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8

왜 빈둥대는 보스는 연봉이 더 많을까?

월말에 결산하랴 보고서 작성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만들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거들떠보지도 않고 무슨 전략회의에 참석한다고 온종일 코빼기도 안 보이는 보스 때문에 당신은 스트레스가 사정없이 쌓인다. 바빠서 똥오줌 못 가리고 빼이 치는데 하는 일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상사가 당신보다 연봉은 왜 많은지 억울한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닐 게다.

왜 빈둥대며 하는 일도 없는데 연봉은 당신보다 더 많을까?


위 그림에서 당신의 위치는 A일 테고 보스는 B쯤 위치하고 있다. 당신을 바쁘게 한 일은 대부분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순서대로 한 Routine work에 속할 것이다. 당신이 한 의사결정(Decision-making)은 Routine work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은 슬쩍 보스한테 미뤘을지도 모르고. 보스는 빈둥대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신보다 더 어려운 Decision-making을 아주 많이 했을 것이다. 당신의 눈에 비친 보스는 Routine work를 하고 있지 않는 모습이지 그 시간에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 보스는 왜 빈둥대는 것처럼 보였을까? 보스는 의사결정을 하고자 정보도 수집해야 할 것이고 당신이 올린 보고서도 봐야 하고 CEO의 의중도 헤아려야 한다. 그런 연후에 최선의 결정을 하고자 한다. 그 결정은 무엇으로 나타날까? 바로 정성적이며 정량적인 책임(responsibility)으로 나타난다. 당신이 한 결정보다는 상대적으로 보스의 결정이 높은 책임을 동반하고 있다. 그만큼 보스는 Decision-making을 하기 위해 예측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심지어 육감까지 총동원하며 많은 고민을 한다.

그러면 CEO는 어떨까? CEO가 하는 의사결정은 회사의 장래를 바꿀 수 있을 만큼 중요하고 결정을 내리기까지 누구보다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왜 그럴까? 결과에 대한 책임이 그 누구의 Decision-making보다 크기 때문이다. 비록 그림은 책임의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무한대라 할 수 있다.

조직은 직책이 올라갈수록 Routine work 보다 Decision-making 비중이 늘어나고 따라서 책임도 커지게 된다. 당신이 더 많은 Routine work로 바쁘다고 해서 보스가 하는 Decision-making 보다 책임이 더 클 수는 없다. 직급이 높을수록 고난도 일을 하고 있고 그 일의 대부분은 의사결정이 차지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Work volume 위아래가 뒤바뀌면 서로 피곤할 뿐 아니라 회사 경영에 부정적인 작용을 한다. 중요한 Decision-making을 해야 할 보스가 Routine work를 붙들고 앉아 시시콜콜 따지고 있고 Routine work도 끝내 놓지 못하고 그건 이렇게 해야 한다며 무책임하게 핏대를 올리는 당신도 문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아는 그런 당신과 보스를 그 자리에 계속 앉혀두는 CEO다.

A 위치에 있는 당신은 B 위치에 있는 보스가 최상의 결정을 내리도록 지원을 해야 하며 B는 최종 결정권자인 CEO의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 최선의 역할을 해야 한다. 결론난 의사결정은 쉬워 보일 수 있지만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는 결정을 하기까지는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다.

오늘은 빈둥대는 당신의 보스를 위해 기운 내라고 박카스 한 병 건네는 통 큰 당신이 되시라.

2009-03-26

40대에 다시 쓰는 내 인생의 이력서

#1
사람이 회사를 그만 두지 못하는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가 그만두면 회사가 망할까 봐이고 또 하나는 내가 그만 두어도 회사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봐이다. 그만큼 착각 속에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존재라는 자긍심을 갖고 산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그것이 두렵기까지 하다. 누구나 귀한 존재이기는 하지만 그 사람이 없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그런 존재는 없다. 그 사람이 사라짐으로써 조직이나 사회가 도탄에 빠지는 경우보다는 그 사람이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음으로 해서 발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68쪽)

#2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또한 무언가를 잃을 용의도 있어야 한다.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변화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고통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변화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올 때 가능한 것이다. 힘들지만 아직 다닐 만하고 먹고 살만큼 월급이 나온다면 사람들은 계속 예전 방식대로 살면서 기존의 회사에 머물려 할 것이다. 고통의 감수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위험을 겪지 않았는데 어느 날 회사가 멋지게 바뀌고, 경영진이 개과천선하고, 외면했던 고객이 다시 찾아오고, 삶의 질이 확 올라가고, 자신이 원하는 그런 세상이 오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No pain, no gain 이고 No risk, no return 이다. (70쪽)

