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1

樂書 주문을 외워봐

주사파
주사파 비서실장은 안 된다는 주사 맞은 대통령을 만든 정당이 할 소리는 아니지 싶다.

검찰개혁
검찰개혁의 화룡정점은 검찰총장을 검찰청장으로 바꾸는 것

안배
왜 지역 안배만 할까? 2040이 장관을 하는 세대별 안배가 보고 싶다.

종착역
적폐청산의 종착역은 자유당이 극우꼴통자리로 밀려나는 것

재창조
신이 인간을 재창조한다면 임신한 아빠 해마를 모델로 할지 싶다. 혹은 그렇게 진화하거나...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의 마지막은 동거인을 치워버리는 거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들었다.

인생명언
내 인생 명언은 할머니가 노래로 들려주셨다. 그때는 몰랐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더 진해진다. 노세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시간
어림잡아 찰나(刹那)는 75분의 1초(약 0.013초)이고, 1겁(劫)의 본래 말인 칼파는 43억 2천만년이란다. 눈 깜박할 시간은 평균 0.3초이고, 태양계 나이는 46억년이며 남은 여생은 2겁이란다.

소방관
2016년 말 기준 현장활동 소방공무원 법정인원은 5만1857명이 필요. 실제 근무하는 인원은 3만2343명. 1만9514명이 부족. 좀 충원합시다.

반박
박근혜 말씀은 과거 박근혜 말씀으로 반박할 수 있고, 기레기 기사는 과거 기레기 기사로 반박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거의 절대적인 반박의 백과사전입니다.

OILI
이니의 영문표기...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가 김훈의 문장이듯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를 먼저 선점하는 작가가 누구일지 궁금하다.

알파고 판사
바둑두던 알파고를 데려와 사시공부를 시켰으면 싶다. 적어도 100일 후엔 술과 남자와 돈 때문에 봐주는 판결은 안 내릴 것 같다. 알파고 판사에게 물어보니...라는 방송 코너도 생길지 싶다.

보수
지구라는 행성 한구석에는 선거 때만 잠깐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안드로메다 싸이코패스형 종족이 산대요. 형상은 지구 사람 모습이고 자칭 보수라고 부른대요.

주문
지치고 우울할 땐 주문을 외워보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09-21

경제의 속살

방송국이 파업하는데도 그 여파가 예전 같지가 않다. 방송을 정상화했다고 양비론을 앞세우며 문재인 정부를 흔들고 물어뜯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서다. 방송국이 파업하면 다큐와 동물의 세계를 더 많이 틀어줘 재미있기도 하고.

지난 십여 년은 기계적 중립마저 버린 비굴한 방송이지만 차라리 속 편했다. 그러려니 하고 안 보면 되니까. 그런 방송 대신 팟캐스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나꼼수 열풍은 비정상 정권과 기레기 방송이 공동으로 만들었다. 신문과 뉴스가 무한 신뢰를 받던 시대는 20세기에 진작 끝났다. 기성 매스컴은 인정하지 않지만 지금은 팟캐스트 시대다.

김용민 피디는 편집과 내용도 좋지만 팟캐스트 제목도 재밌게 붙인다. 뉴스관장, 관훈나이트클럽, 맘마이스. 팟캐스트의 엄마라는 애칭이 헛소리가 아니다.

매일 간추린 뉴스를 전하는 김용민 브리핑도 있다. 그중 '경제의 속살'이라는 코너가 있다. 민중의소리 경제부 이완배 기자가 들려주는 경제 소식이다. 재미있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주류 경제를 뒤집는 시선으로 평론에 가까운 해설을 들으면 생각이 왼쪽으로 넓어진다. 테레비에서 떠드는 경제와 사회에 대한 속살을 제대로 알려준다. 모른 척 외면했던 자화상이 보여 부끄럽기까지 하다.

경제의 속살은 주말에 일주일 편을 모아서 서비스도 해준다. 들으면 좋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꼴통이 조금 진보스러워진다.

