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6

기차바위 타고 만난 저자 사인회

추석 다음날 수락산에 올랐습니다. 산에 사시는 분들은 등산이라고 하면 너무 건방지다는 말씀을 하시는지라 그분들 뜻을 따라 입산을 했습니다. 수락산역을 들머리로 해서는 몇 번 가봤던지라 다른 코스가 없을까 궁리를 하다 회룡역 동막골을 기점으로 하는 길이 있다는 걸 알고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회룡역에 내려 동막골이 시작하는 동암중학교를 물어물어 찾아가는 데 한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중간에 김밥이랑 연양갱을 사기도 했죠. 회룡역에서 걸어가면 이삼십 분이면 갈 거린데 말이죠. 처음 오는 이들이 초입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인지 등산객은 그리 많지가 않았습니다. 깔딱고개로 오르는 길은 붐벼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동막골 코스는 정상까지 가는데 그리 붐비지가 않아 좋았습니다.

정상에 다다르기 전에 기차바위라는 게 있더군요. 동막골 코스를 선택한 이유가 기차바위를 타보고 싶어서였기도 하고요. 가운데 홈이 파여 있어 홈통바위로도 불리고요. 경사가 급해 줄을 잡고 십여 미터를 올라야 하는데 삼분의 이쯤 올라오니 힘이 달리더군요. 그래도 뭐 도리가 있나요. 물릴 수도 없는 지경이니 오를 수밖에요. 오르고 나서 생각하니 밧줄을 손목힘으로 붙잡고 오르려고 해서 힘이 들었나 봅니다. 한참을 주위 경치를 구경하며 지켜보니 거의 밧줄을 잡지 않고 오르는 이들도 있더군요. 저절로 혀를 내두르며 감탄을 했습니다.

정상은 사람들로 붐비더군요. 아이스께끼를 사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조금 더 가면 막걸리 파는 곳이 있는지라 유혹을 뒤로하고 앞으로 갔습니다. 철모바위에 다다라 막걸리를 한 사발을 마시려고 했습니다. 한 통에 사천원을 주고 샀습니다. 혼자 마시기에는 조금 많은지라 홀로 올라오신 분이랑 갈라 마시기로 했습니다. 서로 마주 앉아 살얼음이 살짝 뜬 막걸리에 김밥을 안주 삼아 한잔했습니다. 맛이 아주 기가 막혔습니다. 생판 모르는 분과 거리낌 없이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막걸리를 마시게 만드는 산이 주는 매력에 흠뻑 취했습니다.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이니 그제야 서늘한 기운을 느끼겠더군요. 막걸리가 너무 얼었었는지 바닥에 얼음이 남아 녹여 달랬더니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그냥 막걸리 한 잔을 서비스로 주더군요. 감사합니다, 철모바위 막걸리집 사장님.

철모바위에서 조금 내려오다가 저자 사인회를 하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등산에 관한 책을 펴낸 홍순섭 선생이더군요. 책을 이리저리 펼쳐보다 『실전 명산 순례 700코스』를 집어 드니 직접 사인을 해 주시더군요. 山은 人生의 정원...이라는 글과 함께. 후에 검색해 보니 산에 관해서 아주 유명한 분이시더군요. 산 박사로 불리고 계시네요. 어느 쪽으로 내려가느냐는 물음에 동막골에서 출발해서 노들역 쪽으로 갈 예정이라고 하니 동막골에서 올라왔으면 동막골로 내려가라고 하더군요. 동막골이 또 있느냐며 놀라는 내게 상계동 계곡도 동막골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동막골에서 시작해서 동막골로 내려와야 수락산을 종주한 거라는 말씀을 덧붙이면서요. 다음에는 from 동막골 to 동막골 코스로 수락산에 올라야겠습니다. 그때 다시 만난다면 같이 사진이라도 한방 찍어야겠습니다.

