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27

익숙함에 대하여

익숙해질 공간도 없이
스쳐 간 것이 첫사랑이다
그래서 첫사랑은 변치 않는 것
사랑은 익숙할수록 변한다

지나간 사랑에 미련이 남는 건
새로운 사랑에 익숙해지려고
시간을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더 많이 죽일수록 익숙해진다

내일이 없었던 어제같이
죽이고 또 죽이며
습관처럼 살아진다
그렇게 익숙해지려고

2012-12-23

처참주를 마셨습니다


처참주를 마셨습니다. 처음처럼과 참이슬을 반반씩 섞어서 마셨습니다. 정확히는 어느 한 쪽이 51.6%가 되어야 하지만 그냥 눈대중으로 반반씩 섞었습니다. 주전자에 따라 섞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처참함이 처절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처음처럼과 참이슬을 주문하니 처음처럼을 먼저 내놓더군요. 반병을 물컵에 따라 놓으니 제일 처참한 일인이 원샷을 했습니다. 그리곤 뒤이어 나온 참이슬로 병을 채우니 처참주가 되더군요. 그 한 병을 다 비우고 남았던 참이슬 반병에 다시 처음처럼을 붓고 또 마셨습니다. 처참주는 그렇게 끝없이 만들어지더군요.

참 비겁하게도 무한히 만들어지는 처참주를 다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가 됐습니다. 마지막 남은 술 반병을 물컵에 따라 제일 처참한 일인이 또 들이켰습니다. 그렇게 처참주 술자리는 파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처참주 한 잔을 목넘김 할 때나마 잠시 처참함을 잊을 수 있었습니다. 끝내는 더는 처참해지지 말자며 웃으며 헤어졌습니다. 그렇게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그렇게나마 또 하루가 갔습니다.

2012-12-15

왜 문재인이어야만 하는가?

오늘이 지나면 대선이 나흘 남았습니다. 매스컴에서는 박빙이라고 합니다. 트위터에서는 7:3 정도 야당으로 기운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바람은 문재인 쪽으로 불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5% 차 이상으로 이긴다에 걸었습니다. 한우가 걸렸습니다.

그러면 왜 문재인이 꼭 대통령이 되어야 할까요? 다섯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지극히 소심하고 찌질한 지청구임을 미리 밝힙니다.

1. 부끄러운 줄 모르는 뻔뻔한 세력을 청소해야 합니다.

철학자 이진경 선생은 "현 정권이 보여준 정치미학은 바로 뻔뻔함"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카의 최대 치적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비록 얻어걸리기는 했지만 자장면이 짜장면으로 됐다는 것이죠. 다른 하나는 숨어 있던 뻔뻔한 세력이 활개를 치는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쥐잡듯해도 못 찾을 세력이었는데 생얼로 고개를 쳐들고 다니는 걸 알았으니 청소하기 쉽게 만들어 줬다는 것이죠. 부끄러운 줄 모르는 뻔뻔한 세력을 청소할 때입니다. 한꺼번에 쓸어버리기는 어렵지만 시작은 해야 합니다. 너무 늦었습니다.

2. 대선은 가오입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는 오늘 전 세계 500여 명의 진보성향 지식인 명의로 "한국에서 구 독재자의 2세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당선 가능선에 있다는 것은 다시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아시아에서의 민주화는 그 훌륭한 진보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과두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매우 불완전한 민주화였다. 한국에서 구 독재자의 2세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이것은 아래로부터의 민주화가 이룩했던 것을 모두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박정희시대와 그 전통을 잇는 과두독점 세력들의 화려한 부활을 의미한다."는 내용의 <한국 대통령선거에 즈음한,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세계 지식인 연대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우리에게 이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한국의 시민들 다수가 독재의 추억을 회귀시키는 흐름을 저지하는 것은 한국에만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큰 영향을 가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어떻게 다까끼 마사오의 딸이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까? 가오는커녕 쪽팔림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3. 민주당은 해체되어야 합니다.

문재인 후보는 거국 내각에 이어서 이를 뒷받침할 국민정당 추진 구상을 밝혔습니다. 저는 새누리당 보다 민주당이 헤쳐 모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수와 중도층을 중심으로 하는 정통 보수당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누리당이 오른쪽 끝으로 밀려나 우익꼴통정당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녹색당과 사회당의 출현이 당연해 보이고 저변 확대가 될 겁니다.

4. 상식적인 사회가 시작됩니다.

새누리당에는 박근혜 뒤로는 인물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야권에는 인물이 넘쳐납니다. 안철수, 박원순, 박선영, 이정희 등등등...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상식적인 사람이 줄줄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그래야 점점 더 상식적인 사회로 만들어 질 겁니다. 그리하여 우리도 좌파 대통령을 가질 날이 오겠죠.

5. 최대의 선물이 투표입니다.

종족번식하면 뭐합니까? 더 나은 세상에서 살도록 해줘야죠. 그래야 소고기도 사 먹을 거 아닙니까? 사랑하는 이와 후손에게 해 줄 최대의 선물은 투표입니다. 그 시작이 문재인이고요.

저는 민주당 지지자가 아닙니다. 어쩌면 야당지지자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겁니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엄청 씹을 겁니다. 물론 가카만큼은 안 되겠지만요. 12월 19일에 꼭 투표하자고요. 그리고 느긋하게 축배를 듭시다.

아참,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각났습니다. 천안함의 진실을 알고 싶어요.

2012-11-20

소외


疏外 혹은 소外...

2012-10-31

樂書 독종

희귀종
마다가스카르에는 평생 1평방미터 안에서 움직이는 피그미 카멜레온이 살고, 반도에는 평생 유신시절 안에서 사는 수첩 공주가 있답니다. 둘 다 희귀종이랍니다.

독종
생물분류표에 의하면 북극점에서 남극점까지 분포하는 종을 독종이라 하고 현재까지 밝혀진 독종은 인간뿐이라고 합니다.

우리 현수준
역대 최다선은 김영삼, 김종필, 박준규 9선. 현역 정몽준 7선, 이인제 6선. 이 추세라면 두 양반이 최다선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

상관모독죄
"가카 이 새끼 기어코 인천공항을 팔아먹을라구 발악을 하는구나"라는 트윗은 상관모독죄라고 합니다.

어디 사세요?
2010 인구주택총조사 전수집계 결과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1.9%랍니다.

판사와 검사
의료과실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의사가 가장 부러워하는 직업군이 판사와 검사랍니다. 과실이 많을수록 승승장구를 해서 그렇답니다.

시대정신
다른 시대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 시대정신은 숙청입니다. 가카의 최대 치적은 숨어 있던 1인치까지 제 세상인 양 활개를 치게 해 숙청을 청소 수준으로 만들었다는 겁니다.

엘렉트라 콤플렉스
박근혜 화법을 살펴보면 "…하면 된다"가 대부분.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유신적 변형 사례로 보입니다.

독도에 간 대통령
H 자동차 영업사원이 주중엔 벤츠, 주말엔 도요다를 타고 다니며 무식하지만 정말 부지런하게 영업하려고 애쓰는 모습

봉함엽서
이 모든 삭막함은 사랑의 체험수기 공모전과 예쁜 엽서전이 없어지면서 시작됐다. 베고니아 화분이 놓인 우체국에선 여전히 봉함엽서를 팔고 있습디다.

아시면서
동네 약사가 내게 물었습니다. "요즘 쥐약 찾는 분들이 왜 그리 많아요?" 정말 몰라서 물어봤을까요?

12월 19일
매주 같은 번호로 로또 한 줄을 사다가 딱 한 번 걸렀는데 그 번호가 일등이 됐을 때 느끼는 그런 멘붕을 맛보고 싶지 않습니다.

2012-10-19

@barry_lee

그렇게 누군가의 희생에
기생하며 또 하루를 맞는다
부끄러워 숨긴 꼬리뼈조차 감추지 못 한
참 누추한 육신은
밤이 길다며 야식을 찾는다

야비한 육신은
걸신대며 연명하지만
그대는 영면하소서
축구 함성이 들리면
생각이 나 멘션하리오


덧.
@barry_lee 님의 명복을 빕니다.
몇 번 나누지 못했지만
그 사람 그 맘을 보태려 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12-10-10

가로수

도낏날 같은 햇살에
혓바닥처럼 늘어진 그림자
이웃 나무를 가리다

나는 너를 가리고
너는 나를 가리며
높이가 아닌 넓이로

삶이란 그렇게
가로로 커가는 일

세로수라 부르지 않는 한
희망은 있다

2012-09-20

자발적 가난을 서약하라

미국의 유명한 운동화 업체인 LA 기어의 고위 관리는 이렇게 말했다. <용도에 맞는 신발을 신는다면, 아마 당신은 한두 켤레의 신발만 있으면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패션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아마 몇천 켤레의 신발로도 부족할 것입니다.> (...) 한국인들은 아이들의 책을 구입하는 데 쓰는 비용의 몇 배나 되는 돈을 아이들의 신발을 구입하는 데 쓴다.(49)

녹색 시민 구보 씨의 하루/존 라이언, 앨렌 테인 더닝/그물코 20020305 137쪽 8000원


일상용품의 비밀스러운 삶을 아시나요? 우리가 매일 신고 다니는 신발 한 켤레를 봅시다. 텍사스의 한 목장에서 도살된 소에서 벗긴 가죽은 환경 규제가 엄격하지 않은 한국으로 옵니다. 강력한 화학 약품을 이용해 부드럽게 만든 가죽은 자카르타로 보내집니다. 가죽을 제외하면 유독성 물질인 석유화학 물질로 만들어졌습니다. 밑창에 대는 고무는 벤젠 합성물입니다. 대만에서 만들어 자카르타로 운반됩니다. 수백 명의 자카르타 여인들은 실내 기온이 섭씨 40도 가까이 올라가고 페인트와 본드 냄새가 진동하는 공장에서 가죽을 수작업으로 이어 붙입니다. 그들이 만든 8만 원짜리 신발 한 켤레 값은 한 달 월급보다 더 많습니다. 조립이 끝난 신발은 수마트라 섬에서 자란 나무로 만든 종이로 채워져 뉴멕시코의 제지 공장에서 만든 상자에 담겨 팔려갑니다.

커피, 신문, 티셔츠, 햄버거, 콜라 같이 우리가 늘 사용하거나 먹는 일상용품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동안 일어나는 노동 착취와 환경 파괴에 관해 알기 쉽게 말하고 있습니다. 수확량을 늘이기 위해 나무를 잘라낸 커피 경작지로 인해 95퍼센트의 새들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당신이 마실 커피 열매는 하루에 천 원도 벌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손으로 따고 있습니다.

만약에 지구상에 인간들의 수가 이렇게 많지 않고, 또 이렇게 빨리 소비해 버리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구가 처리할 수 있는 양 이상의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40분 동안 내리쬐는 햇볕은 1년 동안 화석 연료에서 얻은 에너지보다 더 크다고 합니다. 빨래는 빨랫줄을 이용해 햇볕에 말리자는 녹색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을 알려 줍니다. 소비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알고 자발적 가난을 실천하여 흔적을 남기지 말자고 합니다.

이런 쓸데없는 포스팅을 하는 동안 화력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사용하고, 그 때문에 발생한 유해 가스가 얼마나 지구를 오염시켰을지 송구스러워집니다.

2012-09-15

멀리 나는 새는 집이 따로 없다

철새는 따로 집이 없다. 날마다 도착하는 그 모든 곳이 바로 집이기 때문이다. 별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 사실을 알아채고 따라하는 데 참으로 오랜 세월이 걸렸다. 누구나 그럴 듯한 집 한채 장만하는 게 간절한 소망이겠지만, 바로 이 어처구니없는 욕망 때문에 인생의 대부분을 허비하고 말 것인가.

