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4-29

기우뚱한 균형

#1
우파는 힘을 과장하기 쉽고 좌파는 부끄러움을 과장하기 쉽다. 다르게 말하면 전자는 힘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말하기 쉽고, 후자는 부끄러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고 말하기 쉽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어느 하나만 있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어느 한쪽만을 강조하는 우파와 좌파 모두와 나는 부딪히고 싶다. 전자는 위악으로 흐르기 쉽고, 후자는 위선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힘과 부끄러움 사이에서 기우뚱, 균형을 잡자. (37쪽)

#2
사실 진정으로 이상적 민주주의는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이 흔히 아테네의 민주주의를 이념적 전범으로 삼곤 하는데, 엄격하게 따지자면 그 당시에도 민주주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곧 모든 사람들의 평등이 보장되거나 만인의 인권이 존중되는 방식으로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완성된 이념이라기보다는 지금도 아주 어렵게 진행중인 정치적 과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191쪽)

#3
정부와 세계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세상은 지옥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지옥이라지만, 우리 사회가 지옥인 건 사실이다. 다만 애정이 있고 사랑하기 때문에 지옥조차 재미있을 뿐이다. 사람들, 그렇게 지옥 속에서 박박 혹은 슬슬 기며 넘어간다. 안에서 안으로 숭숭숭 뚫리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 흔들리며 기우뚱, 균형을 잡는다. (286쪽)

기우뚱한 균형/김진석/개마고원 20080731 288쪽 13000원

마치 불만이 가득한 황희정승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왼쪽과 오른쪽에서 동시에 난타를 당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정말로 주먹을 날리게 되면 뻘쭘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픈 곳을 제대로 찔려 그러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듯이 부족한 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언제나 제자리걸음을 한다. 쓴소리가 귀에 거슬려 외면하는 순간 진화는 없다. 세상은 기우뚱하지만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선거하는 날 하루만 자유로운 노예인지 아닌지 균형을 잡는 날이다.

2009-04-25

육일약국 갑시다

#1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노사관계는 직원들의 상황을 고려해서 더 주려고 하는 회사와, 회사의 사정을 감안하여 양보하려는 직원의 마음이 균형 있게 합의점을 찾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너무나도 이상적인 얘기지만,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와 직원이 적정선을 찾을 때 우리는 비로소 윈윈하는 것이다. (127쪽)

#2
아기들은 일어서는 것을 배우지만, 이상하게도 어른이 되면 주저앉는 것을 배우게 된다. 실패한 경험이 많을수록 변화를 두려워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에도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도태되었다는 얘기다. (140쪽)

#3
경쟁은 역전도 가능하도록 해주는 기회다.(…) 경쟁이 없다면 가진 자는 항상 넘치고, 없는 자는 항상 부족한 상태가 고착될 것이다. 거지는 죽을 때까지 거지로, 부자는 죽을 때까지 부자로 산다는 말이다. 경쟁은 거지도 부자로 만들 수 있는 역전의 기회다. (175쪽)

육일약국 갑시다/김성오/21세기북스 20070710 254쪽 12000원

3년 동안 택시만 타면 "육일약국 갑시다"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이것이 그와 내가 다른 점이다.

2009-04-23

인간은 노래했다

인간은 노래를 먼저 부르기 시작했을까, 아니면 말을 먼저 했을까? 아득히 먼 인류의 조상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말로써 전달했을까, 혹은 말보다 먼저 높낮이나 길고 짧음, 억양 등을 붙여 소리를 내는 일종의 노래 형태로 전달했을까?

인류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이 말을 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8만 년 전이라고 한다. 노래를 부르기 위해 목소리를 낸 것은 그때로부터 다시 50만 년을 더 거슬러 올라갔을 때부터였다고 하니 노래쪽이 말보다 선배치고도 까마득한 선배가 되는 셈이다. (16쪽) - 재미있는 음악사 이야기/신동헌/서울미디어 1997

인간은 말보다 노래를 먼저 했답니다.
아담과 이브가 격하게 다투는 소리는 빠른 노래였을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말싸움이 생겨났나 봅니다.
여태껏 노래하며 싸우는 건 보질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그런가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잔치와 말싸움이 펼쳐지는 요즘은
봄꽃처럼 화사하거나 봄비처럼 차분한 노래가 그리워집니다.

