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5

동네책방

어린 시절 만화 잡지는 여름방학 특별부록으로 물안경을 주곤 했습니다. 새소년, 어깨동무, 소년중앙. 만화가게는 출입금지였지만 만화 잡지는 졸라서 샀습니다. 다달이 사지는 못했지만 특별부록을 주는 달이면 동네책방으로 쪼르륵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동네책방이라고 해봤자 문방구를 겸하거나 불량식품도 같이 팔았습니다. 동화책을 사려면 중심가에 있는 책만 파는 큰 서점에 가야 했지만 그럴 일은 없었습니다. 형편이 나은 집에서나 동화책이나 그림백과사전을 전집으로 사던 시절인지라 단행본은 팔리지도 않았으니까요.

방학이면 서울에 사는 사촌 동생이 내려오곤 했습니다. 서울에는 어마무시하게 큰 서점이 있는데 아무 책이나 집어 들고 쭈그리고 앉아 맘껏 읽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타고 내려온 1/3쯤 잘린 중앙고속버스표는 부러웠지만 서점 얘기는 믿지 않았습니다. 뻥치지 말라며 그러면 책은 어떻게 파느냐며 면박을 주었습니다. 그 서점이 교보문고라는 건 한참 지난 후에 알게 됐습니다.

ⓒ민음사

동네책방이 20년 사이에 70%가 넘게 사라졌다고 합니다. 1994년 5683개에서 1999년 4595개, 2004년 2205개, 2009년 1825, 2015년 1559개1만 남았답니다. 요즘은 개성 있는 책방들이 늘어나지만 형편이 썩 좋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민음사와 동네서점이 의미 있는 일을 했습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쏜살문고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출간했습니다. 동네책방에서만 파는 특별한 단행본입니다. 인터넷이나 대형서점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전국 동네서점 130곳에서만 판다고 합니다. 게다가 각각 2천 부 한정 수량입니다.

앞으로는 출판사와 동네책방이 함께하는 협업이 자주 있기를 바랍니다. 특별 단행본이 쏜살같이 품절되면 더 활성화가 되겠지요. 전국의 애서인이여, 수집합시다!


1. 문구가 포함되지 않은 순수 서점 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2017-07-22

판도,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나무

나무라는 닉네임을 쓰면서도 정작 나무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산에 오르다 갈참나무나 졸참나무를 보면 병장과 이등병 얘기를 하며 낄낄거리는 것이 다였다. 물론 두 나무를 구분하지도 못한다. 친절하게 달린 이름표를 봐야 그런가 보다 한다.

그러다 제너럴 셔먼(General Sherman tree)을 알고 감탄했다. 미국 삼나무인 자이언트 세콰이어로 가장 거대한 나무라고 한다. 키가 83미터(28층 높이), 무게가 2000톤에 달한다. 나이는 2300살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로만 따진다면 115미터인 600살 먹은 하이페리온(Hyperion)이라는 나무이지만 제너럴 셔먼은 둘레(31m)와 덩치(부피 1500㎥)로 봐서 최고의 나무로 불린다. 덩치도 덩치지만 나이를 보고 놀랐다. 2300살이면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기 전부터 자라기 시작했다.

Pando in the fall ©John Zapell

얼마 전에는 우연히 팔만 년을 살고 있다는 나무를 알았다. 구석기시대에 태어난 판도(Pondo)라는 나무다. 미국 유타주 피시 호수 근방에 자라는 사시나무 군락이다. 숲처럼 보이지만 4만 7000여 개의 나무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줄기라고 한다.

라틴어로 '나는 퍼져나간다'는 뜻을 가진 판도 군락은 13만 평에 이르고 무게가 6600톤으로 추정된다. 지구에서 단일 유기체로는 가장 크고 무겁다고 한다. 최소 8만 살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나이를 측정할 방법은 아직 없다고 한다. 100만 살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인간이 관리하면서 판도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본 영화 아바타는 나무에 관한 이야기다. 영혼의 나무를 지키는 나비족 이야기다. 백 년도 못살면서 판도 군락을 망치는 아바타 실사판이 시작된 건 아닌지 두렵다.

2017-07-19

더비움

1.
블로그를 옮겼다. 딱히 티스토리에 불만이 있던 건 아니다. 다만, 카카오 식구가 되고 아주 사소하게 거슬리기 시작했다. 좋은 기능들이 하나씩 없어지거나 불편해졌다. 눈에 띄게 망측한 신고 버튼은 편법으로 숨겼다. 더 이상 과거로 글을 발행할 수 없다. 백업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이러다 티스토리 자체를 없앨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7년 동안 고맙게 잘 썼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구글 blogger로 다시 돌아왔다. 근 한 달 동안 복사와 붙이기를 하는 까대기를 했다.

2.
블로그 이름도 바꿨다. 그동안 쓸데없는 지청구나 옹알이를 '나무로그'에 기록했다. 이제는 비우며 살고 싶다. 다 비울 자신이 없어 더 비우자는 뜻으로 '더비움'으로 했다. 얼마나 더 비울지 장담은 못하겠다. '더비움'에 접속할 때마다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게 의지를 다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