대답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텃새처럼, 아니 이미 새가 아닌 닭처럼 철망 속의 둥지에 깃들어 살 것이냐, 철새처럼 풍찬노숙의 길을 갈 것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였다. 어차피 집과 집을 이으면 길이 되고 그 길의 마지막 집은 무덤이 아닌가. 그리하여 나는 이미 오래전에 이 집이라는 해괴한 물건(?)을 포기했다. 버렸다. 패대기쳤다. 이 세상의 모든 집을 안식처가 아니라 과정의 길로 만들고 싶었다.(150)

멀리 나는 새는 집이 따로 없다/이원규/오픈하우스 20110909 319쪽 13800원


거주라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투전판으로 변한 집. 크던 작던 우리의 욕망이 유착됐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집으로 신분과 계급을 나눕니다. 어디 사느냐는 물음으로 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합니다. 이런 시대에 철새처럼 사는 이는 신기함을 넘어 도인의 경지로 보입니다. 경외심이 듭니다. 닮고 싶습니다.

지리산 낙장불입 시인 이원규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 이야기를 합니다. 죽어가는 4대강이 있어 슬프지만 그럴수록 향기나는 사람들 때문에 살 만한 곳이라고 합니다. '집과 집을 이으면 길'이 아니라 '길이 곧 집'이었다고 합니다.

2012-09-14

노블레스 오블리주

6.25 전쟁은 지난 세기 냉전시대의 서막을 연 세계적인 사건이었다. 그러나 사상과 이념을 초월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목격할 수 있었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했다.

중공군 통역장교로 6.25 전쟁에 참전한 중국 최고 권력자 모택동 주석의 큰아들 모안영. 결혼한 지 1년도 채 안 된 상황. 한참 신혼에 젖어 있던 모안용에게 전쟁 참여를 권유한 이는 바로 아버지 모택동이었다. "내 아들이 가지 않으면 누구도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모안용은 6.25 전쟁에 참전한 지 한 달여 만에 평안북도에서 미군 전투기의 폭격으로 전사하고 만다. 당시 중공군 수뇌부는 최고 권력자의 큰아들이었던 모안용의 시신을 본국으로 후송하려고 했다. 그러나 모택동은 중공군의 관례대로 다른 인민군과 함께 묻히는 것이 도리라며 거절한다. "내 아들만 데려오면 다른 아들들은 어찌하느냐. 내 아들도 조선에 묻어라." 결국 모안용의 유해는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원에 안장된다.

로마의 귀족층에서 시작된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는 훗날 서구 사회 지도층의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됐다. 제2차 대전 때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당시 공주 신분) 수송부대 하사관으로 군복무. 그리고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6.25 전쟁 당시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실천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미국 현역 장군들의 아들들. 초대 미8군 사령관 월튼 워커 장군의 외아들 샘 워커 육군 대위 등 장군의 아들 142명 6.25 전쟁에 참전.

미국 2차 대전의 영웅이었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아들 존 아이젠하워도 미3사단 최전방 대대장으로 전투를 하게 됐다. 아들이 참전의사를 밝혔을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단 한 사람은 예외였다. 아들은 자신의 한국전 참전을 반대하지 말아 달라고 통사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고개를 저은 아버지.
- 네가 전사하면 우리 가족의 비극으로 남게 되지만 네가 포로가 될 경우, 전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아들이 고집을 꺾지 않자 아버지는 조건부 허락을 해준다.
- 만에 하나 포로로 붙잡히면 자결토록 하라.
결국 아들 존은 아버지 아이젠하워에게 자결 각서를 써주고 한국 전선으로 떠난다.

전쟁의 참혹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주저하지 않고 참전을 결정한 대통령의 아들을 비롯한 142명 장군의 아들들. 그리고 그 치열한 전장에서 자신의 아들을 안전한 곳으로 배치할 수 있었음에도 생과 사가 엇갈리는 최전선으로 배치한 아버지들.

장군의 아들 142명 중 사망, 실종, 중상자 총35명. 일반 군인들 전사율 8%, 장군의 아들 전사율 25%.

1952년 4월 4일 오전 10시 30분. 아들의 실종을 보고받은 미8군 사령관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의 명령.
- 지미 밴 플리트 2세 공군 중위에 대한 수색작업을 즉시 중단하라. 적지에서의 수색작업은 너무 무모하다.
1952년 4월 4일 미공군중위 지미 밴 플리트 2세 한국에서 실종.
그해 부활절 밴 플리트 장군이 한국전쟁에서 전사 혹은 실종된 군인 가족에게 보낸 편지.

저는 모든 부모님들이 저와 같은 심정이라고 믿습니다. 우리의 아들들은 나라에 대한 봉사를 다하고 있습니다. 신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이웃을 위해 자신의 삶을 내놓은 사람보다 위대한 사랑은 없을 것입니다.

강원민방 G1에서 방영하는 DMZ 스토리 중 『부자(父子)의 전쟁』을 옮겨 놓은 것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접어두더라도 비상식이 상식으로 둔갑해 판을 치는 지금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합니다.

2012-09-08

오랜 친구

오랜 친구라는 거 아니에요? 개인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하는데 이렇게까지 확대해석하는 건 저는 이해가 안 되는 일입니다.

안철수 원장이 대선에 출마하면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는 기자회견에 대한 박근혜의 대답입니다. 협박을 할만한 위치가 아니라고도 했습니다. 새누리당 대변인은 "친구 사이 이야기를 갖고 새누리당이 정치공작을 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금 변호사야말로 구시대적 정치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금태섭 변호사를 '의리 없는 친구'라고 합니다.

전화 통화를 한 둘은 친구 사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남의 얘기를 나누고 나서 뒷말이 무성한 걸 보니 둘은 친구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한쪽은 친구 사이 통화라 하고 한쪽은 협박이라고 하니 밤길 조심하라는 말을 엄마와 조폭에게서 들은 것처럼 차이가 납니다.

친구에 대한 정의야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유안진 시인은 『지란지교를 꿈꾸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 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 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김치 냄새 풍기며 난닝구 차림으로 친구를 찾아가는 모습을 천천히 그려보면 시나브로 풍족해지는 걸 느낍니다. 서로 한 번 뜨고 한 번 가라앉아 보며 고독을 나눴던 친구일 테니까요. 저녁에 쐬주라도 한잔하자는 약속을 하고 전화를 끊으며 지갑에 얼마가 있나 확인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니까요. 달빛 받으며 돌아가는 등에 대고 밤길 조심하라며 육두문자를 붙이는 그런 친구니까요.

쓰레빠 끌고 오일장에서 산 허름한 반바지를 입고 막걸리 마시자며 찾아오는 그런 친구인지 돌아보는 계절입니다.

2012-09-06

시민의 필수 덕목은 균형감각

돈과 권력에 맛들인 사람들이 국회를 장악하면, 그들 자신에게 유리한 법률이 만들어집니다. 그 사람들이 법을 집행하면 역시 비슷한 사람들에게 편파적으로 유리한 재판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그런 씨스템화된 편파성에 분노해 궐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 '피해자가 불분명한' 범죄들에 과도하게 분노하며 돌멩이를 손에 듭니다. 그래서 공직자가 학력을 위조한 젊은 여교수와 바람이 났다든지, 유명가수가 대마초를 피우다 걸렸다든지, 개그맨이 해외에서 상습도박을 하다 붙잡혔다든지 하는 '스캔들'이 주로 돌을 맞습니다. 인터넷 뉴스기사의 클릭 수도 권력형 비리보다 이런 스캔들이 훨씬 많습니다. 해고노동자들이 줄줄이 죽어나가는 현실보다는 여배우의 사생활이 담긴 동영상 하나가 백배의 관심을 끕니다. (...)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스캔들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분산시킵니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을 뽑는 선거시기가 다가올수록, 시민들은 '누가'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한데, 그런 때일수록 유난히 더 많은 스캔들이 터집니다. 매사에 음모론을 갖다 붙일 필요는 없지만, 아무 때나 터져나오는 스캔들에 휘둘리지 않는 균형감각을 갖추는 것은 깨어 있는 시민의 필수적인 덕목입니다.(264)

욕망해도 괜찮아/김두식/창비 20120521 310쪽 13500원


오늘 뇌물과 여자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안철수 원장의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협박한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맞받아칩니다. 뇌물과 여자문제는 우리가 혹할만한 스캔들입니다. 매스컴이 기계적 중립을 지키며 보도한다고 해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하며 사실관계와 상관없이 부풀려지게 마련이지요. 그런데 어느 뉴스에 나온 앵커는 친구에게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다 사달이 났다는 뉘앙스로 말하고 있더군요. 어느 분 말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꼴입니다.

균형감각을 넘어 행간을 읽는 지혜로운 시민이 다수가 돼야 할 때입니다. 생존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2012-08-25

표면장력을 찾아서

제주라는 섬은 내게 표면 장력이 지배하는 세계처럼 느껴진다. 중력의 엄연한 영향 위에 있으면서도, 조금은 중심에서 비낀 힘이 있다. '먹고 산다'는 인간 세상의 중력에서 조금만 비켜서면, 사람은 전에 보지 않았던 것을 보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을 꿈꿀 수가 있다. 적은 돈으로 하루를 살더라도 시도해 보고 싶었던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나는 제주 생활이 참 좋다.(여는 글)

거침없이 제주이민/기락/꿈의지도 20120205 283쪽 13800원


흙갈이라도 하는 날엔 그대로 시들어 버릴 것 같아 옮싹달싹 못하는 붙박이 인간일수록 표면장력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은 아닐까? 여행은 노동의 동기가 되고, 이민이 성공의 출발점이라면 여행과 이민 그 중간쯤에 제주가 있는 것은 아닐까?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느끼는 딱 그만큼 거리처럼.

중력을 거스리지 않고 커질대로 커진 경계면을 향해 거침없이 잘 닦인 신작로를 가로지르며 흰 먼지 날리는 꿈을 꾼다. 이제 꿈마저 표면장력이 지배하는 그런 나이가 돼서 슬퍼할 기운도 여력도 없다.

2012-07-31

베스트셀러를 팔지 않는 책방

  • 책방의 기능은 책을 팔고 돈을 받는 것 이상이 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에게 좋은 책을 권하고 좋은 책들이 더 많은 독자들 손에 들어가도록 도와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 중요한 기능은, 새 책을 파는 서점이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중고책이 좋다.(47)
  • 우리는 물질 풍요 속에 살면서 점점 '욕심 비만' 상태가 되었다. 그러니까 점점 더 많은 욕심이 필요하고 그걸 채우지 못하면 힘이 든다. 남들과 비교하게 되고 자기를 비하하게 된다. 자기 자신에게 애착을 가지지 못하게 되니까 더욱 욕심이 필요하다.(75)
  • 동네 책방은 곳곳에 즐비한 개신교 교회만큼이나 많아져야 한다. 그 이유도 간단하다. 동네 책방은 사람들과 되도록 가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274)
  • 착한 사람들이 모은 착한 돈은 나쁜 사람들이 모은 큰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278)
  • 책방에서 책만 팔면 그건 책이 아니라 책처럼 생긴 물건을 파는 거나 같다. 책을 파는 책방이라면 책 안에 있는 가치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가치는 돈으로 사고 팔 수 없다.(283)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윤성근/이매진 20091231 302쪽 12000원

영국에서 온 어느 문학가는 취재하던 기자에게 한국엔 책방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답니다. 기자는 대답을 못하고 얼굴이 화끈거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동네 빵집, 동네 구멍가게처럼 동네 책방도 사라져갑니다. 사라지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돈을 앞세운 대형 서점에다 인터넷 서점까지 있어 더 빨리 없어지고 있습니다. 헌책방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뜩이나 새 걸 좋아하는 시대에 대형 서점이 중고서적 전문점을 만드니 동네 헌책방이 배겨날 재간이 없습니다.

