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28

희망은 고문이다


절망은 익숙해지지만 희망은 고문이다. 희망은 모질다. 간절히 원해도 우주가 쌩까는 희망은 처절하고 모진 고문이다. 마치 2012년 12월 19일 오후 여섯시 직전까지 바랬던 것처럼.

희망은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존재하는 신기루 같은 존재다. 약자를 길들이려고 강자가 만든 이데올로기 같은 것이다. 가스통으로 가로막힌 희망버스를 보면 더욱 그렇다. 희망은 모정처럼 위대하고 아름답지만 비폭력적이라 연약하다. 연약해질수록 더욱 간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장에 처박힌 희망이지만 트럼프를 가열차게 응원하련다.

2016-02-22

최고의 찬사


1999년에 시인으로 데뷔하고 <문예중앙>에서 편집장으로 일할 때 형철이 막 문학평론가로 데뷔(2005년)했다. 둘이 동갑내기인 데다 원고를 청탁하고 주고받으면서 ‘친구야’ 하게 됐다. 문학동네에서 형철의 책 <느낌의 공동체>를 만들었는데, 10개월 동안 그 과정을 함께하면서 더 돈독해졌다. 그리고 형철이 <느낌의 공동체> 서문에 “삶의 어느 법정에서든 김민정 시인을 위해 증언할 것이다”라는 미친 글을 썼다. 그것 때문에 형철의 팬들한테 질투 심하게 받았다. (웃음) 나도 뭔가 답가를 해야 될 것 같아서 <각설하고,>에 마음을 전했다.

김민정 시인의 인터뷰 중 한 대목이다. “삶의 어느 법정에서건 나는 그녀를 위해 증언할 것이다”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은 시인이 부러울 따름이다. 요즘 ‘문장의 소리’에서 활기찬 목소리를 들으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얘는 업체에 손해를 입히지는 않았어. 십여 년이 지난 일이라 말한 이가 기억하지도 못하겠지만 저 말이 내겐 최고의 찬사로 남아있다. 갑과 을이라고 쓴 계약서에 갑을 대표해서 도장을 많이 찍던 시절에 바로 위 결재권자에게서 들은 이야기인지라 더욱 잊혀지지 않는다. 갑의 이익을 위해 을에게 손해를 강요하지 않았다는 걸 헤아리고 있어 고마웠다. 최고의 찬사를 해주는 이를 만난다는 건 최고의 행운이다.


최고의 찬사를 덧붙여 나갈 예정이다.

붙임01 (20170302)
<슬픈 감자 200그램> 펴낸 박상순 시인. 불어로 그의 시가 번역되고 낭독회도 열렸을 때 한 프랑스 여성 시인이 “앞으로 내가 쓸 시가 당신 때문에 바뀌게 될 것 같다”고 했다는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blackinana

붙임02 (20180726)
이 책을 얼른 소개하고 싶어 나는 진작부터 조바심이 났다. 왜 책이 안나오냐고 출판사에 전화를 해 채근을 한 적도 있다. 출간일이 되어 나온 책을 받아 몇 페이지를 읽어보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점에 이런 책들만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잘돼가? 무엇이든

붙임03 (20181027)
내 영화에도 여성성, 아이다운 천진함, 동화적인 아름다움, 낙관주의, 설레임, 감사하는 마음, 쓸데없는 공상 같은 것들이 들어 있다면 그건 정서경에게서 비롯한 것이다. 내게서 나온 아이디어들이 없지는 않겠지만 그조차도 정서경에 의해 일깨워진 것이다. 친절한 금자씨 각본, 작가의 말 박찬욱

2016-02-05

이제는 선발직 의원제다

대통령 임기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시대입니다. 그 원인이야 물론 대통령이겠지만 절반은 국회의원에게도 있겠지요. 선출직 의원제의 한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표성 강화를 위해 의원 정원을 늘리고 비례대표 의원 수도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국민들 눈치가 보여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OECD 평균도 인구 9만7000명 당 1명 수준이라는데 말이죠. 이를 대체할 제도가 선발직 의원제입니다.

비례대표는 없애고, 선출직 의원수 만큼 나이, 성별, 지역 구분없이 무작위로 시민을 선발하는 겁니다. 선발된 시민은 국방의 의무처럼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으면 됩니다. 이렇게 선발된 의원은 선출직 의원에 대한 배심원 역할을 하는 겁니다. 선발직 의원제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정치화되고, 이런 과정을 거쳐 선출직 의원에 도전하는 시민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직접 민주주의를 대체하는 가장 적당한 제도라 생각합니다.

정당이 현대 민주주의 체제의 핵심이라는 소리는 집어치우세요. 기득권을 지키려는 정당이나 하는 소리로 들린지 오랩니다.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제도라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먼저 하면 민주주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대 사건이 될 겁니다. 당장 실시해도 됩니다.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