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28

로또

너무 이른 일요일 저녁
낙엽 사이 흘린 기억 주워 담다
당신 몰래 로또를 샀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차차 밝혀지겠지만
아무렴 어때요
설레임과 상상이 들끓는
한 주가 될 테니까요
내 인생의 로또
당신처럼

2010-11-24

나를 대신해 앓고 있는 소설가, 김이설

ⓒ문학과지성사
마지막으로 소설을 언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읽긴 읽었는데 내용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오백 쪽이 넘는 서양 소설을 읽었던 것도 같고, 매미 소리가 극성을 부릴 때 썩 괜찮은 추리소설을 읽으며 지냈던 것도 같습니다. 책장을 덮는 동시에 모두 휘발되어 지금은 남아 있지를 않던가, 요즘 자꾸 뭘 잊어먹는 횟수가 늘어나서 그럴지도 모르고요.

여성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 자체가 편향된 시각이겠지만, 립싱크 같은 소설을 양산하며 여성작가라는 명함을 내미는 이들이 곧잘 눈에 띕니다. 호불호는 개인의 취향이지만 화려한 표지로 서점 진열장을 장식하고 있는 소설을 잠깐이라도 들춰보다 휘발성 소설만도 못할 때가 잦아 이내 내려놓곤 합니다.

지난 오월, 뜻밖의 선물로 소설집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을 받았습니다. 뭐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책장을 펼쳤습니다.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열세 살」을 비롯해 그동안 발표한 여덟 편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을 덮을 때쯤 예리한 면도칼에 베인 상처에 소금이 닿은 것 같은 아픔을 느꼈습니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잔인하게 말하고 있었던 거지요. 누구나 해봤음직하거나 목격했음직한 것들이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아 만신창이가 된 주인공들이 울고 있었습니다. 어떤 주인공은 아픔마저 생활이 돼버려 책장을 넘기는 이만 안타깝고 죄스럽게 만들곤 했습니다.

아웃사이더나 하류인생 보다 못 한 더럽고 기구한 밑바닥 '여자'의 삶을 연민은 한 방울도 남지 않게 꼭 짜버리고 덤덤하다 못해 아주 매몰차게 전하는 소설가의 섬뜩함을 느꼈습니다. "문득, 소설 속 인물들의 운명에 대해서 생각했다. 비로소 그들에게 미안하다. 그들을 위해 오늘 밤도 깨어 소설을 쓴다."는 김이설을 그렇게 만나게 됐습니다.

김이설이 말하는 소설 속 인물들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더 호되게 앓는' 여자에 관한 긴 소설 『나쁜 피』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전히 차가웠습니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에 나오는 여덟 편의 삶을 적분한 소설이 『나쁜 피』였고, 『나쁜 피』를 미분한 이야기가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남자에게는 그저 평범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가족, 행복, 불행, 폭력, 운명, 힘, 고통, 죄스러움과 침묵을 능수능란하게 미분과 적분을 하며 역설적으로 풀어놓습니다. 커다란 목소리로 교훈을 말하거나 이 길로 가야 한다며 잡아끌지도 않습니다.

"소설도 같다. 내가 만든 인물들이 당신을 대신해 앓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에 '부끄러워 죄송하다'고 대표로 말하는 김이설을 만나게 됩니다.

'김이설은 소설 쓰는 사람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습작하면서 남들과 다른 이야기(이설·異說)를 쓰겠다는 생각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요즘 글발이 좋다는 소식을 엿봤습니다. '간만에 문장이 풀려 아침부터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소설가 김이설을 상상합니다. 나를 대신해 앓고 있는 또 다른 주인공들을 만나 부끄러워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 인용문은 모두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과 『나쁜 피』 작가의 말입니다.

2010-11-23

대화


고기 많이 잡혀요?
글쎄요. 안 잡히면 그만이죠, 뭐.
갈대가 죄다 쓰러져 있는 걸 보니 비가 많이 내렸었나 봐요?
추석 전에 엄청 내렸어요. 지금 개울은 그때 모습이 아니에요.
물이 참 맑은데 가재는 없나요?
많았는데 여름에 놀러 온 도회지 사람들이 죄다 잡아갔어요. 겨울 되면 다시 나타나요.