그런 나라에 이상한 헌책방이 있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주인장이 읽은 책만 판답니다. 읽지 않은 책은 그 가치를 모르는 데 권할 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주인장은 "돈은 조금만 벌고 남은 건 다 착한 일을 하는 데 쓰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네 사랑방도 되고, 함께 하고 싶은 작은 공연도 벌어집니다.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집어 삼키고 학원으로 잡아가는 시대인지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되었나 봅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는 시침과 분침이 거꾸로 가고 있는 시계가 있습니다. 앨리스 시계라고 합니다. 풍요하지는 않았지만 따스함이 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주인장의 바람처럼 보입니다.

2012-07-26

다음 국가를 말하다

생각은 불편에서 시작된다.(...)
이명박 정부는 가장 탈정치적 세대를 정치적으로 각성시켰다는 점에서 스스로 의도하지 않게 역사에 크게 기여했다. 이명박 정부가 조금만 덜 어리석은 정부였다면 여전히 사람들은 정치적 무관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럭저럭 재벌이 왕 노릇하는 기업 국가에 적응해서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모든 문제의 원인을 현재의 집권 세력에게 돌리고 다음 선거에서 현재의 집권 세력을 과거의 집권 세력으로 교체하는 방법을 궁리하는 것으로 나라 걱정을 다했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정말로 이 절망의 터널을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국가적 위기는 표면적으로 보자면 수구 세력이 권력을 장악했기 때문이지만, 본질적으로 보자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한계와 실패로부터 비롯된 것이므로, 그 세력이 다시 집권한다 하더라도 오늘날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가가 기업 국가가 되었다는 데 있다. 이제는 기업만 기업인 것이 아니라 학교도 기업이고 교회도 기업이다.(...)
우리가 국가를 염려해야 하는 까닭은 국가에 종노릇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로지 나의 자유가 국가를 통해 실현될 수 있는 한에서 국가는 우리의 애틋한 관심사가 된다. 그렇지 않고 국가가 나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는 폭력과 수탈 기구라면, 그런 국가는 해체하고 타도할 대상일 뿐이다. (길을 찾는 벗들에게/김상봉)

다음 국가를 말하다/박명림, 김상봉/웅진지식하우스 20110201 406쪽 14000원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3권 분립을 넘어 감독부를 신설하여 4권 분립을 하자는 제안은 상당히 신선하다. 선거를 제외하곤 시민의 의사를 수시로 반영할 정부 조직이 없는 현실에서 감사원, 검찰, 공정거래위, 금융감독위, 선거관리위, 방송통신위, 국가인권위 등을 떼어내 감독부를 설치한 4권 분립은 손해볼 것 없는 실험으로 보인다.

의사는 의료 사고에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을 지는데 법조인은 공적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무죄가 확정된 피해 당사자는 영장을 청구한 검사와 발부한 판사를 시민 법정에 소환해야 법조 권력의 남용을 방지한다. 검찰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법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인권재판소를 설치하는 것을 헌법에 명문화하자는 것에 격하게 공감하다.

현재의 집권 세력을 과거의 집권 세력으로 교체하는 방법으론 기업화된 국가를 바람직하게 바꿀 수 없다. 안철수의 생각에 환호를 하는 만큼 중대한 전환점에 섰다. 어떤 선택이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이게 다 가카 덕분이다.

2012-07-23

압축성장

한 번의 승부로 모든 것을 해결해 버리겠다는 성급한 마음으로 총선 과정에 애를 태우지 말자. 세상은 단 한 번의 승부로 흥하지도 않지만, 망하지도 않아. 역사는 길다는 거야. 장기적으로 꾸준히 조금씩 발전하고 진보하는 거지. 한 번에 성큼 성큼 발전하면 그만큼 다시 후퇴하는 법이라니까. 흔히들 우리나라를 압축 성장의 산 증거로 얘길 하지만, 압축 성장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야. 결국 성장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두고두고 천천히 지불하게 되거든. 그래야 진짜로 성장하는 것이기도 하고.(227쪽)

정치가 밥 먹여준다/물뚝심송/한스미디어 20120323 296쪽 14000원


지난 총선 결과를 내다 본 저자가 건네는 위로의 말처럼 느껴진다. 아무개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빠진 멘붕에 대처하는 방법 혹은 핑계이기도 하고. 딴지일보 정치부장으로 활약하는 물뚝심송의 근면한 정치 입문서다. 통합진보당 내분과 관련된 경기동부의 실체(?)를 최초로 밝힌 블로거이다. 딴지체로 쓰여져 술술 읽힌다. 다만, 정치를 축구라 치면 업사이드 룰을 아는 이라면 조금 심심할 수도 있겠다. 결론은 정치가 밥 먹여주니까 정치 덕후가 되라는 말씀.

2012-07-07

공구리가 시민의 행복은 아니다

  •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만이 천재를 가질 자격이 있다.(29)
  • 어려움이 닥치면 개별 국가가 가진 경쟁 철학과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분명해진다.(37)
  • 무한 경쟁의 다른 이름은 '차별'이다.(43)
  • 실패해도 패자 부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믿음이 그들을 천재로 만들었다.(51)
  • 빠른 것이 능사는 아니다. 옳은 방향과 전략을 가진 경쟁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58)
  • 한국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속도를 노이면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서두르면 잔돈을 벌지만, 여유를 가지면 목돈을 챙긴다.(63)
  • 자기 건빵(기득권)은 품안에 감춘 채 억울하게 발을 밟힌 사정(특정 계층의 권익 침해)을 다른 이들이 경청해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세상은 품앗이다. 남의 밭매기를 먼저 도와줘야 내 논에 모내기를 할 때 일손을 기대할 수 있다.(98)
  • 잘못된 정책 설계와 관료적 집행의 후유증은 깊고도 무섭다. 아무리 비싼 생선이라도 함부로 다루면 돈만 쓰고 밥을 굶는 일이 생긴다.(115)
  • 엄마와 자녀의 인생이 마치 수갑을 나눠 찬 것처럼 서로에게 묶여 있으니, 둘 다 반쪽 인생을 살게 된다.(122)
  • 파이(pie)와 동음이의어인 파이(π)는 불변이다. 원주의 길이와 직경의 비를 뜻하는 원주율은 지름이 아무리 커져도 항상 3.141592...다. 파이를 키워봐야 말짱 헛일이다. 피자처럼 면을 넓혀서 서민이 적정한 소비를 할 수 있어야 경제 성장이 가능하고, 그럴 때 부자 역시 사회로부터 존중받고 재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가장 안전한 경비업체는 사회 안전망이다.(129)
  • 자본의 효율이 시민의 행복은 아니다.(147)
  • 태풍과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의 폐혜도 중심보다는 주변부에서 더 요란해지는 모양이다.(156)
  • 정확한 통계를 찾기는 어렵겠지만, 아마 한국전쟁 때 포탄에 파괴된 건물보다 토건족의 굴삭기에 무너져간 건물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160)
  • 스위스의 반려 동물 문화를 소개하는 것은 진정한 공존이란 일관된 세계관을 소소한 일상에서까지 관철시킬 때 가능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175)
  • 명품 국가를 만드는 것은 시멘트가 아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다.(191)
  • 시위는 진압의 대상이기보다는 경청해야 할 목소리다.(200)
  • 오늘날 유럽의 부자가 스스로 세금을 더 내겠다고 나서게 된 것은 프랑스혁명 등의 경험을 통해 아무리 단단하고 높은 성벽도 사회 안전망이 없으면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234)
따뜻한 경쟁/맹찬형/서해문집 20120210 235쪽 13900원

곁눈질로 장기판을 보고 있으면 잘 보이는데 막상 대굴빡을 처박고 맞장을 뜨면 길이 안 보입니다. 명품 국가를 만든다며 공구리를 치는 토건시대가 부활했습니다. 대학 진학률은 최고 수준인데 사교육비는 점점 늘어나고, 그럴수록 유아원까지도 좋은 곳에 보내려고 경쟁을 합니다.

레만호에 다리가 하나만 있는 사연. 마트 영업시간 연장을 주민투표로 저지한 일. 개에게 입힌 옷을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시선. 올림픽 유치에 탈락하고도 실망한 기색이 없는 시민들. 스위스 특파원인 현직 기자가 보고 느낀 경쟁과 공존에 대해 알려줍니다.

4대강도 공구리로 만들었고, 지갑을 탈탈 털어 자식을 경쟁으로 내미는 우리도 공구리를 붓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구리가 시민의 행복이 아니라고 합니다. 21세기 신서유견문록이라는 추천사가 넘치지 않는 글입니다.

2012-06-26

글쟁이로 살아가는 법

  • 정작 그는 "글쓰기에 있어 아름다움을 전혀 중시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형용사와 부사를 최대한 줄이고, 접속사를 피해 문장을 나눈다. 그가 글 쓸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글의 리듬, 그리고 언어의 경제성이다.(14)
  • 글쓰기 조언을 할 때 "글에서 부사와 형용사를 30퍼센트 정도만 줄여보라"고 늘 말한다. 글쓰기는 전달력이 중요한데, 이 전달력은 문장을 줄일수록 늘어난다는 점이 그의 글쓰기 지론이자 글 잘 쓴다는 말을 듣는 비결이다.(22)
  • 미술이 좋아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도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었고, 그런 진정성을 독자들도 글 속에서 감지하고 호응하는 것이다. 그런 만큼 그는 자기가 쓰고 싶은 책보다도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써야 한다는 의식이 확고하다.(35)
  • 이씨는 마감이 고무줄처럼 늘어나기 마련인 대부분의 필자들과 달리 원고 기한을 어기는 법이 없다. 자기 일정과 작업량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마감을 정하기 때문이다. "책도 상품인데 아이스크림을 겨울에 낼 수는 없잖냐"며 이씨는 웃었다.(51)
  • 공씨는 글쓰기 자체에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을 목표하지 않는다. 그래서 완성도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비난도 듣는다. "글쓰기는 골프와 비슷해요. 너무 잘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땅을 때리기 쉽습니다. 제 글쓰기 원칙이 있다면 대화하듯 편안하게 풀자는 거예요. 책이 무게가 떨어진다고 비난해도 상관없어요. 그런 비난을 두려워하는 순간 책은 나올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하니까."(111)
  • 자료가 중요하다 보니 답사나 여행에도 요령이 생겼다. 길을 나설 때 반드시 빈 바인더나 클리어파일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그리고 현지에서 거저 구할 수 있는 모든 서류-관광안내서, 교통시간표, 홍보용 전단, 어촌계 서류 등-를 모조리 집어넣는다. 여기에 짬짬이 적은 메모까지 넣어 돌아오면 여행 한 번에 자료철 한 권이 생긴다.(140)
  • 책의 제목에 대한 아이디어부터 각종 카피 글귀, 구성도 등 다양한 것들에 대한 메모가 가득했다. 사소한 자기 생각들을 챙기는 것이 바로 저술의 시작임을 보여주는 부분이다.(147)
  • 임 교수의 자료철학은 '눈덩이론'이다. "자료는 눈덩어리 같아서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굴러가요. 물론 사놓고 평생 안 볼 책도 있지요. 그런데 그걸 버리면 나머지 자료들도 같이 죽어요. 경영효율로는 설명이 안 되는데 학문적으로는 그래요. 자료가 많아지면 생각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어요. 자료가 오히려 연구주제를 넓혀주기도 하는 거죠."(169)
  • 팩트는 힘이 세다. 그러나 팩트 자체로는 팔리지 않는다. 팩트는 이야기가 될 때 팔린다. 이게 바로 기자는 돈을 못 벌고 작가는 돈을 버는 이유다. 미국 사람들이 하는 말 그대로 "Facts tell, stories sell"이다. 팩트라는 구슬을 꿰는 것, 그걸 잘하는 게 저술가다.(207)
  • 우리는 '글쟁이'라고 하면 소설가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인쇄되어 나오는 세상의 글 속에서 소설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실제 존재하는 생각과 정보를 담아낸 글이 우리가 보는 글의, 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글을 쓰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글 하나로 먹고 사는 이들, 또는 글로만 먹고살지는 않아도 글쓰기가 삶의 중심인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글쟁이, 저술가다.(243)
  • 우리의 눈에는 학자들의 탁월한 논문과 저널리스트들의 훌륭한 특종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세상을 바꾸는 것은 그 시대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대중에게 이야기해주는 저술가들의 책일 수 있다. (...) 세상은 그래서 저술가를 필요로 한다.(247)
한국의 글쟁이들/구본준/한겨레출판 20080811 248쪽 11000원

