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1

오뎅 팔자는 뒤웅박 팔자


나는 오뎅을 무척 좋아한다. 출장을 가서도 야심한 시간에 배가 출출하면 혼자서 몰래 숙소를 빠져나와 길거리에서 파는 오뎅을 양껏 먹고 슬그머니 들어오곤 한다. 아, 양껏이라는 말은 취소다. 요즘은 가냘픈 오뎅 한 꼬치가 오백원이나 해서 양껏 먹지는 못한다. 대신 오뎅 국물이 맛나면 양껏 퍼먹는다.

주책 맞게도 동남아 어느 곳에 놀러 갔을 때도 느닷없이 푹 삶은 오뎅이 먹고 싶어졌다. 튜브에 담긴 고추장도 비행기에서 몇 개 꼬불쳐 갔는데 간장에 콕 찍은 오뎅을 입안 가득 욱여넣고 우적우적 먹고 싶다는 생각이 유독 들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소원을 하늘도 눈치챘는지 스팀보트를 먹게 되었는데 오뎅 비스무리한 것이 있어서 원 없이 먹었던 적도 있다.

오뎅을 어묵이라고 부르면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하는 것처럼 그 맛이 뚝 떨어진다. 그냥 불러온 대로 오뎅이라고 하는 게 숭덩숭덩 썰어 넣은 무가 푹 울어난 느낌이다. 오늘같이 저절로 옷깃을 여미며 입김이 허옇게 나는 날이면 뜨끈한 오뎅 국물이 무척 땡긴다. 물론 예전 코흘리개 시절에 먹던 그 맛이 나지는 않지만 아무렴 어떠랴. 오뎅 한 점 베어 먹고 국물을 호호 불며 마시면 가슴까지 따스해지는 걸.

그런 오뎅 팔자도 뒤웅박 팔자인가 보다. 어떤 오뎅은 가카 입으로 들어가고 또 어떤 오뎅은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한파가 몰아친 지난 18일, 마포구청에서는 용역을 출동시켜 홍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노점 철거를 하였다고 한다. 디자인 서울을 위해서 그랬는지 철거 예산이 남아 올해가 가기 전에 집행한 것인지는 몰라도 그러는 거 아니다. 초상집에 빚 받으러 가는 거 아니고 한겨울에 방 빼라고 하는 거 아니다.

굳이 아이매직으로 감정이입을 하거나 내가 오뎅이라는 자기최면을 걸지 않고도 사진을 보면 가카 입으로 들어가는 선택받은 오뎅이 아니라 땅바닥에 내팽개쳐진 오뎅이 나라는 생각이 든다. 손님 잘못 만난 오뎅 팔자도 뒤웅박, 가카를 잘못 만난 우리네 팔자도 뒤웅박. 눈물이 절로 난다. 한겨울 칼바람이 볼때기를 후려칠 때만 눈물이 나는 거 아니다.

2009-12-14

부러진 화살

  • 수학자로서 출제된 문제의 오류를 못 본 체할 수 없는 책임 의식과 교수 사회 내지 대학 사회의 일원으로서 조직 문화에 원만하게 적응하라는 요구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았던 것일까. (26)
  • 개인이 정직할 수 있는 사회, 정직해도 최소한 안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 개인에게 일방적으로 정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27)
  • 검사는 '피고인의 유죄를 주장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를 제출하는 국가기관'이라고 정의된다. 이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검사는 피고인의 범죄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을 진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57)
  • 여기 온 사람들, 죄를 짓지 않았다 해도 한마디 말도 못해. 그걸 거부했을 때는 괘씸죄에 걸려서 없는 죄도 지었다고 인정해야 적게 형을 때려. (81)
  • 우리가 이기느냐 지느냐 가지고 이렇게 억울하다고 하는 거 아니에요. 정상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면서 따져 주고 넘어갔으면 그런 비극이 없었다는 거죠. (128)
  • 석궁 사건에서는 김교수가 잘했다기보다는 사법부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131)
  • 사법부 이외에 나는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어요. (147)
  • 죄질이 아주 나쁜 재벌들과 그 자녀들은 사회에 봉사 많이 하고 가정교육 잘 받았다며 내보내는 판결을 생산해 내는 곳도 대한민국 법원이고 판사들이다. 그런 그들이 오늘도 우리를 판결한다. (160)
  • 2007년 10월 15일 서울동부지방법원 석궁 사건 4년 실형 선고 2009년 6월 현재 의정부 교도소 복역 중 (200)
부러진 화살/서형/후마니타스 20090617 200쪽 12000원

어느 조직이든 동업자 의식이 없으리오마는 법마저 그러면 어디에 하소연 하리오.

2009-12-11

이제 누워서 침 뱉지 맙시다


부끄럽게도 혼자 과자를 먹을 때와 여럿이 먹을 때가 다릅니다. 혼자 뒹굴 거리며 과자를 먹을 때는 부스러기부터 먹습니다. 여럿이 먹을 때는 깨지지 않은 온전한 것부터 입으로 가져갑니다. 오징어 먹을 때도 마찬가집니다. 혼자서는 다리부터 물고 질겅거리는데 여럿이 있으면 몸통부터 죽 찢어서 허겁지겁 처묵처묵 합니다.

이런 현상이 집단적으로 일어나기도 하더군요. 예전에 아파트형 사택의 난방 공급 방식을 바꾼 적이 있습니다. 애초에 공동난방 방식으로 지어졌는데 지하실에 있는 보일러가 오래되어 철거하고 집집마다 가스보일러를 다는 개별난방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그랬더니 생활방식이 조금 변했습니다. 공동난방 시절에는 다들 실내온도를 이빠이 올려놓고 한겨울에도 반바지에 난닝구를 입고 생활했답니다. 개별난방으로 바뀌자 다들 실내온도를 적당하게 낮추고 뜨거운 물을 쓰는 횟수나 양이 부쩍 줄었다고 하더군요.

혹시 돌아다니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이나 건강보험관리공단 같은 공기업이 어디에 입주해 있는지 눈여겨보신 적이 있는지요. 죄다 그 동네에서 제일 괜찮다 싶은 건물에 입주해 있습니다. 못 믿겠으면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두고 보시면 뻥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런 판국에 화룡점정을 찍은 곳이 바로 지방자치단체 신청사입니다. 자급자족률이 높은지 낮은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냅다 지어버렸습니다. 방방곡곡에서 제일 삐까뻔쩍한 건물은 죄다 구청이나 시청 건물입니다. 신축 백화점을 제외하고는 가장 튀는 건물입니다.

우리는 그런 청사를 보면서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을까요. 여럿이 과자를 먹거나 오징어를 뜯을 때 온전한 것에 먼저 손이 가고, 공동난방이면 뜨거운 물을 펑펑 쓰는 우리가 구민이고 시민인데 말이죠. 호화 청사를 보며 손가락질을 할수록 누워서 힘껏 내뱉는 가래침이겠죠.

입에 거품을 물며 4대강을 비토하던 양반들이 지역구 선심성 예산을 증액시키며 어물쩍 넘어가고 있나 봅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면 뜬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리지만 선거는 내 돈을 누구에게 맡길 건가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쉽게 포기할 일이 아니겠지요.

내 돈이면 저런 청사를 짓는 삽질을 할까요? 과자 부스러기를 먼저 먹고 오징어 다리부터 씹는 사람을 눈여겨보았다가 내 곳간 열쇠를 맡깁시다. 이제는 누워서 침 뱉지 말자고요.

2009-12-06

권력


권력은 인간을 타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모습을 드러나게 한다.
그래서 좋은 사람은 더 좋아지고, 사악한 사람은 더 사악해진다.
- 어느 외화의 마지막 대사

저 말이 시대와 지역을 망라하는 만고불변의 진리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21세기 특정지역의 특정인에게는 꼭 들어맞고 있다. 북아메리카 대륙의 어떤 나라에서 입증되었고, 불과 단 한 사람만 바뀐 한반도에서 점점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그 두 사람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만나 함께 카트를 타고 손을 흔들 때 한반도 이남에서는 촛불이 들불처럼 번졌었다. 그때가 최악의 순간이 아니었다는 걸 체험하는 날이 늘어갈수록 좋은 사람은 더 좋아지고 사악한 사람은 더 사악해진다는 말을 확인한다. 권력은 커질수록 그 사람의 참모습을 더 잘 보여준다.

2009-11-30

남의 매뉴얼에서 건지는 횡재

  • 전문성, 독창성, 네트워크로 승부하는 편집자의 길에서 사실 직위나 호칭은 중요하지 않다. 저자는 원고로 말하고, 편집자는 책으로 말한다. (38)
  • 편집자는 단순히 저작의 군더더기를 치우는 청소부가 아니다. 자신이 다루는 분야의 방향과 전망을 읽는 눈을 가져야 한다. (43)
  • 사재기와 서평 조작은 저자나 편집자를 향한 최악의 범죄행위이다. 편집자라면 절대 손대지 말고, 만일 이를 지시하는 출판사가 있다면 미련 없이 떠나라. (60)
  • 원고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과 흥분이야말로 편집자를 붙잡는 최고의 매력이다. (67)
  • 내 떡이 아니면 빨리 옆집을 찾아가도록 도와줘라. 그것이 출판의 도리다. (88)
  • 불평은 구체적이며 불만은 근본적이다. (107)
  • 삼각형을 그리고 각 꼭짓점에 첫째, 개발 가치(독자·사회·출판사), 둘째, 개발 가능성(저자·인력·예산), 셋째, 채산성(총비용 대비 예상 손익)을 적는다. 이것이 아이디어 선별의 삼각형이다.(111)
  • 보물을 손에 넣으면 지도를 준 사람을 잊는다. (118)
  • 비슷한 주제로 다른 출판사에서 먼저 책이 나왔다고 실망하지 말아라. 책은 10대들을 위한 청바지가 아니다. 방송과 언론은 '먼저'에 초점을 맞추지만, 편집자에게는 '최고'와 '최선'이 더 중요하다. (119)
  • 인류애를 향한 물음은 먼 훗날로 유보하지 않아도 좋다.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는 부자들의 논리는 참혹할 정도로 안쓰럽다. 아름다운 기획은 더운 여름날 연거푸 아이스크림을 찾는 아이에게 배탈 나니 오늘은 그만 먹으라며 돌려보낸 내 어린 시절 동네 가게 아주머니의 배려처럼 일상의 일과 삶에서,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어야 한다. (121)
  • 읽히지 않는 기획안을 쓰지 말고,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안을 쓰라. (137)
  • 출판계약은 저자-편집자-출판사 모두가 최고의 책에 대한 각자의 준비가 확실하다는 상호 확인이다. (172)
  • 내 직업의 머리말을 써라. 남의 책에서 인용한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우러나온 나의 머리말로 내 직업의 세계를 열어라. (264)
  • 내 후배들이 내가 안주로 삼았던 낡은 문제들로부터 해방되어 새로운 문제로 밤을 세울 수 있도록 개혁과 변화의 주체가 되어라. (272)
  • 편집장은 사장처럼 사고하고, 사장은 편집장처럼 행동하라. (296)
  • 오늘 편집장의 자리에 오른 내가 어제의 편집장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내일의 사장이 오늘의 사장을 넘지 못하면 출판의 진보를 이야기할 수 없다. (302)
편집자란 무엇인가/김학원/휴머니스트 20090817 428쪽 17000원

나는 책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줄 알았다. 무슨 말인고 하니 수많은 원고가 출판사 문을 두드리다 운이 좋아 책으로 엮어져 서점에 깔리거나, 유명한 소설가에게 선인세를 지급하고 마감을 독촉하며 원고를 가져다 뚝딱 책으로 만드는 줄 알았다는 말이다. 그런 내게 이 책은 간접적으로나마 어떻게 책이 만들어져 독자의 손에 이르는지를 알게 해 주었다.

