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31

베스트셀러를 팔지 않는 책방

  • 책방의 기능은 책을 팔고 돈을 받는 것 이상이 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에게 좋은 책을 권하고 좋은 책들이 더 많은 독자들 손에 들어가도록 도와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 중요한 기능은, 새 책을 파는 서점이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중고책이 좋다.(47)
  • 우리는 물질 풍요 속에 살면서 점점 '욕심 비만' 상태가 되었다. 그러니까 점점 더 많은 욕심이 필요하고 그걸 채우지 못하면 힘이 든다.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자기를 비하하게 된다. 자기 자신에게 애착을 가지지 못하게 되니까 더욱 욕심이 필요하다.(75)
  • 동네 책방은 곳곳에 즐비한 개신교 교회만큼이나 많아져야 한다. 그 이유도 간단하다. 동네 책방은 사람들과 되도록 가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274)
  • 착한 사람들이 모은 착한 돈은 나쁜 사람들이 모은 큰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278)
  • 책방에서 책만 팔면 그건 책이 아니라 책처럼 생긴 물건을 파는 거나 같다. 책을 파는 책방이라면 책 안에 있는 가치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가치는 돈으로 사고 팔 수 없다.(283)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윤성근/이매진 20091231 302쪽 12000원

영국에서 온 어느 문학가는 취재하던 기자에게 한국엔 책방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답니다. 기자는 대답을 못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동네 빵집, 동네 구멍가게처럼 동네 책방도 사라져갑니다. 사라지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돈을 앞세운 대형 서점에다 인터넷 서점까지 있어 더 빨리 없어지고 있습니다. 헌책방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뜩이나 새 걸 좋아하는 시대에 대형 서점이 중고서적 전문점을 만드니 동네 헌책방이 배겨날 재간이 없습니다.

그런 나라에 이상한 헌책방이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주인장이 읽은 책만 판답니다. 읽지 않은 책은 그 가치를 모르는 데 권할 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주인장은 "돈은 조금만 벌고 남은 건 다 착한 일을 하는 데 쓰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네 사랑방도 되고, 함께 하고 싶은 작은 공연도 벌어집니다.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집어 삼키고 학원으로 잡아가는 시대인지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되었나 봅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는 시침과 분침이 거꾸로 가고 있는 시계가 있습니다. 앨리스 시계라고 합니다. 풍요하지는 않았지만 따스함이 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주인장의 바람처럼 보입니다.

2012-07-26

다음 국가를 말하다

생각은 불편에서 시작된다.(...)
이명박 정부는 가장 탈정치적 세대를 정치적으로 각성시켰다는 점에서 스스로 의도하지 않게 역사에 크게 기여했다. 이명박 정부가 조금만 덜 어리석은 정부였다면 여전히 사람들은 정치적 무관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럭저럭 재벌이 왕 노릇하는 기업 국가에 적응해서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모든 문제의 원인을 현재의 집권 세력에게 돌리고 다음 선거에서 현재의 집권 세력을 과거의 집권 세력으로 교체하는 방법을 궁리하는 것으로 나라 걱정을 다했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정말로 이 절망의 터널을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국가적 위기는 표면적으로 보자면 수구 세력이 권력을 장악했기 때문이지만, 본질적으로 보자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한계와 실패로부터 비롯된 것이므로, 그 세력이 다시 집권한다 하더라도 오늘날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가가 기업 국가가 되었다는 데 있다. 이제는 기업만 기업인 것이 아니라 학교도 기업이고 교회도 기업이다.(...)
우리가 국가를 염려해야 하는 까닭은 국가에 종노릇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로지 나의 자유가 국가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 한에서 국가는 우리의 애틋한 관심사가 된다. 그렇지 않고 국가가 나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폭력과 수탈 기구라면, 그런 국가는 해체하고 타도할 대상일 뿐이다. (길을 찾는 벗들에게/김상봉)

다음 국가를 말하다/박명림, 김상봉/웅진지식하우스 20110201 406쪽 14000원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3권 분립을 넘어 감독부를 신설하여 4권 분립을 하자는 제안은 상당히 신선하다. 선거를 제외하곤 시민의 의사를 수시로 반영할 정부 조직이 없는 현실에서 감사원, 검찰, 공정거래위, 금융감독위, 선거관리위, 방송통신위, 국가인권위 등을 떼어내 감독부를 설치한 4권 분립은 손해볼 것 없는 실험으로 보인다.

의사는 의료 사고에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는데 법조인은 공적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무죄가 확정된 피해 당사자는 영장을 청구한 검사와 발부한 판사를 시민 법정에 소환해야 법조 권력의 남용을 방지한다. 검찰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법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인권재판소를 설치하는 것을 헌법에 명문화하자는 것에 격하게 공감하다.

현재의 집권 세력을 과거의 집권 세력으로 교체하는 방법으론 기업화된 국가를 바람직하게 바꿀 수 없다. 안철수의 생각에 환호를 하는 만큼 중대한 전환점에 섰다. 어떤 선택이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이게 다 가카 덕분이다.