글 하나로 먹고사는 글쟁이들 이야기입니다. 얼굴은 작은데 머리가 크고, 키는 큰데 다리가 짧은 한겨레신문사 구본준 기자가 만났습니다. 세상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에서 글만 써서 먹고 살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소설이 아닌 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 열여덟 명의 글쟁이들이 각자 책 쓰는 요령을 귀띔해줍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글쟁이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소통입니다. 역사 저술가 이덕일 씨가 소통을 한마디로 표현합니다. "책도 상품인데 아이스크림을 겨울에 낼 수는 없다." 글쟁이는 독자들이 읽고 싶어하는 책을 쓰는 사람들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논문이나 기사와 다를 바 없다는 뜻이죠.

글쟁이들은 나름대로 자료를 모으고 분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자료가 바탕이 되어 독자들이 원하는 책을 씁니다. 하나쯤은 배워서 습관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인 구본준 기자는 땅콩집에 사는 걸로 유명합니다. 블로그에 가면 취미를 넘어선 '거리 가구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최근 개차반만도 못한 놈이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말뚝을 박았던‎ '한국에서 가장 눈물 나는 집' 이야기를 들어보길 추천합니다.

2012-06-23

악마기자가 살아가는 법

  • 나는 모범생은 아니었다(4)
  • 나는 중립, 균형을 찾기보다 편파적으로 약자의 편에 서겠다. 내가 이런다고 약자들이 이기지도 못한다.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는 힘을 함부로 쓰는 자들에게 짱돌을 계속 던질 것이다.(7)
  • 판검사들은 자신들이 특별한 계급이라고 생각한다. 판사들은 세상에 판사가 있고 일반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검사들은 세상에 판검사가 있고 일반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대체로 판사는 검사를 무시하고, 검사는 판사를 시기한다. 판검사 모두 승진에 목숨 거는데 판사는 법복을 벗는 것을 두려워하고, 검사는 정치권으로 갈 궁리를 많이 한다.(33)
  • 나는 모든 기사를 소송을 생각하고 쓴다. 기사가 나간 뒤 항의 오고 욕하는 전화가 오면, '아, 이번엔 잘 썼군. 괜찮았군' 이렇게 생각한다.(63)
  •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스티븐 와이버그는 "종교가 있든 없든 선한 일을 하는 좋은 사람과 악한 일을 하는 나쁜 사람은 있는 법이다, 그러나 좋은 사람이 악한 일을 하려면 종교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불행하게도 그의 분석이 한국 사회, 우리 종교계의 단면을 꿰뚫고 있는 것 같다.(106)
  • 내 월급은 기사 써서 받는 돈 20퍼센트, 사회에 보탬 되는 일 하고 받는 돈 30퍼센트, 나머지 50퍼센트는 약자 얘기 들어주는 것으로 받는 돈이라고 생각한 게 그때였다.(134)
  • 간혹 그들의 하소연이 기사를 통해 나가더라도 세상을 바꾸기는커녕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사실 나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그냥 같이 욕하고, 전화 한 통 해주는 게 그들을 위한 내 역할이다.(135)
  • 나는 조선일보를 깔때기라고 했다. (...) 그들은 팩트를 보도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것을 기사로 만든다.(155)
  •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게 아니라 거짓말을 밥 먹는 것보다 더 많이 하고 있다. 또 이명박 씨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는데 '짠돌이' 이명박 씨가 그럴 리 없다.(175)
  • 이명박 정부를 잉태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장 큰 과오가 됐다.(238)
  • 깨지고 부서지더라도 충동을 믿고 도전하겠다. 강자에게는 당당함으로, 약자에게는 겸손함으로 세상에 보탬이 되겠다. 이상과 정의 그리고 진실을 위해서 그 어떤 타협도 하지 않겠다.(345)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주진우/푸른숲 20120329 346쪽 13500원

나꼼수 덕에 알게 됐습니다. 누나와 삼성, 종교 전문기자가 있다는 걸 말이죠. 항의 전화가 오고 욕을 먹어야 괜찮은 기사를 썼고, 소송을 생각하며 기사를 쓰는 기자가 있다는 것을요.

주기자가 받는 월급의 반은 억울한 일을 당한 이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며 같이 욕이라도 해서 받는 돈이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약자를 위해 편파적으로 기사를 쓴다고 합니다. 그동안 뒷골목 탐정처럼 쓴 기사와 팩트 그리고 꼼꼼한 뒷얘기를 이야기하지만 아직 밝히지 못한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걸리면 끝까지 파헤치는 악마기자가 요즘은 박근혜를 공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이 길이 '꽃길이었다면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합니다. 꼼꼼한 가카 시대에 세상을 바꿀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짱돌을 던지는 그를 응원합니다. 그리하여 주기자 활극이 아주 심심하게 들리는 세상이 어여 왔으면 좋겠습니다.

2012-06-21

앨리스가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를 알려주마

왜 GDP는 높아지는데 앨리스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질까요? 국회의원들이 매년 재산을 공개하지요. 그런데 의원들 재산이 땡전 한 푼 없다고 하더라도 3조 원에 이르는 정몽준 때문에 국회의원 평균 재산 보유액은 100억 원이 됩니다. '정몽준 효과'라고 합니다. GDP도 마찬가지랍니다. '억만장자가 늘어나면서 1인당 국민소득이 오르는 경제와 중산층이 두터워지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경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이런 내용을 GDP는 빠뜨린다. 그러다 보면 경제는 자꾸만 왜곡되는데 측정되는 성과는 좋아지는 역설이 나타(204)' 나겠지요. 그래서 국민소득은 올라가고 경제는 좋아진다는데 앨리스는 행복해지지 않는 거죠.

앨리스가 지금까지 배운 경제학은 '시장에서는 모두가 이기심을 추구하면 결과적으로 가장 큰 효율성이 달성된다는 것(11)'이었습니다. '경제가 이기심에 기초해 운영된다고 이야기하면서, 부지불식간에 이기심이 공익을 불러온다(165)'는 애덤 스미스의 경제 윤리였던 겁니다. 그리하여 IMF 이후 '기업은 탐욕을 실천해야 하므로 냉혈한이 되어야 한다. 경영자는 때로는 불법도 저지르고, 때로는 사람을 냉정하게 해고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기심이 결국 시장경제를 지탱하므로, 냉혈한이 오히려 윤리적이다. 이 프레임 아래서 기업의 이타심은 오히려 비윤리적(150)'으로 여겨지며 경제 성장을 했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이 휩쓸고 갔을 때 우리는 모두 가난했습니다. 이때는 '역설적으로 모두가 가난했기 때문에 평등했고, 기회가 상대적으로 균등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자수성가의 꿈이 있었던 시대이다. 경제 성장의 출발선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은 조건(122)'이었습니다. 그러나 탐욕의 경제학은 '공유지의 비극'을 부르게 됐습니다.

바닷속 물고기는 공유자원이다.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다. 그런데 어부들은 이 자원을 획득해 사적 소득을 올린다. 전통적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여기서 남획 문제가 생긴다. 즉 바닷속 물고기는 공유자원이기 때문에 어부 입장에서는 보호할 이유가 없다. 많이 잡을수록 자신에게 더 좋은 것이다. 그러나 어장 전체를 보면 다르다. 매년 산란되는 물고기 개체 수 이상을 잡게 되면 전체 개체 수가 줄어든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어장 자체가 존립하기 어려워지고 산업 전체가 무너진다. (...) 이 현상을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설명한다. 소를 키우는 마을에서 목초지가 공유지인 경우, 소 주인들이 자기 소에게 먼저 더 많은 풀을 먹이려고 하다가 결국 목초지가 황무지로 변하고 만다는 이야기다. 탐욕에 기초한 경제에서 벌어지는 공유자원의 훼손 문제를 다룬 이론이다.(89)

요즘 앨리스는 상사 눈치를 보면서 부쩍 인터넷 쇼핑몰에 들어가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올 연말을 기점으로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고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테레비를 새로 사려고요. 지금 있는 테레비도 아직 쓸만하지만 이참에 화면이 더 넓은 걸로 바꾸려고 합니다. 그런데 앨리스는 기업과 국가가 결탁한 꼼수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합니다. '기업이 교체 수요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의 핵심이 바로 계획적 진부화다.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이 낡은 것으로 느껴지게 만들어, 교체 수요를 만들어내는 제조업의 전략(187)'인 줄은 꿈에도 모릅니다. '휴대전화가 여전히 쓸만하지만, 인터넷을 추가로 이용하기 위해 새 제품을 구매'하거나 '기능은 같지만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면서 기존 제품을 구식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것(188)'처럼요.

어느 날 앨리스는 직장 상사에게 엄청 깨졌습니다. 상사는 사장님에게 당하고 왔을 테고, '사장님은 납품 대기업의 젊은 대리에게 쓴소리를 들었을 것이고, 그 대리 위에는 다시 부장과 임원과 실적 나쁘면 바로 쫓겨날 형편인 사장'이 있겠지요. 모두가 쫓기는 게임, 그 마지막에는 '주주'가 있을 것이고요. 그 주주 중엔 앨리스 월급에서 꼬박꼬박 떼어가던 국민연금도 있습니다. '투자자로서 무언가를 요청하면 기업이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앨리스의 미래 생활비를 맡아 관리하는 기관이 동시에 앨리스의 현재를 압박할 수 있는 모양새입니다. '국민연금이 단기 수익률을 높이는 데만 급급하면, 정작 현재의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294)'는 우스꽝스럽지만 심각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상은 한겨레경제연구소 이원재 소장이 쓴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을 통해 본 이상한 나라에 사는 앨리스의 얘기였습니다. 앨리스는 '1명의 경제를 자신의 경제로 착각하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경제에서 주인공은 1명뿐이다. 나머지 99명은, 자신의 삶과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는 1명을 열심히 응원하는 관객(8)'이라는 걸 알려줍니다. 저자는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는 게 아니다. 성장 중독 시대에서 탈성장 시대로 진화하는 것(214)'으로 사고방식을 바꾸면 프레임도 달라진다고 합니다. 이상한 나라에서 탈출하는 방법으로 인간의 이타심을 근본으로 하는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을 제시합니다. 탐욕의 시대에서 협동과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가 새로운 동력원임을 알려줍니다.