편집자란 말 대신 CEO, 기획자, 엔지니어, 영업사원, 정치인, 보수 혹은 진보 등등 지금 바로 자기 자신으로 바꿔놓고 읽어도 책장을 넘길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부제와 같이 '책 만드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말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숨겨진 행간의 의미는 오늘을 사는 사람의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출판 편집자 매뉴얼이라지만 문외한이 읽어도 지루하지 않아 뜻밖의 타산지석과 금과옥조를 주울 지도 모른다.

2009-11-23

생각의 속도 vs 세계를 터는 강도

생각의 속도

세계를 터는 강도

빌게이츠
청림출판 199905 519쪽 13000원
로베르토 디코스모 외
영림카디널 199904 204쪽 6800원
"다가올 10년의 변화가 지난 50년의 변화보다 더 클 것이다"라고 빌 게이츠는 말한다. '생각의 속도'에서 빌 게이츠는 정보화를 이끌어 가는 주역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다가올 미래사회를 분명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디지털 신경망 비즈니스에 대해 유감없이 꿰뚫는 혜안을 보여준다.

한편 '세계를 터는 강도'에서는 점점 독과점이 돼 가고 있는 MS사를 경계해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조지 오웰이 1984년에서 등장했던 빅 브라더의 모습이 바로 MS사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미래사회는 우리의 생각까지도 MS사가 지배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글쎄. 어느 쪽 얘기가 맞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두 저자가 경고하는 대로 엄청난 변화의 물결이 이미 시작되고 있고, 내가 어디쯤 서 있나 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우리의 죄일 뿐이다.

2009-11-16

인지세를 아시나요?

어느 날 갑자기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점심을 배불리 먹고 눈꺼풀이 절로 감기는 한가로운 오후 어느 날. 전화벨 소리가 아주 짜증 나게 울린다.

- ○○팀 나무삼.
- 관리팀 아무개삼. 큰일났삼.
- 밥 잘 먹고 이 무슨 호들갑?
- 며칠 후에 세무조사가 나오는데 계약서에 수입인지가 붙어있는지 확인해주삼.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웬 수입인지.
- 인지세를 붙여야 하는데 몇 년이 누락된 것 같삼.
- 인지세가 뭥미? 내가 올라갈게 기둘리삼.

관리팀에 들르니 그제야 내막을 알게 됐다. 세무조사가 예정돼 있어 회계장부를 정리하던 중 그동안 수입인지를 산 흔적이 없다고 한다. 계약을 맺으면 인지세로 수입인지를 붙여야 하는데 누락이 된 것 같으니 계약서를 확인해서 수입인지를 붙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무실로 내려와 계약서를 확인해 보니 예상대로 수입인지가 몇 년 동안 붙어 있질 않았다. 예상되는 수입인지 금액을 계산해서 관리팀에 통보하니 차 한 잔 식을 시간이 지나자 수입인지를 들고 왔다. 보통 때나 이렇게 업무처리를 빨리하지. 그때부터 계약서 파일을 꺼내 계약서 뒷장에 붙이기 시작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한 사람은 수입인지를 자르고 한 사람은 풀칠하고 한 사람은 계약서에 붙이길 개 발에 땀이 나도록 했다. 그나마 계약서 파일 정리가 잘 돼 있어 빨리 끝났지 아니면 밤샐 뻔했다.

그런 정성(?) 때문인지 세무 조사는 별 탈 없이 지나갔다. 세무조사하는데 인지세가 차지하는 비중이야 별 볼일 없지만 행여나 생길 불상사를 예방하고자 함이었으니 탈이 났으면 경치는 소리가 났을 게다. 그 후 기성금이나 준공금이 나가기 전 지급품의를 할 때 계약서에 인지세를 붙이는 것으로 업무 프로세스가 정착됐다.


인지세가 뭥미?

그런 일이 있고 나자 인지세가 뭔지 궁금해 검색을 하였다. 계약을 하는데 왜 세금을 내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 것이었다. 「인지세법」 제1조에는 고상하게 구시렁 대며 씨부려 놨지만 한마디로 "돈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뜻이다. 주변에서 수입인지가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면 바로 그것이 인지세다. 무심코 지나쳤지만 관심 있게 보면 의외로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지세 유래를 알면 정말 억지스럽게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1624년 네덜란드에서 전쟁비용을 조달할 목적으로 처음으로 채용되었고, 점차 유럽 여러 나라로 퍼져서 시행되고 있는 문서세라고 한다.

또한 1765년에 영국은 북아메리카 식민지에 대하여 각종 증서, 신문, 광고, 달력 따위의 인쇄물에 인지세를 매기는 조례를 정하자 식민지 측은 자치권의 침해로 여기고 강력히 반대하여 이듬해 폐지하였지만 반항운동으로 확산되어 미국 독립 전쟁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도 한다.

유추하건대 인지세는 전쟁비용을 마련하고자 대굴빡를 쥐어짜다 나온 것 아닌가 싶다.


수입인지, 아깝지만 붙여야

비과세 문서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재산에 관한 문서 혹은 증서는 반드시 인지세를 납부하여야 한다. 납부할 인지세는 인지세법 제3조를 참조하면 된다. 그런데 수입인지를 붙이려면 참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10억원 초과하는 계약서는 세액이 35만원이나 되고 그 건수가 100건이라고 하면 3500만원이다. 소액이지만 1천만원 계약을 1000건 한다면 2000만원이나 된다. 갑, 을이 수입인지를 붙인다면 세액은 두 배가 된다.

인지세는 수입인지를 붙이도록 하지만 그 시행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인지세법을 위반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조세범처벌법」 제9조에는 "인지세의 경우에는 증서·장부 1개마다 포탈세액의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꼭 집어 놓았다. 벌금이야 물면 되지만 이름 있는 회사라면 세금포탈이라는 불명예를 안을 수밖에 없으니 그것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눈물 나는 정착민들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부가세가 포함돼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듯이 문서로 된 거래를 할 때 인지세가 부과된다는 것을 간과하곤 한다. 최근 중국이 경기를 부양하고자 인지세율을 인하한다는 뉴스를 보면 인지세가 실생활에 아주 밀접하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부가가치세가 '부자와 가난한 자가 가치(같이) 내는 세금'이라는 눈물 나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절세하는 방법(?)이 유독 발달한 것을 보면 세금은 힘없고 빽도 없이 눈먼 사람만 내는 돈이라는 인식이 지워지질 않는다. 우리와 비슷한 직접세와 간접세 비율을 가진 유럽의 나라들은 복지국가라고 불리는데 말이다.

자크 아탈리가 쓴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을 보면 정착민이 발명한 것은 국가와 세금 그리고 감옥뿐이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정착민이 돼서 부쩍 눈물이 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2009-11-14

세상은 내 속도로 함께 걷는 길

  • 또 10킬로그램이 넘었다. (15)
  • 여행 도중에, 어쩌면 여행이 끝나고 난 뒤 한참이 지나서야 깨닫게 될지도 모를 여행의 이유를 처음부터 분명히 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는 것이다. (21)
  • 자물쇠와 호루라기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한참 들여다보다 쓰레기통에 휙 던져 넣고 방을 나섰다. (76)
  • 죽은 감각을 두드려 깨우고 싶다면 카미노를 걸어볼 만하다. (88)
  • 덜 사랑하는 사람들이 권력을 휘두르다 떠나버린 뒤, 더 많이 사랑했던 사람들은 상대에 대한 사랑을 철회하지 못해 쩔쩔맨다. (101)
  • 시간에 한참 지나고 난 뒤에야, 관계의 파탄과 무관하게 사랑했던 기억만큼은 오롯이 내 것임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104)
  • 모두가 산티아고로 향하는 하나의 길을 걷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모두가 가야 할 단 하나의 길이란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는지 모른다. 각자 다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무엇이 최선이고 무엇이 진정하다고 누가 말할 것인가. (158)
  • 내일과 다음 생 중 무엇이 먼저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191)
  • 내가 죽음을 앞둔 시점이라면 지금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그 질문 앞에서는 내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기대, 선택의 결과, 성취에 대한 세상의 평가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230)
  • 중요한 것은 세상의 속도가 아니라 나 자신의 속도였다. (300)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김희경/푸른숲 20090515 311쪽 13000원

7킬로그램짜리 배낭을 만들기 위해 짐을 덜어내는 모습을 보면 순례자 길이라 불리는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굳이 걸어갈 이유가 없어 보이는 그녀가 화살표를 따라 걸어간다. 배낭을 묶어 둘 자물쇠와 치한 퇴치용 호루라기를 챙겨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알게 되면서 내게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세상에 널린 것이 길인데 왜 꼭 그 길을 걸어야 깨달음을 얻을까 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정답이 있겠느냐마는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많은 이들이 걸은 이유 가운데 나와 같은 이도 있었을 것이리라. 산티아고로 가는 초반, 힘겨워하는 동행을 보며 마운틴 폴을 하나 빌려줄까 말까 고민하던 이가 산티아고에 도착해서는 돈을 빌려 달라는 여행자에게 두말없이 지갑을 여는 이로 변했다면 한번 걸어 볼만한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9-11-11

하마 십 년이나 됐답니다

1.
인터넷이라는 걸 처음 접했을 때 엄청 신기했습니다. 넷스케이프가 깔리고 유니텔 시험판에 접속해서 채팅을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중했습니다. 아침마다 테이블에 놓여 있기 바쁘게 없어지던 신문이 눈길 한 번 받지 못하고 쌓이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습니다. 요래 놀고 있는 걸 그냥 눈뜨고 보고 있을 회사가 아니죠. 정보화 자격증을 취득하라고 하데요. 뭐 늘 그렇듯이 진급시험 때 가점 사항은 아니지만 결격사유가 된다는 엄포와 함께 말이죠.

정보 검색하는 방법부터 기초적인 HTML 만드는 법까지 배우고 시험도 치렀습니다. 지금이야 원하는 단어만 치면 검색 결과가 너무 많이 나와 입맛에 맞는 걸 찾는 것이 더 고역이지만 초창기에는 검색 사이트 주소를 외워 주소창에 처넣어야 했지요. 물론 검색 결과를 얻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배우고 나서 HTML 만드는 나모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고 덜컥 샀습니다. 홈페이지를 만든다며 며칠 동안 쪼물딱 거리다 사이버 세상에 집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bioengine.pe.kr이 맨 처음 구입한 도메인입니다. 그렇게 홈페이지를 만들었답니다. 1999년 11월 11일이었습니다. 딱 십 년 전 오늘이었습니다. 초창기 홈페이지 첫 화면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몇 해 전에 아쉽게도 노트북 하드가 맛이 가는 바람에 몽땅 날려버렸습니다.

2.
홈페이지를 만들었지만 관리하는 것이 부지런하지 않으면 금방 티가 나데요. 글을 하나 올리면 연관된 링크가 있는 문서나 메뉴를 일일이 수정하는 것도 엄청 귀찮고 말입니다. 그렇게 방치하다 보면 어느새 거미줄이 덕지덕지 쳐 있고 백만 년 묵은 고가로 변해 있더군요.