2010-11-22

한국은 미국의 종말을 쫓고 있는가

  • 15년 전, 세계는 양극 체제에서 일글 체제로 바뀌었다. (...) 지금은 미국이 무너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1985년에도 소련이 무너진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처럼 보였다. (25)
  • 소련의 무계급사회에 맞서 미국이 뒤늦게 어설프게 내놓은 것이 중산층사회라는 신화였다. (60)
  • 미국은 세 방향에서 거위를 공격하고 있다. 하나는 지적재산권법 시행을 통해서, 하나는 컴퓨터 보안 분야에서 툭하면 범법자로 몰아가는 작업을 통해서, 마지막 하나는 엉망이 된 나라의 심벌이 되어버린 이른바 소프트웨어라는 사기성이 농후한 영속화를 통해 공격이 이루어진다. (69)
  • 건강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파를 초월해 모든 정치 세력이 교육과 의료 같은 공공부문에서는 폭리를 취하는 일이 없도록, 또 산업에 지나친 규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는다. (101)
  • 미국에서는 가정이 대체로 원자화되었고 여러 주에 흩어져 산다. (...) 어려움이 닥치면 사람은 보통 가족의 도움에 기댄다. 그런데 미국인은 워낙 핵가족으로 살아가다 보니 이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대부분이다. (134)
  • 소련 경제에서는 돈이 딱히 쓸모가 없다 보니 쳐주지도 않았고 비교적 자유롭게 돈을 나누어 썼다. (...) 한 사람이 나머지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약간은 가지는 것이 중요했다. (138)
  • 수십 년 동안 마케팅이 해온 일은 결국 새것이 헌것보다 좋다는 인식을 만인에게 심어주면서 수많은 제품의 질이 서서히 저하되는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도록 만든 것이었다. (145)
  • 소련의 의료 체계는 치료를 받지 못할까봐 걱정하다가 병에 걸리게 만들지는 않았다. (156)
  • 감옥, 병원, 학교 건물이 건축학적으로 비슷비슷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감옥, 병원, 학교는 똑같은 시스템의 상이한 부분일 뿐이다. 시설에 수용되는 인생 역정의 상이한 단계를 나타낼 뿐이다. (164)
  • 바이오연료는 에너지 문제의 해법으로 가끔 거론되지만 결국 농경지에서 식량이 아닌 연료를 기르자는 소리다. (178)
  • 우리는 생활의 질이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점점 낮아지는 현상을 볼 것이다. 언론은 이것을 은폐하고 호도하려고 애쓰지만 이 얄팍한 부정의 베일을 꿰뚫어 보려는 사람은 얼마든지 꿰뚤어볼 수 있다. (179)
  •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은 것에 대해 3장에서 설명했지만 어떻게 보면 이는 소련 체제의 성격 덕분이었다. 미국이 그런 식의 횡재를 앉아서 누릴 가능성은 없다. (188)
  • 사람들은 정치적 무관심이 마치 심각한 사회악이거나 한 것처럼 개탄하지만 내가 보기로는 무관심할 만하니까 무관심한 것이다. (194)
  • 위기가 닥쳤을 때 옆에서 같이 지내면 가장 안전한 집단은 강한 이념적 신념을 공유하지도 않고 논쟁에 쉽게 휩쓸리지도 않고 배타적 정체성이 과잉되게 발달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199)
  • 붕괴가 일어난 다음 살아남는 데 꼭 필요한 자질은 어쩌면 한 발 물러서서 장미 향기를 맡을 줄 아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219)
  • 편의품과 필수품의 이분법을 완전히 뒤집으면 공기, 물, 식량, 이 세가지 말고도 살아남는 데 꼭 필요한 것이 딱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불편이다. (221)
예고된 붕괴/드미트리 오를로프/이희재 옮김/궁리 20100414 286쪽 13000원

1962년 쏘련 레닌그라드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70년대 중반부터는 미국에서 사는 저자가 쏘련의 붕괴를 직접 목격하고 들려주는 미국과 쏘련에 대한 이야기. 쏘련이 망할 줄 몰랐듯이 미국이 망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지금, 경제 폭풍이라는 엄청난 변화에 질겁하지 않도록 대비하는 비법을 전수하고 있다.

