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7

책에 관한 두 가지 사실

하나.
책에는 정답이 없다. 책은 절대로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만약 정답이 적힌 책이 세상에 나왔다면 그 뒤로 같은 주제를 다룬 책이 다시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
책만큼 정정당당한 세계도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은이가 부도덕하지 않은 이상 같은 책이 같은 시기에 두 군데 이상의 출판사에서 출간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책을 쓰기도 어렵지만 그렇다고 여기저기서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뒤집으면 옆 출판사에서 잘 팔린다고 똑같은 책을 냉큼 유통하는 출판사는 없다는 말이다.

사족.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다. 그런 가을이 사라졌다. 지난봄에 이어 가을마저 개혁적 중도보수 계절이 된 것일까? 미처 노랗게 물들지 못한 은행잎이 타이르듯 떨어지며 속삭인다.
- 책에 정답은 없지만 무수히 많은 길이 있답니다. 책 잡힐 일 하지 마시고 책이나 읽으세요.

2010-10-26

서시 - 이정록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

내 몸이 너무 성하다.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이정록/문학동네 1994

마을 가까이에 있는 나무도 흠집이 있는데
마을에 사는 나는 이토록 성하게 있습니다.
소시민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바람 부는 대로
어영부영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가을이 가기 전에
상처가 나도 부러지지 않는 나무를 한 그루 심으렵니다.

2010-10-25

아이폰으로 투자할까?

트위터에는 각양각색의 이벤트를 알리는 글이 많이 올라오지만 대부분 생깝니다. 그런 와중에도 신간을 알리거나 책을 주는 이벤트는 욕심이 살짝 나곤 합니다.

지난 8일 출판사 한빛비즈에서 신간 《아이폰으로 투자하라》를 RT 하면 다섯 명에게 책을 준다는 이벤트가 올라왔더군요. 마침 트위터에 접속했을 때 바로 보고서는 아이폰도 달라는 멘트를 달고 RT를 했습니다. 당첨되길 기대하는 마음이 영 없지는 않았지만 그보다는 새로 나온 책을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진심입니다.ㅎㅎㅎ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당첨됐다는 멘션을 봤습니다. 덕분에 즐겁게 한 주를 시작하게 되었지요. 주소를 보내고 14일에 택배를 받았습니다. 땡잡은 기분이 이럴 겁니다. 오월에도 피박인생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이번에도 책을 받았으니 이제 면피는 한 인생인가 봐요. 오월에 여동생 같은 문지를 알게 됐다면 시월에는 건실한 청년 느낌을 풍기는 한빛비즈(@hanbitbiz)를 만났습니다.

책은 아이폰으로 접할 수 있는 앱을 자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제와 관련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과 RSS나 메일을 이용하여 정보를 받을 수 있는 방법들을 그림으로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더군요. 아이폰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유용할 듯싶습니다.

그러고 보면 아이폰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폰이 출시되면 액세서리 시장까지 떠들썩하니 말이에요. 이렇게 책으로도 나오고요. 엄청 팔렸다는 갤XXS에 관한 책이 없는 걸 봐서는 애플교 교주 잡스가 인물은 인물인가 봅니다.

그럼 《아이폰으로 투자하라》는 아이폰이 없는 분들에게는 무용지물일까요? 아닙니다. 이 책을 보고 아이폰을 사는 분도 있을지 모르니까 결코 무용지물은 아닙니다. 오히려 잡스 교주가 고마워해야 할 책이 아닐까 합니다. 이참에 아이폰으로 투자해서 《아이폰으로 투자해서 대박 나는 101가지 방법》이나 쓸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돈과는 인연이 없는지라 쓸데없는 생각은 접었답니다.

2010-10-24

두 회사 이야기

1.
지금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두 그룹의 계열사에 다닐 때 얘기다.

이십여 년 전에 입사한 L이라는 회사. 어느 날 그룹 회장이 내려와 사내 식당에서 강연할 예정이었다. 그룹 오야붕이 온다는 데 길가에 뼁끼칠이라도 다시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지만 이 한마디에 쏙 들어갔다.
- 회장이 공장으로 출퇴근한 것도 아닌데 뼁끼칠한다고 달라진 모습을 알 리가 없잖아.

L을 퇴사하고 S라는 회사에 들어갔을 때도 회장이 내려온다고 했다. 공장 준공식 이후 처음이라며 투워 코스 티에프티까지 만들며 생난리를 쳤다. 조금 뻥을 섞는다면 길가에 모래알까지 다 주웠다. 그렇게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삐까번쩍하게 단장을 했지만 회장은 내려오지 않았다. 아이엠에프로 빅딜설만 연일 나오던 시절이었다.

2.
다음 달 11일부터 1박2일간 열리는 쥐20 때문에 서울 아무개 구청은 동원한 사람으로 물청소를 한단다. 돈 좀 있는 나라-도덕적인 나라가 아니라-가 돌아가며 밥이나 처먹는 모임을 두고 돋보기를 들고 티끌까지 줍는 기세다. 이 한마디만 묻자.
- 오바마가 그 거리를 걸어봤냐?

하나 더. 쥐20 정상회의라는데 비정상인이 참석해도 되는지 참말로 궁금하다.

S사 그룹 회장이 한마디 하면 너나 잘하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쥐20과 국격을 얘기하는 오야붕도 피차일반이다. 어쩜 이리 쏙 빼닮았을꼬. 11월 11일. 날짜가 참 좋다. 기념으로 담배나 끊어야겠다.

2010-10-11

한국, 한국인 비판 & 전 세계가 다 아는 비하인드스토리

한국, 한국인 비판
전 세계가 다 아는 비하인드 스토리
이케하라 마모루
중앙m&b 199901 252쪽 7000원
이항규
모색 199807 269쪽 6500원
외국인의 시각에서 쓴 한국과 한국인에 관한 책은 많지 않다. 그것은 우리 흉을 보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편협한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가 내 흉을 보면 참지를 못하고 끝내는 싸움으로 번지곤 한다. 하지만 이케하라가 말한 것처럼 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쓴 이 책은 우리의 부끄러운 치부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한국인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각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기 때문에 감히 말하지 못한 것을 거침없이 퍼붓고 있다.

전 세계가 다 아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한국인만 모르는 부끄러운 한국 이야기라는 부제가 말하듯이 우리만 모르고 있는 치부를 독일 생활을 하며 느낀 사실과 함께 노골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독일과 한국을 비교하면 우리의 현실은 한없이 슬플 뿐이다.

세기의 마지막이라고, 아임에프는 끝났다고, 이제는 새 천년의 시대라고 온 나라가 시끌벅쩍하다.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아니 잊는 게 아니라 그런 것이 있었나조차도 모르는 동물적 감각을 지녔나 보다.

슬픈 현실 앞에서 침묵하는 다수보다 행동하는 소수가 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