그러던 차에 우연히 구글에 접속했는데 지메일이 초대장 없이 가입할 수 있는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는 성격인지라 가입을 했습니다. 그리고 고가에 있던 몇 가지만 달랑 가져와 블로그도 만들었습니다. 2007년 2월이었습니다.

3.
지금 블로그 이름이 된 「나무사이」도 우연히 만들게 됐습니다. 구글 계정을 만들 때 영문자나 숫자로 된 여섯 글자 이상을 입력하라고 해서리 그동안 써오던 나무(namu)라는 닉네임에 뭐를 덧붙일까 잠시 생각하다 숫자 42를 붙였습니다. 딴에 42를 '사이'로 읽어주길 바라는 얄팍한 계산을 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만들어 놓고 나무사이(namu42)라는 말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裸無思理. '벌거벗은 나무처럼 욕심 없이 생각하며 살자'라고 딴에 조금 거창하게 붙였지만 사실은 '나(만)무사히(이)'라는 응큼한 생각을 살짝 가리면서 말이죠. 뭐 그렇게 나무사이라는 블로그를 시작했더랬지요.

4.
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하루에 영어 단어 하나씩을 외웠으면 3600개를 외웠을 테고, 담배를 끊고 그 돈을 모았으면 몇 백만 원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허송세월 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허나 어떻게 보면 이해관계를 떠나 내 맘대로 찾아갈 수 있는 너나들이를 더 많이 만난 세월이기도 합니다. 편향된 시각을 조금이나마 교정할 기회를 만나기도 했고, 사람 사는 소소한 얘기들에서 찔끔거리는 주접을 떨기도 하며 아직도 내 가슴 한구석에 오염되지 않은 신대륙 감성이 있음을 종종 발견하기도 했더랍니다.

오늘이 빼빼로데이라고도 하고 가래떡 데이라고도 하지만 십 년 전에는 그저 평범한 하루였답니다. 하지만 제게는 그날부터 의미 있는 날이 됐고, 그런 세월이 오늘로써 하마 십 년이나 됐답니다. 빼빼로데이보다 나무사이가 오래간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내 맘대로 정한 너나들이가 있어 살맛 납니다.

2009-11-05

대한민국은 왜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가질 수 없는가?

  • 마키아벨리는 비난은 받더라도 결코 '미움'은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마르고 닳도록 경고하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미움'으로 발전하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9)
  • '사랑'을 쓰는 리더는 '경멸'을 받게 되면 파멸하고, '두려움'을 쓰는 리더는 '미움'을 받게 되면 파멸한다. (51)
  • 대한민국의 정치는 여전히 도덕이 문제가 된다. 보수진영의 경우 '도덕성 자체'가 문제가 되고, 진보진영의 경우 '도덕적 오만'이 문제가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보수도 진보도, 그리고 대한민국도, 미래가 결코 밝지 않을 것이다. (131)
  • 이명박 대통령이 자주 위기를 맞는 것은 공감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촛불집회는 대통령이 우리나라 국민들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다는 국민들의 느낌 때문이었다. 용산참사로 인한 후폭풍도 정부가 약자들의 아픔을 외면하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231)
  • 대선 때 그리도 대단한 공감 능력을 보여주었던 대통령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이제부터 '쇼'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참모들은 대통령이 직접 민생 현장을 자주 방문해 민심을 챙기라고 조언했지만, 대통령 노무현은 그게 그 사람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쇼는 그냥 쇼일 뿐이라는 얘기다. '쇼' 덕에 대통령에 올랐던 대통령 노무현은 '쇼'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233)
  • 반대로 이명박 대통령은 민생탐방과 현장정치를 강조한다. 그러나 거기에 국민들과의 공감은 찾아볼 수 없다. 똑같이 스테이크를 구워 팔면서 한쪽은 지글거리는 소리가 필요 없으니 소리를 안 내겠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소 한마리 굽는 소리로 지글거리고 있다. 양쪽 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국민들의 편이라는 신호를 보내지 못한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불행이다. (237)
  • 대한민국은 외눈박이와 같다. 이익도 보고 명예도 보는 두눈박이가 자라나기 어렵다. 이런 비유가 심하다고 한다면 짝눈같다고 하자. 어떤 때는 이익을 보는 눈만 크게 뜨고 어떤 때는 명예를 보는 눈만 크게 뜬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국민들이 뽑았다. 어느 경우나 실망이다. 대한민국도 이제 이익을 보는 눈과 명예를 보는 눈을 동시에 지닌 대통령을 가질 때가 되었다. (327)
대한민국은 왜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가질 수 없는가?/박성래/베가북스 20090720 335쪽 13000원

이 책의 표지는 하늘의 명예를 가리키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땅의 이익을 가리키는 이명박 대통령을 그린 캐리커처다. '사랑'과 '두려움'을 내세우는 두 인물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빗대어 그리고 있는 내용과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

사랑을 쓰는 리더가 경멸을 받으면 실패하고, 두려움을 쓰는 리더가 미움을 받으면 파멸한다는 마키아벨리의 틀을 빌어 얘기하며 '공감'이라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명예를 중시한 나머지 이익을 가벼이 여기거나, 이익을 중시한 나머지 명예를 염두에 두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실패에 대한 좌절과 회한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남는 것이 리더를 선택한 대가라면 너무 잔인하다.

사랑을 쓰다 경멸을 받아 실패한 대통령과 두려움을 쓰지만 미움을 피해가지 못해 실패할 확률이 높은 대통령이 교차하는 지금, 대한민국 수준을 높이는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2009-10-31

담배와 헌재


담배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 있습니다.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판매 금지! 당신 자녀의 건강을 해칩니다. 담배연기는 재가 되어 금세 헌재가 된다.

시월의 마지막 밤, 담배 한 모금과 첫사랑 생각하기도 빠듯한데 헌재가 여러 사람 태운다.

2009-10-28

업(業)의 개념

국내에서 업의 개념을 처음 말한 사람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다. 이 회장은 술집을 예로 들어 이야기했다. "여러분이 술집 경영자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술집의 경영자들은 술장사가 업이라고 생각하는데 술집 경영자의 업은 수금(收金)입니다. 매출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금이 가능한 매출, 손님을 기분 나쁘게 하지 않는 수금 방법, 수금 기간을 줄이는 좋은 프로세서 등에 관심이 있으면 그는 성공합니다. 이런 것이 업의 개념입니다."

한 번은 신세계 사장더러 "백화점의 업(業)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래서 "유통업입니다"라고 얘기했더니, 회장이 질책하면서 "그러니 신세계가 아직 1등을 못하지"라며 "신세계의 업의 개념은 부동산"이라고 얘기했다. 길목 요지를 선점하는데서 승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경영이념이 회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철학을 멋있게 포장했다고 하면, 업의 개념은 철학을 실현하려는 구체적인 핵심 성공요인을 찾아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효율적으로 돈을 버는 키워드가 업의 개념이다. 신용카드 회사의 업은 카드를 많이 발행하는 것이 아니라 연체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면 신용카드 회사에 근무하는 영업사원의 업의 개념은 무엇일까? 새 카드로 바꾸라고 강권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아닐까?

업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입체적 사고와 발상의 전환을 통해 매크로와 마이크로, 하드와 소프트적 속성을 모두 분석해야 한다. 업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게 하고 변화는 물론 중요한 가치창조의 이정표가 되리라 생각한다.

업의 개념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업의 개념은 시대와 상황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누가 먼저 정확하게 변화하는 업의 개념을 잡아내느냐가 기회선점의 관건이다.

2009-10-27

리스크 광고와 새치기

1.
공원에서 미모의 여인과 데이트를 하다 아내를 만나자 깜짝 놀라는 남편에게 아내가 묻는다.
- 이 여자 누구야?
순간 너무 당황한 나머지 이렇게 대답한다.
- 처제.

2.
최근 어떤 나라에서 신종플루와 관련하여 비서진이 가카에게 건의했다.
- 먼저 가카께서 신종플루 백신을 맞는 것이 좋겠사옵니다.
가카는 생색내지 않는 척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 특별히 새치기하지 않고 정해진 순서에 따라 맞으련다.

3.
비서진은 가카에게 건의하기에 앞서 당신과 본관 근무 직원들만 우선 접종하고 나머지 참모들은 수석비서관까지도 모두 일반 국민과 같은 순서로 접종을 받는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이를 종합하면 가카/본관 근무자>의료인>학생>영유아/임산부>노인층 순으로 접종하겠다는 방침이다. 허나 가카께서 새치기하지 않고 순서대로 기다렸다가 맞는다고 하였으니 방침대로 한다면 마지막에 해당하겠다.

전자는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는 아무개 은행의 광고이고, 후자는 전 세계에서 가장 철저한 방역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말을 덧붙이며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한 말씀이다. 전자는 허무맹랑한 대답에 웃음이 나오지만 그만큼 리스크에 대처할 준비를 아직 못했다는 방증이다. 후자는 모범답안이지만 그만큼 광고할 준비를 아주 많이 했다는 방증이다.

전자는 리스크 관리를 못했지만 순진해 보이고, 후자는 리스크 광고를 했지만 사악해 보인다. 신종플루 접종은 방침대로 하면 될 것 같은데 부쩍 이 시대의 방침은 물구나무를 설 것이라는 생각이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든다.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 하겠느냐'라고 말씀하시었던 가카이기에...

덧.
아내 몰래 데이트를 할 때나 신종플루를 예방할 때나 마스크를 착용하시라. 인생이 무료하거나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회나 시위를 하는 곳에 가시라. 푸른 지붕이 먼 발치서라도 보이는 곳이면 안성맞춤이다.

2009-10-20

잘 때리고 박수받는 정권

마지막으로 야구장에 가 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최고의 마무리로 활약하던 김용수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던 때니까 오래됐네요. 특별하게 응원하는 팀이 없는지라 맞붙은 팀과 관계없이 무조건 공격하는 팀을 응원하곤 했습니다. 좋아하는 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것보다 박진감은 없어 보이지만 대신 승패에 상관없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좋더군요. 잠실 야구장 외야석에 앉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응원을 했지만 유일하게 김용수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면 반말로 응원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나이가 위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격하던 팀을 응원하다가도 김용수 선수가 등장하면 꼬박꼬박 존댓말로 외쳤었습니다. "형님 잘하세요"

그 뒤로 이종범이나 이승엽 선수가 아니면 성도 이름도 몰랐는데 작년 베이징 올림픽 때 전승을 하며 우승을 한 덕분에 그나마 몇몇 선수들 이름을 알게 됐습니다. 그 경기는 지금 생각해도 예전 김재박 선수가 세계야구선수권 대회 한일 결승전에서 보여 준 개구리 번트 이후로 가장 짜릿한 감동이었습니다.

어제는 한국시리즈 3차전을 테레비로 보는데 비가 와서 경기가 잠시 멈추더군요. 과거 몇 차례 요맘때 관람했지만 비가 내리지 않았어도 야간 경기는 꽤 추웠던 기억이 있는지라 야구장에서 응원하던 관람객들은 고생깨나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제도 승패에 상관없이 보는 둥 마는 둥 하는데 SK 일루수가 강습 타구를 막는 장면을 봤습니다. 빠졌으면 2루타는 족히 돼 보였는데 잘 막더군요. 그 선수가 안타도 치고 홈런도 치데요. 그래서 그 선수 이름을 알게 됐습니다. 아마도 베이징 올림픽에서 뛰지 않았던지라 이름이 낯설었나 봅니다. 하지만 잘 때리고 잘 막았던지라 이제는 이름을 새기게 됐습니다. 성과 이름이 낯설지가 않아 쉽게 잊지 못할 거 같네요. 박정권 선수더군요.