2017-09-11

사법개혁

끝으로 여성법관들에게 당부합니다. 언젠가 여러분이 전체 법관의 다수가 되고 남성법관이 소수가 되더라도, 여성대법관만으로 대법원을 구성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전체 법관의 비율과 상관없이 양성평등하게 성비의 균형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는 대법원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상징이자 심장이기 때문입니다. 헌법기관은 그 구성만으로도 벌써 헌법적 가치와 원칙이 구현되어야 합니다. - 전수안 대법관 퇴임사 (20120710)

법조계에는 '대법원의 판결은 틀려도 맞다'라는 말이 있단다. 대법원의 판결이 한국 사회가 받아들여야 하는 마지막 심판이란 뜻이다. 이 판결이 판례가 되고 정의라 불린다.

대법관 한 명이 일 년에 처리하는 건수가 3천여 건이 넘는다고 한다. 계속 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1, 2심 판결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크기 때문이라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이념의 잣대로 좌우균형을 맞추기보다 대법관 여남비율을 50:50으로 맞추는 것이 사법개혁의 시작일지 싶다.


덧1. 대법원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검찰총장이 부러운 대법원장'편을 보면 안다.
덧2. 이보다 더 멋진 말이 없다.
"대법원에 여성 대법관이 몇 명이나 있어야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전원"이라고 대답한다. 사람들은 충격을 받는다. 전원이 남성일 때는 의문조차 제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2017-08-05

곱배기 라면과 자작나무숲

대머리가 땡전 뉴스를 하던 시절, 곱배기 라면이 나왔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청보식품이 만들었다. 당대 최고의 희극인 이주일과 최고의 가수 김수철이 광고했다. 값에 비해 양이 많아서 곧잘 팔렸다. 청보식품은 야구단도 만들었고, 청바지도 팔았다.

곱배기 라면이 테레비에 자주 나올수록 청보식품 뒤에 청와대가 있다고 수군댔다. 청보식품이 청와대 보○의 약자라는 소문이 돌았다. 대머리만큼이나 밉상이었던 주걱턱이 청보식품 뒷배경이라니 나부터 사 먹을 리가 없었다. 야구도 판판이 지다가 청보식품은 느닷없이 사라졌다.

소문이 라면 판매에 얼마만큼 영향을 줬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망하는데 일조한 것은 틀림없다. 아무튼 심리적 불매운동으로 기업이 망한 최초이자 마지막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는.

2004년 자작나무숲이라는 출판사에서 첫 소설집을 펴냈다. 5.18과 운동권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고 한다. 자작나무숲 출판사는 광주항쟁을 겪은 광주 출신 에디터가 설립했지만 2015년 무렵에 폐업했다.

2017년 3월 27일 주걱턱 이순자가 자서전을 냈다. 4월 3일엔 대머리 전두환이 회고록을 냈다. 앞서 1월에 파주시에 출판사 등록을 한 자작나무숲을 통해서다. 자작나무숲은 전두환과 이순자 책만 펴냈다. 알고 보니 시공사 대표인 전재국이 설립했다. 자작나무숲을 만들어 부모 자서전을 셀프 출간한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는 전두환 자식과 그 일가족이 소유한 출판그룹이다. 특히 시공주니어라는 아동 서적에 강하다.

광주항쟁을 경험한 이가 세웠던 출판사와 이름이 같은 곳에서 전두환과 이순자가 책을 냈다. 출판계에 나타난 역사의 아이러니라며 넘기기엔 원통하다. 역사가 정의롭지 못해 사무치게 억울하다.

4.19와 6월 항쟁, 촛불로 정치혁명을 이뤘다면 이제는 불매운동으로 망하는 기업이 하나쯤 나와야 할 때다. 자작나무숲을 만든 시공사가 곱배기 라면을 만든 청보식품의 뒤를 이었으면 한다. 청보식품은 지금 오뚜기 라면이 됐다.

2017-07-25

동네책방

어린 시절 만화 잡지는 여름방학 특별부록으로 물안경을 주곤 했습니다. 새소년, 어깨동무, 소년중앙. 만화가게는 출입금지였지만 만화 잡지는 졸라서 샀습니다. 다달이 사지는 못했지만 특별부록을 주는 달이면 동네책방으로 쪼르륵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동네책방이라고 해봤자 문방구를 겸하거나 불량식품도 같이 팔았습니다. 동화책을 사려면 중심가에 있는 책만 파는 큰 서점에 가야 했지만 그럴 일은 없었습니다. 형편이 나은 집에서나 동화책이나 그림백과사전을 전집으로 사던 시절인지라 단행본은 팔리지도 않았으니까요.