#3
존경의 전 단계는 좋아함이다. 그리고 좋아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바로 감정이다.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어야 하고 멋진 리더는 그래서 매력적인 사람이다. (98쪽)

#4
요즘은 이미지가 굉장히 중요한 시대이다. 제품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속알맹이보다는 겉으로 어떻게 보이는가에 지대한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결사적으로 매달리는 이 '이미지(image)'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이마고(imago)'이며 그 뜻이 '마음의 모양'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즉, 이미지란 것은 마음의 상태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167쪽)

#5
나는 정말 멋지게 늙고 싶다.
육체적으론 늙었지만 정신적으론 복학한 대학생 정도로 살고 싶다. (185쪽)

#6
최악의 집주인은 누구일까? 집값을 끊임없이 올리는 주인? 고장 난 수도를 고쳐 달라고 아무리 요구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주인? 그렇지 않다. 옆집, 앞집의 전셋값은 계속 오르지만 절대 전셋값을 올리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방을 빼라고 요구하는 주인이다. 전셋값이 오르지 않으니까 별다른 생각 없이 살았다.

최악의 CEO는 누구일까? 부하 직원을 아주 편하게 해주는 사장이다. 그 회사는 입사하기는 참 힘들다. 좋은 학벌에 여러 조건을 만족시켜야만 입사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일단 들어만 가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회사 생활을 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어제 하던 방식으로 오늘도 일하면 된다. 작년에 하던 일을 올해도 한다. 작년에 비해 나아진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나이를 먹은 데 대한 공로로 호봉도 오르고, 진급도 되고 봉급도 따라서 오른다. 그렇게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다. (187쪽)

#7
은퇴는 영어로 리타이어(retire)다. 이를 뜯어서 보면 타이어를 다시 갈아 끼운다는 의미이다. 은퇴를 그저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타이어를 다시 갈아 끼우고 다시 달리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동안 열심히 사느라고 닳아빠진 타이어를 어떻게 갈아 끼울 것이냐, 타이어를 교체한 후 어느 방향으로 달릴 것이냐를 생각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숙고해야 할 주제이다. 은퇴란 없다. (192쪽)

40대에 다시 쓰는 내 인생의 이력서/한근태/미래의창 20020930 198쪽 8000원

지금 편안하다면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 보십시오.
이 편안함이 계속 이어질 것인가?

그리고 이력서를 한 번 써보십시오.
굳이 어디에 제출하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경력, 학력, 가족관계, 취미, 특기, 상벌, 자기소개서......
어떠세요? 이력서의 내용이 마음에 드시나요?
40대에 다시 쓰는 이력서.
나를 더욱 사랑하게 만듭니다.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가족을 되찾아 줍니다.
- 책 뒷면에서

2009-03-25

맞짱 떠서 좋은 날


쟤들은 자사고 출신이라며 일반고 출신인 우릴 보고 깜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강부자라며 우리는 다 합쳐야 즈그들 땅뙈기 한 평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일 년 내내 맞짱을 뜨면 깨지는 날이 더 많겠지만
땅 한 평도 되지 않는 일반고 출신들도 강부자에다 자사고 출신인 쟤네들과
맞짱 떠서 한 번은 속 시원하게 눕힐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길 바랍니다.

쟤들과 다섯 번이나 만난 게 징하다고 생각지는 마세요.
우리는 일본에서 태어난 분과 사 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요 뭐.

행여 맞짱 떠서 무릎을 꿇었다고 고개를 떨구진 마세요.
천장에 돌아다니는 쥐새끼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며칠 동안 그냥 즐겁게 해 준 것만으로도 고마우니까요.

2009-03-24

그랜 토리노


총신이 긴 매그넘 44(44 Magnum)를 들고 인정사정없이 총을 쏘던 더티 해리(Dirty Harry, 1971)가 나이가 들며 월트 코왈스키(Walt Kowalski)라는 늙은이가 되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평생을 포드에서 일하다 은퇴한 그는 72년 산 그랜 토리노를 애지중지하는 보수 꼴통 노인네다.

