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12

압구정 아파트

너무 더워 그늘을 찾던 압구정 아무개 아파트 정문에는 수박장수가 있었다. 땀도 식힐 겸 담배 한개비를 물며 수박장수 뒷편 손바닥만한 그늘을 찾아 앉았다. 연신 주민들이 들낙거리는 걸 보니 수박 장사가 곧잘 되는 모양이다. 그때 아파트로 들어가던 중형차 하나가 멈췄다. 조수석 창문이 빼꼽히 열리며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몇 동 몇 호로 저거 하나요. 수박장수는 떠나는 차 꽁무니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담배 하나를 다 태울 때까지 같은 장면을 한 번 더 목격했다.

수박을 사서 싣고 가면 빠르겠지만 더운 여름에 굳이 시원한 차에서 내려 수박을 고르기 싫어서 그랬을 것으로 짐작됐다. 그래서 그런지 주문하는 목소리가 하나같이 냉랭했다. 공연히 기분을 잡친 것 같아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꽁초를 중형차가 사라진 쪽으로 힘껏 던졌다.

엊그제 압구정 어느 아파트에서 경비 노동자가 분신을 시도해서 위독하다고 한다. 압구정 아파트 경비원의 분신 기사를 보며 얼추 삼십년이 다 돼가는 압구정 아파트에 관한 씁쓸한 기억이 떠올랐다. 차갑게 떨어지는 날카로운 고드름처럼...

2014-10-06

측은지심

1.
어린아이가 아장아장 걸어가다 우물에 빠지려는 것을 보면 어떻게 할까요? 자기도 모르게 달려가 아이를 구하겠지요. 이는 아이의 부모가 부자인지 아닌지를 따져서 하는 것이 아니죠. 주위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고요. 그것은 보상이나 칭찬을 바라서가 아니라 인간의 가장 순수한 본성이 발동했기 때문이랍니다. 자기도 모르게 본능에 따라 달려가 어린아이를 구하는 마음을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했습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 동정하는 마음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도리이자 고유한 본성이랍니다.

2.
하물며 세월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