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30

樂書 만원버스

만원버스
만원버스에 올라타면서 왜 이렇게 사람이 많냐고 투덜대지 마시라.
당신 땜시 10001 원이 되었다오.

사정의 시대
입학도 사정하고 정치도 사정이구나.
바야흐로 사정의 시대인데 왜 출산율은 오르지 않을까?

40대
40대 이상이 경쟁력이 있는 곳이 고산병이 있는 높은 산에 오르는 거란다.
젊은이들은 너무 씩씩하게 걷다가 고산병에 걸려 하산한단다.
젊은 놈상이 덤비면 히말라야에서 맞짱 뜨자고 해야지.

속담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는 속담은 엄청 조용하다는 뜻.
영어로 하면 MB Out!

은퇴
은퇴를 뜻하는 영어단어 Retire를 뜯어보면 Re + Tire,
즉 바퀴를 다시 갈아 끼우는 것을 말한다.
허나 새 바퀴를 살 돈은 고사하고 갈아 낄 재주가 없다.
동부 프로미를 불러야 하나...OTL

공인
대한민국 공인의 기준은 주유소 습격사건에 나왔던 무대뽀가 정한다. 한 놈만 걸리면 무조건 패서 공인을 만든다. 2PM이 공인이라 작살이 난다면 여의도에서는 홀로코스트 사태가 벌어져야 정상인데 말이지.

열정
Passion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했는데 Fashion처럼 변했다. 이제는 벽장 구탱이에 쳐박혀 있는 낡은 옷 같이 꺼내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고.

정부
정부(情婦,情夫)는 애정스럽지만 정부(正否)를 모르는 정부(政府 )가 정부가 될 수는 없다.
그러다 과도정부(過渡政府)가 정부가 된다.


책은 두 종류가 있다.
빌려 봐도 충분한 책과 꼭 사서 곁에 두고 싶은 책.
마치 연애와 결혼처럼.

2009-09-28

떼창 『거위의 꿈』을 들으며 날아 오르다


인순이가 부른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간절함을 담아 열창하는 인순이와 멋진 노랫말이 어울려 좋아합니다. 날고 싶어 애타게 날개짓하는 그림이 그려지며 박수를 보내고 그 거위에서 날지 못하는 내 모습이 보이기에 힘차게 도약하길 응원합니다. 인순이는 거위에게 꿈이 있다며 운명에 맞서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어쩌면 모두 일면식도 없고 몇몇은 앞으로도 죽 그럴지도 모르지만, 트위터에서 관계(?)를 맺은 이들이 모여 떼창을 했습니다. 한날한시에 모이기 어려운 곳에 있는 이들이 거위의 꿈을 열창했습니다.(서울비의 편집후기)

떼창 거위의 꿈을 몇 번을 다시 들었습니다. 다듬어지지도 세련되지도 않아 오히려 물들지 않은 정겨운 투박함과 화려한 해피엔딩으로 막이 내릴지 장담할 수 없는 너나들이 같은 꿈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소박한 꿈이 작지도 크지도 않아 어울리다 때론 불협화음도 내며 올망졸망 꿈꾸는 우리 모습이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는 사연을 읽었고, 목소리가 작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외침을 들었습니다.

떼창에 관한 의미를 주제넘게 평할 재주가 없는지라 누군가 해석하고 발전시켜 주리라 믿습니다. 다만, 꿈을 잊지 말고 운명에 맞서라는 열창을 들으며 이제 막 제 키 높이만큼 날아오르려는 거위의 모습을 봤습니다. 바로 제 모습이었습니다.

멋진 제안에 멋진 노래를 부르신 분들과 멋지게 편집한 서울비 님에게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입대 전날 밤,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든 후로 최고의 감동이었습니다.

