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26

장외인간

#1
모국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자녀들한테 외국어를 가르치지 못해 환장을 하는 엄마들. 착하게 살면 바보 취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초등학교 때부터 정설로 받아들이는 아이들. 퇴폐업소 비밀 아지트에서 영계라는 이름으로 발견되는 여중생들. 유흥비를 벌기 위해 친구들과 자해공갈단을 결성해서 승용차로 뛰어드는 고교생들. 가정형편이 어렵지도 않은데 명품 중독 때문에 상습적으로 몸을 파는 여대생들. 출세만 보장된다면 애인쯤은 얼마든지 배반할 수 있는 삼십대들. 내가 살아 남을 수만 있다면 남이 죽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사십대들. 탐욕은 날이 갈수록 늘어 나는데 덕망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오십대들. (1권 180쪽)

#2
자살이라는 단어를 거꾸로 읽으면 살자가 된다. (2권 39쪽)

#3
영어로 개는 DOG라고 표기한다. 거꾸로 읽으면 신을 나타내는 GOD가 된다. 그야말로 극과 극이다. 무엇이든지 한쪽 방향에서만 보고 판단하면 편견과 아집에 치우치기 쉽다. (2권 181쪽)

장외인간/이외수/해냄 20050822

2010-08-25

2MB 신드롬


흠집 덩어리 장관 후보자는 전과 14범을 동경하고
전과 14범은 그런 후보자를 간택하며 자위를 하는 현상

2010-08-24

가설


원래 종자가 그렇다.

이 정권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가설          
이 가설이 아니면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2010-08-22

추억 한사발 하시죠

뜨거운 여름, 할머니는 입맛이 없다며 막걸리에 밥을 말아 드시곤 했다. 어린 나이에 그 맛이 어떨까 궁금해서 수저로 떠먹었다. 시금털털한 맛에 이내 얼굴을 찌푸리곤 했다. 그렇게 막걸리를 처음 접했다. 촌스럽게 쓴 대포집 간판이 요즘 편의점만큼이나 널려 있던 시절이었다.

민속주점에서 동동주와 고갈비를 먹으며 대학을 다녔다. 생맥주 한 잔에 거금 500원씩이나 하던 시절인지라 학우들이랑 잔디밭에 둘러앉으면 어김없이 막걸리가 등장하곤 했다. 그렇게 마셨던 막걸리는 다음 날 아침이면 바지에 튄 막걸리 자국만큼 개운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 막걸리는 원래 골때리는 술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산에 갈 기회가 아니면 좀처럼 찾지를 않게 됐다.

70년대 후반까지 술 소비량의 70%를 유지했던 막걸리가 하향곡선을 그리게 됐다. 막걸리를 속성으로 발효시키려고 '발열제인 카바이트를 비닐봉지에 싸서 술통에 넣어 속성으로 발효시킨 카바이트 막걸리'가 유통되면서 그 인기가 급전직하로 떨어지게 되었다. 골때리는 술이라는 근거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막걸리 기행》은 일본에 한국문화를 알리는 지은이가 2007년 일본에서 먼저 낸 책이다. 그러고 보면 막걸리 열풍은 일본에서 일어나 원조국가로 역수입되지 않았나 싶다. 2005년 가을부터 전국을 돌며 새벽술과 낮술까지도 마다하지 않고 마시며 쓴 지은이는 놀랍게도 여성이다. 술 욕심에 지나칠지 모르는 소소한 스케치를 오히려 여자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정과 흥취를 세심하게 그렸는지 모르겠다.

전국 방방곡곡을 발로 돌며 만난 막걸리는 하나같이 마음으로 빚는 술이다. 막걸리 한 병에 있는 유산균이 요구르트 100병에 맞먹는 양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이 사실은 주당들에게 막걸리는 보약이라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론(?)을 제공할지도 모르겠다. 이승에서 시바스리갈로 마지막 이별주를 마셨던 독재자도 막걸리를 좋아했단다. '1965년에 쌀로 술을 빚는 것을 금지시키고 밀가루 막걸리를 정착시키려고 한 장본인'인 독재자는 정작 자신은 쌀로만 빚은 막걸리를 마셨다고 한다. 우리 현대사의 슬픈 단면으로 빚은 막걸리가 아니었나 싶다.

《막걸리 기행》은 참 불친절한 책이다. 물맛만큼 다양하고 인심처럼 풍성한 막걸리를 찾아다닌 저자는 그 주점이 어딘지 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 어디쯤에서 버스를 타고 어느 방향으로 몇 분 정도 가다 내려 지나가는 동네 사람에게 물어 그 막걸리 집에 갔다는 게 전부다. 이쯤 되면 성질 급한 사람은 지은이를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사발로 목을 축일 지도 모른다. 막걸리집을 찾아가며 만나는 사람들에게서 인심도 느끼고 정에 먼저 취해보라는 은근한 권유라는 걸 어느 인터뷰 기사에서 알 게 됐다. 물론 책 뒷부분에 대포집 주소와 연락처가 있지만 내비게이션 없이 아날로그형으로 떠나는 것이 막걸리와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든다.

막걸리를 만드는데 물의 영향도 있지만, 맛을 좌우하는 것은 온도, 시간, 마음에 있다고 한다. 마치 배탈 난 손주새끼 배를 손으로 쓰다듬던 할머니의 약손같이. 혹은 너와 나만 아는 한여름 바닷가 추억처럼.

막걸리 기행/정은숙/한국방송출판 20100317 346쪽 13500원

2010-08-12

기준

천하엔 두 개의 큰 기준이 있으니 하나는 시비의 기준이고 하나는 이해의 기준이다. 이 두 가지 기준에서 네가지 큰 등급이 나온다.

옳은 것을 지키면서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등급이고, 그 다음은 옳은 것을 지키면서 해를 입는 경우이고, 그 다음은 옳지 않은 것을 추종하여 이익을 얻는 경우이고, 가장 낮은 등급은 옳지 않은 것을 추종하여 해를 입는 경우이다.

- 1816년 [家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