선한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는 이상한 공식은 이제 깨져야 한다. 경쟁하면 이기고 협력하면 진다는 이상한 경제는 넘어서야 한다. 최소한 생활 경제, 사회적 경제 영역에서는 그렇다. 선한 사람이 성공하는 경제, 선한 사람이 많은 경제가 성공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이상한 나라를 탈출하는 방법이다.(306)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이원재/어크로스 20120220 312쪽 14000원

2012-06-15

벼 자라는 소리가 들리는 나라, 라오스

  • 나와 같은 뭇 여행자들이 라오스에 끌렸던 것은 그곳에 특별한 무엇이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언제나 빠르고 정확하며 효율적인 것을 선호하는 직선의 세상에서,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세상이 그리웠던 것일 테다.(11)
  • 때로는 언어가 통하지 않는 이국인과 함께 있을 때가 더 편안할 때가 있다. 언어에 얽매이지 않고, 언어로 표장하지 않고 마음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37)
  • 세상은 다행히 시인과 나그네에게 관대하고, 길 위에서의 어려움은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두려움 대신 여행에 필요한 것은 계산하지 않고 단순해지기, 오직 그것이었다.(47)
  • 여행을 하다 보면 낯선 타국에서 오히려 고향을 느낄 때가 있다. 편안하고 아련한 느낌. 어느 때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너무 생생하게 떠올라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라오스가 그런 곳이다.(119)
  • 만약 어느 여행자가 어느 한 도시의 진정한 매력을 알고 싶다면, 그는 우선 이른 새벽 거리로 나서 보아야 한다. 잠이 덜 깬 도시의 맨얼굴이 그곳에 있기 마련이다.(130)
  • 생각해 보면, 난 배낭의 무게가 내 어깨를 묵직하게 잡아 주는 그 순간, 그 느낌을 좋아하는 것 같다.(153)
  • 아무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속도는 시속 4킬로미터의 세상이다. 발뒤꿈치만 살짝 들어도 담장 너머에 널어 둔 빨래와 대바구니 안에 잠든 아기와 모이를 쫓아다니는 닭들의 세계가 다 들여다보이는 속도가 시속 4킬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가끔 예기치 않은 만남을 가져다주는 속도이기도 하다.(171)
  • 베트남 사람들이 벼를 심는다면, 캄보디아 사람들은 벼가 자라는 것을 보고, 라오스 사람들은 벼가 자라는 소리를 듣는다.(251)
  • 굳이 말하자면 여행이란 삶의 속도가 주는 '다름'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279)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김향미, 양학용/좋은생각 20110926 287쪽 13000원

옥수수를 파는 꼬마의 미소가 예뻐 그 미소를 한 번 더 보려고 옥수수를 또 주문하고 싶은 유혹을 느꼈다는 곳, 새벽 공양 음식은 시민들의 손에서 스님들의 발우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거리의 아이들 빈 대나무 밥그릇을 채우며 돌고 도는 곳이 라오스다. 이웃 사람이 벼가 익었다고 알려 주기 전에는 논에 한 번도 나가 보지 않는다는 라오스 사람들이 빠르게 생활하는 직선의 세상 사람들 눈에는 게으르고 답답하다고 한다. 여행자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잠시 현실을 못 본 척하면 배고팠지만 팍팍하지 않았던 아련한 고향의 추억을 만날 수 있다.

전세금을 빼 967일간 47개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부부가 다시 떠난 라오스 여행기. 2008년 뉴욕 타임즈가 꼭 가봐야 할 나라 1위로 선정한 나라, 라오스. 표지 뒷면에 적힌 "관광하려면 태국으로 가고, 유적지를 보려면 미얀마로 가고, 사람을 만나려면 라오스로 가라"는 말처럼 직선을 선호하는 세상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라오스가 끌렸다는 저자를 시속 4킬로미터로 뒤따라 가며 음미하다 보면 문자 메세지 알림음에 화들짝 놀란다. 손전화를 집어던지고 맨발로 논두렁을 걷고 싶어진다.

2012-06-14

진보, 알리바이 담론은 집어치워라

  • 민주주의를 싫어하는 사람들조차 민주주의를 직접 공격하진 못한다. 대신 그들은 정치와 정당, 정치가를 욕하고 비난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위력을 무력화시키고자 한다.(17)
  •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정치적이고 인간적인 차원의 매력을 갖는 데 소홀하다면 그것은 진보의 독선은 될지언정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인간적으로 친화성을 넓히는 데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25)
  •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오늘날 한국 정치가 안고 있는 비극성의 기원은, 제대로 된 정치가의 부재에 있지, 정치가의 힘든 처지를 이해 못하는 시민에게 있는 것 같지는 않다.(43)
  • 타협이 없는 사회는 전체주의 사회이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를 한 단어로 정의해야 한다면 그 단어는 "타협"일 것이다.(60)
  • 분노와 열정이 인간을 행동하게 하는 가장 근복적인 에너지라 할지라도, 그래도 뭔가 가치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으려면 이성과 합리성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65)
  • 이념도 정치도 운동도 아이들이 웃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67)
  • 민주주의가 사회적 합의에 가까운 지지를 받게 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이르러서다. 다시 말해 파시즘과 나치즘 그리고 뒤이은 세계대전의 비극적 경험을 거치고 나서야 "좌파는 혁명을 포기하고 우파는 착취를 포기하는 길"을 받아들였고 그 위에서 민주주의가 비로소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92)
  • 정당을 통해 갈등의 수를 줄이되 갈등의 규모는 사회화 해서, 가장 바람직한 공익이 뭔지를 정당들이 서로 대표하게 하고, 그렇게 형성된 두 개 내지 세 개 정도의 대안이 선거에서 경합하게 하는 것, 그것이 좋은 민주주의의 조건이라는 말이다.(104)
  • 문제는 깨어나지 못한 시민이 아니라 이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치 세력에 있다는 생각의 전환은 왜 어려운 것일까. 그런 전환을 억압하면서 시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알리바이 담론은 언제쯤 사라지게 될까.(110)
  • 민주주의는 큰 변화를 잘 허용하지 않으며, 그 자체로 매우 강고한 제도적 정당화의 원리를 갖는다.(117)
  • 민주주의 사회가 존속할 수 있는 이유는 수많은 잠재된 갈등들에 대해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관리하기 때문이다.(121)
  •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의 진보정치가 겪은 진통이 우리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서유럽 좌파가 1백 년 전에 경험한 것을 지금 우리가 형태만 달리 해서 반복하고 있다.(129)
  • 민주주의가 아니라면 몰라도 일단 민주정치에 참여하겠다고 하면 진보의 이론은 정치적 실천의 적극성을 가능케 해야 하고, 연합을 하는 것도 적극적 실천을 위한 선택이어야 하지 그 자체로 끝나면 안 된다.(137)
  • 진보가 싸워야 할 대상은 보수만이 아니다. 오히려 반민주적 좌파 내지 혁명적 좌파와의 싸움이 더 힘들고, 이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민주주의하에서 진보는 성장, 집권하기 어렵다.(141)
  • 우리 사회처럼 도덕성이 강조되는 정치도 없지만 한국 정치가 도덕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은, 한국의 정치가 부도덕하기 때문이 아니라 도덕성을 따지는 동안 실제 개선해야 할 정치의 현실을 놓쳐 버리고 결과적으로 부도덕한 정치 현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143)
  • 이념이 정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당이 이념을 만든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겠다.(148)
  • 통치의 정치학을 진보가 발전시키지 않은 채, 저항의 정치학만 고수한다면 끊임없이 제기될 이슈들과 요구들 사이에서 분열만 게속하게 될 것이다.(169)
  • 인간적 삶을 풍부하고 의미 있게 살기 위해 진보적이어야 하고, 민주주의의 정치적 내용이 가난한 서민들에게도 공정하게 실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진보적이어야 하지, 거꾸로 진보적인 것에 정치적이고 인간적인 가치를 종속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172)
  • 진보의 열정이 정치적 이성과 만나고 그것이 좀 더 넓고 풍부한 인간적인 기초 위에서 성장해 갈 때 진보 정치는 매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174)
  • 투표 불참자의 수는 결국 그들이 "기대하는 대안이 억압된 크기"를 말해 준다고 보았다.(203)
  • 박근혜는 이명박보다 못하고, 더 위험할 수 있다.(208)
정치의 발견/박상훈/폴리테이아 20110124 216쪽 11000원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로 있는 저자가 정치가 심상정 씨가 원장으로 있는 '정치바로 아카데미'에서 2010년 11월부터 5회에 걸쳐 이루어진 강의를 엮은 책이다. '진보파에게 말 걸기'라는 형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과 비교하며 읽으면 따끔한 충고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진보가 싸워야 할 대상은 보수뿐만 아니라 반민주적 좌파와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면 집권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우리나라 진보는 왜 그 모양이냐는 지적에 대한 답도 알려 준다. 우리나라가 얻은 민주주의가 속성이었다면 진보 좌파는 서유럽 좌파가 1백 년 전에 경험한 것을 방금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보적인 것에 인간적인 가치를 종속시키며 분열과 실패의 책임을 시민에게 전가하는 알리바이 담론(변명)을 거두고 진보 정치의 매력을 키우라며 일침을 가한다.

투표 불참자의 수가 그들이 기대하는 대안이 억압된 크기라고 한다면 1987년 민주화 이후 계속 떨어지는 투표율은 보수 양당제를 대체할 진보 정치를 갈망하는 것은 아닐까? 진보 정치가 선택의 대안이 되려는 성장과 변화의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물론 현실체제를 쉽게 인정하고 있지 않느냐는 반문에 가치를 앞세워 스스로 고립화되지 말라는 경고를 한다.

"우리가 한 2년쯤 지나 다시 만나서 같은 주제로 이야기하게 된다면, 그때 우리는 지금보다 더 지혜롭고 행복한 삶을 말하게 될 것인가?" 책의 말미에 던지는 질문이다. 아마도 대선을 염두에 두면서 한 말이 아닐까 맘대로 추측해 본다. "박근혜는 이명박보다 더 못하고,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현실화되는 것 같아 두렵고 답답하다.

2012-06-11

강수진의 발과 말

십대 때는 좋아서 했고, 이십대 때는 무조건 열심히 했고, 삼십대 때는 내가 뭘 하는지 알고 춤을 추었다. 사십대가 된 지금은 비로소 무대 위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 은퇴, 언젠가는 하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20120609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발레리나 강수진의 말)

예전에 사진으로 접한 강수진의 발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백조의 호수처럼 우아한 발레리나가 그리도 흉측한 발일 줄 몰랐습니다. 그 놀라움은 어떻게 세계적인 발레리나가 됐는지를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선천적 조건에 약간의 운이 따르면 누구나 그렇게 됐을 거라는 시기 섞인 꼴통적 선입관이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런 발만큼 의미 있는 말을 들려줍니다. 사십대가 된 지금은 즐기며 발레를 하고 있고, 오늘 열심히 살고 열심히 연습하면 내일 좋은 결과가 나오게 돼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젠가는 은퇴를 하겠지만 오늘이나 내일은 아니랍니다.

삼년 배운 걸 삼십년 동안 열 번 써먹으려는 얄팍한 전문가 놈상을 작심삼일이라도 하게 만듭니다.

2012-05-01

樂書 트윗소설

트윗정치소설 <소셜비서관>
국회의원 대신 페북과 트위터에 소설을 쓰다 필화에 얽히면 독박쓰고 바로 잘려나가는 SNS(소설은 내가 썼소)형 비서가 유행이다.

나꼼수 헌정 트윗잡놈소설 <나도 마초다>
질문하려고 손을 든 남자사람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남자가 무슨 '질문'이 있어!

트윗공포소설 <보수청년, 이것이 문제다>
대놓고 전두환이 좋다는 청년은 없었다. 그 청년이 세월이 지나 변절했다손 치더라도 어떻게 대놓고 가카가 좋다는 청년이 있느냐는 거다.