방학이면 서울에 사는 사촌 동생이 내려오곤 했습니다. 서울에는 어마무시하게 큰 서점이 있는데 아무 책이나 집어 들고 쭈그리고 앉아 맘껏 읽을 수 있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타고 내려온 1/3쯤 잘린 중앙고속버스표는 부러웠지만 서점 얘기는 믿지 않았습니다. 뻥치지 말라며 그러면 책은 어떻게 파느냐며 면박을 주었습니다. 그 서점이 교보문고라는 건 한참 지난 후에 알게 됐습니다.

ⓒ민음사

동네책방이 20년 사이에 70%가 넘게 사라졌다고 합니다. 1994년 5683개에서 1999년 4595개, 2004년 2205개, 2009년 1825, 2015년 1559개1만 남았답니다. 요즘은 개성 있는 책방들이 늘어나지만 형편이 썩 좋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민음사와 동네서점이 의미 있는 일을 했습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쏜살문고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출간했습니다. 동네책방에서만 파는 특별한 단행본입니다. 인터넷이나 대형서점에서는 살 수 없습니다. 전국 동네서점 130곳에서만 판다고 합니다. 게다가 각각 2천 부 한정 수량입니다.

앞으로는 출판사와 동네책방이 함께하는 협업이 자주 있기를 바랍니다. 특별 단행본이 쏜살같이 품절되면 더 활성화가 되겠지요. 전국의 애서인이여, 수집합시다!


1. 문구가 포함되지 않은 순수 서점 수. 한국서점조합연합회

2017-07-22

판도,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나무

나무라는 닉네임을 쓰면서도 정작 나무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산에 오르다 갈참나무나 졸참나무를 보면 병장과 이등병 얘기를 하며 낄낄거리는 것이 다였다. 물론 두 나무를 구분하지도 못한다. 친절하게 달린 이름표를 봐야 그런가 보다 한다.

그러다 제너럴 셔먼(General Sherman tree)을 알고 감탄했다. 미국 삼나무인 자이언트 세콰이어로 가장 거대한 나무라고 한다. 키가 83미터(28층 높이), 무게가 2000톤에 달한다. 나이는 2300살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로만 따진다면 115미터인 600살 먹은 하이페리온(Hyperion)이라는 나무이지만 제너럴 셔먼은 둘레(31m)와 덩치(부피 1500㎥)로 봐서 최고의 나무로 불린다. 덩치도 덩치지만 나이를 보고 놀랐다. 2300살이면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기 전부터 자라기 시작했다.

Pando in the fall ©John Zapell

얼마 전에는 우연히 팔만 년을 살고 있다는 나무를 알았다. 구석기시대에 태어난 판도(Pondo)라는 나무다. 미국 유타주 피시 호수 근방에 자라는 사시나무 군락이다. 숲처럼 보이지만 4만 7000여 개의 나무가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줄기라고 한다.

라틴어로 '나는 퍼져나간다'는 뜻을 가진 판도 군락은 13만 평에 이르고 무게가 6600톤으로 추정된다. 지구에서 단일 유기체로는 가장 크고 무겁다고 한다. 최소 8만 살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나이를 측정할 방법은 아직 없다고 한다. 100만 살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인간이 관리하면서 판도의 건강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한다. 내가 본 영화 아바타는 나무에 관한 이야기다. 영혼의 나무를 지키는 나비족 이야기다. 백 년도 못살면서 판도 군락을 망치는 아바타 실사판이 시작된 건 아닌지 두렵다.

2017-07-19

더비움

1.
블로그를 옮겼다. 딱히 티스토리에 불만이 있던 건 아니다. 다만, 카카오 식구가 되고 아주 사소하게 거슬리기 시작했다. 좋은 기능들이 하나씩 없어지거나 불편해졌다. 눈에 띄게 망측한 신고 버튼은 편법으로 숨겼다. 더 이상 과거로 글을 발행할 수 없다. 백업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 이러다 티스토리 자체를 없앨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7년 동안 고맙게 잘 썼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한 구글 blogger로 다시 돌아왔다. 근 한 달 동안 복사와 붙이기를 하는 까대기를 했다.