박정권 선수를 다시 보려고 스포츠 뉴스를 기다리며 마감 뉴스를 보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받은 선물과 유품 200여 점을 서거 30주기를 맞아 오늘부터 공개한다는 자막이 하단에 흘러가는 걸 봤습니다. 박정권 선수 이름과 오버랩되며 묘한 감정이 들더군요. 둘 다 박정권인데 한 사람은 잘 때리고 박수를 받았고, 한 사람은 민주와 인권을 잘 때리다 생을 마감해서 그런 감정이 들었나 봅니다.

어제 오후 3시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이 새로운 시민정치 운동을 선언한 '희망과 대안' 창립식이 라이방을 쓴 보수 단체가 깽판을 쳐 무산되었답니다. 어림짐작이지만 잘 때린 박정권에게 박수를 보내는 열렬한 팬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입만 벌리면 그건 오해라며 손사래 치는 실용 정권 시대에 낡은 영사기가 돌아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인 백무산은 "아름다운 권력은 박살이 난 권력"이라고 했지만 권력은 영원히 박살이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정권인가 봅니다.

어제는 잘 때리고 박수받은 박정권 선수와 잘 때렸던 박정권이 받은 선물과 유품을 공개한다는 뉴스를 동시에 봤고, 라이방을 쓴 박정권 팬들이 깽판을 쳤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딱 한 세대가 지난 30년 후, 우리는 어떤 유품을 공개하여야 할까요?

2009-10-19

나는 5-0을 원한다


1.
지난 추석날 새벽에 미국과 붙은 U-20 월드컵 예선전을 보았습니다. 참 잘하데요. 무엇보다 똥볼없이 아기자기하게 패스를 하며 골을 넣는 것이 달라 보이더군요. 3대 0으로 승리하며 16강에 진출해서 밤새워 본 사역을 헛되게 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16강에서 만난 가나에 져서 8강 진출이 좌절됐는지라 유선방송에서 다시 보여주는 브라질과 겨루는 결승전을 보았습니다. 후반전이 끝날 무렵부터 봤는데 가나 선수 한 명이 전반전에 퇴장당하고도 연장전까지 득점 없이 비기고 승부차기를 하데요. 그런데 승부차기가 명승부였습니다.

브라질이 선축한 승부차기는 3명이 모두 성공했지만 가나는 3번째 킥이 브라질 골키퍼에 막혀 3-2가 되었습니다. 4번째 킥은 양팀 모두 골키퍼에 막혔고, 브라질은 5번째 키커만 성공하면 우승할 기회를 잡았는데 그만 골대를 넘기는 똥볼을 차고 말았습니다. 급기야 가나는 5번째 킥을 넣어서 3-3을 만들었습니다. 6번째로 나선 브라질 선수의 킥은 가나 골키퍼가 막아냈고, 이어 가나의 6번째 키커가 승부차기를 성공하며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더군요.

가나의 우승은 아프리카 팀으로는 처음으로 우승한 것이라고 합니다. 브라질의 슈팅을 두 번이나 막아낸 가나 골키퍼는 골대 위로 올라가 승리를 만끽했습니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지만 축구 강국인 브라질보다는 아프리카 가나를 응원했는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모처럼 스포츠만 만들 수 있는 각본 없는 드라마를 보여줬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명승부였습니다.

2.
올 국정감사에서는 왕건이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소총은 몇 발 쐈지만 그닥 이슈를 만들지는 못했죠. 짐작은 했지만 전경들에게만 미친소를 먹였다는 것을 보며 혼자서 욕을 바가지로 했지만요. 하루아침에 피감 기관이 개과천선 했을 리가 만무한데 소총이나 쏘다 만 것은 오는 28일에 있는 재보선 때문이겠지요. 마음은 콩밭에 가 있는데 국정감사를 제대로 할 리가 없으니까요. 아쉬운 것은 야권이라도 발에 땀이 나도록 준비를 해서 왕건이를 건졌으면 선거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도 있었지만, 막판 바람에 따라 좌우되는 총선과 달리 아무래도 재보선은 지역색이 강하니 먹히지 않을 것을 알고 어영부영 후다닥 넘긴 감이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국회의원 중에 국정감사 때 가장 좋은 보직은 외통부라고 하더군요. 국외에 있는 기관을 감사한다며 비행기를 타고 가니 아마도 놀러 가는 기분이 들어서일 겁니다. 물론 확인 안 된 유비통신입니다.

10월 28일에 있을 재보선은 5곳이네요. 공식 선거기간이 이제 막 시작했는데 벌써 당선을 점치고 있습니다. 뻔한 유세지만 여권은 힘 있는 일꾼을 뽑아야 한다며 나불대고, 야권은 정부를 견제하려면 나를 뽑아 달라고 읍소하고 있습니다. 참말로 변하지 않는 식상한 레퍼토리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권자인 우리가 변한 거 없이 개차반이니 딱 투표 전날까지만 굽실거리며 표를 달라는 그들만 탓할 수는 없겠지요.

지극히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이번 재보선에서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어느 한쪽에서 싹쓸이를 해서 5-0으로 끝나면 좋겠습니다. 여당에서 싹쓸이하면 기고만장하며 어깨에 더욱 힘을 주겠지만 대신 완봉패를 당한 야권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가까이는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옹골차게 준비할 것이고, 멀리는 대선을 위해 더는 분열하면 안 된다는 걸 깨닫고 쓸개를 씹어 먹으며 와신상담을 할지도 모르니까요. 반대로 야당에서 싹쓸이하고 여당이 참패하면 두말할 필요 있나요. 민심이 진작 떠났음을 알고 각성하는 계기로 삼아 다시는 삽질하는 모습을 보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문제는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싹쓸이하지 못하고 뿜빠이를 할 경우인데, 언제나 그렇듯이 제각각 유리하게 선거 결과를 해석하며 안주를 하겠지요. 그러면 우리는 다시 지겹게 샅바 싸움하는 그들을 지켜보다 가슴을 후려치며 이 땅을 떠나려는 희망을 품고 로또를 사러 갈 겁니다.

3.
가나가 보여준 멋진 승부차기는 김수현 작가도 쓰기 어려운 장면이었습니다. 10월 28일, 우리는 가나보다 더 기똥차고 알찬 승부차기를 하길 기대합니다. 개인적인 너무나 개인적인 바램은 5-0으로 일방적이면서 아주 잔인하게 끝나길 원합니다. 젭알...

2009-10-14

미친소 먹이고 촛불 막다가 경친다

1.
구조조정을 하며 신식 군대를 우대하는 통에 불만이 가득했다. 게다가 13개월이나 급료가 밀려 있어 주둥이가 한 사발이나 나와 있었다. 성질이 뻗칠대로 뻗쳐 있던 차에 한 달치 급료를 쌀로 줘서 받아 들었다. 이런 육시랄. 양도 절반밖에 안 됐고 그나마 받은 쌀에는 모래와 겨가 섞여 있었다. 항의하자 주동자를 포도청에 가두며 모진 고문을 가하고 2명이나 처형하도록 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구식 군인들이 격분하여 폭동을 일으켰다. 1882년(고종 19년)에 일어난 임오군란의 발단이다.

2.
불량 식품으로 골머리를 앓던 정부는 식약국장의 사형을 급하게 처리했다. 뇌물을 챙기고 허가한 약품이 가짜로 밝혀졌고 일부 약품은 사망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더 많은 뇌물을 처먹고도 사형을 받지 않은 이들이 많았지만 식약품 안전관리로 망신을 당한 정부의 시범 케이스에 걸려 운이 없게도 사형이 집행됐다. 2007년 7월 10일 중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3.
"1년 동안 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꼬리곰탕과 내장탕을 먹이겠다"고 큰소리치며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했던 정부는 단 1g의 미국산 쇠고기도 먹지 않았다. 대신 정부 청사를 경호하던 전경에게만 1년 동안 미국산 쇠고기를 실컷 먹였단다.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지난 일 년 동안 국격을 높이자며 목청을 높이던 MBc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4.
전경에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이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를 막게 했다는 얘기다. 참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참 정말 몹쓸 짓거리다. 먹는 거로 장난치면 난이 일어나던지 누구 하나 경을 치던지 둘 중 하나다.

강준만 교수의 『현대 정치의 겉과 속』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한국에서 정의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미국처럼 개인의 총기 소지를 자유화하는 것이란다. '욱'하는 기질 때문에 총으로 복수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그건 재앙이 아니겠느냐고 묻자, 답은 간단했다. 그게 무서워서라도 권력·금력을 가진 사람들이 함부로 약자를 괴롭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딸려 1+1으로 총도 진작 들어왔던지, 때늦은 감이 있지만 이 기회에 미국산 쇠고기뿐만 아니라 개인의 총기 소지 자유화를 허하고 후딱 미제 총기를 수입하자는 지청구가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2009-10-13

사람 일은 딱 두 가지 경우만 존재한다

1.
누이동생과 일곱 명의 조카를 부양하던 날품팔이 노동자가 빵을 훔치다 체포되어 3년 형을 선고받지만 남은 식구들의 생계가 걱정되어 탈옥을 시도하다 형이 19년으로 늘어난다. 13년 만에 출옥하여 사회에 나왔을 때 중년이 된 사내는 불만이 가득하게 변해있었다. 거리를 배회하지만 그가 전과자라는 소문 때문에 아무도 음식이나 잠자리를 주지 않았다. 우연히 들린 성당에서 따뜻한 음식과 잠자리를 받았지만 순간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은접시를 훔쳐 달아난다. 그 사내 이름은 장발장이라고 한다.

은접시를 훔친 그 사내의 심정을 이해하지만 은촛대까지 내주며 그 죄를 용서하는 신부만큼의 아량이 내게는 없다.

2.
가난에 못 이겨 스웨덴으로 입양이 된 네 살 난 여자아이는 양부모의 학대와 친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13살에 처음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18살에 자립해서 친모를 찾기 위하여 노력하지만 수포로 돌아가고 한 남자의 아이를 낳고 미혼모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에 친모가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딸과 함께 꿈에 그리던 어머니와 해후한 그녀는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실화를 영화로 만든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의 주인공 신유숙의 이야기다. 영화 속 실제 인물인 수잔 브링크는 향년 46세로 얼마 전 암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던 수잔 브링크는 친어머니가 왜 자기를 버렸는지 이해는 할 수 없었지만 해후하는 순간 이미 어머니를 용서하였으리라.

3.
어느 사학자가 말하길 옛날 옛적 전쟁은 잠복하여 기습하거나 적의 후방을 공격하면 비겁하다고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양쪽 진영이 마주 보며 맞짱을 떠야 비로소 정당한 싸움이 성립되고 승자와 패자가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였다고 한다. 야인시대라는 드라마가 인기 있었던 이유와 비슷하다. 그 후 전쟁은 기만과 기습이 등장하며 전술이라 불렸고, 야인시대는 칼이 등장하며 건달이라는 이름이 양아치나 조폭으로 바뀌게 되었다.