트윗반전소설 <투표함>
설마 투표함을 바꿔치기 하겠어!

트윗실존소설 <아, 대한민국>
조중동 군소언론은 소설을 쓰고, 공중파 뉴스는 멧돼지 소식을 보여주는 나라가 있다고 하더이다.

트윗종교소설 <사찰을 사랑한 장로>
주일엔 교회에 나가 기도하지만 평일엔 불법에 심취한 어느 장로의 이중적 종교생활은 끝내 무상급식이 답이라는 깨달음에 이른다. 쇠창살 사이로 십자가는 빛나고.

트윗정당소설 <민주적 공천>
열린우리당 시절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려고 했던 의원들이 있었네. 참여정부에서 한미FTA를 반대했던 의원들이 있었네. 민주통합당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뺑뺑이 돈 이들이 있었네. 알고 보니 다 같은 사람들이었네.

트윗역사소설 <국민학교>
불과 이년 전에 무상급식을 말하면 빨갱이라고 했죠. 삼십년 전엔 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교육은 휴전선 이북에서 하는 몰인간적인 제도라고 배웠답니다.

트윗대하소설 <짝퉁보수의 기원>
모든 혼돈은 돈봉투 돌리는 친일파 후손이 보수라고 외치며 시작됐다. 그리하여 진짜 보수는 회색인이 되었고, 진보는 빨갛게 칠해졌다. 1910년 이후 친일파는 한 세기 동안 득세하고 있다.

트윗낭만소설 <2012 꿈>
이정희 의원이 서울광장에 나타나자 경찰청장이 버선발로 달려나오느라 혀가 턱밑까지 내려왔다.

2012-04-29

樂書 믿거나말거나

칼잡이
천하에서 회를 젤 잘 뜨는 칼잡이는 물고기가 어항 속에서 헤엄치는 채로 회를 뜬답니다. 물고기는 젓가락으로 제 몸이 한 점 한 점 다 사라질 때까지 헤엄을 치고 다닌답니다.

삼선짬뽕
초재선 의원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삼선짬뽕이랍니다.

삼총사
소설 <삼총사>는 주인공 달타냥과 삼총사가 의기투합해서 칼싸움하는 내용이죠. 그래서 처음 우리말로 번역한 소설 제목은 <삼총4>였답니다.

바벨탑
人 rén man 발음이 비스무리하죠. 바벨탑이 존재했다는 증거랍니다. 분이 풀리지 않았던 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같은 나라 언어로도 소통이 안 되게 만들었답니다.

카우보이
서부개척시대 카우보이들 가운데 자살한 총잡이가 한 명도 없었다죠. 과녁은커녕 자기 머리도 맞추지 못할 정도로 총질하는 실력이 꽝이었답니다.

결론
7분 만에 내린 결론이나 7일 만에 내린 결론은 같답니다.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가 세종을 찾아와 이름을 지어달라고 하자 밀본 때문에 골치 아픈 세종은 '아무렇게나' 지으라고 했죠. 그 뒤 신대륙으로 돌아간 콜럼버스에 의해 아메리카로 불리고 있죠.

나바론 요새
가슴이 작은 여자에게 '나바론의 건포도'라고 하는 건 실제로 수직에 가까운 해안절벽에 있던 나바론 요새에서 유래했답니다.

스님
스님이라는 말은 일제강점기에 중학교가 생기며 까까머리에게 '너 몇 학년이냐'라는 물음에 '중2요'라는 대답이 만연하면서 중학생과 구분하기 위해 만든 승려님에서 유래한답니다.

본드
세계 본드 시장은 오공본드와 제임스본드가 동서양을 양분하고 있답니다.

레이디 퍼스트
레이디 퍼스트는 알 카포네가 차에 폭탄을 숨겨놓고 설치던 시절, 차에 폭탄이 설치됐는지 몰라 불안한 남성들이 차 문을 열어주며 여성에게 먼저 타라는 뜻으로 한 말에서 유래한답니다.

지프 라이터
노르망디에 상륙한 아이젠하워가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 지프차에서 담뱃불을 붙이려고 라이터를 켰는데 꺼지지 않았다고 해서 지프 라이터라고 불리게 됐답니다.

배꼽
아담과 이브는 배꼽이 없다죠.

빙하기
빙하기에 맘모스만 사라진 게 아니죠. 밤하늘에 별도 얼어서 깨져버렸다죠. 그래도 인간은 악착같이 살아 남았죠. 그 뒤로 별 볼 일 없다는 말이 생겼답니다.

헤드라이트
맨 처음 만든 자동차는 헤드라이트가 가운데 하나였다죠. 그런데 밤에 보면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착각해서 충돌사고가 자주 일어났답니다. 그래서 차폭에 맞도록 양 끝에 두 개씩을 달게 됐답니다.

맨홀
최초로 만든 맨홀 뚜껑은 삼각형이었다죠. 여닫을 때마다 구멍에 떨어뜨리는 일이 잦아 사각형으로 바꿨죠. 그래도 마찬가지여서 오각형, 육각형, 팔각형으로 진화를 거듭해오다 오늘날 원형 모습이 됐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옛날 12월 말이 되면 집집마다 쇠경달라며 떼를 쓰는 하인들에게 "미리 그러지 마쇼"라며 달래는 모습을 본 밀입국 선교사가 조선의 연중행사인 줄 알고 돌아가 퍼뜨린 게 "메리 크리스마스"랍니다.

2012-04-27

가카, 원조 대통령을 꿈꾸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첫해인 2008년을 대한민국 선진화의 원년으로 선포합니다."

2008년에 한 가카 취임사 중 한 부분입니다. 선진화 원년 선포에 이어서 선언을 합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결실을 소중하게 가꾸고, 각자가 스스로 자기 몫을 다하며, 공공의 복리를 위해 협력하는 사회, 풍요와 배려와 품격이 넘치는 나라를 향한 장엄한 출발을 선언합니다." 이어지는 취임사는 "우리의 시대적 과제, 대한민국 선진화를 향한 대전진이 시작되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새로운 신화를 향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갑시다. 저, 이명박이 앞장서겠"다며 끝을 맺습니다.

역대 대통령 취임사를 살펴보았지만 감히 임기 첫날 대놓고 원년을 선포한다는 문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지난 대통령들은 청와대에서 밥이라도 몇 끼 먹고 나서 선포와 선언을 했는데 말이죠.

그동안 가카의 행실을  겪어 보니 4년 전 취임사는 이런 뜻이었다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한마디로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사기를 치는 원조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60년을 시작하는 첫해인 2008년을 대한민국 민영화의 원년으로 선포합니다. 친일과 친미의 결실을 소중하게 가꾸고, 니들은 스스로 미국소나 처먹고, 재벌의 복리를 위해 협력하는 정부, 부정축재와 묻지마 사찰과 반띵이 넘치는 나를 향한 장엄한 출발을 선언합니다. 우리 집안의 시대적 과제, 대한민국 민영화를 향한 사기극이 시작되었습니다. 4대강의 삽질을 넘어 한 번도 없었던 새로운 사기를 향해 저 이명박이 앞장서겠습니다.

2012-04-26

가위바위보, 대한민국을 비웃다

가위바위보는 중국 양권마라는 놀이가 일본 에도시대에 가고시마로 전해졌고, 발음이 '장껭뽕'으로 굳어지며 놀이 양식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이 장껭뽕이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전해져 가위바위보 형태로 바뀌고 놀이가 되었다네요.

가위바위보는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라서 절대 강자 없이 견제와 균형을 이루니 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로 심판을 두지 않아도 명명백백하게 승부가 가려져 꼼수를 써서 상대방의 눈을 속이려는 비겁한 행동도 하지 못하죠. 가위바위보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간편하고 공평하게 승부를 낼 수 있는 놀이 가운데 으뜸이 아닐까 합니다.

가위바위보는 민주주의 역사다

가위바위보는 민주주의와 닮았습니다. 알다시피 민주주의 기본 원리는 삼권분립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삼권분립 보편화에 대한 투쟁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회에 입법권을, 행정권은 정부,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 권력을 세 기관으로 나눠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룸으로써 집중과 남용을 방지하라는 뜻이겠죠.

불행하게도 우리는 삼권분립이 그저 책에나 쓰여있는 먼 나라 이야기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른바 한국적 민주주의라 부르며 주먹이 언제나 승리하는 기이한 가위바위보 놀이를 계속해 왔습니다. 승부를 내면서까지 주고받을 것도 별로 없었고,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한가하게 가위바위보를 할 새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경제가 압축성장하는 동안 성숙해진 시민의식은 드러내지 못하도록 억압을 받았습니다. 행동하는 소수는 잠자려는 의식을 끊임없이 일깨우는 투쟁을 했고, 덕분에 억눌리며 잠재됐던 시민의식은 일순간 폭발을 했습니다. 공정한 가위바위보를 하자고 방방곡곡에서 봉기하기에 이르렀고, 급기야 무소불위를 휘두르던 주먹은 굴복하였습니다. 1987년 6월 혁명이 그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꼼수 쓰는 걸 용납하지 않으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불과 이십오 년 전 일입니다.

우리들의 가위바위보

인간의 욕망을 나타내는 말이 수도 없이 많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에는 돈과 권력 그리고 명예로 귀결됩니다. 재벌, 대통령, 박사는 이런 속성을 아주 고급스럽게 포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성인이라 부르는 이들만 겨우 이 속성에서 예외일 정도죠.

권력자는 돈을 탐하여 부정축재를 했고, 명예를 강탈하여 위정자가 됐습니다. 돈은 권력과 야합하며 정경유착을 하였고 명예를 사는 천민자본이 됐습니다. 명예는 권력에 아부하여 어용이 됐고, 돈과 결탁하여 사이비가 됐습니다. 이것이 지난 우리들의 과거였습니다.

6월 혁명 이후 돈, 권력, 명예라는 욕망도 가위바위보처럼 견제와 균형을 하도록 묵시적 합의를 했습니다. 품위 있는 공생을 실현하도록 급속한 변화를 강권했습니다. 그렇게 민주화 시대는 시작했습니다.

다시 출현한 주먹

살인마 전두환 일당이 법정에 서고, 위장전입한 장관 후보가 낙마하는 걸 지켜봤습니다. 휠체어에 앉아 법정에 출두하는 재벌도 있었고, 허위학력으로 손가락질을 받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흡족하지는 않지만 점점 가위바위보가 공정해져 갔습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 출현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은 한국적 민주주의와 정의사회구현으로 포장됐던 암울한 시절로 냅다 역주행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구세대에겐 혹독한 보충수업의 기회를, 신세대에겐 불행한 역사체험의 장을 마련하며 더는 내려갈 바닥이 없게 아주 깊이깊이 삽질을 했습니다.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세금탈루라는 3종 세트는 장관이 갖출 기본 덕목으로 만들었습니다. 가카의 거짓말을 100개로 줄여야 하는 고통이 더 컸다는 책까지 나왔습니다. 천안함 의혹에 이어 투표함 의혹까지 있습니다. 지난 정권이 저지른 패악에서 엑기스만 모아서 부활한 좀비가 주먹을 내며 놀이판을 깨트렸습니다. 우리가 내민 손을 굽어보며 가위바위보가 비웃고 있습니다. 억수로 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다면서요.

가위바위보는 최소한의 염치

지난 4.11 총선 결과를 보며 멘붕상태에 빠졌었습니다. 선거 때마다 절묘한 선택을 했던 국민의 수준이 현저하게 낮은 국회의원의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박사 위에 복사라는 새로운 학위가 생겼고, 패륜적인 성추행범이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친일파를 뿌리로 둔 개차반 같은 정당이 의석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사기 치고 윽박지르다 못해 몰래 뒷조사까지 해서 겁박하는 BH 좀비랑 4년을 지내다 보니 웬만한 비리엔 놀라지도 않는 내성이 생겼나 싶습니다. 우리 수준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건 오로지 가카께서 삽질한 나락에 빠져서 그렇게 됐다는 변명은 거시기 합니다.