2009-09-25

현대 정치의 겉과 속

  • 민주주의는 항상 실망스럽고 불완전하다는 것에 한국인들이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24)
  • 일본의 유교는 혁명사상이 없는 데 비해 한국의 유교 전통은 윗사람이 도덕성이 없을 때 타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특징이 있다. (34)
  • 당론을 따르면 소신이 없다고 비난하면서도 막상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한사코 외면한다. 엘리트보다는 서민의 대변자를 원하면서도 정치인들의 '무식'을 탓하면서 그들이 엘리트답게 행동해 주기를 원한다. (49)
  • 인정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가장 유리하거니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게 바로 정치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정치를 혐오하는 동시에 숭배하는 이유다. (52)
  • 우리는 정당이라는 시스템보다는 지도자라는 개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는 사실이다. (68)
  • 정치광고를 보라. 다른 산업의 광고는 경쟁기업들끼리 싸우더라도 사생결단의 방식으로 싸우진 않는다. 산업 전체가 몰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유일한 예외가 있으니, 그게 바로 정치산업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는 '자해산업'이다. (69)
  • 유권자들이 투표만으로 자기 할 일을 끝냈다며 손을 털고 돌아서는 한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 권리만 알고 책임을 모르는 유권자들일수록 지도자에게 과도한 기대를 갖는 법이다. (80)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 1항에 나와 있는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민주공화국을 구성하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가운데 민주주의는 (...) 널리 알려져 있는 반면, 공화주의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다. 공화주의는 시민들이 덕을 가지고 정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 과정에서 공공선에 대한 헌신 속에서 개인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83)
  • 엘리트는 권력을 잡으면 그들이 이끄는 조직의 표면상 목적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에 전력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선 조직이 목적 그 자체가 되며, 조직의 영속화가 지상 목표가 된다. (98)
  • 유권자들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순전히 반감에 따른 급격한 좌향좌·우향우식의 쏠림을 보여 놓고선 뒤늦게 직접행동으로 그걸 교정하려고 든다. (112)
  • 한국에서 정의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미국처럼 개인의 총기 소지를 자유화하는 것이란다. '욱'하는 기질 때문에 총으로 복수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그건 재앙이 아니겠느냐고 묻자, 답은 간단했다. 그게 무서워서라도 권력·금력을 가진 사람들이 함부로 약자를 괴롭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113)
  • 인간은 서로 비슷한 사람들과 한패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 패가 되고 나서 비슷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139)
  • 죽어도 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거기에 대고 '소통하라'고 외치는 건 '홍보에 신경 쓰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아니 소통의 의미가 180도 바뀌어 버린다. 그건 번지르르한 말솜씨로 자신을 마케팅할 수 있는 능력이다. (147)
  •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메이저 시민단체들이 과연 지방분권을 원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정부와 직접 상대해서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지방분권이 제대로 이뤄졌을 경우, 일일이 각 광역 시·도와 시·군·구청을 상대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서울에 본부를 두고 전국적인 단체로 행세하면서 백화점식 종합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는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들 것이다." (197)
  • 시민은 태어나지 않는다. 다만 만들어질 뿐이다. (259)
  •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스스로 앞장서서 싸우지 않으면 특권과 재산을 키울 방법도, 그것을 지킬 방법도 없었던 사회적 시스템과 관련이 깊다. 오늘날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무색해진 것은 단지 양심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것은 굳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지 않아도 지배층이 자기 재산과 특권을 빼앗길 위험이 없을 만큼 정교하게 법과 제도가 안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280)
  • "형님, 아니 형님이 동생인 이 대통령보다 못난 게 뭐가 있습니까? 형님이 키도 더 크고 더 좋은 대학 나왔고, 정치 경륜도 많고, 게다가 형님도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야 그렇지. 정치 경력도 그렇고 내가 위일지 모르지. 하지만 딱 하나, 나에게 없는 걸 명박이는 갖고 있어." "그게 뭡니까?" "깡다구야." (286)
  • 독재는 한사코 피해야 하겠지만, '다수의 독재'와 '소수의 독재' 중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가정한다면 (...) 다수의 독재가 소수의 독재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309)
현대 정치의 겉과 속/강준만/인물과사상사 20090309 352쪽 13000원

한국의 민주주의는 고비 때마다 판갈이만 하면 될 것 같았고, 그래서 결정적인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은 가득하고 눈높이마저 올라갔다. 민주주의는 한판 승부도 아니고 한판 승부가 돼서도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민주주의는 항상 실망스럽고, 그래서 영원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의 겉모습이 욕을 퍼붓는 정치인이라면 그 속에는 정작 누워서 침 뱉는 우리가 보인다. 더불어 잘살고 약자에 귀 기울이는 시민이 정치를 압축성장시키는 시대적 키워드가 됐다. 책이 술술 읽히면서도 속이 뜨끔하고 켕긴다.

2009-09-23

정원아, 내 이름을 빼다오!


국모씨네 집 정원이가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원고가 되어 국민 박원순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말입니다. 법리 해석이나 절차는 제쳐놓고 대한민국 이름으로 고소를 했다면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인 나는 동의한 적이 없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정원아!
내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
그 『원고 대한민국』에서 내 이름을 빼다오!
난 이 소송에 동의한 적이 없단다.

글구 고추장 파는 정원이를 본받았으면 좋겠거든.
청씨네 집 정원이는 동건이한테 프러포즈도 받았다더라.

2009-09-21

정광산 막장에서 희망을 캐는 방법

1.
막장의 근무환경은 열악합니다. 어둡고 꽉 막혀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결코 막다른 곳이 아닙니다. 막혀 있다는 것은 뚫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계속 전진해야 하는 희망의 상징입니다. (...) '막장'은 그렇습니다. 희망을 의미하며 최고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드라마든 국회이든 간에 희망과 최고의 경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한 함부로 그 말을 사용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막장'은 희망입니다/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 20090303)

2.
청문회 자리에 앉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길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위병소 종합선물세트를 안겨줄 줄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정운찬 후보자를 캐면 캘수록 의혹이 자꾸 나오는 '정광산'이라고 한답니다. 이른바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폐광처럼 보였지만 힘들이지 않고 삽질을 해도 시커먼 치부가 드러나는 노다지 광산이 된 게지요.