김제동과 손석희가 방송에서 잘린다고 한다. 진작 윤도현은 잘렸다. 자르는 이유가 경영여건이 어려운데 출연료가 고액이기 때문이란다. 방송가에서 출연료 문제로 당연히 하차할 수도 있지만 뒷말이 스멀스멀 나오는 것은 구린 구석이 있다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친정부 성향이 아니라며 방송인을 하차시키는 모양새가 전술은 고사하고 양아치나 조폭이 쓰는 사시미만도 못 해 보인다. 참 이해도 안 되고 용서도 안 되는 황당 시대극이다.

4.
너무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세상사는 일을 나눈다고 야박하다 할지 모르지만 사람 일은 딱 두 가지 경우만 존재한다. 이해하지만 용서 못 하는 경우와 이해는 안 되지만 용서하는 경우. 그 외는 사람 같지 않은 경우다.

2009-10-12

여백을 채우는 참모 리더십

  • 참모의 키워드가 선택 대안option이라면, 리더의 키워드는 결정decision이다. (34)
  • 정답은 없다. 결정하고, 결단하는 데 주저하지 말라. 결정에 따른 결과가 잘될 수도 있고, 못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결정하지 않으면 오직 재앙뿐이다. 성공의 반대말은 패배가 아니라 주저다. (53)
  • 선택은 하나를 얻고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76)
  • 미친 군중은 개선이 아니라 오로지 변화만 요구한다. 가톨릭이라는 기성 체제에 도전해 개신교를 일궈낸 혁명가 루터가 말한 경험적 진리다. (82)
  • 사람은 슬플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분노하면 변화를 초래한다. (87)
  • 자동차왕 포드가 말했다. 이상주의자는 남들이 번영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88)
  • 인생은 과정이다. 지금의 모습에 맞춰 그 사람을 대하지 말라. 처음부터 큰 나무는 없다. 대저 사람에 대한 투자가 가장 큰 투자가 아니던가. 애옥한 삶에 투자하고, 어린 나무에 정성을 쏟으라. (89)
  • 사람과 민심이 텍스트text고, 재물과 보화는 레퍼런스reference일 뿐이다. 때문에 답은 언제나 공심위상이다. (107)
  • 이기고 지는 것은 다음 문제다. 승부수를 던질 때는 과감하게 던져야 한다. 머뭇거림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훗날을 기약한다는 것은 자기 합리화다. 내일은 없고, 훗날은 가상이다. (125)
  • 보스는 그릇이 커야 한다. 참모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참모가 물이라면 보스는 그릇이다. 참모가 새라면 보스는 나무다. 서로 맞갖아야 좋은 파트너가 된다. (129)
  • 참모의 예스, 그것은 먹기 좋은 독약이다. 참모의 노, 그것은 입에 쓴 양약이다. (142)
  • 자리를 탐하지 말고. 일을 욕심내라. 자리를 탐하면 반드시 그 끝이 좋지 않다. 자리에 앉더라도 조금 늦게, 조금 낮게 하라. 과욕하면 망신한다. (169)
  • 장대높이뛰기 경기가 있다. 보스의 입장에선 참모는 장대다. 참모를 이용해 높이 뛰는 것이다. 그런데 참모의 입장에서 보면 보스가 장대다. 그를 이용해 내 꿈을 실현하는 것이다. (249)
  • 나폴레옹에게 물었다. "누가 최고의 전략가입니까?" 나폴레옹이 대답했다. "승자다!" (328)
  • 영혼없는 기술자가 되지 말라. 우스워지거나, 비참해진다. (329)
1인자를 만든 2인자들/이철희/페이퍼로드 20090430 351쪽 13500원

거문고의 달인 백아는 거문고 소리를 알아주는 친구 종자기가 죽자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다고 한다. 지음(知音)이 없으니 더는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로 채워가며 꿈을 실현하는 사이가 지음의 경지와 같은 진정한 리더와 참모의 관계가 아닐까 한다. 근래에 노라고 말하는 참모가 몇이나 있을까 생각하다가도 그런 참모를 곁에 두는 리더가 한 사람이라도 있을까 생각해 보니 씁쓸하다. 우리가 사는 것 자체가 환경과 여건에 따라 리더와 참모의 역할을 번갈아 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는 게 인지상정인지라 여백을 채우는 참모의 리더십과 여백을 슬쩍 남길 줄 아는 리더의 포용이 찰떡궁합인 것이 한없이 부러울 뿐이다.

2009-10-08

사랑하지 않으면 지는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였거나 존재하는 모든 인간 문제를 미분하다 보면 결국에는 돈과 사랑이 그 원인이요 근본이다. 돈은 우리의 이성을 움직이고 사랑은 우리의 감성을 움직인다. 돈은 무생물이라 무한하고 사랑은 생물이라 유한하다. 돈은 무한하지만 무생물인지라 없어도 산다. 돈 없는 인간이 행복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비참하지는 않다. 그래서 아무리 사소한 중독이라고 해도 돈이라면 위험하다. 돈에 중독되는 만큼 깨어 있는 이성을 잠재우는 악물도 없다. 그러나 사랑은 유한하지만 생물인지라 살아있어야 한다. 사랑 없는 인간이 비참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행복하지는 않다. 그래서 아무리 극심한 중독이라고 해도 사랑이라면 위험하지는 않다. 사랑이라는 중독만큼 잠든 가슴을 깨우는 선물은 없다.

동그란 동전을 닮은 한가위처럼 계속 풍요로워지려면 사랑을 해야 한다. 사랑하지 않으면 지는 것이다. 후회하면 무생물에 중독된 시대에 굴복하는 것이다. 가을은 사랑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2009-10-01

한계 영역에서 체험하는 존재의 확장

  • 스위스의 의사이자 히말라야를 체험한 등반가인 에트와르 위스 뒤낭은 높이 7,500미터가 넘는 곳을 '죽음의 지대'라고 일컬었다. (6)
  • 5,300미터가 넘는 높은 곳에서 오래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보다 높은 곳에 정착해 보려고 한 적이 있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따라서 안데스 산맥에 있는 '아우칼킬카'가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부락이다. 그곳에는 대기 속의 산소 농도가 해면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7)
  • 인간의 본질을 파헤치면 그 특징은 누구나 거의 같다. 다만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아는 계기가 주어지는 행운이 따르지 않을 뿐이다. (29)
  • 영웅은 자기 생명의 깊은 뜻을 알고 있으며 한층 높은 존재까지 믿고 있기 때문에 자기 생명을 희생하지만, 도박꾼은 자기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보기 때문에 자기 생명을 놀이에 건다. (56)
  • 추락 사고를 겪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클라이머들은 이구동성으로 낙하 중에 수없이 많은 영상들, 특히 전생애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눈앞을 지나갔다고 한다. (100)
  • 떨어지는 동안 내 영혼은(사람들이 어떻게 부르든) 내 육체 안에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는 바깥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141)
  • 자기 자신을 경험한다는 것은 '사는 것' 자체를 말한다. 여기서 산다는 것은 지속적이고 생명력 있는 자기 경험을 말한다. 새로운 경험을 지속하지 않는 사람은 흐르지 못하고 고여서 썩어가는 물과 같다. (158)
  • 8,000미터 정상까지 가는 길은 멀다. 그것은 인생의 길인 동시에 죽음의 길이다. (...) 마치 자기 몸에서 나와 자기를 보듯이, 높이 오를수록 스스로가 더욱 맑고 뚜렷하게 보이며 감각이 예민해진다. 그가 온 정열을 쏟은 정상이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의 것이 된다. 그는 환하게 빛을 내는 그 안으로 들어가서, 가장 이상적인 경우 열반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214)
  • 나는 자연이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으며, 다만 내가 자연을 어떻게 체험하며 자연 속에서 자기를 어떻게 체험하느가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221)
  • 살아서 돌아온 자는 벌써 보통 사람과 다르다. (...) 그에게 그후의 인생은 덤이자 여생이며 그는 휴가를 얻고 다시 돌아온 사자(死者)다. (235)
  • 나는 이 책에서 이제까지 산악 문학에서 서자 취급을 당해 온 것들을 다루었다. 그것은 환상체험이며, 이 체험은 극한 상황에서 인식의 능력이 확장되는 것으로서,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참다운 자기를 인식하게 만든다. (247)
  • 인생을 아는 자, 다시 말해서 자기 인생을 걸고 '무無'와 대면한 일이 있는 자는 결코 남을 죽이지 못한다. 그에게는 재물, 권력, 우상, 이데올로기 등이 2차적인 의미밖에 지나지 못한다. (250)
죽음의 지대/라인홀트 메스너/김영도 옮김/한문화 20070326 262쪽 11000원

7,500미터가 넘는 산에 오를 일이 없으니 그곳에서 추락할 일은 더더군다나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다만 동네 뒷산을 오르더라도 평지와는 다른 느낌이 드는 것으로 봐서는 죽음의 지대라 부르는 한계 영역에서 체험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지 않았다고 내면의 등반을 온전히 거부할 수는 없으리라. 그네들이 겪은 찰나의 순간에 일어나는 추락의 느낌을 알 수는 없지만 산에 오르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으로 봐서는 분명히 높이만큼 존재가 확장되는 체험을 하리라 추측할 뿐이다.

죽음의 지대를 경험한 등반가가 존재에 대해 겸허해지는 사연이 그곳에 있었다. 뒷산 약수터를 새벽마다 오르는 불한당이 세상에 없는 이유도 되지 않을까.

2009-09-30

樂書 만원버스

만원버스
만원버스에 올라타면서 왜 이렇게 사람이 많냐고 투덜대지 마시라.
당신 땜시 10001 원이 되었다오.

사정의 시대
입학도 사정하고 정치도 사정이구나.
바야흐로 사정의 시대인데 왜 출산율은 오르지 않을까?

40대
40대 이상이 경쟁력이 있는 곳이 고산병이 있는 높은 산에 오르는 거란다.
젊은이들은 너무 씩씩하게 걷다가 고산병에 걸려 하산한단다.
젊은 놈상이 덤비면 히말라야에서 맞짱 뜨자고 해야지.

속담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는 속담은 엄청 조용하다는 뜻.
영어로 하면 MB Out!

은퇴
은퇴를 뜻하는 영어단어 Retire를 뜯어보면 Re + Tire,
즉 바퀴를 다시 갈아 끼우는 것을 말한다.
허나 새 바퀴를 살 돈은 고사하고 갈아 낄 재주가 없다.
동부 프로미를 불러야 하나...OTL

공인
대한민국 공인의 기준은 주유소 습격사건에 나왔던 무대뽀가 정한다. 한 놈만 걸리면 무조건 패서 공인을 만든다. 2PM이 공인이라 작살이 난다면 여의도에서는 홀로코스트 사태가 벌어져야 정상인데 말이지.

열정
Passion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했는데 Fashion처럼 변했다. 이제는 벽장 구탱이에 쳐박혀 있는 낡은 옷 같이 꺼내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하고.

정부
정부(情婦,情夫)는 애정스럽지만 정부(正否)를 모르는 정부(政府 )가 정부가 될 수는 없다.
그러다 과도정부(過渡政府)가 정부가 된다.


책은 두 종류가 있다.
빌려 봐도 충분한 책과 꼭 사서 곁에 두고 싶은 책.
마치 연애와 결혼처럼.