아쉽게도 올해 우리에게 온 두 번의 기회 중 하나가 지나갔습니다. 4.11 총선을 쓸개처럼 씹으며 뼈아픈 실수를 잊지 말고 다시 한 번 투표근을 단련하렵니다. 12월에 있을 선택은 6월 혁명 이후 가장 중요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네 타는 좀비2로 말미암아 바닥에서 굳히기를 하면 안 되기 때문이죠. 다가오는 18대 대통령 선거일은 공교롭게도 오 년 전과 같은 12월 19일입니다. 이것은 오 년 전과 같은 실수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말라는 엄중한 계시입니다.

다음 세대가 즐겁게 가위바위보를 하는 세상을 물려주는 것. 현존하는 우리가 가진 최소한의 염치입니다.

2012-04-17

에피메니데스의 역설

1.
<그 명제는 거짓이다>라는 명제는 그 자체로 에피메니데스의 역설을 구성한다. 어떤 명제가 거짓인가? 그 명제다. 그 명제가 거짓이라면, <그 명제는 거짓이다>라는 명제는 참이 된다. 고로 그 명제는 거짓이 아니다. 그러므로 거짓이다. 고로 참이다. 그러므로 거짓이다. 이 순환은 끝없이 되풀이된다.
-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베르나르 베르베르

2.
에피메니데스의 역설에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는 친일파가 보입니다. <그 명제는 거짓이다>에서 '명제'를 '새누리당' '짝퉁보수' '조중동'으로 바꿔 보세요. <그 새누리당은 거짓이다> <그 짝퉁보수는 거짓이다> <그 조중동은 거짓이다>가 되고 참과 거짓이 되풀이되니까요.

이런 순환은 그 명제를 거짓으로 알다가 선거 때만 되면 참으로 인식하는 국민적 오류에서 시작합니다. 오류가 극명하게 나타난 것이 이번 4.11 총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4년이 거짓의 연속이라는 걸 알면서도 빨간색으로 갈아입으며 새누리당이라고 우기는 코스프레에 넘어가 참이라며 손을 들어줬으니까요.

정치인의 수준이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라지요. 적어도 이 말은 가카 이전에는 맞는 말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시대를 한 세대 뒤로 후퇴시켰고, 가증스럽게도 국민의 수준은 한 세기 이전으로 되돌려 놨습니다. 그리하여 정치를 아예 입에 풀칠하기 바쁜 궁민(窮民)의 수준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렇지 않고는 4.11 총선 결과를 보며 멘붕된 상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답니다.

그렇다면 에피메니데스 역설을 끊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투표근만 단련하는 육체적 운동만으로는 힘듭니다. 명제를 판단하지 말고 명제 자체로 받아들이는 정신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머리로 생각합시다. 모든 뉴스는 편집된 것1이라고. 요래 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다시 친일파 코스프레를 보며 참과 거짓을 되풀이하는 악순환을 대물림할지도 모릅니다.

1. 인터넷신문 프로메테우스의 모토 "당신 머리로 생각하라! 모든 뉴스는 편집된 것이다"

2012-03-25

검정고시

검정고시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시험이다. 그것밖에 우리나라에서 쓸만한 시험이 없다. 검정고시는 떨어트리기 위해서 보는 시험이 아니라 붙이기 위해서 보는 시험이다. 이런 시험이 많았으면 좋겠다. (20120324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농사짓는 철학자 윤구병 선생 말씀)

누구나 실천하기 어렵지만 누군가 실천하고 있는 화두.

2012-03-06

빠리의 택시운전사가 말하는 진보좌파

(진보좌파는) 인간이 자유롭고 존엄한 존재라면 기본적으로 몸이 거하는 곳마다 존엄성을 누려야 한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인간이 겪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하게 되고 인간성을 축소시킨다. 즉 인간이 전일적 인간이 아닌 경제 동물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것을 벗어나려면 불안을 없애고 불안을 덜어주는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보편복지에 대한 논의는 이런 사회 환경 조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더 나아가 우리는 주체화를 모색해야 한다. 몸이 거하는 곳마다 자유롭다는 의미는 인간이 주체가 된다는 뜻이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배움터에서 스스로를 주체로 만드는 것, 이것이 민주주의의 성숙이며 진보좌파 정치가 지향할 바다.

거기에 덧붙여 녹색의 가치 실현이 있다. 그 동안 좌파는 자본주의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권리가 억압받는 것이 올바르지 않다고 얘기해왔다. 여기에 녹색의 가치가 뜻하는 것은 이런 자본주의적 생산방식이 이제는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런 것이 후쿠시마 사태로 확인되고 있다. 즉 지금의 방식이 올바르지 않다는 좌파의 목소리와 가능하지도 않다는 녹색의 목소리가 내적 일치를 이루어야 한다. 두 요구가 단순한 보완이 아니라 내적 일치를 이루는 것이 앞으로 진보좌파의 핵심 과제다.

좌파가 인간에 대한 인간의 착취에 주목했다면, 자연에 대한 인간의 착취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것이 내적 일치의 배경이다. 패러다임을 전환시켜야 한다. 지금까지는 '소유의 시대'였고 진보도 성장주의에 매몰되어 왔다. 해방의 원천이 소유에 있다고 믿어서 좌파도 성장을 목표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관계의 시대'로 전환되어야 한다. 관계의 시대에는 성장이 아니라 성숙이 목표다. 자연을 존중하는 정신자세는 다른 인간과의 관계도 재설정하게 해준다.

노동자들도 생태문제에 더 주체적인 안목을 가져야 하고, 자식들에게 어떤 생태적 사회를 물려줄까 하는 전망을 가져야 한다. 지금의 노동자 서민들이 겪는 문제와 생태 문제를 대중정당이라면 접목시킬 수 있어야 한다. 생태 문제에 올인하려 해도, 노동자들의 지금 겪는 고통과 불행을 극복하는 일과 맞물릴 때 대중적 동력이 생길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좌파의 가치와 녹색의 가치가 내적 일치를 이루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앞서 말한 것이다.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가 진보 신문 프로메테우스와 한 인터뷰를 옮겨 짜집기한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살며 곤드레밥을 찾아다니는 우리는 정작 보리고개 시절 콩 한쪽을 나눠 먹던 정을 그리워하는 좌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012-02-22

두 타이어 가게 이야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보령에 갈 때마다 붙어 있는 두 타이어 가게를 보며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 가게는 '타이어 전국에서 제일 싼 집'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붙어 있고, 그 옆에 딱 그만한 크기로 '옆집보다 1000원 더 싼 집'이라는 간판이 있거든요. 처음에는 어느 집 타이어가 더 싼 지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오가며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혹시 주인이 같지는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멱살잡이를 해도 몇 번은 했을 테니까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을 보면 그 타이어 가게가 생각납니다.

2012-02-14

엿장수 맘대로

1.
연세가 제일 많은 교수가 가르치는 전공과목 시험이 있었습니다. 중요하다고 꼽은 예상문제가 빗나가자 동급생들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중간고사는 그러려니 했는데 기말고사도 책 귀퉁이에 있는 듣보잡 문제가 나오자 모두 낭패를 본 얼굴들이었습니다. 시험이 다 끝나는 날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그 교수를 안주 삼아 씹었습니다.
- 아무개 교수는 시험문제 족보도 없다더라.
- 아니 왜?
- 그 교수가 시험문제를 어떻게 내는지 알아. 두꺼운 전공책을 앞에 놓고 먼 산을 한참 바라보다 책장을 들춰서 처음 눈에 띄는 걸 문제로 낸다더라. 그렇게 한 삽십분 동안 서너 문제를 낸대. 그러니 족보가 없지.
- 그럼 엿장수 맘대로 문제를 내는 거였어.
그 말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모두 배꼽이 빠지도록 웃었습니다. 그 후로도 계속된 듣보잡 시험문제는 결국 그 교수를 엿장수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2.
- 엿장수가 이씨네 집 앞에서는 두 번 가위질을 하고 오씨네 집 앞에선 다섯 번 가위질을 했어. 육씨네 집 앞에선 몇 번 가위질을 하는지 알아?
- 여섯 번.
- 틀렸어. 엿장수 맘대로 지.

3.
촛불재판에 개입한 신영철은 대법관 자리에 여전히 앉아 있고, 서기호 판사는 재임용에서 탈락했습니다. 신영철이 법원장 시절에 서기호 판사를 평가하기도 했다는군요. 법관인사위원회는 법대로 심사한다며 엿같이 잘라냈습니다. 법이 늘었다 줄었다 합니다. 법이 엿가락으로 변했습니다.

엿장수는 제 맘대로 가위질을 하지만 엿은 법대로 잘라 줍니다. 법관은 제 맘대로 방망이질을 하지만 법을 엿가락으로 만들었습니다. 사법부 방망이질이 엿장수 가위질만도 못합니다. 성실한 불법권력과 실성한 불량판사가 정을 통하며 엿장수 방망이질을 해댑니다. 화살이 부러져도 쏘고 또 쏴야 하는 이유입니다.

2012-02-12

민주당과 진보당의 차이

민주당은 지금보다 더 나쁘지 않은 세상을 약속한다. 그렇지만 진보당은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을 약속한다. 민주당에는 문제인이 있지만 진보당에는 김진표가 없다. 민주당은 나쁜 놈들과 싸우겠다고 약속하지만 진보당은 나쁜 놈들과 이미 싸우고 있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이명박을 감옥에 보낼 수 있지만 진보당이 집권하면 이명박 같은 놈이 다시는 세상에 나올 수 없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재벌의 횡포가 없는 대한민국에 살 수 있지만 진보당이 집권하면 재벌이 없는 대한민국에 살 수 있다. 민주당이 80석밖에 되지 않아서 한미FTA를 막을 수 없었지만 진보당이 80석을 가졌었더라면 한미FTA는 절대 통과도 될 수 없었다.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정권이 바뀌지만 진보당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세상이 바뀐다. - 통합진보당 편파방송 낭만자객 9회 중

격하게 공감하는 명문입니다.

2012-02-08

딱 4년만 그렇게 하고 다시 와!

1.
십수 년 전, 진급 리포트 발표장. 순서를 기다리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뭐 리포트 발표라곤 하지만 매번 주제만 바뀔 뿐 제출하는 내용은 대동소이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했습니다로 시작해서 저렇게 하겠습니다로 끝나니까요. 일종의 요식행위로도 볼 수 있지요. 고과점수는 좋은데 진급에 떨어졌다면 리포트 발표가 엉성해서 그렇다는 핑계를 대기도 좋고요.

그렇게 앞사람들이 하는 발표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순간, 모욕감이 들 한마디가 들렸습니다.

- 딱 그렇게 일 년만 하고 다시 오게!

막 발표를 끝내고 질문을 기다리던 발표자에게 심사위원 가운데 누군가 던진 한마디였습니다. 발표장이 냉랭해졌습니다. 무거운 침묵은 진행자가 다음 발표자를 소개하며 비로소 깨졌습니다.

후에 들은 사연은 이렇습니다. 평소 주위에서 꼴통으로 찍혔던 그는 이미 몇 차례 진급에 실패했다고 합니다. 모진 말을 한 심사위원은 담당 임원이었고요. 보통 심사위원들은 자기 부하는 감싸주기 마련인데 말이죠. 왜 꼴통으로 찍혔는지는 굳이 묻지를 않았지만 그 사연이 꽤 오래됐다는 감은 잡을 수 있었습니다.