그러던 노인네가 옆집에 사는 아시아 소수민족 출신 타오(Thao)와 그의 누이 수(Sue)를 만나고 동족이면서 그들을 괴롭히는 갱들과 얽히며 변해간다. 고해성사를 거부하던 월트는 신출내기 신부에게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 갱들을 작살낼 것처럼 집을 찾아간다. 총부리를 겨눈 갱들을 보며 월트는 매그넘 44를 꺼내려는 듯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는다.

젊은 시절에 더티 해리로 살았던지라 욱하는 성질은 남아있었지만 매그넘 44를 드는 대신 월트는 결국 순교를 선택하고 그랜 토리노를 물려받은 타오는 도로를 질주한다. 미국이 선택해야 하는 길은 결국 오바마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메시지처럼 느껴지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사상과 물질이 양극화된 시대, 배려와 희생이 말라 가는 우리에게 던지는 유언장 혹은 이정표처럼 느껴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어떻게 나이를 먹어야 하는지 월트를 내세워 몸소 보여준다. 참 부럽게 늙어간다. 홍탁삼합처럼. 게다가 여전한 근육질에다 똥배도 안 나오고.

더티 해리 같이 매콤하고 얼큰한 영화를 즐긴다면 무척 지루하겠지만 아주 가끔 밍밍한 유기농 샐러드가 먹고 싶다면 그랜 토리노가 그 맛을 음미하게 해준다.

2009-03-23

효율을 높이는 방법

뭐 세상사가 다 그렇듯이 모든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효율을 더 높일 수 있을까 하는 문제로 봉착된다. 돈 버는 일, 애정문제도 그렇고 경영, 경제를 비롯해 효율이 관여 안 하는 곳이 없다. 공대생이라면 효율이 지긋지긋할 터이고.

사회생활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을 높이느냐가 모든 문제의 출발이다.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보자.


1. output을 늘리는 방법

"사람이 없어 못합니다."라는 변명을 가장 많이 한다. 일이 늘어날수록 사람도 같이 늘어나면 그 일을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예산이 없어 못합니다." 필요한 돈을 다 들이고 하려면 당신에게 물어보지도 않는다. 왜냐고? 그 돈 다 들여서는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하지만 필요한 일을 해내는 것이 바로 효율을 높이는 일이다.

정해진 사람과 정해진 예산을 가지고 없던 일도 만들어서 하라. 그게 다 당신에게 언젠가는 뜻하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다.

업무가 바뀌거나 부서를 옮길 때 하던 일을 다 놓고 가지는 마라. 한 가지라도 들고 가야 당신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구를수록 커지는 눈덩이처럼 당신의 일도 점점 늘어나는 것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2. input을 줄이는 방법

일이 한정돼 있다면 이제는 input을 줄이자. 당신이 하는 일에 소요되는 시간을 반으로 줄인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 하는 방법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지. 새로운 방법을 찾아라. 분명히 해답이 있다. 다만, 당신은 찾으려는 노력을 안 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안 해도 되는 일이 있거나, 꼭 당신이 쥐고 앉아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있다. 그러면 과감히 그 일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라. 어떤 사람은 그 일이 자기 아니면 안 될 것처럼 꼭 쥐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사람일수록 다른 일에는 문외한인 경우가 많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깊이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해서 시간이 남으면 더 가치가 높은 일을 찾아보라.


3. input은 줄이고 output을 동시에 늘이는 방법

가장 어려운듯하면서도 가장 쉬운 방법이다. 당신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일에 시간을 집중하면 된다. 허접한 일을 붙들고 앉아서 시간을 죽이고 있지 말고 부가가치가 높은 일을 선별해서 시간 분배를 해라.

4. 맺음말

"시간이 없어서 못했습니다." "예산이 한정돼 있어서..." "할 사람이 없습니다."라는 말은 변명이 아니다. "나는 무능력합니다."라는 자기고백이다. 충분한 시간, 예산, 사람이 있으면 당신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2009-03-22

봄비

나는 비가 되렵니다
화분 하나 비워두시면
온전히 채우며 닮으렵니다
빈 화분 채우는 비가 되렵니다

행여나 엎어져 있으면
담백하게 기다리다 가렵니다
새순이 돋기 전에 들렸다
꽃이 피기 전에 가렵니다

화분 가생이 핀 꽃은
아지랑이 몰래 왔다가
채우지 못해 닮지 못해
울다 간 건 정녕 아니랍니다

2009-03-20

시인들이 쓴 1원의 경제학

#1
그렇다. 지금 생각하니 상 아래 떨어진 그 밥알은 말하자면 길바닥에 떨어진 1원짜리였다. 지극히 작아 짓밟기도 하는, 어쩌다 흘리면 이내 쓰레기 봉투에 들어가 버리는 밥알 같은 것. 그러나 그 하나만 모자라면 어떤 큰 단위의 돈도 완성되지 않고 한 귀퉁이가 비고 모자라게 되는 확실한 몫의 질량을 가진 돈. (17쪽)