2009-09-28

떼창 『거위의 꿈』을 들으며 날아 오르다


인순이가 부른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간절함을 담아 열창하는 인순이와 멋진 노랫말이 어울려 좋아합니다. 날고 싶어 애타게 날개짓하는 그림이 그려지며 박수를 보내고 그 거위에서 날지 못하는 내 모습이 보이기에 힘차게 도약하길 응원합니다. 인순이는 거위에게 꿈이 있다며 운명에 맞서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어쩌면 모두 일면식도 없고 몇몇은 앞으로도 죽 그럴지도 모르지만, 트위터에서 관계(?)를 맺은 이들이 모여 떼창을 했습니다. 한날한시에 모이기 어려운 곳에 있는 이들이 거위의 꿈을 열창했습니다.(서울비의 편집후기)

떼창 거위의 꿈을 몇 번을 다시 들었습니다. 다듬어지지도 세련되지도 않아 오히려 물들지 않은 정겨운 투박함과 화려한 해피엔딩으로 막이 내릴지 장담할 수 없는 너나들이 같은 꿈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소박한 꿈이 작지도 크지도 않아 어울리다 때론 불협화음도 내며 올망졸망 꿈꾸는 우리 모습이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는 사연을 읽었고, 목소리가 작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외침을 들었습니다.

떼창에 관한 의미를 주제넘게 평할 재주가 없는지라 누군가 해석하고 발전시켜 주리라 믿습니다. 다만, 꿈을 잊지 말고 운명에 맞서라는 열창을 들으며 이제 막 제 키 높이만큼 날아오르려는 거위의 모습을 봤습니다. 바로 제 모습이었습니다.

멋진 제안에 멋진 노래를 부르신 분들과 멋지게 편집한 서울비 님에게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입대 전날 밤, 우리의 젊음을 위하여 잔을 든 후로 최고의 감동이었습니다.

2009-09-25

현대 정치의 겉과 속

  • 민주주의는 항상 실망스럽고 불완전하다는 것에 한국인들이 익숙하지 않은 듯하다. (24)
  • 일본의 유교는 혁명사상이 없는 데 비해 한국의 유교 전통은 윗사람이 도덕성이 없을 때 타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특징이 있다. (34)
  • 당론을 따르면 소신이 없다고 비난하면서도 막상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한사코 외면한다. 엘리트보다는 서민의 대변자를 원하면서도 정치인들의 '무식'을 탓하면서 그들이 엘리트답게 행동해 주기를 원한다. (49)
  • 인정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가장 유리하거니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게 바로 정치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정치를 혐오하는 동시에 숭배하는 이유다. (52)
  • 우리는 정당이라는 시스템보다는 지도자라는 개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는 사실이다. (68)
  • 정치광고를 보라. 다른 산업의 광고는 경쟁기업들끼리 싸우더라도 사생결단의 방식으로 싸우진 않는다. 산업 전체가 몰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유일한 예외가 있으니, 그게 바로 정치산업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는 '자해산업'이다. (69)
  • 유권자들이 투표만으로 자기 할 일을 끝냈다며 손을 털고 돌아서는 한 정치는 바뀌지 않는다. 권리만 알고 책임을 모르는 유권자들일수록 지도자에게 과도한 기대를 갖는 법이다. (80)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 1항에 나와 있는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민주공화국을 구성하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가운데 민주주의는 (...) 널리 알려져 있는 반면, 공화주의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다. 공화주의는 시민들이 덕을 가지고 정치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 과정에서 공공선에 대한 헌신 속에서 개인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83)
  • 엘리트는 권력을 잡으면 그들이 이끄는 조직의 표면상 목적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에 전력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선 조직이 목적 그 자체가 되며, 조직의 영속화가 지상 목표가 된다. (98)
  • 유권자들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순전히 반감에 따른 급격한 좌향좌·우향우식의 쏠림을 보여 놓고선 뒤늦게 직접행동으로 그걸 교정하려고 든다. (112)
  • 한국에서 정의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미국처럼 개인의 총기 소지를 자유화하는 것이란다. '욱'하는 기질 때문에 총으로 복수하는 사람이 많을 텐데 그건 재앙이 아니겠느냐고 묻자, 답은 간단했다. 그게 무서워서라도 권력·금력을 가진 사람들이 함부로 약자를 괴롭히지 못한다는 것이다. (113)
  • 인간은 서로 비슷한 사람들과 한패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 패가 되고 나서 비슷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139)
  • 죽어도 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거기에 대고 '소통하라'고 외치는 건 '홍보에 신경 쓰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아니 소통의 의미가 180도 바뀌어 버린다. 그건 번지르르한 말솜씨로 자신을 마케팅할 수 있는 능력이다. (147)
  •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메이저 시민단체들이 과연 지방분권을 원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정부와 직접 상대해서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지방분권이 제대로 이뤄졌을 경우, 일일이 각 광역 시·도와 시·군·구청을 상대로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서울에 본부를 두고 전국적인 단체로 행세하면서 백화점식 종합운동을 하는 시민단체는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들 것이다." (197)
  • 시민은 태어나지 않는다. 다만 만들어질 뿐이다. (259)
  •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스스로 앞장서서 싸우지 않으면 특권과 재산을 키울 방법도, 그것을 지킬 방법도 없었던 사회적 시스템과 관련이 깊다. 오늘날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무색해진 것은 단지 양심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것은 굳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지 않아도 지배층이 자기 재산과 특권을 빼앗길 위험이 없을 만큼 정교하게 법과 제도가 안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280)
  • "형님, 아니 형님이 동생인 이 대통령보다 못난 게 뭐가 있습니까? 형님이 키도 더 크고 더 좋은 대학 나왔고, 정치 경륜도 많고, 게다가 형님도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야 그렇지. 정치 경력도 그렇고 내가 위일지 모르지. 하지만 딱 하나, 나에게 없는 걸 명박이는 갖고 있어." "그게 뭡니까?" "깡다구야." (286)
  • 독재는 한사코 피해야 하겠지만, '다수의 독재'와 '소수의 독재' 중 양자택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가정한다면 (...) 다수의 독재가 소수의 독재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309)
현대 정치의 겉과 속/강준만/인물과사상사 20090309 352쪽 13000원

한국의 민주주의는 고비 때마다 판갈이만 하면 될 것 같았고, 그래서 결정적인 역사적 전환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은 가득하고 눈높이마저 올라갔다. 민주주의는 한판 승부도 아니고 한판 승부가 돼서도 안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민주주의는 항상 실망스럽고, 그래서 영원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치의 겉모습이 욕을 퍼붓는 정치인이라면 그 속에는 정작 누워서 침 뱉는 우리가 보인다. 더불어 잘살고 약자에 귀 기울이는 시민이 정치를 압축성장시키는 시대적 키워드가 됐다. 책이 술술 읽히면서도 속이 뜨끔하고 켕긴다.

2009-09-23

정원아, 내 이름을 빼다오!


국모씨네 집 정원이가 희망제작소 박원순 상임이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으로 원고가 되어 국민 박원순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말입니다. 법리 해석이나 절차는 제쳐놓고 대한민국 이름으로 고소를 했다면 대한민국 국민 중 한 사람인 나는 동의한 적이 없답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정원아!
내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
그 『원고 대한민국』에서 내 이름을 빼다오!
난 이 소송에 동의한 적이 없단다.

글구 고추장 파는 정원이를 본받았으면 좋겠거든.
청씨네 집 정원이는 동건이한테 프러포즈도 받았다더라.

2009-09-21

정광산 막장에서 희망을 캐는 방법

1.
막장의 근무환경은 열악합니다. 어둡고 꽉 막혀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결코 막다른 곳이 아닙니다. 막혀 있다는 것은 뚫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계속 전진해야 하는 희망의 상징입니다. (...) '막장'은 그렇습니다. 희망을 의미하며 최고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드라마든 국회이든 간에 희망과 최고의 경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한 함부로 그 말을 사용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막장'은 희망입니다/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 20090303)

2.
청문회 자리에 앉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이길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위병소 종합선물세트를 안겨줄 줄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정운찬 후보자를 캐면 캘수록 의혹이 자꾸 나오는 '정광산'이라고 한답니다. 이른바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폐광처럼 보였지만 힘들이지 않고 삽질을 해도 시커먼 치부가 드러나는 노다지 광산이 된 게지요.

3.
이쯤 되면 막장입니다. 막장이라는 말이 희망을 뜻하는 좋은 말이라면 위병소1로 둘러싸인 정광산에 희망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지 않는 게 상책일 겁니다. 애당초 정광산에는 희망이 묻혀있지 않았습니다.

광산 사장 MBc와 반짝반짝 빛나는 노다지인 줄 알았던 정광산을 보니 돌아나갈 입구마저 무너져 내렸습니다.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똥덩어리보다 못하면서 냄새는 더 구린 의혹이 가득한 막장에 갇히게 됐습니다. 이제는 살기 위해서라도 앞길을 뚫는 것만이 막장 한가운데 선 우리의 유일한 선택입니다. 막혀 있는 것을 뚫어야 비로소 희망이 있습니다.

MBc 사장이 입만 열면 씨부리는 법과 원칙에 따라 막장을 뚫을 수 있는 삽이자 곡괭이가 바로 우리 손에 쥐어지는 투표용지입니다. 투표용지에 동그라미를 찍지만 그것은 다음 세대가 현명한 선택을 하라며 위임한 행위라는 걸 명심합시다. 막장에 갇힌 우리의 희망이 바로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1. 위병소란 위장전입, 병역회피, 소득탈루를 제대로 하는 실용적 인간을 가리키는 말

2009-09-16

ExQuiz me 시대

1.
조선시대 어느 날, 죄수를 압송하다 날이 저물어 주막에 머물게 됐다. 저녁을 먹고 나서 포졸이 마당에 동그란 원을 하나 그린 후 죄수에게 말했다.
- 동이 틀 때까지 이 원 밖을 벗어나지 마시오.

조선시대에는 심성이 순박해서 죄인에게 별다른 감호조치를 하지 않고 땅바닥에 동그라미를 그린 후 죄수더러 벗어나지 말라고 하면 대부분은 그 명을 따랐다고 한다. 오래전 어느 향토 사학자에게 들은 얘기다.

2.
강부자, 고소영에 이어 위병소가 뜨고 있다. 위장전입, 병역회피, 소득세 탈루 정도는 해야지 힘깨나 쓰는 자리를 하나 꿰찰 수 있단다. 존경스럽다. 장삼이사는 해보고 싶어도 어느 것 하나 만만해 보이질 않으니 말이다. 면피하는 방법도 아주 간단명료하다. 청문회 자리에서 머리를 조금 숙이며 "Excuse me" 하면 된다. 차~~암 쉽다.

3.
조선시대에 죄를 지면 도망갈 생각은 고사하고 뉘우치며 조상 볼 면목이 없다고 했고, 후손들에게 민폐를 끼친다고 했다. 죄인을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불을 때는 시늉을 하는 팽형을 당하면 대부분이 자결했다고 한다. 적어도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인간의 근본을 이뤘던 시대였기에 가능했다.

요즘 위병소 문제로 골치가 아픈-혹은 아픈 척하는- 양반들이 자주 쓰는 "Excuse me"를 자세히 들어보면 ExQuiz me로 들린다. 고맙게도 그 양반들은 내게 엄청난 퀴즈를 출제하고 있다. 인간은 왜 태어났느냐,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하는 근본적이고 철학적 문제가 아니라 아주 실용적인 초고속 퀴즈를 내고 스스로 답을 알려주고 있다.