2.
총선을 앞둔 요즘, 무상급식은 빨갱이라며 게거품을 물던 한나라당이 개명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상징색이던 파란색을 버리고 빨간색을 내세우며 새누리당이라고 합니다. 엄동설한인데도 장밋빛 공약이 만발하는 것이 참 가관입니다.

그런데 아둔해서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게 하나 있습니다. 하겠다며 떠벌리지 말고 지금 날치기해서 했다고 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를 않네요.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때 보여준 날치기 솜씨라면 일도 아닌데 말이죠.

'선거 때 무슨 말인들 못하겠냐'는 말은 잊었을 거라며 유권자를 새대가리로 여기는 게 분명해 보입니다. 밥그릇을 엎어놓고 지키겠다는 새누리당에게 한마디 하렵니다.

- 딱 4년만 그렇게 하고 다시 와!

2012-02-04

요즘 유행하는 정의는 무엇일까요?

1.
유행에 의해 매력이 만들어져 가는 것처럼 정의도 또한 유행에 의해 만들어진다. (팡세 309)

2.
요즘 유행하는 정의를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정치인 중 한 사람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꼽겠습니다. 이정희 대표는 일 년의 절반이나 내복을 입는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현장을 찾는다는 뜻이죠. 대표가 돼서도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게 바쁜 일정 속에서도 얼마 전부터는 디제이로 나서 희소식도 전하고 있습니다. 정치인이 아니라면 전문 디제이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참 재주도 많다며 부러워하다가도 신은 불공평하다고 지청구를 하기도 합니다.

요즘 유행은 이정희가 아니라고요? 그럴지도 모르지요. 이정희는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명품이거든요. 가카 손녀딸이 입었던 그런 명품이 아니라 곁에 있으며 아주 요긴하게 쓰이는 손때 묻은 진짜 명품 말이죠. 요사이 야권연대와 당내 사정으로 맘고생이 심한 것 같습니다. 강건하게 헤쳐나가길 바랍니다. 이정희에 의해 정치가 좋아지는 것처럼 정의도 또한 이정희에 의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2012-01-25

연희동 신드롬

1.
<취재중인 기자를 뒷수갑 채워 연행하는 나라> 저는 독재자 전두환씨에게 사과와 면담을 요구하던 80년 고문피해자 김용필씨를 현장 인터뷰하고 있었습니다. (@leesanghoC)

2.
5.17 쿠데타를 주도한 전두환 일당(이하 전대갈)은 1980년 5월 18일부터 5월 27일까지 광주민주화운동을 무자비하게 진압합니다. 그 뒤 대통령 자리를 찬탈하고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만들어 퇴임합니다. 1996년 반란수괴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전 재산이 29만 원뿐이라며 버티고 있습니다. 미납액은 1,629억 원에 달합니다. 전대갈이 사는 연희동 사저는 2003년 강제경매가 개시됐지만 그 해 12월 처남이 사들여 소유권이 넘어갔고, 전대갈 마누라인 이순자 소유 건물은 지금도 저당 없이 남아 있습니다. 추징금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전대갈 경호비용으로 국고에서 연평균 8억 원의 혈세가 들어가고 있습니다.

명의만 처남집인 전대갈 사저를 지키는 경찰은 처음에는 기자를 두려워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전두환에게 동화되어 기자를 적대시하기 시작합니다. 이명박 신드롬이 유행하기 시작하자 전대갈을 고마워하며 온정을 느끼다 결국 기자에게 반감을 품게 됩니다. 연희동 신드롬은 반란수괴범인 전대갈에게 정신적으로 동화되어 오히려 취재하는 기자에게 수갑을 채우는 또라이 정치현상으로 전대갈이 사는 동네 이름에서 유래하고 있습니다. 연희동으로 인사를 가는 정치인과 정초에 세배하러 가는 군상들을 아울러 이르기도 합니다. 매년 열리는 '가카배 골프대회'는 연희동 신드롬의 변태적 오르가슴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시공사에서 나온 책과 리브로와 을지서적에서 책을 산다면 연희동 신드롬 초기 증세입니다.

2012-01-22

정의와 힘

1.
우리는 오래 전부터 참된 정의를 가지고 있지 않다. 만일 가지고 있다면 자기 나라의 풍습을 따르는 것을 정의의 기준으로 삼는 따위의 일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정의를 찾지 못하고 강자(强者)나 그 밖의 것만을 찾아보게 된 것이다. (팡세 297)

올바른 자를 따라가는 것은 바른 일이며, 제일 강한 자를 따라가는 것은 부득이한 일이다. 힘이 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다. 힘이 없는 정의는 반항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는 언제나 악인이 있기 때문이다. 정의를 수반하지 못한 힘은 공격을 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정의와 힘은 함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자를 강하게 만들고, 강한 자를 올바르게 만들어야 한다.

정의는 논의(論議)의 대상이 되기 쉽고, 힘은 인정을 받기는 쉽지만, 좀처럼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은 정의에 힘을 부여하지 못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힘은 정의에 반항하여, <당신은 올바르지 못하다. 나는 올바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올바른 자를 강하게 할 수 없으므로, 강한 자를 정의로 간주했다. (팡세 298)

2.
가끔 아주 가끔 학창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팡세》를 손에 잡곤 합니다. 색이 누렇게 변해 꼬질꼬질한 묵은 종이 내음이 나지만 이따금 아무 페이지나 펼쳐봅니다. 삼성출판사(三省出版社)에서 1977년 6월 1일에 초판이 나왔고, 손에 있는 건 1978년 2월 15일자 10판 발행본이네요. 세계사상전집 가운데 한 권인데 보급특가가 무려(?) 900원짜리입니다.

파스칼은 1623년에 태어나 1662년에 세상을 떠났고, 《팡세》는 파스칼이 죽은 뒤 유족과 친척들이 글을 묶어 1670년에 펴냈다고 합니다. 오늘도 무심코 펼쳤는데 '정의와 힘'에 관한 팡세였습니다. 파스칼이 350여 년 전에 한 생각(Pensées)일 텐데 지금 우리가 하는 고민을 대신하며 처방하는 것 같아 흠칫했답니다.

강자만 따라가므로 정의를 찾지 못했다는 원인과 그 해결책으로 정의와 힘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읽혔습니다. 물론 파스칼이 400년을 살아있다고 해도 여전히 풀기 어려운 일이겠지요. 정의가 힘을 얻으며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말은 했을 것 같습니다.

올바른 자를 강하게 만드는 것과 강한 자를 올바르게 만드는 것 가운데 어느 것이 빠르고 쉬운 길인지는 결정하기 어렵겠지요. 다만, 우리 현대사와 요즘 형편으로 보면 올바른 자를 조금만 더 강하게 만드는 것이 빠른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오는 4.11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이 국회로 아주 많이 진출하도록 힘을 모아 주는 것처럼요. 단두대 없이 어물쩍 지나간 4월혁명과 6월혁명에 대한 후회를 한 방에 해소하는 첫단추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오늘을 사는 꼴통들이 한 최초로 의미 있는 반성이기도 하고요.

이 세상에 언제나 악인이 있다는 건 참된 정의도 분명히 있다는 방증이겠지요. 정의가 아직 힘을 얻지 못했을 뿐이고 당신이 그 힘이라고 파스칼이 말하고 있습니다.

2012-01-18

물가 1% 상승의 의미

요즘 즐겨듣는 팟캐스트가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공부방입니다. 제 맘대로 팟캐스트 3대 방송을 꼽자면 시사오락부문 나꼼수, 정치부문 이정희의 희소식 그리고 공부방입니다. 공부방은 김광수경제연구소가 직접 시민을 찾아가 경제문제를 알기 쉽게 얘기해줍니다.

지난 1월 10일 올라온 "물가정책 이렇게 해야 한다"는 물가상승 의미를 리히터 지진규모에 비교하고 있습니다. 물가 1%가 오를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이 진도 1이 올라갈 때마다 나타나는 피해와 아주 닮았다고 합니다. 물가 1%가 오르면 리히터 규모(Richter Scale) 1이 올라가는 것과 같고, 우리가 느끼는 세기가 10배씩 증가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리히터 규모를 찾아봤습니다.


오!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리히터 규모-강연에서 예를 든 분류는 표와 다릅니다-를 물가로 바꿔도 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물가지수를 개편하는 꼼수를 피웠나 봅니다. 물가지수를 개편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4.0%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떠벌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뭐합니까? 실제 실업자수와 실업률 통계가 맞지 않는 것처럼 공중전화 통화료나 금반지를 뺀다고 체감하는 물가를 낮출 수는 없겠지요. 대다수가 느끼는 물가는 이미 모데라토를 넘었고, 일부는 스트롱 단계라 쑥대밭이 됐습니다.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자 뼈속까지 가혹한 현실은 대통령 꼴통지수가 10.0+를 기록할지도 모른다는 것이겠죠.

여건이 된다면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공부방을 꼭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2011년 9월 2일자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처음 듣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그 뒤로 열성팬이 됐답니다.

2012-01-05

누구를 버스에 태워야 할까요?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도약시킨 리더들은 새로운 비전과 전략부터 짤 거라고 우리는 예상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들은 먼저 적합한 사람을 버스에 태우고 부적합한 사람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며 적임자를 적합한 자리에 앉히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야 버스를 어디로 몰고 갈지 생각했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옛 격언은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 적합한 사람이 중요하다. -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짐 콜린스

회사를 정치로 리더를 유권자로 바꿔도 기막히게 들어맞는 말입니다. 요즘 쇄신, 통합, 연대가 풍년이라 더 그런가 봅니다.

좋은 정치를 위대한 정치로 도약시킨 유권자들은 새로운 인물과 정당부터 선택할 거라고 우리는 예상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들은 먼저 적합한 정치인을 버스에 태우고 부적합한 정치인을 버스에서 내리게 하며 적임자를 적합한 자리에 앉히는 일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야 버스를 어디로 몰고 갈지 생각했다. "정치하는 놈은 그놈이 그놈"이라는 옛 격언은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 적합한 정치인이 중요하다.

1%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지 않는 건 특권을 빼앗길 위험이 없는 법과 제도가 이미 견고하다는 방증일 겁니다. 재벌은 풀어주고 없는 놈은 괘씸죄까지 얹어 판결하는 부러진 화살을 부지기수로 목격하고 있습니다. 검은 머리 미국놈과 토건세력이 여전히 판을 치고 있습니다. 장로 대통령은 사랑이라곤 쥐꼬리만큼도 보여주질 않습니다.

현명한 유권자는 태어나지 않습니다. 다만 만들어질 뿐이죠. 누구를 버스에 태워야 할까요?

2012-01-04

정치토정비결

올해의 운세는 성공하기가 가장 좋은 수이니 기회를 놓치지 말고 매진하는 것이 좋다. 쥐새끼가 기어코 고추가루를 뿌리게 되니 미리 잡아라. 정치가 마음먹은 바대로 되어 주질 않으니 심신이 산란하고 고단하기만 하다. 공연히 검은 머리 미국놈 감언이설에 속아 작은 이익을 탐하여 일을 그르치지 마라. 큰 선거가 서쪽에서 먼저 있을 것이니 지켜볼 것이다. 근래 미국과 한국 정부는 엇박자였으니 11월에 치르는 미국 대선 결과에 주목해라. 만약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면 그네에서 형광등이 빛날지도 모른다. 조심해야 한다. 올해는 무조건 1번은 피하고 통합이 싸우면 묻지 말고 민주를 버리고 진보시켜라. 손에 손잡고 네 가족과 이웃이 함께 닥치고 투표해야 2012년을 점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