#2
근면성을 상실하면 직업을 잃고, 직업을 상실하면 경제를 잃는다. 그리고 소망을 상실하면 내일을 잃는다. 소망은 내일로 가는 길이다. 모든 것을 다 갖고도 소망을 상실하면 내일의 광명이 없고, 모든 것을 다 잃고도 소망을 갖는다면 내일의 광명이 온다. (39쪽)

#3
한푼을 쪼개고 쪼개면서 정신적으로 강인해지고 풍성해졌다. 무한한 정신세계의 발아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나는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나 자신이 대견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을 어쩔 수가 없다.

문득 르나아르(프랑스 시인)의 일기 한 구절이 생각난다.
- 돈을 갖지 않고 지내는 것도 돈을 버는 것과 같은 노고와 가치가 있다. (74쪽)

#4
돈이란 세상을 살아가는 통행증 같은 것이어서 그것 없이는 절대로 통과할 수 없을 뿐더러 삶의 가치와 품위를 높여 주기도 하고 마음을 행복하게도 하고 불행하게도 만드는 마물이다. (78쪽)

#5
인간은 넘어질 때 비로소 성숙하게 된다. 평생을 넘어지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있다면 그는 확실히 불구자일 것이다. 가난은 인간을 성숙시켜 주는 매듭이지만 정신을 밝게 해주는 깨우침이 있을 때 매듭을 이어가는 성장이 있게 된다. (125쪽)

#6
그 시절 사람들은 지금처럼 영악하지 않았다. 가난했지만 인간적이었다. 사람 사귀는 맛이 나는 세상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다. (132쪽)

#7
우리 나라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유행에 초연할 수 있는 자각과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남의 이목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고 나름대로의 검소한 생활을 해나가야 한다. 이말은 구두쇠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검소하고 청결한 삶을 쌓아 나가자는 뜻일 뿐이다. 유행을 쫓는 일이 삶의 목적인 양, 흔들리지 말자는 것이다. (224쪽)

1원의 경제학/32인의 시인/자유지성사 19990220 238쪽 6000원

십여 년 전 시인 32인이 어려운 시절을 극복한 소중한 이야기를 했다. 쌀 한 톨, 몽당연필 그리고 1원의 소중함을 잊고 지냈기 때문에 IMF가 왔다고 얘기한다. 해방 전후에 태어나 6.25 전란을 겪으며 배고픈 기억은 있지만 불행하지 않았던 시절을 지나온 그들은 배는 부른데 행복하지 않다는 십여 년 전 그 시절에 검소하게 살며 희망을 갖자고 말했다. 전쟁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딱 십 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그때 인간적인 교훈을 배운 것이 아니라 더 영악해져서 남의 희망마저 꺾고 있지는 않은지 둘러볼 일이다.

2009-03-19

신의 침묵


님의 침묵은 심금을 울리지만
신의 침묵은 개똥만도 못하다오.

나가리 되길 기다리며 버티는 것인지
언제쯤 나가리를 기다리는 것인지……

장구 칠 때 떠나시라.
장고 끝에 악수 둔다오.

니체가 이런 말을 했답니다.
신은 죽었다.

2009-03-18

닮은 점과 다른 점


1. 닮은 점

알카에다는 자폭을 좋아하고
포돌이는 표적을 좋아한다.

알카에다는 특히 미국을 싫어하고
포돌이는 특히 아고라를 싫어한다.

알카에다는 폭탄을 터트리며 투쟁이라고 말하고
포돌이는 여론조작을 몰래 하며 홍보라고 말한다.


2. 다른 점

알카에다는 외국인을 테러하지만
포돌이는 자국인을 테러한다.

2009-03-13

정책결정과 국민참여 문제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미국 중서부 지역에 가뭄이 들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미국의 밀수확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발표에 대해서 담당 기관에서는 회의를 소집하고 전문가를 초청하여 의견을 듣고, 내년도 소비를 위하여 금년도 물량 가운데서 일정부문을 비축하는 정책을 만들어 집행할 것이다.