3.
이쯤 되면 막장입니다. 막장이라는 말이 희망을 뜻하는 좋은 말이라면 위병소1로 둘러싸인 정광산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상책일 겁니다. 애당초 정광산에는 희망이 묻혀있지 않았습니다.

광산 사장 MBc와 반짝반짝 빛나는 노다지인 줄 알았던 정광산을 보니 돌아나갈 입구마저 무너져 내렸습니다.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똥덩어리보다 못하면서 냄새는 더 구린 의혹이 가득한 막장에 갇히게 됐습니다. 이제는 살기 위해서라도 앞길을 뚫는 것만이 막장 한가운데 선 우리의 유일한 선택입니다. 막혀 있는 것을 뚫어야 비로소 희망이 있습니다.

MBc 사장이 입만 열면 씨부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막장을 뚫을 수 있는 삽이자 곡괭이가 바로 우리 손에 쥐어지는 투표용지입니다. 투표용지에 동그라미를 찍지만 그것은 다음 세대가 현명한 선택을 하라며 위임한 행위라는 걸 명심합시다. 막장에 갇힌 우리의 희망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1. 위병소란 위장전입, 병역회피, 소득탈루를 제대로 하는 실용적 인간을 가리키는 말

2009-09-16

ExQuiz me 시대

1.
조선시대 어느 날, 죄수를 압송하다 날이 저물어 주막에 머물게 됐다. 저녁을 먹고 나서 포졸이 마당에 동그란 원을 하나 그린 후 죄수에게 말했다.
- 동이 틀 때까지 이 원 밖을 벗어나지 마시오.

조선시대에는 심성이 순박해서 죄인에게 별다른 감호조치를 하지 않고 땅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린 후 죄수더러 벗어나지 말라고 하면 대부분은 그 명을 따랐다고 한다. 오래전 어느 향토 사학자에게 들은 얘기다.

2.
강부자, 고소영에 이어 위병소가 뜨고 있다. 위장전입, 병역회피, 소득세 탈루 정도는 해야지 힘깨나 쓰는 자리를 하나 꿰찰 수 있단다. 존경스럽다. 장삼이사는 해보고 싶어도 어느 것 하나 만만해 보이질 않으니 말이다. 면피하는 방법도 아주 간단명료하다. 청문회 자리에서 머리를 조금 숙이며 "Excuse me" 하면 된다. 차~~암 쉽다.

3.
조선시대에 죄를 지면 도망갈 생각은 고사하고 뉘우치며 조상 볼 면목이 없다고 했고, 후손들에게 민폐를 끼친다고 했다. 죄인을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불을 때는 시늉을 하는 팽형을 당하면 대부분이 자결했다고 한다. 적어도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인간의 근본을 이뤘던 시대였기에 가능했다.

요즘 위병소 문제로 골치가 아픈-혹은 아픈 척하는- 양반들이 자주 쓰는 "Excuse me"를 자세히 들어보면 ExQuiz me로 들린다. 고맙게도 그 양반들은 내게 엄청난 퀴즈를 출제하고 있다. 인간은 왜 태어났느냐,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하는 근본적이고 철학적 문제가 아니라 아주 실용적인 초고속 퀴즈를 내고 스스로 답을 알려주고 있다.

2009-09-14

환절기

남한산성으로 피난한 인조가 겪었던 치욕의 그해 겨울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모른다. 1951년 1월 4일, 서울을 다시 내주고 떠났던 그해 겨울이 얼마나 아렸는지 모른다. 경험하지 못한 계절이 어떠했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7080 계절은 시나브로 다가왔었다는 기억은 남아있다. 기억이라고 말함은 적어도 21세기에 느끼는 사계절은 온오프 타입으로 변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아날로그 같았던 계절이 디지털화됨으로써 우리 생각마저 왼쪽 아니면 오른쪽으로 줄을 세우는 극단적 이분법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논술시험이 없던 시절, 사지선다형에서 느꼈던 객관적 여유가 논술을 강요할수록 주관적 오엑스로 조급 해지는 역설의 시대에 산다. 온난화할수록 더 추워진다. 환절기가 꼽사리 껴 있던 사시사철이 그리워진다.