오늘은 태초의 인간으로 돌아가 노래를 하자고요.
그렇다고 원시인처럼 목청껏 고래고래 부르지는 말고
남의 노래도 끝까지 들어주고 앵콜도 외치는 신인류가 돼 봅시다.
인간은 알흠답게 진화해야 하니까요.

지금 MP3나 오디오 볼륨을 높이며 콧노래라도 흥얼거립시다.
오늘 행여나 시비라도 붙게 되면 노래로 아웅다웅합시다.

2009-04-22

Fucking More Bike, Fucking MB! 이제는 들고 달리자


잘하고 있는데 옆에서 초를 치면 하기 싫을 때가 있다.
공부하려고 막 책을 펴는데 공부하라고 하면 책을 덮는다.
마감보다 일찍 결재를 올리려고 하는데 독촉하면 결재판을 내려놓는다.
오늘은 야근하려고 하는데 급하지 않은 일을 조르면 칼퇴한다.
칼퇴하는데 귀가를 재촉하는 전화를 받으면 없는 약속을 만든다.

잘 타고 있는 자전거를 어떤 미운 놈이 예찬하면 부숴버리고 싶다.
그렇다고 정말 부숴버릴 수도 없으니 난감하다.
부시지도 않고 즐기면서 운동하는 방법을 찾아보자.
지금까지는 타고 달리다 힘이 부치면 내려서 걸어갔었다.
이제는 들고 달리자.
들고 달리다 힘이 부치면 그때 올라타고 달리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본다면
그들은 지금 힘이 부치고 지친 사람들이다.

2009-04-20

뇌물과 선물의 경계에 서다

1.
용돈이 궁하던 학창시절. 길을 가다 만원짜리를 주웠다. 살다 보니 이런 행운이 있구나. 사방을 둘러보며 슬며시 주워 들었다. 흙을 털고 잘 접어 누가 볼까 얼른 주머니에 넣었다.

담배 하나를 피워 무는데 친구가 헐레벌떡 뛰어온다.
- 만원만 빌려주라.
- 어데 쓸라고?
- 지금 미팅 가려고.
점쟁이 빤쓰를 입었나 어찌 만원짜리가 있는 줄 알고 귀신같이 달랜다.

며칠 후 그 친구는 잘 썼다며 만원을 돌려줬다. 스스럼없이 돈을 받았다.

2.
친구에게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 급해서 그런데 백만원만 넣어주라.
- 언제 갚을 건데?
- 장난하지 말고 정말 급해서 그래.
더는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계좌번호나 찍으라고 하며 전화를 끊는다. 차용증이나 근저당 설정도 하지 않고 자동이체를 한다. 돌려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

3.
조폭은 돈이 떨어지면 결혼을 한다고 한다. 힘 깨나 쓰는 조폭이 결혼한다고 하면 깍두기들이 봉투를 내밀려고 접수대에 늘어선다는 게다. 그렇게 모인 돈이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비단 이런 일이 조폭 세계에서만 있을까?

축의금을 모아 좋은 일에 썼다는 기사를 종종 접하곤 한다. 지극히 보통 사람의 경우라면 식장 임대 비용이나 피로연에서 먹은 국수값으로 퉁 치면 될 정도의 축의금이 들어온다. 그런데 그런 양반들한테는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오면 저럴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유추하건대 권력의 정점에 있거나 영향력 있는 양반들은 아마 조폭 결혼식만큼이나 축의금이 들어오는 모양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그렇게 모인 축의금을 보고 뇌물을 받았다며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상식 있는 몇몇 분들이 좋은 일에 썼다는 걸 보며 상상외로 큰 금액에 놀랄 뿐이고, 그렇지 않은 양반들이 더 많은 것이 우리 현실이다. 조폭이나 방귀깨나 뀌는 양반들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가끔 결혼식 청첩장이라도 받을라치면 참석 여부를 떠나 얼마짜리 봉투를 들이밀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때가 있다.