정책집행의 결과는, 금년도 시장에 공급되는 밀의 양이 줄어 들 것이고, 이것은 금년도 밀가격의 상승을 가져 올 것이다. 이것은 다시 금년도 밀소비의 감소로 나타나서 금년과 내년 사이의 밀소비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이제, 1년이 지났다고 가정한다.

예상대로 미국에서 흉년이 들어서 밀수확이 줄어 들었다면, 밀가격은 폭등할 것이다. 그러나, 비축한 물량을 시장에 내놓으면 밀가격상승의 폭은 어느 정도 감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정확한 예상에 입각한 정책은 개인과 국가 모두에게 이익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예상이 빗나가서 미국에 밀풍년이 들면, 밀가격은 크게 떨어질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비축된 물량은 높은 가격 때문에 시장에서 수요자를 찾을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창고에서 비축된 상태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문제는 창고 보관비 등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되는 경우에 발생한다. 이런 경우에는 정부의 잘못된 예측으로 전 국민이 그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되고 만다.

생각하기 : 정책결정 비용의 부담과 국민의 참여

정책결정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경우의 장점과 단점을 생각해 보자. 장점은 전문가의 전문적 지식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단점으로는 정책결정자는 자신의 결정에 대하여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정책결정자는 투기꾼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올바른 결정 때문에 개인적인 이익을 보는 것도 아니고 잘못된 결정에 대하여 개인적인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다. 책임을 지는 사람은 비용을 부담하는 국민 모두가 되고 만다. 다시 말하면, 정책결정에서 국민 개개인이 소외되면, 자신이 참여하지 않은 결정에 대하여 자신이 책임을 지는 셈이 된다. (187쪽)

환경행정론/안문석/법문사 19950311 478쪽 15000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는 12일 방송법을 비롯한 미디어관련법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한 논의 기구인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고 한다.

국민이 소외되면 국민이 옹골지게 독박을 쓴다. 더 중요한 것은 미디어는 현재세대는 물론 미래세대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국민이 적극 참여하여야 하는 이유다.

2009-03-12

적도에서 중심잡기

에콰도르(Ecuador)는 스페인어로 적도를 뜻한답니다.
적도에 위치한 나라가 여럿 있지만
적도를 나라 이름으로 사용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합니다.

적도에서는 물이 소용돌이치지 않으며 수챗구멍으로 빠져나가고
뾰족한 못 위에 날계란을 세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지난 2월 12일은 다윈 탄생 200주년이 되는 날이고
올해는 『종의 기원』이 세상에 나온 지 1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에콰도르 서쪽으로 970여㎞ 떨어진 곳에는
다윈을 매료시킨 갈라파고스 군도가 있다고 합니다.

삽질이 멈추는 날
적도에 서서 남쪽으로도 북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중심을 잡고
갈라파고스 섬에서 정말 우리는 진화했는지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2009-03-11

나이를 먹는다는 것


싸이 일촌이며 한때 동료였던 예쁜 아줌마(?)가 물었습니다. 떡국 더 먹은 댁은 나이를 먹는 기분이 어떠냐고. 대답했습니다. 나이 더 처먹은 것도 억울한데 공짜로 알려줄 수 없다고요.

대단한 노하우라도 움켜쥔 것처럼 답글을 달았지만 사실은 딱히 둘러댈 말이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스무 살까지는 바삐 어른이 되고 싶었고, 서른 살이 되면서 어릴 적 꿈은 가물가물 해졌습니다. 딱 마흔 살이 되는 날 별책부록이 되는 기분을 느끼며 기왕이면 괜찮은 부록이 되고 싶었습니다.

앞만 보라며 눈가리개를 한 것도 아닌데 마흔이라는 나이는 그렇게 왔습니다. 세월은 점점 가속도가 붙는다고 하지만 마흔이 넘으면 일부러 느끼고 싶지 않아 서른한 살에서 멈췄다고 우기기도 합니다. 급기야 84년생이라고 자기 최면을 걸고 있습니다.