2009-09-14

환절기

남한산성으로 피난한 인조가 겪었던 치욕의 그해 겨울이 얼마나 혹독했는지 모른다. 1951년 1월 4일, 서울을 다시 내주고 떠났던 그해 겨울이 얼마나 아렸는지 모른다. 경험하지 못한 계절이 어떠했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7080 계절은 시나브로 다가왔었다는 기억은 남아있다. 기억이라고 말함은 적어도 21세기에 느끼는 사계절은 온오프 타입으로 변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아날로그 같았던 계절이 디지털화됨으로써 우리 생각마저 왼쪽 아니면 오른쪽으로 줄을 세우는 극단적 이분법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논술시험이 없던 시절, 사지선다형에서 느꼈던 객관적 여유가 논술을 강요할수록 주관적 오엑스로 조급 해지는 역설의 시대에 산다. 온난화할수록 더 추워진다. 환절기가 꼽사리 껴 있던 사시사철이 그리워진다.

2009-09-13

직선들의 대한민국

  •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을 관통하는 주된 경제 담론은 (...) 그냥 18세기의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다"라는 하나의 명제 위에 서 있을 뿐이다. (67쪽)
  • 서울시에서 추진한 뉴타운의 경우에 집이 없는 거주민들도 개발을 지지한다. 현재까지의 경향으로 보면, 원래 그 동네에 살던 사람의 10퍼센트 정도만이 새로 만들어진 뉴타운에 입주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도심에서 더 먼 곳으로 이사하거나 원래의 거주 조건보다 더 나쁜 곳으로 이동한다. (83쪽)
  • 미화된 표현들, 예를 들면 "서민만을 보고 정치하겠다"라고 말하든 말든, 이들은 한국에서 투표철을 제외하면 대체로 맘대로 대해도 되는 존재로 간주된다. (86쪽)
  • 한국은 적어도 지난 10년간 조감도가 지배한 나라이고, 한 폭의 멋진 그림인 이 조감도 앞에서 "그거 좀 이상해"라든가 "우리 좀 생각해보자"라는 말이 서 있을 공간이 없었다. (120쪽)
  • 정말로 시대 미학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한국의 최근 10년은 민주화·정의·인권과 같은 단어가 움직인 것이 아니라 두 가지 결합된 단어에 의해 움직인 것인데, 하나는 도시 미학이고 그 뒤에 숨은 힘은 건설 미학이다. (121쪽)
  • 앞으로 한국 국민들의 미학은 땅값파의 건설 미학과 '다음 세대파'의 생태 미학으로 나뉠 것이다. 이때 다음 세대와 말 못하는 것들의 권리와 권익을 말하는 사람들의 외침은 결코 무의미하지도, 괜히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171쪽)
  • 가난한 사람과 가난하지 않은 사람, 자연과 인간, 그리고 말하는 존재와 말하지 못하는 존재가 공존할 수 있는 물질적 기반을 구성하는 것이 바로 도시 공간이 가야 할 공존의 양식이다. (188쪽)
  • 재건축의 시대가 '정비와 정주 human settlement'의 시기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은 2~3층짜리 건물이 늘어서 있는 작은 골목길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걸어가는 속도가 늦어지고 주위를 살펴보고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주변의 건물이 이보다 높아지고 길이 더 넓어지면 이제 길은 더 이상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 통과하는 곳으로 바뀐다. (189쪽)
  • 지난 2008년 총선에서 본 것처럼 서울에서 '뉴타운 공약'으로 시작한 거대한 직선의 힘은 당분간 한국 사회를 휘감을 것이고, 일본식 거품 공황을 한 번 맞고 나서야 겨우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218쪽)
  • 고전적으로 많은 사회과학자는 경제적 토대가 물질적 기반을 형성하고, 그것이 사회적 상식을 구성하고, 그 위에 시대의 미학이 선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국민경제를 이끌고 가는 힘은 오히려 맨 위에 있는 건설 미학의 힘이다. 이 이상한 시대의 패턴이 해체될 시기가 왔다. (223쪽)
직선들의 대한민국/우석훈/웅진지식하우스 20080615 224쪽 12000원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강물을 반듯하게 직선으로 만든다는 공약에 열렬한 지지를 보낸 시대에 살고 있다. 스스로 진보라 불렀던 참여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국에 골프장을 짓자고 했고 세종시로 포장한 건설 미학을 보여주었다. 도도히 흐르던 건설 미학은 드디어 불도저를 앞세운 극단적 직선주의자를 선택하면서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 절정을 이뤘다.

지난 총선에는 서민이거나 혹은 서민과 가까운 후보가 낙선하고 귀공자풍의 부자를 국회의원으로 선택을 했다. 이런 계급 배반적 현상은 뉴타운이라는 개발이익과는 전혀 상관없는 대다수 서민이 아직도 장밋빛 조감도를 보며 건설 미학을 꿈꾸고 있다는 방증이다. 모두를 개발이익의 수혜자로 만드는 집단 최면술사를 탓해야 하는지 그런 최면술에 혹하는 서민이 어리석은지 따따부따하며 편 가르기는 이제 의미가 없는 일이다. 높은 공장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걸 보며 공해가 아니라 생산적 활동이라며 반가워하는 시대를 지나왔고, 공구리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아토피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체험하는 시대에 해답은 자명해졌으니까.

왜 우리는 엠파이어스테이트 같은 마천루가 없는지 원망하다 여의도에 우뚝 선 멋없는 63빌딩 전망대에 서서 손뼉을 치면서도 "그 시절에는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하는 친일파를 용서하지 못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 이것이 딜레마인지 자기배반인지는 단정지을 수 없지만 이제는 청산하고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라는 늦은 자성이 움트고 있다. 시대 미학이나 시대 정신이라는 거창한 말로 포장할 필요도 없이 굽이치는 강처럼 둥글게 둥글게 사는 것이 먼저 태어나서 잠깐 살다 가는 인간들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는 걸 알려주는 시대에 살고 있는 까닭이다.

《직선들의 대한민국》은 거대한 인공어항인 청계천을 도시 생태의 복원이라고 반기다 급기야 4대강을 살린다며 급조한 건설 미학의 절정에 대한 원인과 역설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있다. 이 물음은 정답을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오답을 피해야 하는 시대에 던지는 파문의 시작이다.

2009-09-12

행복한 경영이야기

1. 의사소통에서 범할 수 있는 최대 실수
의사소통에서 당신이 범할 수 있는 최대 실수는 당신의 견해와 감정 표현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것이다.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자기 말을 들어 주고 자기를 존중해 주며, 이해해 주는 것이다. 당신이 자기 말을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사람들은 당신의 견해를 이해하려는 동기를 부여받는다. - 데이비드 번스 펜실바니아대 교수 (33쪽)

2. 실패하지 않을 유일한 길
처음부터 잘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실패, 또 실패, 반복되는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길의 이정표다. 당신이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당신이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실패하면서 성공을 향해 나간다. - 찰스 F. 키틀링 (51쪽)

3. 감옥과 수도원의 차이
감옥과 수도원의 공통점은 세상과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다. 딱 하나 차이가 있다면 그곳의 사람들이 불평을 하느냐 감사를 하느냐이다. 감옥이라도 감사를 하면 수도원이 될 수 있다. - 마쓰시타 고노스케 마쓰시타 창업주 (60쪽)

4. 진정 어려운 것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하는 것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간단하다. 정작 어려운 것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 마이클 델 델컴퓨터 회장 (106쪽)

5. 경영전략은 유행을 따라서는 안 된다.
경영전략은 다이어트 기법이 아니다. 그때 그때의 유행을 좇아가서는 안 된다. 시장이 어디로 향해 가고, 어떤 부문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와 같은 기본에 충실해야 성공할 수 있다. 6시그마 등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경영 기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모리슨 머서 매니지먼트 컨설팅 회장 (108쪽)

6. 페덱스사의 1:10:100 법칙
서비스 부문에서 말콤 브리지 상을 수상한 페덱스사에는 '1:10:100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불량이 생길 경우 즉각 고치는 데에는 1의 원가가 들지만, 책임 소재 추궁이나 문책이 두려워 이를 숨긴 채 기업의 문을 나서면 10의 원가가 들며, 이것이 고객 손에 들어가 클레임이 발생하면 100의 원가가 든다는 법칙이다. - 페덱스 (127쪽)

7. 떠날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두 가지 질문
그가 떠날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와 관련된 두 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이 순간이 만일 채용 결정의 시간이라면 당신은 이 사람을 다시 채용할 것인가?
2. 이 사람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여기를 떠나겠노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몹시 실망할까 아니면 속으로 시원해 할까? - 짐 콜린스, 『Good to Great』 (145쪽)

8. 손익계산서는 사람과 사랑이다
메리 케이 애시는 회사를 한 가족으로, 영원히 함께 해야 할 유기적 공동체로 보았다. 그녀는 P&L이 손익계산서(P&L : Profit & Loss)가 아니라 '사람과 사랑(People & Love)'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 짐 언더우드, 『핑크 캐딜락의 여인』 (172쪽)

9. 집보다 더 좋은 회사 만들기
집보다 더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게 내 꿈이다. 회사는 늘 편안해야 한다. 집에 있다가도 회사에 오고 싶어 할 정도로 편안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 직원들도 집보다 더 좋은 회사에서 일한다는 마음으로 일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레 정성이 담긴 좋은 책이 나온다. - 박은주 김영사 사장 (187쪽)

10.
삼류 리더는 자기 능력을 사용하고, 이류 리더는 남의 힘을 사용하고, 일류 리더는 남의 지혜를 사용한다. - 한비자 (246쪽)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이야기/조영탁/휴넷 20041206 247쪽 12000원

짧은 글 속에 숨겨진 의미와 상상 그리고 촌철살인.
행복한 경영이야기를 읽다 보면 행복을 경영하는 이야기가 된다.

행복한 경영이야기」에 가면 오늘도 행복해지는 양식을 얻을 수 있다.

2009-09-10

후불제 민주주의

  • 개인이 공짜로 무엇인가 얻을 수 있지만 사회 전체가 공짜로 가치 있는 무엇을 가질 수는 없다. 그 '가치 있는 무엇'의 대표적인 예가 민주주의다. (21쪽)
  • 두뇌가 명석하지 않으면 심성이 맑기 어렵다. (...) 그러나 두뇌가 명석하다고 해서 심성이 꼭 맑은 건 아니다. 명석한 데 맑지 않는 사람은, 명석하지도 맑지도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해로운 범죄를 저지른다. (56쪽)
  • 문명의 발전은 공평하지 않은 삶을 조금씩 덜 불공평한 것으로 만들어가는 사회적 진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63쪽)
  • 진보는 '당위'를 추구하고 보수는 '존재'를 추종한다. 진보는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싸운다. (...) 진보의 경쟁력은 이상을 향한 열정과 논리의 힘이며, 망할 때는 거의 언제나 '연합하는 능력'의 부족때문에 망한다. 보수는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불가피한 자연적 질서로 간주하고 그것을 지키려 한다. (...) 그래서 보수가 망할 때는 걷잡을 수 없는 부패로 망한다. (68쪽)
  • 나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무엇인가를 더 깨닫고 누군가를 더 사랑하는 데도 부족한 시간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이유로 남을 괴롭힐 여유가 도대체 어디 있다는 말인다. (77쪽)
  • 만약 사법부와 헌법재판소마저 행정부의 헌법 파괴를 방조하거나 방관한다면, 그때는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대규모 행동을 직접 조직하게 될 것이다. (114쪽)
  • '장로 대통령'의 존재가 다른 종교에 대한 기독교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것처럼 말하는 일부 목회자들의 태도는 황당한 것이다. (140쪽)
  • 계약직 공무원이면서 마치 왕처럼 행동하는 대통령은 권력 오남용을 거부하는 시민의 저항과 비판에 부닥쳐 인기를 잃는다. (211쪽)
  • '법질서 확립'과 '떼법 근절'처럼 국민을 위협하는 말만이 서슬 퍼런 칼처럼 난무했다. 그들은 '강자의 지배'를 '정의'와 동일시하고 국민주권 행사를 체제 전복 행위로 간주하는 사악한 체제를 복구하기 위해 경찰력과 최루탄으로 대한민국을 '포맷'하려 할 것이다. (374쪽)
후불제 민주주의/유시민/돌베개 20090306 380쪽 14000원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정책과 방향에 대해서 지지를 보내는 입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때는 헌법을 들춰보지는 않았다. 민주주의를 할부로 얻었다는 의식은커녕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는 착각을 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비로소 민주주의는 할부로 샀고 매일매일 할부금을 갚아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학습하고 있다. 문명 역주행을 하는 대통령과 거기서 공생하는 양복 입은 침팬지들 덕분에 헌법이 얼마나 가치가 있고, 그럼으로써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절실함을 톡톡히 배우고 있다.