'미국은 소련의 종말을 쫓고 있는가'라는 부제가 책장을 넘길수록 "어라, 우리 얘기네!"하며 한국은 열심히 미국의 종말을 쫓고 있다는 확신을 들게 한다.

2010-11-18

문제는 스펙이 아니라 실수야

1.
신입사원 시절. 보수용으로 쓸 배관 자재를 주문하였습니다. 며칠 지나 자재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에 나가보니 기절초풍할 일이 벌어졌죠. 트럭 한가득 배관재가 실려 있더군요. 어라, 내가 주문한 게 아닌데 하며 납품증을 확인해보니 천인공노할 실수를 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애당초 작업에 쓸 배관은 60미터가 필요했습니다. 주문한 배관은 360미터가 도착했던 겁니다. 보통 배관재는 1본이 6미터입니다. 60미터가 필요하면 10본으로 주문을 넣어야 하는데 단위를 확인하지 않고 60으로 써넣었던 거지요. 더군다나 스뎅이라고 불리는 sus 계열이었으니 일반 배관재보다 그 값이 서너 곱절은 됐으니까요.

순간 눈앞이 막막했지만 어쩝니까. 대굴빡을 급하게 굴렸죠. 현장 작업반장에게 6본만 남기고 나머지는 공장 외곽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내려놓으라고 했습니다. 순탄하게 작업은 마무리됐지만 짱박은 자재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운 좋게도 후속작업에 그 배관이 필요하게 되어 보스에게 이실직고했습니다. 여차여차해서 자재가 있으니 그걸 쓰겠다고요. 보스는 대수롭지 않게 그렇게 하라며 넘어갔습니다. 그제야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었답니다.

그 후로 저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맞습니다. 단위(specification)가 무엇인지 두세 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교정작업을 하는 편집자 눈에 맞춤법이 젤 먼저 띄는 것처럼 말이죠. 신입사원 시절에 저지른 실수가 어디 이것뿐이겠어요. 온갖 실수를 저지르는 기간이 신입사원 시절이고, 실정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어지간하면 다 용서가 되는 시절이 바로 그 시절입니다.

그렇게 삼 년 동안 좌충우돌 했던 경험을 열 번 정도 써먹다 보면 삼십 년이 흐르고 은퇴를 하지요. 물론 똑같이 써먹으면 은퇴 시기가 빨라지니까 실수도 줄이고, 튜닝도 하고, 가끔은 새로운 걸 선보여야 하겠죠.

2.
오늘이 수능시험 날이죠. 고생은 했지만, 어디 수험생 혼자만 고생을 했겠어요. 같이 시험 본 동기들도 똑같이 고생했고, 간식 챙겨주신 어머니들도 고생하셨죠.

요즘은 열에 여덟이 대학을 진학한다고 하데요. 소위 말하는 일류대도 있을 것이고, 생전 처음 듣는 대학도 있는 걸 봐서는 솔직히 학력 인플레이션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해선 할 말이 많지만 접겠습니다. 다만, 오늘 시험을 보신 분들은 대학에 진학해서 스펙 쌓는데 열중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막걸리 집에 모여 개똥철학을 얘기하고, 꼰대 같은 기성세대를 맘껏 욕하시기 바랍니다.

대학은 다음 세 가지 가운데 하나만 성취했어도 성공한 대학생활입니다. 학점(Spec), 사랑(Love), 동아리(Circle). 스펙은 그 셋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사랑과 동아리 활동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낄 때가 올 겁니다.

대학생활은 이제 인생의 신입사원이 됐다는 발령장입니다. 실수를 많이 하세요. 스펙이 아니라 실수와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걸 배운답니다. 경험의 황금시기이자 실수의 면피시대가 대학 입학식날부터 첫 월급 받기 직전까지니까요.

이상은 인생의 신입사원 시절을 어영부영 보낸 사람의 지청구였습니다.

2010-11-16

고객 변천사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를 경영이념으로 내세운 아무개 회사는 고객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했습니다. 순식간에 변하는 물리적 처방이 아니라 은근히 근본을 변하게 하는 화학적 처방을 했습니다. 적어도 제게는 그랬지요. 지금까지도 결재 칸 최상위를 고객이 자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90년대 초반에는 엄연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고객이란 내 일의 결과를 사용하는 사람이다.