2012-07-23

압축성장

한 번의 승부로 모든 것을 해결해 버리겠다는 성급한 마음으로 총선 과정에 애를 태우지 말자. 세상은 단 한 번의 승부로 흥하지도 않지만, 망하지도 않아. 역사는 길다는 거야. 장기적으로 꾸준히 조금씩 발전하고 진보하는 거지. 한 번에 성큼 성큼 발전하면 그만큼 다시 후퇴하는 법이라니까. 흔히들 우리나라를 압축 성장의 산 증거로 얘길 하지만, 압축 성장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야. 결국 성장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두고두고 천천히 지불하게 되거든. 그래야 진짜로 성장하는 것이기도 하고.(227쪽)

정치가 밥 먹여준다/물뚝심송/한스미디어 20120323 296쪽 14000원


지난 총선 결과를 내다 본 저자가 건네는 위로의 말처럼 느껴진다. 아무개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빠진 멘붕에 대처하는 방법 혹은 핑계이기도 하고. 딴지일보 정치부장으로 활약하는 물뚝심송의 근면한 정치 입문서다. 통합진보당 내분과 관련된 경기동부의 실체(?)를 최초로 밝힌 블로거이다. 딴지체로 쓰여져 술술 읽힌다. 다만, 정치를 축구라 치면 업사이드 룰을 아는 이라면 조금 심심할 수도 있겠다. 결론은 정치가 밥 먹여주니까 정치 덕후가 되라는 말씀.

2012-07-07

공구리가 시민의 행복은 아니다

  •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만이 천재를 가질 자격이 있다.(29)
  • 어려움이 닥치면 개별 국가가 가진 경쟁 철학과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분명해진다.(37)
  • 무한 경쟁의 다른 이름은 '차별'이다.(43)
  • 실패해도 패자 부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믿음이 그들을 천재로 만들었다.(51)
  • 빠른 것이 능사는 아니다. 옳은 방향과 전략을 가진 경쟁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58)
  • 한국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속도를 노이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서두르면 잔돈을 벌지만, 여유를 가지면 목돈을 챙긴다.(63)
  • 자기 건빵(기득권)은 품안에 감춘 채 억울하게 발을 밟힌 사정(특정 계층의 권익 침해)을 다른 이들이 경청해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세상은 품앗이다. 남의 밭매기를 먼저 도와줘야 내 논에 모내기를 할 때 일손을 기대할 수 있다.(98)
  • 잘못된 정책 설계와 관료적 집행의 후유증은 깊고도 무섭다. 아무리 비싼 생선이라도 함부로 다루면 돈만 쓰고 밥을 굶는 일이 생긴다.(115)
  • 엄마와 자녀의 인생이 마치 수갑을 나눠 찬 것처럼 서로에게 묶여 있으니, 둘 다 반쪽 인생을 살게 된다.(122)
  • 파이(pie)와 동음이의어인 파이(π)는 불변이다. 원주의 길이와 직경의 비를 뜻하는 원주율은 지름이 아무리 커져도 항상 3.141592...다. 파이를 키워봐야 말짱 헛일이다. 피자처럼 면을 넓혀서 서민이 적정한 소비를 할 수 있어야 경제 성장이 가능하고, 그럴 때 부자 역시 사회로부터 존중받고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가장 안전한 경비업체는 사회 안전망이다.(129)
  • 자본의 효율이 시민의 행복은 아니다.(147)
  • 태풍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의 폐혜도 중심보다는 주변부에서 더 요란해지는 모양이다.(156)
  • 정확한 통계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아마 한국전쟁 때 포탄에 파괴된 건물보다 토건족의 굴삭기에 무너져간 건물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160)
  • 스위스의 반려 동물 문화를 소개하는 것은 진정한 공존이란 일관된 세계관을 소소한 일상에서까지 관철시킬 때 가능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175)
  • 명품 국가를 만드는 것은 시멘트가 아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다.(191)
  • 시위는 진압의 대상이기보다는 경청해야 할 목소리다.(200)
  • 오늘날 유럽의 부자가 스스로 세금을 더 내겠다고 나서게 된 것은 프랑스혁명 등의 경험을 통해 아무리 단단하고 높은 성벽도 사회 안전망이 없으면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234)
따뜻한 경쟁/맹찬형/서해문집 20120210 235쪽 13900원

곁눈질로 장기판을 보고 있으면 잘 보이는데 막상 대굴빡을 처박고 맞장을 뜨면 길이 안 보입니다. 명품 국가를 만든다며 공구리를 치는 토건시대가 부활했습니다. 대학 진학률은 최고 수준인데 사교육비는 점점 늘어나고, 그럴수록 유아원까지도 좋은 곳에 보내려고 경쟁을 합니다.

레만호에 다리가 하나만 있는 사연. 마트 영업시간 연장을 주민투표로 저지한 일. 개에게 입힌 옷을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시선. 올림픽 유치에 탈락하고도 실망한 기색이 없는 시민들. 스위스 특파원인 현직 기자가 보고 느낀 경쟁과 공존에 대해 알려줍니다.

4대강도 공구리로 만들었고, 지갑을 탈탈 털어 자식을 경쟁으로 내미는 우리도 공구리를 붓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구리가 시민의 행복이 아니라고 합니다. 21세기 신서유견문록이라는 추천사가 넘치지 않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