2009-09-13

직선들의 대한민국

  •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을 관통하는 주된 경제 담론은 (...) 그냥 18세기의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다"라는 하나의 명제 위에 서 있을 뿐이다. (67쪽)
  • 서울시에서 추진한 뉴타운의 경우에 집이 없는 거주민들도 개발을 지지한다. 현재까지의 경향으로 보면, 원래 그 동네에 살던 사람의 10퍼센트 정도만이 새로 만들어진 뉴타운에 입주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도심에서 더 먼 곳으로 이사하거나 원래의 거주 조건보다 더 나쁜 곳으로 이동한다. (83쪽)
  • 미화된 표현들, 예를 들면 "서민만을 보고 정치하겠다"라고 말하든 말든, 이들은 한국에서 투표철을 제외하면 대체로 맘대로 대해도 되는 존재로 간주된다. (86쪽)
  • 한국은 적어도 지난 10년간 조감도가 지배한 나라이고, 한 폭의 멋진 그림인 이 조감도 앞에서 "그거 좀 이상해"라든가 "우리 좀 생각해보자"라는 말이 서 있을 공간이 없었다. (120쪽)
  • 정말로 시대 미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한국의 최근 10년은 민주화·정의·인권과 같은 단어가 움직인 것이 아니라 두 가지 결합된 단어에 의해 움직인 것인데, 하나는 도시 미학이고 그 뒤에 숨은 힘은 건설 미학이다. (121쪽)
  • 앞으로 한국 국민들의 미학은 땅값파의 건설 미학과 '다음 세대파'의 생태 미학으로 나뉠 것이다. 이때 다음 세대와 말 못하는 것들의 권리와 권익을 말하는 사람들의 외침은 결코 무의미하지도, 괜히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171쪽)
  • 가난한 사람과 가난하지 않은 사람, 자연과 인간, 그리고 말하는 존재와 말하지 못하는 존재가 공존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구성하는 것이 바로 도시 공간이 가야 할 공존의 양식이다. (188쪽)
  • 재건축의 시대가 '정비와 정주 human settlement'의 시기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은 2~3층짜리 건물이 늘어서 있는 작은 골목길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걸어가는 속도가 늦어지고 주위를 살펴보고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주변의 건물이 이보다 높아지고 길이 더 넓어지면 이제 길은 더 이상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 통과하는 곳으로 바뀐다. (189쪽)
  • 지난 2008년 총선에서 본 것처럼 서울에서 '뉴타운 공약'으로 시작한 거대한 직선의 힘은 당분간 한국 사회를 휘감을 것이고, 일본식 거품 공황을 한 번 맞고 나서야 겨우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218쪽)
  • 고전적으로 많은 사회과학자는 경제적 토대가 물질적 기반을 형성하고, 그것이 사회적 상식을 구성하고, 그 위에 시대의 미학이 선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국민경제를 이끌고 가는 힘은 오히려 맨 위에 있는 건설 미학의 힘이다. 이 이상한 시대의 패턴이 해체될 시기가 왔다. (223쪽)
직선들의 대한민국/우석훈/웅진지식하우스 20080615 224쪽 12000원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강물을 반듯하게 직선으로 만든다는 공약에 열렬한 지지를 보낸 시대에 살고 있다. 스스로 진보라 불렀던 참여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국에 골프장을 짓자고 했고 세종시로 포장한 건설 미학을 보여주었다. 도도히 흐르던 건설 미학은 드디어 불도저를 앞세운 극단적 직선주의자를 선택하면서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 절정을 이뤘다.

지난 총선에는 서민이거나 혹은 서민과 가까운 후보가 낙선하고 귀공자풍의 부자를 국회의원으로 선택을 했다. 이런 계급 배반적 현상은 뉴타운이라는 개발이익과는 전혀 상관없는 대다수 서민이 아직도 장밋빛 조감도를 보며 건설 미학을 꿈꾸고 있다는 방증이다. 모두를 개발이익의 수혜자로 만드는 집단 최면술사를 탓해야 하는지 그런 최면술에 혹하는 서민이 어리석은지 따따부따하며 편 가르기는 이제 의미가 없는 일이다. 높은 공장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걸 보며 공해가 아니라 생산적 활동이라며 반가워하는 시대를 지나왔고, 공구리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아토피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체험하는 시대에 해답은 자명해졌으니까.

왜 우리는 엠파이어스테이트 같은 마천루가 없는지 원망하다 여의도에 우뚝 선 멋없는 63빌딩 전망대에 서서 손뼉을 치면서도 "그 시절에는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하는 친일파를 용서하지 못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 이것이 딜레마인지 자기배반인지는 단정지을 수 없지만 이제는 청산하고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라는 늦은 자성이 움트고 있다. 시대 미학이나 시대 정신이라는 거창한 말로 포장할 필요도 없이 굽이치는 강처럼 둥글게 둥글게 사는 것이 먼저 태어나서 잠깐 살다 가는 인간들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는 걸 알려주는 시대에 살고 있는 까닭이다.

《직선들의 대한민국》은 거대한 인공어항인 청계천을 도시 생태의 복원이라고 반기다 급기야 4대강을 살린다며 급조한 건설 미학의 절정에 대한 원인과 역설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다. 이 물음은 정답을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오답을 피해야 하는 시대에 던지는 파문의 시작이다.