4.
베트남 출장을 가는 상사에게 오백불이 든 봉투를 건네줬다. 아오자이 한 벌을 사다 달라고 하면서 말이다. 주는 입장이나 받는 입장에서나 오백불이면 아오자이 한 벌을 사도 남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갑과 함께 하는 출장이라 그냥 경비에 보태 쓰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출장에서 돌아온 상사는 최고급품이라며 아오자이가 담긴 쇼핑백을 건네줬다. 물론 거스름돈은 돌려주지 않았다. 남은 돈이 지갑으로 들어갔는지 그린피로 써버렸는지 확인할 길이 없지만 상사의 인격을 믿기 때문에 아깝다거나 눈 뜨고 코를 베였다는 감정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5.
봉하마을에 나타난 육백만불의 사나이 땜시 난리다. 육백만불의 사나이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고, 소위 공권력이라는 힘은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고 크게 엮어서 줄줄이 교도소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다. 법은 공정해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바람은 그저 육법전서 속 문자로만 존재한다고 믿은 지 오래돼서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변하지 않은 것은 권력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해바라기 검새는 한창 활짝 피어 있다는 것이다. 정승 집 개가 죽으면 쪼르륵 달려가지만 정승이 죽으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속물근성을 드러내 보이면서.

6.
백만원이나 오백불과 비교하면 백만불과 오백만불은 어마어마하게 큰돈이다. 물론 차용증이나 근저당 설정도 없다. 그냥 그렇다는 거다.

돈은 선물이 될 수 없을까? 오늘도 뇌물과 선물의 경계에 서 있다.

2009-04-16

바이칼 호수를 품자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장장 9,288킬로미터에 이르는 기나 긴 여정이다. 세계 최장의 철길로, 그 길이가 우리나라 경부선(444.5㎞)의 20배가 넘고, 부산에서 신의주 구간(943.5㎞)의 10배가 조금 못 된다. 지구 지름(12,740㎞)에 조금 못 미치고, 지구둘레(40,077㎞)의 4분의 1에 가깝다.1

우리는 대륙의 끝, 한반도에 살고 있지만
걸어서 다른 나라로 가지 못하는 형편이고 보면
실상은 섬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다.

섬나라 사람은 속이 좁다며 손가락질하는 동안
정작 나를 가리키는 손가락이 더 많다는 사실을 잊는다.

섬나라에서 벗어나 대륙을 달리자.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달리며 속 좀 키우고
바다 같은 호수 바이칼을 품자.

1.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달린다』 김선욱 외/한얼미디어 (2006)

2009-04-14

Happy Black Day


짜장면 한 그릇 먹는 것이 로망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장면이라고 부르면 그때 그 감동이 묻어나질 않습니다.
짜장면이 아무리 대중화된 음식이 되었다고 해도
오일장 열리는 짜장면집 달랑 하나 있는 시골구석에서는
요즘도 운동회 때나 먹을 수 있는 음식입니다.

오늘은 행복한 마음으로 짜장면을 시켜 먹읍시다.
두 그릇 시키면 군만두도 따라올지 모릅니다.
언제나 방금 출발했다고 하니 진득하게 기다렸다 맛있게 먹고
시켜 먹은 빈 그릇은 조중동 찌라시로 말아 싸면 어울립니다.

2009-04-13

봄날은 갔다


겨울이 깊으면 봄날이 가깝다고 하여
오매불망 봄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불행히도 봄날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갔다.

부채질할수록 과거지향적 부채만 늘어난다.

2009-04-11

비상금 꼬불치기


아주 가끔 책을 뒤지다가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하곤 합니다.
언제 꼬불쳐 놨는지 기억도 없는데
만원짜리가 툭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오늘 설치고 다니는 설치류를 잡고 싶은 만큼
만원이든 천원이든 아주 곱게 펴서
정말 재미없고 손이 가질 않는
책을 하나 골라서 꼬불쳐 놓읍시다.

4년이 흐르고서 아주 우연히 찾으면
그날은 횡재했다며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영영 찾지 못해도 서운해하지는 맙시다.
행여 누군가 꼬불친 비상금을 찾는다면
덕분에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2009-04-09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다

#1
규칙은 간단하다. 적도에서 남북으로 40킬로미터를 벗어나지 않고 전진해서 출발지점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9쪽)

#2
1999년 6월 2일, 연안항해용으로 제작된 길이 8미터짜리 소형 삼동선을 타고 대서양으로 출항했다. (18쪽)

#3
한 달 동안 몇 번의 폭풍우를 겪으며 바다를 건넌 뒤, 마침내 아마존 강 어귀의 항구도시 마카파에 닻을 던졌다. (58쪽)

#4
내 앞에는 3천 6백 킬로미터의 열대 정글이 펼쳐져 있다. 지금까지 이 지옥을 걸어서 횡단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이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하다고 누누이 말했다.
"불가능은 가능하게 하려고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존재한다."