2.
블로그 이름도 바꿨다. 그동안 쓸데없는 지청구나 옹알이를 '나무로그'에 기록했다. 이제는 비우며 살고 싶다. 다 비울 자신이 없어 더 비우자는 뜻으로 '더비움'으로 했다. 얼마나 더 비울지 장담은 못하겠다. '더비움'에 접속할 때마다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게 의지를 다지려고 한다.

2017-05-16

갈 길이 멀다

친구가 투덜거리며 전화를 했다.

- 문재인을 찍었는데 변한 게 없어.
- 우리는 별로 변할 건 없다고 했잖아.
- 그래도 그렇지 너무 하잖아.
- 당장 하나 변한 건 있지.
- 뭔데?
- 뉴스가 볼만해졌잖아.
- 어, 그러네.
- 그렇지만 아직 멀었어. 생수통에서 직접 물 받아먹었다는 뉴스는 있었어도 생수를 손수 들고 등산했다는 뉴스는 아직 없어.
- 그래 맞아. 갈 길이 멀다.

수인번호 503이 일회용 변기를 썼는지도 모르고 지낸지라 대통령이 걸어서 출근하는 모습이 신기한 세상이 됐다.

2017-03-18

그것이 우리의 죄다

- 탄핵이 어떻게 될 거 같아?
- 니가 졌으니까 한우나 사.
- 아니 궁금해서.
- 탄핵하는 날이 언제인가를 두고 내기를 했는데 그게 왜 궁금하냐?
- 그래도.
- 탄핵이 되든 말든 우리는 아무 영향이 없으니까 한우나 사.
- 궁금한데?
- 궁금하면 로또나 사. 이번 주는 당첨자가 많을 테니까 쉬고 담주에.

탄핵 결정을 언제 하는지 내기를 했다. 2월 25일 전후로 각자 택일을 했다. 탄핵 선고일이 결정되자 친구가 전화했다. 우린 탄핵이 인용된다는 암묵적 동의하에 내기했지만 기각이 될까 불안했다.

박근혜를 탄핵했다. 내기는 내가 이겼다. 이 기분은 이명박 때 느끼고 싶었다. 내가 이기든 친구가 지든 변한 건 없다. 살아온 날 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이들에게 아주 조금 체면이 섰을 뿐이다. 그뿐이다. 변한 건 없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이들을 위해 찌그러지자. 미안하고 죄스런 맘이 들면 로또 당첨금을 막 뿌리자. 뉴스타파,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어디에 거액을 기부할까 상상하며 일주일씩 버티자.

친구야, 우리는 살아갈 날 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다. 그것이 우리의 죄다.

2017-03-17

성공 변천사

1. 20110528 이전
세월이 갈수록 가족과 나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더욱 좋아하게 되는 것.
-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공병호 20051228 187쪽

2. 20110528
세월이 갈수록 가족과 나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더욱 감탄하게 하는 것.

3. 20140505
세월이 갈수록 좋은 사람들이 더 좋아지는 것.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성공에 대한 생각을 덧붙입니다.

붙임01 (20170316)
여튼 더더욱 재밌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예전엔 맘 맞는 친구들이랑 만나면 서로 눈이 반짝거리는 얘깃거리가 끊임이 없었는데 이제는 다들 일에 쫓겨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현실. 얘깃거리가 많은 어른이 되고 싶다. @monami16

붙임02 (20170920)
한국 사회에서 출세라는 것은 자기가 받는 봉급엔 한 푼도 손을 대지 않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걸 말합니다. - 최강욱 변호사가 한국적 성공과 속물이 탄생하는 원인을 콕 집었습니다.