2009-09-12

행복한 경영이야기

1. 의사소통에서 범할 수 있는 최대 실수
의사소통에서 당신이 범할 수 있는 최대 실수는 당신의 견해와 감정 표현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다.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자기 말을 들어 주고 자기를 존중해 주며, 이해해 주는 것이다. 당신이 자기 말을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들은 당신의 견해를 이해하려는 동기를 부여받는다. - 데이비드 번스 펜실바니아대 교수 (33쪽)

2. 실패하지 않을 유일한 길
처음부터 잘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실패, 또 실패, 반복되는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의 이정표다. 당신이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당신이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실패하면서 성공을 향해 나간다. - 찰스 F. 키틀링 (51쪽)

3. 감옥과 수도원의 차이
감옥과 수도원의 공통점은 세상과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딱 하나 차이가 있다면 그곳의 사람들이 불평을 하느냐 감사를 하느냐이다. 감옥이라도 감사를 하면 수도원이 될 수 있다. - 마쓰시타 고노스케 마쓰시타 창업주 (60쪽)

4. 진정 어려운 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하는 것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간단하다. 정작 어려운 것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 마이클 델 델컴퓨터 회장 (106쪽)

5. 경영전략은 유행을 따라서는 안 된다.
경영전략은 다이어트 기법이 아니다. 그때 그때의 유행을 좇아가서는 안 된다. 시장이 어디로 향해 가고, 어떤 부문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와 같은 기본에 충실해야 성공할 수 있다. 6시그마 등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경영 기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모리슨 머서 매니지먼트 컨설팅 회장 (108쪽)

6. 페덱스사의 1:10:100 법칙
서비스 부문에서 말콤 브리지 상을 수상한 페덱스사에는 '1:10:100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불량이 생길 경우 즉각 고치는 데에는 1의 원가가 들지만, 책임 소재 추궁이나 문책이 두려워 이를 숨긴 채 기업의 문을 나서면 10의 원가가 들며, 이것이 고객 손에 들어가 클레임이 발생하면 100의 원가가 든다는 법칙이다. - 페덱스 (127쪽)

7. 떠날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두 가지 질문
그가 떠날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와 관련된 두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이 순간이 만일 채용 결정의 시간이라면 당신은 이 사람을 다시 채용할 것인가?
2. 이 사람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여기를 떠나겠노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몹시 실망할까 아니면 속으로 시원해 할까? - 짐 콜린스, 『Good to Great』 (145쪽)

8. 손익계산서는 사람과 사랑이다
메리 케이 애시는 회사를 한 가족으로, 영원히 함께 해야 할 유기적 공동체로 보았다. 그녀는 P&L이 손익계산서(P&L : Profit & Loss)가 아니라 '사람과 사랑(People & Love)'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 짐 언더우드, 『핑크 캐딜락의 여인』 (172쪽)

9. 집보다 더 좋은 회사 만들기
집보다 더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내 꿈이다. 회사는 늘 편안해야 한다. 집에 있다가도 회사에 오고 싶어 할 정도로 편안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 직원들도 집보다 더 좋은 회사에서 일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레 정성이 담긴 좋은 책이 나온다. - 박은주 김영사 사장 (187쪽)

10.
삼류 리더는 자기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 리더는 남의 힘을 사용하고, 일류 리더는 남의 지혜를 사용한다. - 한비자 (246쪽)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이야기/조영탁/휴넷 20041206 247쪽 12000원

짧은 글 속에 숨겨진 의미와 상상 그리고 촌철살인.
행복한 경영이야기를 읽다 보면 행복을 경영하는 이야기가 된다.

행복한 경영이야기」에 가면 오늘도 행복해지는 양식을 얻을 수 있다.

2009-09-10

후불제 민주주의

  • 개인이 공짜로 무엇인가 얻을 수 있지만 사회 전체가 공짜로 가치 있는 무엇을 가질 수는 없다. 그 '가치 있는 무엇'의 대표적인 예가 민주주의다. (21쪽)
  • 두뇌가 명석하지 않으면 심성이 맑기 어렵다. (...) 그러나 두뇌가 명석하다고 해서 심성이 꼭 맑은 건 아니다. 명석한 데 맑지 않는 사람은, 명석하지도 맑지도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해로운 범죄를 저지른다. (56쪽)
  • 문명의 발전은 공평하지 않은 삶을 조금씩 덜 불공평한 것으로 만들어가는 사회적 진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63쪽)
  • 진보는 '당위'를 추구하고 보수는 '존재'를 추종한다. 진보는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싸운다. (...) 진보의 경쟁력은 이상을 향한 열정과 논리의 힘이며, 망할 때는 거의 언제나 '연합하는 능력'의 부족때문에 망한다. 보수는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불가피한 자연적 질서로 간주하고 그것을 지키려 한다. (...) 그래서 보수가 망할 때는 걷잡을 수 없는 부패로 망한다. (68쪽)
  • 나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무엇인가를 더 깨닫고 누군가를 더 사랑하는 데도 부족한 시간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이유로 남을 괴롭힐 여유가 도대체 어디 있다는 말인다. (77쪽)
  • 만약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마저 행정부의 헌법 파괴를 방조하거나 방관한다면, 그때는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대규모 행동을 직접 조직하게 될 것이다. (114쪽)
  • '장로 대통령'의 존재가 다른 종교에 대한 기독교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것처럼 말하는 일부 목회자들의 태도는 황당한 것이다. (140쪽)
  • 계약직 공무원이면서 마치 왕처럼 행동하는 대통령은 권력 오남용을 거부하는 시민의 저항과 비판에 부닥쳐 인기를 잃는다. (211쪽)
  • '법질서 확립'과 '떼법 근절'처럼 국민을 위협하는 말만이 서슬 퍼런 칼처럼 난무했다. 그들은 '강자의 지배'를 '정의'와 동일시하고 국민주권 행사를 체제 전복 행위로 간주하는 사악한 체제를 복구하기 위해 경찰력과 최루탄으로 대한민국을 '포맷'하려 할 것이다. (374쪽)
후불제 민주주의/유시민/돌베개 20090306 380쪽 14000원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정책과 방향에 대해서 지지를 보내는 입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때는 헌법을 들춰보지는 않았다. 민주주의를 할부로 얻었다는 의식은커녕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는 착각을 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비로소 민주주의는 할부로 샀고 매일매일 할부금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학습하고 있다. 문명 역주행을 하는 대통령과 거기서 공생하는 양복 입은 침팬지들 덕분에 헌법이 얼마나 가치가 있고, 그럼으로써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절실함을 톡톡히 배우고 있다.