나는 당당하게 이 말을 되풀이 하곤 했다. 그 단언을 입증할 때가 왔다. (62쪽)

#5
배낭을 다 채웠을 때의 무게는 48킬로그램이나 되지만, 이중으로 바느질해서 세 배 무게까지 지탱할 수 있다. 배낭 용량은 백 리터고, 높이를 조절해서 무게중심을 옮길 수 있다. (68쪽)

#6
내쪽에서 육식동물로 변신할 때가 왔다.
배에는 횡단에 필요한 식량을 저장할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여섯 달치 식량을 짊어지고 걸어갈 수는 없다. 따라서 먹으려면 사냥하고 낚시를 해야 한다. (78쪽)

#7
지금은 왜 정글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이성을 잃는지 이해된다. 왜 아무도 정글에 살지 않는지도 이해된다. 인간은 절대로 정글에 적응하지 못한다. 인간은 들판이나 초원 같이 탁 트인 장소에 살아야 한다. 하다못해 사막에라도 말이다. (91쪽)

#8
더는 갈 수없음을 깨닫는 데에는 몇 분이 걸렸다. 어쨌든 걸어서는 말이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아마존과 안데스를 정복했고, 정말 대륙 전체를 횡단했다. (150쪽)

#9
바다로 나온 지 45일 만에 갑자기 GPS가 고장났다. 가봉 리브르빌이라는 지명을 입력하고 '확인'을 누르자, 평소와 달리 서쪽으로 가야 하는지 동쪽으로 가야 하는지 지시가 오락가락했다. 물론 이 현상의 원인은 분명했다. 목표지점인 리브르빌은 출발지점이기도 한데, 지금 나는 양쪽에서 동일한 거리에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확히 2만 킬로미터씩 떨어져 있다. 여정의 절반을 온 것이다! 그 '정확한' 지점은 사방으로 수천 킬로미터 내에 아무 것도 없는 이곳 태평양 한복판에 있다.

나는 지구 반대쪽에 왔다! (168쪽)

#10
문명...... 나에게 문명이란 현대적인 안락함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이 미소를 지으며 따뜻하게 맞아 주는 장소를 뜻한다. 내게 총을 쏘는 나라는 야만인 소굴에 지나지 않는다. 잠깐이지만 배를 돌려 태평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174쪽)

#11
정글에서 사바나로, 산에서 사막으로, 아프리카 적도지대 전체를 횡단했다. 때로는 길이 조금 혼잡했다. 이곳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은 인간이다. (264쪽)

#12
오래 전에 조가비를 주웠던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하나 다시 모래에 묻으며, 그 조가비 하나하나가 상징하는 것을 천천히 생각했다. 대서양, 남아메리카, 태평양, 인도네시아, 인도양, 아프리카......

나는 세계일주를 떠날 때 정문으로 집을 나와 어느 날 뒷문으로 돌아오는 것을 상상했다.

지금, 마침내 그 뒷문을 밀었다. (319쪽)

적도일주/마이크 혼/이주희 역/터치아트 20070120 323쪽 13000원

마이크 혼은 1966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났다. 1999년 6월 2일 아프리카 가봉의 리브르빌에서 출발해서 17개월, 정확히는 514일 후에 그 자리로 돌아왔다. 규칙은 무동력 이동수단으로 적도를 따라 남북으로 40킬로미터를 벗어나지 않고 출발해서 그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 원칙을 지키려고 아마존 정글에서 벗어나 콜롬비아를 지나며 게릴라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모터보트를 타게 됐을 때도 되돌아가서 다시 길을 간다. 스스로 부정행위를 하지 않겠다면서.