2017-03-12

국론분열

국론분열이라는 용어는 민주주의하고 안 맞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느 민주주의 국가가 어떤 중요한 정치적인 사회적인 정책적인 쟁점에 대해서 온 국민이 하나의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거는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국민들 사이에 어떤 문제를 두고 의견이 갈라져 있고, 때로는 그것이 격렬하게 갈라진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된다. 국론분열이 문제다,라고 말하는 순간 문제를 처리할 길이 없어진다. 일단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그르든 간에 두 개로 쪼개지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다 통합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거예요. 그러면 옳고 그름도 안 가리고, 불법 합법도 안 가리고, 다 덮고 대동단결하자고요? 이런 식으로 현재의 사태를 심각한 국론분열, 사회적 혼란, 그래서 통합이 필요하다는 논리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 (20170310 JTBC 특집 토론, 유시민 작가의 말)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이 유시민 작가의 말을 듣고 깨끗하게 정리가 됐다.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하라는 여론이 80% 가까이 되는데 국론분열이 아니라 압도적인 국론통합이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게 먼저다. 통합하고 용서하자는 무리가 배신자고 부역자다.

2017-03-10

Park out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박근혜를 탄핵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다. 박근혜는 헌정 역사상 처음으로 파면당한 대통령이 됐다. 인류 역사상 부녀가 대통령 취임식은 했지만 퇴임식을 못한 첫 사례다.

이것은 나의 현대사에서 최대 사건이다. 오늘은 잔치국수, 닭도리탕 그리고 치맥이 어울리는 날이다. 이제 매년 3월 10일은 촛불혁명기념일이고 잔치국수를 먹는 날이다. 너나들이 벗들과 치맥이랑 닭도리탕에 쐬주를 마시면 더 좋은 날이다.

오늘은 가장 강렬하고 통쾌한 날이다.

2017-03-07

나미브 사막에 물이 있나요?


나미브 사막에 동이 트면서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인접한 대서양의 습한 공기가 식으면서 내륙으로 밀려와 짙은 안개가 되어 사막을 뒤덮습니다. 이 귀중한 수분은 모래언덕 꼭대기에만 머물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집니다. 해가 뜨면 몇 시간 만에 다 증발해 버립니다.


거저리들은 안개가 걷히기 전에 서둘러 모래언덕 꼭대기로 향합니다. 거저리는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향해 물구나무서기 자세를 하고 섭니다. 안개가 거저리의 몸에 응결되기 시작합니다. 물방울들이 입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언덕을 내려가기 전에 거저리는 자기 몸의 40%에 달하는 물을 마십니다. 이 작은 딱정벌레는 지구 상에서 건조하기로 손꼽히는 지역의 대기에서 물을 만들어 내는 법을 알아냈습니다.


물갈퀴 도마뱀붙이들도 비슷한 방법을 씁니다.


나마쿠아카멜레온은 안개 낀 아침에 모래언덕에서 내려오는 거저리들이 올라갈 때보다 즙이 많다는 걸 알고 잡아먹습니다. 물이 거의 없는 세상에서 이처럼 다양한 생물들이 번성하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Polar bear foraging at garbage dump ©Jenny E. Ross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KBS 글로벌 다큐멘터리 살아있는 지구, 사막 편 마지막 5분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들어 옮깁니다. 노아의 방주에 노아 일가(一家)만 타지 않았으면 지구가 저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거라며 반성하겠습니다.

2017-02-12

문화의 힘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범일지의 백미다.

동네 공공도서관을 만 개 지어서 책을 내면 만 부는 기본으로 구매하고, 대출하는 횟수로 인세를 지급한다는 공약을 보고 싶다. 도서관 1만 개를 지으면 미국이나 독일과 비스무리하다. 지금은 천 개가 못 된다.

동네 책방에서 책을 사서 읽고 공공도서관이 재구매를 하면 좋겠다. 동네 책방에서 샀다는 확인서가 있으면 정가의 80% 정도로 재구매를 하면 동네 책방도 살고 공공도서관도 실해지고, 책 읽는 사람도 많아지고. 이러면 헌책방이 걱정인데, 공공도서관에서 중복된 책 가운데 일부를 일정 기간이 지나면 헌책방에 땡처리로 팔면 되지 않을까.

문화융성을 떠벌리며 나라를 말아먹고 민주와 보수가 생고생하는 시대다. 손을 안 댄 곳이 없는데 출판계만 멀쩡하단다. 이미 망해서 아무리 털어도 돈 될만한 것이 없어서 그랬단다. 새삼 김구 선생의 혜안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문화의 힘을 말한 선생의 울림이 점점 더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