불량식품, 불량영상을 만드는 업자가 자기 자식들에게도 먹이고 보게 하는지 궁금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불량정권을 만든 우리는 불량업자만도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2009-09-08

아프리카 대륙을 걸어서 관통한 신혼부부

  • 2001년 1월 1일 새벽을 기다리고 있다. 걸어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이제 곧 시작될 것이다. (15쪽)
  • 결국, 8킬로그램의 배낭 두 개에는 1.5리터의 플라스틱 물병 하나, 3.5킬로그램의 장비(카메라, 카세트, 배터리, 이메일을 수신할 수 있는 전화기), 5백그램의 슬리핑 백, 작은 돗자리, 각자에게 필요한 티셔츠와 잠옷바지, 팬티 두 장, 갈아 신을 신발 한 켤레가 채워졌다. 이것이 전부였다. 이조차도 많았다. (25쪽)
  • 우리는 똑같은 거리를 걸었지만, 걷는 방식은 서로 달랐다. 보잘것없는 수컷인 내게 걷기란, 걸음의 수확이자, 킬로미터의 정복이고, 공간에 대한 승리였다. 환상과 허영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녀에게 도보여행은 우리의 인생을 완성하는 일이요, 우리의 운명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이해했고, 난 배워가는 중이었다. (78쪽)
  • "왜 여행을 하시죠?" 소냐가 재치있데 대답했다. "두 분을 만나려고요!" (128쪽)
  • 어쩌면 폴 모랑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일정 고도를 넘으면 인간은 나쁜 생각을 품지 못한다"는 말. (132쪽)
  • 피부 아래 속살은 누구나 예외없이 빨갛잖아요. (188쪽)
  • 보마는 강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어요. 운 좋게도 녀석이 우리를 봐주는군요. 녀석이 우리 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저 녀석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217쪽)
  • 여행을 계속해 나갈수록 사람들을 만나려면 걸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걷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242쪽)
  • 우리의 유일한 무기는 투표용지입니다. (298쪽)
  • 우리의 다리는 자만심이나 의지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인들의 순박하고도 자연스런 환대 덕에 나아가는 것이다. 그들 집에 우리는 매일 지치고 목마른 상태가 되어 도착한다. 그들이 없다면, 이 겸허한 연대의 끈이 없다면 우리는 단 이틀도 걷지 못했을 것이다. 재정적 지원? 우리에게 그런 건 없다. 구세주는? 하루에 적어도 한 명은 있다. 누구보다 검소하고 누구보다 가난하지만 마음만큼은 부유한 아프리카 농부가 친히 나섰다. 이것이 우리의 생존이다. 이것이 우리 일상의 몫이다. 이것이 우리의 보물이다. (336쪽)
  • 질투가 아프리카의 문제입니다. 고개를 조금이라도 내미는 사람이 있으면 가차 없이 줄을 맞추게 하죠. (427쪽)
  • 제 생각에는 세 개의 큰 결함이 아프리카가 날아오르는 걸 막고 있습니다. 전통의 무기력함, 이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 두뇌들의 유출, 그리고 정부의 부재입니다. (450쪽)
  • 킬리만자로, 그토록 꿈꾸어온 곳! 우리 도보여행의 중간지점이자 절정이었다. (...) 이곳을 오르는 사람들의 절반 정도가 고산병 등의 문제로 정상에 이르지 못한 채 서둘러 내려간다는 사실과 (...) 실패율은 운동으로 단련된 젊은이들에게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40세 이상에서는 현저히 감소했다. (550쪽)
  • 여행 532일째, 6975킬로미터 (559쪽)
아프리카 트렉/알렉상드르 푸생·소냐 푸생/백선희 옮김/푸르메 20090522 22000원