남미 마약 지대나 내전 중인 아프리카를 지날 때 여러 번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을 맞이하며 마이크 혼은 인간이 가장 위험한 동물이라고 한다. 아마존 정글에 있는 뱀도 먼저 공격을 하지 않고 오히려 정글 밖이 야만스런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최초라는 곳이 지구 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적도를 일주한 것이 마이크 혼이 처음이라고 한다. 그는 서기 2000년 밀레니엄 타임을 태평양 한가운데서 처음 맞이한 지구인일지도 모른다. 날짜 변경선 근처를 항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주 언급하고 있지만 그를 도와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적도일주는 실패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배를 횡단 도착일에 맞춰 대륙의 반대편에 가져가 놓는 일을 한 동생 마틴이 아닐까 생각된다. 아내와 두 딸이 용기를 주었음은 물론이고.

솔직히 나는 왜 이런 모험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옮긴이도 말했듯이 세상에 나 같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무척 고맙게 생각한다. 그 나이 때 동네 한 바퀴도 제대로 돌아본 적 없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2009-04-07

사춘기가 별건가?

Old man and the flower

누군들 사춘기가 없었으랴마는
그마저 지나면 청춘은 끝났다 하더이다.
꽃피는 사월에 봄을 느낄 때
그때가 사춘기고 청춘 아니뇨.

2009-04-06

법칙(law)과 이론(theory)의 차이

고백하건대 법칙(law)과 이론(theroy)의 차이를 이제야 알게 됐다.
철이 없게도 학창시절 수많은 법칙과 이론을 달달 외웠지만 그 차이는 몰랐다.

법칙(law)과 이론(theory)

우리가 법칙이라고 말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인간이 인지하고 관찰하는 범위 내에서는 예외가 없다는 뜻이 된다. 법칙이라는 말이 붙은 것은 모든 인간에게서 예외없이 이 법칙이 적용된다는 의미이다. 약간의 예외를 인정하는 현상은 흔히 이론이라고 부른다.(204쪽) - 환경행정론/안문석/법문사 1995

보너스 하나. 『70의 법칙』

초기치가 2배가 되는 시점을 계산하는 것으로 '70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증가율만 알면 초기치의 2배가 되는 시점을 쉽게 계산해 주는 주먹구구식 공식에 70이 들어 있음에서 연유한 것이다.

주먹구구식 공식 = 70/r(%)

예를 들어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연간 9%라면 중국의 GNP가 두 배가 되는 해는 공식에 의하여

70/9=7.8(년), 즉 7.8년 후가 된다. (같은 책 148쪽)

여기서 문득 드는 의문 하나.
무권유죄 유권무죄는 법칙일까, 이론일까?
아니야. 그냥 유행처럼 지나가는 현상일 거야.

2009-04-04

잔치국수


- 이혼율이 언제부터 높아졌는지 알아?
- ???
- 피로연에서 국수 대신 칼질을 하면서부터야.

국수처럼 길게 사랑하며 살라고 했는데
칼로 사랑을 조각내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오늘은 국수를 먹으러 가자.

2009-04-03

권력을 이긴 사람들

#1
의회는 건물에 침입해 도청을 자행한 닉슨은 탄핵하려 했지만, 한 나라에 침입해 침략을 자행한 부시는 탄핵하지 않을 것이다. 의회는 부적절한 성행위를 한 클린턴을 탄핵하려 했지만, 국부를 몇몇 갑부들에게 몰아준 부시는 탄핵하지 않을 것이다. (22쪽)

#2
이제 민주당과 공화당이 '큰 정부'를 소리 높여 비난하는 것을 당신이 듣는다면 그 위선을 친절하게 지적해줄 일만 남았다. 아주 조금만 역사를 반추해봐도, 문제는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가 아니라 누구를 위한 정부냐라는 점이 명백해 진다. 우리 정부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표현한 이상("인민을 위한" 정부)일까, 아니면 인민당 웅변가 메리 엘리자베스 리스가 1890년에 묘사한 현실("월스트리트의, 월스트리트에 의한, 월스트리트를 위한 정부')일까? (43쪽)

#3
군사독재나 권위주의 국가들처럼 아예 '문명화'된 척도 하지 않은채, 별다른 의식도 없이 체제의 희생자들을 처리하는 사회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복잡한 사법처리 과정에 의해 처벌이 합법적으로 이뤄진다는 사실에 근거해 문명국이라고 주장하는 미국 같은 나라들도 있다. 그 각각의 사법처리 과정이 인종적 편견, 계급적 편애, 혹은 정치적 차별로 얼룩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과정은 "정당한 법절차"라고 불린다. (80쪽)