갑자기 서면 어쩌나 가속도 하지 못하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몸뚱어리가 튀어나가고, 차선을 변경하면 엉뚱한 길로 들어설 것 같아 핸들도 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감속도 맘대로 못합니다. 뒤에서 달려오는 차들이 욕을 바가지로 하니까요. 라이방 쓰고 뽀대나게 달리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냥 그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요 모양 요 꼴로 달리는 데 신기한 건 그동안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앞만 줄창 보다가 옆 차선도 보이기 시작하고, 스쳐가는 풍경도 눈에 들어옵니다. 이제는 백미러도 볼 줄 아는 요령이 생겼습니다. 그럴수록 내 모습도 비춘다는 걸 알았습니다.

삐까번쩍한 스포츠카를 타고 앞서 달리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에는 "세월이 갈수록 가족과 나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더욱 좋아하게 되는 것"1이 미처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발효가 되면 누군가에게 이롭지만 썩어가면 주변에 고약한 냄새만 풍깁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발효가 되는지 부패가 되는지 스스로 냄새를 맡는 아량을 가지게 합니다.

마흔이 되기 전에는 발효되는지 썩어가는지 외면하고 모른 체하며 무감각하게 살았습니다. 이제는 똥개도 외면하는 썩은 생선 대가리보다는 맛을 아는 이들이 즐겨 찾는 삭힌 홍어가 되고 싶습니다.

덧.
작년부터 권력은 과메기를 좋아한다고 하던데 시방 불현듯 홍탁삼합이 땡깁니다. 처음 입덧하는 아낙처럼. 주책맞게 홑몸이 아닌가 봅니다. 회충약 먹어야겠습니다.

1. 부자의 생각 빈자의 생각/공병호 187쪽 인용

2009-03-06

Again Michelangelo Virus

오늘은 미켈란젤로(1475~1564)의 생일입니다.
그의 생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악연이었습니다.

십여 년 전 오늘
컴퓨터에 있는 데이터가 몽땅 날아간 적이 있습니다.
복구비용이 한두 푼도 아닐뿐더러 100% 복구도 힘들다더군요.
다행히 아주 아주 중요한 자료는 플로피 디스크에 보관했던지라
그냥 포맷을 하기로 했습니다.

온종일 포맷을 하고 작업 디렉토리를 새로 만들어
보관했던 자료들을 가져다 붙였습니다.
날아간 데이터들이 무척 아깝고 미련이 남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렇게 해놓고 보니 컴퓨터가 아주 깨끗해졌습니다.
미켈란젤로 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파괴했지만
덕분에 군살이 덕지덕지 하던 컴퓨터가 몸짱이 된 것 같았습니다.
마치 천지창조를 새로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왜 미켈란젤로 바이러스라고 불리는지 그제야 이해를 했습니다.

그 뒤로 컴퓨터에 군살이 찌고 굳은살이 박일 때쯤 되면
은근히 미켈란젤로가 방문해주길 기다리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세상이 지저분해서 모든 걸 지워버리고 포맷하고 싶을 때는
더더욱 미켈란젤로 바이러스가 강림해주길 앙망하기도 합니다.

Happy birthday Michelangelo
Visit Korea, Format Vote 20071219

2009-03-04

소주병

공광규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
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소주병/공광규/실천문학사 20040405 127쪽 6000원

자작하고 있던 나는 반 병을 남긴 채
황급히 뚜껑을 덮지만
이미 늦은 일이다.
잔에다 계속 자신을 따르다
버려지는 소주병이 늘어만 간다.

우째 시절이 점점 하 수상해지는고.

2009-03-03

그는 왜 손을 씻지 않았을까?

1.
사장은 똥을 누고 나오면 꼭 손을 씻었다.
한 번도 손을 씻지 않는 걸 본 직원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똥을 누고 나온 사장이 손을 씻지 않는 것이 목격됐다.
이 소식은 회사 전체로 퍼져 나갔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웬일로 손을 씻지 않았는지 수군댔다.

사장은 왜 손을 씻지 않았을까?

2.
세월이 흘러 쥐를 닮은 사장은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이 돼서도 여전히 손을 씻었다.
한 번도 손을 씻지 않는 걸 본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손을 씻었는지가 매일 주요 뉴스거리였다.
퇴임 하루 전날.
하루 일정이 끝났는데도 대통령은 손을 씻지 않았다.
이 소식은 뉴스 속보로 금세 방방곡곡으로 퍼졌다.
궁민(窮民)들은 대통령이 왜 손을 씻지 않았는지 수군댔다.

대통령은 왜 손을 씻지 않았을까?

3.
그는 왜 손을 씻지 않았을까?
그날 사장은 처음으로 휴지를 들고 갔다.
그날 대통령은 처음으로 삽질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