걷기의 달인도 아닌 평범한 신혼부부가 걸어서 아프리카를 관통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희망봉에서 출발해서 이스라엘의 예루살렘까지 3년 3개월에 걸쳐 두 발로 걸은 대장정의 절반에 해당되는 킬리만자로에 이르기까지 7,000킬로미터의 기록이다. 시간과 거리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모든 후원을 거부하고 걸으며 만난 아프리카 사람들과 인류의 발자취에 대해 이야기한다. 흑백 갈등, 에이즈, 물 부족, 내전을 겪으며 살아가는 아프리카지만 저물녘이면 그들을 따듯하게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어 도보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먹을 거라곤 마실 물만 가지고 걸었던 저자에게 아프리카는 사람 사는 정으로 그들을 맞아주었고, 다음 날 먹을 끼니까지 챙겨 주어서 두 사람의 아프리카 걷기를 마칠 수 있었다. 저자는 "우리를 초대해서 따뜻하게 맞아주고, 재워주고, 먹여주고, 도와주고, 아프리카 대륙의 경이로운 면면들과 인간적인 풍요로움을 보여준 아프리카 사람들께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물론 야영을 하며 사자의 습격을 받기도 했고, 목숨을 노리는 강도도 있었지만 아프리카가 보여준 무한한 연민의 정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것이 신혼부부가 생존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이었다.

저자인 신혼부부가 걸을 때 자동차를 태워주겠다는 호의를 보이면 걸어서만 가야 한다며 완곡히 거절하곤 했다. 그들이 계획한 여정에서 벗어나 차를 타게 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걸으며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킨다. 적도일주를 한 마이크 혼도 같은 행동을 보였는데 이렇게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여행가를 만드는 것인가 보다.

3년의 여행 동안 이들이 걸으며 만난 아프리카인들이 1,200여 가족에 이른다고 한다. 그들을 만나며 아프리카 대륙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또 그들에게서 경이로움과 아프리카 대륙만의 풍요로움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고원지대로 올라가면서 일정 고도가 넘으면 인간은 악해질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곤 한다.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을 보면 소냐는 항상 치마를 입고 걸었다.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바람이 통해 시원하다고 답하는가 하면 GPS도 없이 지도와 만보기에 나온 숫자를 가지고 몇 킬로미터를 걸었는지 계산을 한다. 그렇게 걸어서 가는 신혼부부를 본 원주민들의 공통된 말은 정신 나갔다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생존과 직결되는 아프리카 걷기 여행은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정신 나간 일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소냐와 나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매일같이 하고 있는 걷기 외엔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아프리카를 걸어서 여행한 저자와 그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아프리카인들이 정신이 나간 것인지 아니면 편안하게 여행기를 읽고 있는 내가 정신이 나간 것인지 구분을 할 수가 없게 된다.

2009-09-07

해바라기가 지존화가 되는 법

일러두기 : 이 이야기는 꽃 이야기다.

반만년 한반도 화단사(花壇史)에서 해바라기 자리에 있다가 지존화(至尊花)에 오른 경우가 없으시겠다. 근자에 어쩌다 딱 한 번 앉은 경우가 있었는데 제10대 지존화가 된 최규화(最葵花)1가 유일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일인지상 만인지하 자리에 있으면서 지존화 자리에 오르기가 오뉴월 잡초가 산악자전거 타기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다.

최규화가 어떻게 지존화 자리에 오르게 됐는지는 굳이 따로 얘기할 필요가 없으니 건너뛰기로 하시겠다. 다만, 그런 야망을 품고 있다면 이제부터 새벽마다 비시라. 왜 새벽이냐고 되묻지는 마시라. 해바라기가 해를 쫓지 않을 유일한 시간이 자고 일어난 바로 그 시간임을 설마 모르지는 않으시겠지.

새벽이슬을 받아다 정화수를 떠놓고 제발 떡을 돌리는 날이 어여 오시라고 하늘에 비시라. 그래야 지존화에 오를 수가 있다. 정화수를 아리수나 청계천에서 떠오지는 마시라. 그건 짝퉁이라고 아는 꽃들은 다 안다. 매일 검룡소나 오색약수에서 떠와야 그나마 하늘이 그 정성을 알아주시겠다. 쪼매 더 앞당기려면 화단에 굶주린 고양이를 풀어놓으시라.

해바라기도 이제는 화단의 역사에서 배우시라. 고대사나 근대사도 아니다. 불과 한 세대 전에 일어났고 될 성싶은 떡잎을 한창 키울 때 본 그 시절이니 기억에 생생하시리라. 그 외에는 지존화가 되는 방법은 없으시겠다. 그리고 이건 지존화에 앉은 다음에 고민할 일이지만 그 자리에 앉았다고 방심하지 마시라. 뒤통수 맞는다.

1. 最葵花 : 으뜸 최, 해바라기 규, 꽃 화

2009-09-04

항문 관리사를 아시나요?