#4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생각하는 충성은 자신의 국가에 대한 충성이지 국가의 제도나 관리에 대한 충성이 아니다. 국가는 진정한, 본질적인, 영원한 것이다. 국가는 우리가 지키고, 돌보고, 충성해야 할 대상이다. 제도는 외부적인 것이다. 그것은 그저 의복일 뿐이다. 의복은 닳고, 누더기가 되고, 더 이상 편안함을 주지 못하고, 겨울, 질병, 죽음에서 더 이상 몸을 보호해주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누더기에 충성하고, 누더기를 위해 외치고, 누더기를 숭배하고, 누더기를 위해 죽는다니. 그것은 정신 나간 충성이고, 그야말로 동물들 수준이다. 제도는 군주에게 속해 있고, 군주가 만들었으니, 군주더러 지키라고 해라. (127쪽)

#5
노동자, 여성, 흑인의 권리는 법원의 결정으로 쟁취된 것이 아니었다. 정치체제의 다른 부문들이 그랬듯이, 법원 역시 시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하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한 직접행동에 참여한 이후에야 비로소 그 권리들을 인정했다. (182쪽)

#6
사법체계가 점점 우파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현상에 절망하지 말자. 법정은 한 번도 정의의 편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사람들에 의해 떠밀려가지 않을 경우에는 오직 이쪽 혹은 저쪽으로 몇 발자국 정도만 움직인데 불과했다. 연방대법원의 대리석에 새겨진 그 글귀, "법 앞에서 평등한 정의"는 언제나 위선이었다. (184쪽)

#7
혁명적 변화는 한 차례 격변의 순간(그런 순간들을 경계하라!)을 통해 오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향해 이리저리 움직여가는 가운데 등장하는 놀라움들의 끊임없는 연속으로 오는 것이다. 변화의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거대하고 영웅적인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작은 행동이 수 백만의 사람들에 의해서 중식될 때 어떤 정부도 억누를 수 없는 조용한 힘, 세계를 뒤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

우리가 '승리'하지 못 한다 해도, 다른 좋은 사람들과 함께 어떤 가치 있는 일에 참여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유쾌함과 성취감은 남는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필요하다. (290쪽)

권력을 이긴 사람들/하워드 진/문강형준 역/난장 20080818 366쪽 17000원

영국군 주둔에 저항해서 독립운동을 일으킨 미국은 왜 그들의 군대로 남의 나라를 점령하고 있을까? 하워드 진은 이런 역사적 아이러니를 '위로부터의 역사'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다시 쓰면서 알려 준다. 시민 불복종이 필요한 이유와 권력에 대한 충성이 아닌 국가와 헌법 이념에 대한 충성을 역설하고 있다.

미국에서 나타난 이런 현상은 지금 우리 주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국가가 대변하려고 들지 않았던 사람들의 시선에서 쓴 35편의 에세이가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 이유다.

2009-04-01

나의 동지이자 적

편안함과 익숙함이 나의 동지이자 적입니다.
둘을 싸잡아 습관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지금 이 편안함과 익숙함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헛갈립니다.
못된 습관은 금방 따라 하지만 좋은 습관은 얼른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당신이 편하고 익숙합니다」라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떠나 슬프다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서 편안하고 익숙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아쉬워 그럴지도 모릅니다.

「일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일이 편하고 익숙합니다」라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일을 못하게 되는 것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일처럼 편안하고 익숙해지기까지 걸리는
변화가 두려워서 일지도 모릅니다.

습관은 동지일 때는 한없이 너그럽지만
언제 적으로 변할지 모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내가 변하지 못하게 됐을 때 적인 걸 알게 됩니다.
습관이 적이라고 느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막장입니다.

그래서 둘도 없는 동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때
이따금 혼자 정한 암구호를 바꿔가며 스스로 대답을 해봐야 합니다.
그래야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당신을 편하고 익숙하게 해 드리겠어요」라는 뜻이 되니까요.
그래야 「일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변화가 심할수록 일을 편하고 익숙하게 하려고 합니다」라는 뜻이 되니까요.

현명한 피아(彼我) 구분은 유토피아를 만들지만
그렇지 않으면 진피아들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