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7

익숙함에 대하여

익숙해질 공간도 없이
스쳐 간 것이 첫사랑이다
그래서 첫사랑은 변치 않는 것
사랑은 익숙할수록 변한다

지나간 사랑에 미련이 남는 건
새로운 사랑에 익숙해지려고
시간을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더 많이 죽일수록 익숙해진다

내일이 없었던 어제같이
죽이고 또 죽이며
습관처럼 살아진다
그렇게 익숙해지려고

2012-12-23

처참주를 마셨습니다


처참주를 마셨습니다. 처음처럼과 참이슬을 반반씩 섞어서 마셨습니다. 정확히는 어느 한 쪽이 51.6%가 되어야 하지만 그냥 눈대중으로 반반씩 섞었습니다. 주전자에 따라 섞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처참함이 처절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처음처럼과 참이슬을 주문하니 처음처럼을 먼저 내놓더군요. 반병을 물컵에 따라 놓으니 제일 처참한 일인이 원샷을 했습니다. 그리곤 뒤이어 나온 참이슬로 병을 채우니 처참주가 되더군요. 그 한 병을 다 비우고 남았던 참이슬 반병에 다시 처음처럼을 붓고 또 마셨습니다. 처참주는 그렇게 끝없이 만들어지더군요.

참 비겁하게도 무한히 만들어지는 처참주를 다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마지막 남은 술 반병을 물컵에 따라 제일 처참한 일인이 또 들이켰습니다. 그렇게 처참주 술자리는 파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처참주 한 잔을 목넘김 할 때나마 잠시 처참함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끝내는 더는 처참해지지 말자며 웃으며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렇게나마 또 하루가 갔습니다.

2012-12-15

왜 문재인이어야만 하는가?

오늘이 지나면 대선이 나흘 남았습니다. 매스컴에서는 박빙이라고 합니다. 트위터에서는 7:3 정도 야당으로 기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바람은 문재인 쪽으로 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5% 차 이상으로 이긴다에 걸었습니다. 한우가 걸렸습니다.

그러면 왜 문재인이 꼭 대통령이 되어야 할까요? 다섯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지극히 소심하고 찌질한 지청구임을 미리 밝힙니다.

1. 부끄러운 줄 모르는 뻔뻔한 세력을 청소해야 합니다.

철학자 이진경 선생은 "현 정권이 보여준 정치미학은 바로 뻔뻔함"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카의 최대 치적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비록 얻어걸리기는 했지만 자장면이 짜장면으로 됐다는 것이죠. 다른 하나는 숨어 있던 뻔뻔한 세력이 활개를 치는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쥐잡듯해도 못 찾을 세력이었는데 생얼로 고개를 쳐들고 다니는 걸 알았으니 청소하기 쉽게 만들어 줬다는 것이죠. 부끄러운 줄 모르는 뻔뻔한 세력을 청소할 때입니다. 한꺼번에 쓸어버리기는 어렵지만 시작은 해야 합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2. 대선은 가오입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는 오늘 전 세계 500여 명의 진보성향 지식인 명의로 "한국에서 구 독재자의 2세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당선 가능선에 있다는 것은 다시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아시아에서의 민주화는 그 훌륭한 진보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과두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매우 불완전한 민주화였다. 한국에서 구 독재자의 2세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이것은 아래로부터의 민주화가 이룩했던 것을 모두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박정희시대와 그 전통을 잇는 과두독점 세력들의 화려한 부활을 의미한다."는 내용의 <한국 대통령선거에 즈음한,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세계 지식인 연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우리에게 이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한국의 시민들 다수가 독재의 추억을 회귀시키는 흐름을 저지하는 것은 한국에만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큰 영향을 가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어떻게 다까끼 마사오의 딸이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까? 가오는커녕 쪽팔림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3. 민주당은 해체되어야 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거국 내각에 이어서 이를 뒷받침할 국민정당 추진 구상을 밝혔습니다. 저는 새누리당 보다 민주당이 헤쳐 모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수와 중도층을 중심으로 하는 정통 보수당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누리당이 오른쪽 끝으로 밀려나 우익꼴통정당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녹색당과 사회당의 출현이 당연해 보이고 저변 확대가 될 겁니다.

4. 상식적인 사회가 시작됩니다.

새누리당에는 박근혜 뒤로는 인물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야권에는 인물이 넘쳐납니다. 안철수, 박원순, 박선영, 이정희 등등등...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상식적인 사람이 줄줄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그래야 점점 더 상식적인 사회로 만들어 질 겁니다. 그리하여 우리도 좌파 대통령을 가질 날이 오겠죠.

5. 최대의 선물이 투표입니다.

종족번식하면 뭐합니까? 더 나은 세상에서 살도록 해줘야죠. 그래야 소고기도 사 먹을 거 아닙니까? 사랑하는 이와 후손에게 해 줄 최대의 선물은 투표입니다. 그 시작이 문재인이고요.

저는 민주당 지지자가 아닙니다. 어쩌면 야당지지자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겁니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엄청 씹을 겁니다. 물론 가카만큼은 안 되겠지만요. 12월 19일에 꼭 투표하자고요. 그리고 느긋하게 축배를 듭시다.

아참,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각났습니다. 천안함의 진실을 알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