다음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박은경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는 전혀 상관없다.
남주홍 《통일은 없다》(랜덤하우스중앙, 2006)는 통일부 장관 내정자
이춘호 유방암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고 남편이 기쁜 마음에 서초동 오피스텔을 선물했다.
박미석 자경사실확인서는 위조가 아니다. 억울하다.
김성이 딸이 수석입학을 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미국에 가서 생활하겠다고 해 국적을 포기했다.
이윤호 여의도는 살만한 곳이 못 되고, 자연친화적이지가 않다. 살만한 곳이 아니라서 송파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
김도연 여름에는 주로 경기도 이천시에 있고 겨울에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아파트에서 지낸다.
김경한 공직을 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신변을 깨끗하게 하고 특히 부동산과 회원권(골프·헬스·콘도회원권) 문제는 좀 다르게 살았을 것.
윤증헌 집사람이 채소를 심는 것이 취미지 투기하고는 거리가 멀다.
백용호 많은 책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서 (강남에) 오피스텔을 구입했다.
천성관 비행기에 같이 탔었는지는 모르지만, 스폰서는 아닙니다.
김준규 담당 검사에게 전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사에 개입한 바 없다.
정운찬 대운하는 반대하지만 4대강은 반대할 사안이 아니다.

대부분이 박사 학위를 가진 교수님입니다. 박사 학위가 없으신 분들은 고시에 합격하시어 공직에 나아가 봉직하고 계시는 분들이고요. 그런데 이분들의 학문적 견해를 피력하는 논조가 한결같습니다.
"……했지만 ……는 아니다."

학문 [항─] ①지식을 배워서 익힘, 또는 그 일. 학예를 수업함. ②일정한 이론에 따라 체계화된 지식. ③학식(學識)
항문 고등 포유동물의 직장(直腸)의 끝에 있는 배설용의 구멍. 똥구멍

이쯤 되면 그들이 힘쓰고 닦는 것이 학문이 아니라 항문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꼿꼿한 선비 인양 올곧은 관료 인양 실체를 숨기고 있던 항문 관리사였습니다. MBc 덕분에 이제 우리는 항문 관리사를 하나 둘 알아가고 있습니다. 항문 관리사, 뜻밖에 우리 주위에 널려 있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요즘 뜨고 있는 실용직업이랍니다. 단지 백성들 똥구멍만 여전히 관리사가 없을 뿐입니다.

2009-09-03

권력은 철학도 춤추게 한다


"경쟁을 중시하고 촉진하되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을 따뜻하게 배려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시각 차이가 없다"고 오늘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말씀하셨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는 대책 없이 대통령이 되지 말라고 하셨던 분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권력은 철학도 춤추게 한다. 권력이 칭찬까지 해주면 고래 힘줄처럼 질겨 변치 않을 것처럼 보였던 철학도 춤추지 않을 재간이 없다. 얻은 것 없이 개쪽만 당했던 소설가 황석영에 비하면 정말 경제적으로 정치에 입문하는 걸로 봐서 재주가 좋은 경제학자임이 틀림없다. 물론 춤추는 학자라는 본연의 모습을 늦지 않게 보게 된 것이 커다란 소득이 아닐 수 없다.

2009-09-01

대세는 민주당이지만 우린 미정이다


1.
일본이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한 일로 떠들썩하다. 30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총 480석 가운데 민주당이 308석, 자민당이 119석을 얻어 1955년 양당체제가 된 후로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한단다. 민주당의 압승을 정권혁명이라 한다. 지난 1월 20일에는 태평양 건너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미국 선거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시대를 열었다며 세계가 흥분했었다.

역사적 가치야 곁다리로 지켜보는 우리보다 당사자들이 더 잘 알겠지만 미국인도 민주당, 일본인도 민주당을 선택했다. 쪼매 부럽다. 돈의 많고 적음만 가지고 상대적 빈곤감이 드는 건 아니다.

2.
LPGA 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1989년생 허미정 선수가 페테르센과의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다. 17번 홀에서 벌어진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공하여 우승을 했다. 통산 5승을 자랑하는 노르웨이 출신 수잔 페테르센과의 접전에서 주눅이 들지 않고 버디 퍼팅을 하는 순간,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사람을 뻘쭘하게 만들며 보기 좋게 집어넣었다. 연장전을 준비하는 동안 중계방송에서는 JLPGA 요넥스 레이디스 대회에서 우승한 전미정 선수가 전화로 허미정 선수를 응원했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전미정 선수가 올해 3승을 기록 중인데 그미가 우승하면 하루 시차를 두고 같은 날 미국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했단다. 아나운서도 전미정 매직이 이번에도 통했으면 좋겠다며 선전을 기원했는데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일본에서는 전미정, 미국에서는 허미정 선수가 기분 좋은 우승 소식을 전해 준 미정의 날이다.

3.
미정의 우승에 박수를 보내면 보낼수록 왜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짝퉁이라서 한나라당의 새디스트를 선호하는 것인지, 혹은 요즘 한국인은 가난할수록 부자 국회의원을 좋아하는 계급배반을 즐기는 정치적 메조키스트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대세는 민주당이지만 우리는 아직 미정이다.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하고 싶어도, 기호 1번이 싫어 다른 번호를 찍기도 마뜩잖아 변태정치가 언제 끝날지 미정이다. 변태적 오르가슴을 거두고 저 푸른 초원에서 버디 퍼팅의 짜릿함을 느끼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