하산하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여 걷기가 참 편하더군요. 그렇게 헐렁대며 내려오길 반 시간 정도 지났을까요, 헬기가 나는 요란한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정상 부근에서 등산객이 추락했는지 구조활동을 하고 있더군요. 모쪼록 무사하길 기원합니다.

걷기가 편해서 그런지 많은 분이 꼬맹이나 애완견을 동반하고 오르고 있데요. 사람 왕래가 잦아서 그런지 막걸리 파는 집이 대여섯 군데는 있더군요. 막걸리집이 그렇게 많은 건 처음 봤습니다. 노들역에 내려가기 전에 그늘에 앉아 구름과자를 하나 물었습니다. 얼려 간 물병 하나는 여전히 녹지 않은 채 있더군요. 뙤약볕이 엊그제 같은데 가을은 이미 산에서 시작하였나 봅니다.

2010-09-17

한통속

1.
옆 동네 나지막한 동산에 약수터가 있습니다. 약수터에 있는 약수는 두 군데서 나오게 돼 있더군요. 먼저 맨 아래 달린 수도꼭지에서 나오는데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지요. 다른 하나는 맨 위에서 바닥까지 길게 이어진 관에서도 나오는데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넘칠 때나 구경을 할 수 있죠.

신기한 것은 물이 많이 고여 두 군데서 물이 나오는데도 사람들은 수도꼭지에서만 물을 받아 가더군요.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약수나 관을 통해 흘러넘치는 물이나 다 같은 한통속에서 나오는데 말이죠.

2.
총리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이런 말을 했더군요. 군대를 안 간 게 아니라 갈 수 없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라고요. 그러면서 모의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했다네요. 신기한 건 입대 전에 받은 신체검사에서는 시력차가 많이 났는데 법관 임용할 때는 그렇지 않았다고 하네요.

국회 청문회를 통과해서 총리에 취임하면 어엿한 삼총사가 탄생하겠네요. 가카께서도 총을 쏠 줄 모르고, 여당 대표는 글을 모르는 모친 덕분에 군대를 안 갔으니 말이죠. 모두 한통속이 됐네요. 아니면 원래 한통속이었는지도 모르고요. 억수로 공정한 사회입니다.

2010-09-15

서시 - 류시화

- 어느 인도 시인의 시를 다시 씀

누가 나에게
옷 한 벌을 빌려 주었는데
나는 그 옷을
평생동안 잘 입었다
때로는 비를 맞고
햇빛에 색이 바래고
바람에 어깨가 남루해졌다
때로는 눈물에 소매가 얼룩지고
웃음에 흰 옷깃이 나부끼고
즐거운 놀이를 하느라
단추가 떨어지기도 했다
나는 그 옷을 잘 입고
이제 주인에게 돌려준다

지 나오는 모습도 기억을 못 하고
날 때부터 옷을 껴입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한 인간은
갈 때도 겹겹이 옷을 입고 바리바리 싸서 떠나려고 한다.

2010-09-10

불가능한 꿈은 없다 & 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불가능한 꿈은 없다
딸 그리고 함께 오르는 산
딕 배스, 프랭크 웰스
중앙m&b 199811 408쪽 9000원
제프리 노먼
청미래 200105 318쪽 9000원
대륙의 최고봉을 오르는 주인공들은 전문 산악인이 아니다. 속된 말로 성공했다는 주인공들은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50줄에 산에 오른다. 또 한 주인공은 열다섯 살의 큰딸과 산에 오르기도 한다.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로서 그 꿈에 도전하는 것은 큰 용기와 함께 가족들의 깊은 이해와 사랑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이들이 목숨까지 잃을지도 모르는 모험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꿈과 용기, 인생의 전환점에서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확인하고 싶은 도전이기 때문이다.

문득 내 인생에서 무엇인가 빠뜨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 많은 이들은 가슴을 치고 있지만 그들은 산 정상에 있었다.

꿈. 그것은 용기 있는 자에게 주어지고 용기는 도전하는 자에게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