그때 배워서 아직도 기억하고 실천하려는 고객에 대한 정의입니다. 처음 접했을 때는 단순히 후공정에 있는 사람이나 업무를 고객으로 인식하고 있었답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조금 더 살을 붙였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볼게요. 회사에서 제일 끗발 있는 부서는 금고 열쇠를 쥐고 있는 관리팀이나 경리과 일 겁니다. 세금계산서 하나 처리해 주는 데 말단이 가면 안 된다고 하면서, 높은 분이 전화하면 굽실거리며 하는 경우가 있죠. 고객에 대한 정의로 잣대를 대면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가 아니라 고객을 죽이는 가치창조에 가까울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 더 배웠습니다. 끗발 좋은 계급장을 달고 있다고 사람까지 끗발이 좋은 거 아니라는 걸요. 한마디로 말하면 영원한 갑은 없다는 거죠. 이 사실을 늦게 깨우칠수록 고객들은 울화통이 터지며 살게 됩니다.

최근에 읽은 책 가운데 딱 한 권만 추천하라면 저는 주저 없이 『좋은 회사 존경받는 기업인』을 꼽습니다. 회사를 창업하려는 분이라면 썩 괜찮은 초심을 갖게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좋은 구절들이 많은데 저는 이 구절을 대하는 순간, 바로 이것이 고객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왜 회사 일이 헌신적일 수 있는가는 바로 회사일이 자신이 하고 싶은 다른 일들을 할 수 있게끔 해 주었기 때문이다.

리노 식품(RHINO FOODS)을 소개하면서 나온 구절입니다. 저는 회사라는 말 대신에 고객이라는 말로 바꾸었습니다.

고객은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다른 일을 하게 해준다.

표절했지만 고객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사람이나 업무에 한정돼 있던 개념에서 존재 이유로 확장이 된 셈이죠. 내 일의 결과를 사용하는 사람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다른 일을 하게 해준다는 정도 되겠죠. 그렇다고 제가 고객 전도사나 부처님 가운데 토막처럼 고객을 대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고객에 대한 정의가 바탕에 흐르고 있고, 그래서 더욱 분발하라는 격려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새로 생긴 고객에 대한 관심사는 애플입니다. 아이폰 열풍과 달리 서비스는 아주 형편없는 낙제점인데도 왜 그렇게 열광하고 있을까 하는 겁니다. 공짜로 주는 범퍼를 받으려면 서비스 센터를 두 번이나 방문해야 합니다. 국내 기업체가 그랬다면 승용차로 들이받는 돌진남이 서너 명은 나왔을 텐데 말이죠. 아이폰을 쓰는 고객들은 욕은 하지만 군소리 없이 발걸음을 팔고 있는 게 참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런 고객을 충성고객 혹은 애플빠로 부르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뭔가 새로운 고객이 출현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요새 스토리 얘기를 많이 하죠. 스토리가 없으면 말짱 꽝인 시대죠. 남이섬을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유가 겨울연가라는 스토리가 있는 것처럼요.

아이폰과 맥북에어에 열광하고, 잡스가 뭘 발표한다고 하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되고 있죠. 목이 빠지게 기다리다 긴 줄을 서는 생고생도 마다하지 않는 고객을 딱 한마디로 부를 만한 이름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더 명쾌하고 핵심을 집어 줄 마땅한 이름이 생길 때까지는 당분간 스토리와 문화를 먹는 고객이라고 부르렵니다. 저도 스토리와 문화를 먹기 시작했거든요.

삼천포로 빠지는 얘기지만 사족을 하나 붙인다면 정치인은 당신이 정말 하고 싶은 다른 일을 해주는 세상이 어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자면 우리가 먼저 상호 고객이 되어야겠죠.

2010-11-11

호수와 나무 - 오규원


─ 서시

잔물결 일으키는 고기를 낚아채 어망에 넣고
호수가 다시 호수가 되도록
한 사내가 물가에 앉아 있다
그 옆에서 높이로 서 있던 나무가
어느새 물속에 와서 깊이로 다시 서 있다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오규원/문학과지성사 2005

높이와 깊이로 서는 나무.
담고 싶다.
닮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