 당연히 먹거리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지천이던 참게가 줄어들고 수요가 늘자 음식점들이 수입산 참게를 속여 팔다가 적발되기 시작했다.

인천 공단 근처 대포집에서 홍어가 기본 안주로 나오던 시절도 있었단다. 앞바다에서 흔하게 잡혔기 때문이다. 도루묵과 양미리를 삽으로 퍼서 아주 싸게 팔던 시절도 있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드는 전어는 이십일세기 초만 해도 횟집에서 자투리 음식 취급을 받았다. 지금은 모두 귀한 대접을 받는다.

오늘도 나에게 주어진 흔한 음식을 먹어야겠다.

2018-05-16

뉴스는 역사의 초안이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 생중계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생중계가 없었다면 기레기들이 쏟아내는 의도한 기사로 뒤덮였을 거다.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장면부터 환송까지 이어지는 생중계 덕분에 기레기들이 끼어들 틈이 없었다. 오롯이 감동을 느끼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올해 우리나라 언론자유지수가 180개 중 세계 43위란다. 반면 뉴스 신뢰도는 세계 36개국 가운데 꼴찌다. 촛불시민이 언론자유를 만들었지만 언론은 여전히 기레기임을 나타낸다.

영화 '더 포스트'는 기자보다 언론사 사주에 초점을 맞췄다. 더군다나 주위에서 조롱받는 여성이다. 그런 환경에서 뉴스 발행을 강행한다. 미투운동과 내부폭로가 이어지는 지금의 우리와 겹쳐진다. 주인공 '여자'가 말한다. 뉴스는 역사의 초안입니다. 내게는 이렇게 들렸다. 여자는 역사의 주인공입니다.

영화를 재밌게 본 김에 '스포트라이트(Spotlight, 2015)'와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 1976)'도 내리 봤다.

2018-04-18

엄마, 한 번만 더 유괴해주세요


- 엄마, 한 번만 더 유괴해주세요

법이 윤복이를 강제로 다시 혜나로 만들었지만 엄마에게 울면서 전화를 한다. 저 장면이 최고의 하이라이트다. 눈물이 났다.

기대하지 않았다가 몰입한 드라마가 있다. 잠을 줄여가며 한 호흡으로 봤다. 드라마 <마더>에는 사연을 가진 엄마들이 많이 등장한다. 결국 철새를 좋아하던 이가 텃새 엄마가 되는 과정이 모든 사연의 종착지인지 싶다. 그 반대인 엄마로 인해 상처가 커졌지만 더 단단하고 연속성 있게 말이다.

엄마는 상처가 있다. 그래서 더 강하다.

2018-03-31

樂書 쓰레기 판결

사랑
아주 정말 너무 몹시 좋은 프로그램은 제거하면 흔적을 남기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프로그램 드물다. 사랑도 그렇다.

수능 2017
버려진 오답마다 첫눈이 내렸다.

삼남
재벌들 사이에 삼남이 있다.
그 삼남에게 맞고 싶다.

개인주의
개는 인간을 주의해야 한다.

밀폐용기
용기가 사방이 막힌 곳에 갇혔다. 그래서 비겁하다.

경멸
법카를 개카처럼 쓰는 놈 다음으로 자기 부서장 욕을 다른 부서장 앞에서 떠벌리는 놈을 경멸한다. 정치도 그렇다.

훗날 속담
산 중립방송보다는 죽은 공영방송이 낫다.

약속
먼지와 깡패 그리고 약속은 꼭 몰려다닌다.

자기앞수표
뒷면에 이서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언론
빠는데 쓰냐 까는데 쓰냐의 차이일 뿐 조작은 한결같다.

쓰레기 판결
판사는 판결로 말하는 게 아니라 판결이 판사를 말하는 거다.

2018-03-09

꼴통들과 우리가 다른 점


- 안희정 때문에 멘붕이야.
- 멘붕이 오면 꼴통들과 다를 바 없어. 매몰차게 내치지 않으면 저들과 똑같아.

전화기 너머로 힘없는 목소리가 느껴졌다. 열혈 문재인 지지자이지만 같은 진영에 있던 놈상으로 인해 혼란스러운가 보다.

- 꼴통들은 여전히 태극기를 들고 박근혜를 지지하고 있지. 꼴통들과 우리가 다른 점은 부정한 것을 부정하다고 인식하고 단죄하느냐 마느냐에 있어. 단호하지 않고 머뭇거리는 순간 우리는 꼴통들과 똑같아져.
- 맞아 맞아.

이제야 정리가 됐다며 수다를 떨었다. 미투운동을 가열차게 지지하고 내일은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닭도리탕을 먹자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2018-01-20

끼니와 시대


- 청병이 곧 들이닥친다는데, 너는 왜 강가에 있느냐?
- 갈 곳이 없고, 갈 수도 없기로...
- 여기서 부지할 수 있겠느냐?
- 얼음낚시를 오래 해서 얼음길을 잘 아는지라...
- 물고기를 잡아서 겨울을 나려느냐?
- 청병이 오면 얼음 위로 길을 잡아 강을 건네주고 곡식이라도 얻어볼까 해서...
...이것이 백성인가, 이것이 백성이었던가...

김상헌은 뱃사공을 죽였다. 청병이 오면 얼음길을 인도하지 못하게 하려고 칼로 베었다. 뱃사공은 죽을 짓을 했나? 김상헌은 죽일 자격이 있나? 끼니를 때우려는 행동은 어디까지 용납이 될까? 끼니조차 해결하지 못한 시대가 백성을 탓할 수 있을까?

소설 <남한산성>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이었다. 풀리지 않을 난제지만 지금은 끼니를 때우려는 뱃사공에게 감정이입이 된다. 최명길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