불량식품, 불량영상을 만드는 업자가 자기 자식들에게도 먹이고 보게 하는지 궁금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불량정권을 만든 우리는 불량업자만도 못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2009-09-08

아프리카 대륙을 걸어서 관통한 신혼부부

  • 2001년 1월 1일 새벽을 기다리고 있다. 걸어서,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이제 곧 시작될 것이다. (15쪽)
  • 결국, 8킬로그램의 배낭 두 개에는 1.5리터의 플라스틱 물병 하나, 3.5킬로그램의 장비(카메라, 카세트, 배터리, 이메일을 수신할 수 있는 전화기), 5백그램의 슬리핑 백, 작은 돗자리, 각자에게 필요한 티셔츠와 잠옷바지, 팬티 두 장, 갈아 신을 신발 한 켤레가 채워졌다. 이것이 전부였다. 이조차도 많았다. (25쪽)
  • 우리는 똑같은 거리를 걸었지만, 걷는 방식은 서로 달랐다. 보잘것없는 수컷인 내게 걷기란, 걸음의 수확이자, 킬로미터의 정복이고, 공간에 대한 승리였다. 환상과 허영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녀에게 도보여행은 우리의 인생을 완성하는 일이요, 우리의 운명이었다.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이해했고, 난 배워가는 중이었다. (78쪽)
  • "왜 여행을 하시죠?" 소냐가 재치있데 대답했다. "두 분을 만나려고요!" (128쪽)
  • 어쩌면 폴 모랑의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일정 고도를 넘으면 인간은 나쁜 생각을 품지 못한다"는 말. (132쪽)
  • 피부 아래 속살은 누구나 예외없이 빨갛잖아요. (188쪽)
  • 보마는 강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어요. 운 좋게도 녀석이 우리를 봐주는군요. 녀석이 우리 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저 녀석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217쪽)
  • 여행을 계속해 나갈수록 사람들을 만나려면 걸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걷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242쪽)
  • 우리의 유일한 무기는 투표용지입니다. (298쪽)
  • 우리의 다리는 자만심이나 의지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인들의 순박하고도 자연스런 환대 덕에 나아가는 것이다. 그들 집에 우리는 매일 지치고 목마른 상태가 되어 도착한다. 그들이 없다면, 이 겸허한 연대의 끈이 없다면 우리는 단 이틀도 걷지 못했을 것이다. 재정적 지원? 우리에게 그런 건 없다. 구세주는? 하루에 적어도 한 명은 있다. 누구보다 검소하고 누구보다 가난하지만 마음만큼은 부유한 아프리카 농부가 친히 나섰다. 이것이 우리의 생존이다. 이것이 우리 일상의 몫이다. 이것이 우리의 보물이다. (336쪽)
  • 질투가 아프리카의 문제입니다. 고개를 조금이라도 내미는 사람이 있으면 가차 없이 줄을 맞추게 하죠. (427쪽)
  • 제 생각에는 세 개의 큰 결함이 아프리카가 날아오르는 걸 막고 있습니다. 전통의 무기력함, 이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한 두뇌들의 유출, 그리고 정부의 부재입니다. (450쪽)
  • 킬리만자로, 그토록 꿈꾸어온 곳! 우리 도보여행의 중간지점이자 절정이었다. (...) 이곳을 오르는 사람들의 절반 정도가 고산병 등의 문제로 정상에 이르지 못한 채 서둘러 내려간다는 사실과 (...) 실패율은 운동으로 단련된 젊은이들에게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40세 이상에서는 현저히 감소했다. (550쪽)
  • 여행 532일째, 6975킬로미터 (559쪽)
아프리카 트렉/알렉상드르 푸생·소냐 푸생/백선희 옮김/푸르메 20090522 22000원

걷기의 달인도 아닌 평범한 신혼부부가 걸어서 아프리카를 관통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희망봉에서 출발해서 이스라엘의 예루살렘까지 3년 3개월에 걸쳐 두 발로 걸은 대장정의 절반에 해당되는 킬리만자로에 이르기까지 7,000킬로미터의 기록이다. 시간과 거리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모든 후원을 거부하고 걸으며 만난 아프리카 사람들과 인류의 발자취에 대해 이야기한다. 흑백 갈등, 에이즈, 물 부족, 내전을 겪으며 살아가는 아프리카지만 저물녘이면 그들을 따듯하게 맞아주는 사람들이 있어 도보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먹을 거라곤 마실 물만 가지고 걸었던 저자에게 아프리카는 사람 사는 정으로 그들을 맞아주었고, 다음 날 먹을 끼니까지 챙겨 주어서 두 사람의 아프리카 걷기를 마칠 수 있었다. 저자는 "우리를 초대해서 따뜻하게 맞아주고, 재워주고, 먹여주고, 도와주고, 아프리카 대륙의 경이로운 면면들과 인간적인 풍요로움을 보여준 아프리카 사람들께 이 책을 바친다"고 했다. 물론 야영을 하며 사자의 습격을 받기도 했고, 목숨을 노리는 강도도 있었지만 아프리카가 보여준 무한한 연민의 정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이것이 신혼부부가 생존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이었다.

저자인 신혼부부가 걸을 때 자동차를 태워주겠다는 호의를 보이면 걸어서만 가야 한다며 완곡히 거절하곤 했다. 그들이 계획한 여정에서 벗어나 차를 타게 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걸으며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지킨다. 적도일주를 한 마이크 혼도 같은 행동을 보였는데 이렇게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여행가를 만드는 것인가 보다.

3년의 여행 동안 이들이 걸으며 만난 아프리카인들이 1,200여 가족에 이른다고 한다. 그들을 만나며 아프리카 대륙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또 그들에게서 경이로움과 아프리카 대륙만의 풍요로움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고원지대로 올라가면서 일정 고도가 넘으면 인간은 악해질 수 없다는 걸 확인하곤 한다.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을 보면 소냐는 항상 치마를 입고 걸었다.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바람이 통해 시원하다고 답하는가 하면 GPS도 없이 지도와 만보기에 나온 숫자를 가지고 몇 킬로미터를 걸었는지 계산을 한다. 그렇게 걸어서 가는 신혼부부를 본 원주민들의 공통된 말은 정신 나갔다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생존과 직결되는 아프리카 걷기 여행은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정신 나간 일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소냐와 나는 아프리카 사람들이 매일같이 하고 있는 걷기 외엔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말한다. 책을 읽다 보면 아프리카를 걸어서 여행한 저자와 그들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아프리카인들이 정신이 나간 것인지 아니면 편안하게 여행기를 읽고 있는 내가 정신이 나간 것인지 구분을 할 수가 없게 된다.

2009-09-07

해바라기가 지존화가 되는 법

일러두기 : 이 이야기는 꽃 이야기다.

반만년 한반도 화단사(花壇史)에서 해바라기 자리에 있다가 지존화(至尊花)에 오른 경우가 없으시겠다. 근자에 어쩌다 딱 한 번 앉은 경우가 있었는데 제10대 지존화가 된 최규화(最葵花)1가 유일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일인지상 만인지하 자리에 있으면서 지존화 자리에 오르기가 오뉴월 잡초가 산악자전거 타기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다.

최규화가 어떻게 지존화 자리에 오르게 됐는지는 굳이 따로 얘기할 필요가 없으니 건너뛰기로 하시겠다. 다만, 그런 야망을 품고 있다면 이제부터 새벽마다 비시라. 왜 새벽이냐고 되묻지는 마시라. 해바라기가 해를 쫓지 않을 유일한 시간이 자고 일어난 바로 그 시간임을 설마 모르지는 않으시겠지.

새벽이슬을 받아다 정화수를 떠놓고 제발 떡을 돌리는 날이 어여 오시라고 하늘에 비시라. 그래야 지존화에 오를 수가 있다. 정화수를 아리수나 청계천에서 떠오지는 마시라. 그건 짝퉁이라고 아는 꽃들은 다 안다. 매일 검룡소나 오색약수에서 떠와야 그나마 하늘이 그 정성을 알아주시겠다. 쪼매 더 앞당기려면 화단에 굶주린 고양이를 풀어놓으시라.

해바라기도 이제는 화단의 역사에서 배우시라. 고대사나 근대사도 아니다. 불과 한 세대 전에 일어났고 될 성싶은 떡잎을 한창 키울 때 본 그 시절이니 기억에 생생하시리라. 그 외에는 지존화가 되는 방법은 없으시겠다. 그리고 이건 지존화에 앉은 다음에 고민할 일이지만 그 자리에 앉았다고 방심하지 마시라. 뒤통수 맞는다.

1. 最葵花 : 으뜸 최, 해바라기 규, 꽃 화

2009-09-04

항문 관리사를 아시나요?

다음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박은경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는 전혀 상관없다.
남주홍 《통일은 없다》(랜덤하우스중앙, 2006)는 통일부 장관 내정자
이춘호 유방암이 아니라는 진단을 받고 남편이 기쁜 마음에 서초동 오피스텔을 선물했다.
박미석 자경사실확인서는 위조가 아니다. 억울하다.
김성이 딸이 수석입학을 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미국에 가서 생활하겠다고 해 국적을 포기했다.
이윤호 여의도는 살만한 곳이 못 되고, 자연친화적이지가 않다. 살만한 곳이 아니라서 송파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분양받았다.
김도연 여름에는 주로 경기도 이천시에 있고 겨울에는 서울 송파구에 있는 아파트에서 지낸다.
김경한 공직을 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신변을 깨끗하게 하고 특히 부동산과 회원권(골프·헬스·콘도회원권) 문제는 좀 다르게 살았을 것.
윤증헌 집사람이 채소를 심는 것이 취미지 투기하고는 거리가 멀다.
백용호 많은 책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서 (강남에) 오피스텔을 구입했다.
천성관 비행기에 같이 탔었는지는 모르지만, 스폰서는 아닙니다.
김준규 담당 검사에게 전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사에 개입한 바 없다.
정운찬 대운하는 반대하지만 4대강은 반대할 사안이 아니다.

대부분이 박사 학위를 가진 교수님입니다. 박사 학위가 없으신 분들은 고시에 합격하시어 공직에 나아가 봉직하고 계시는 분들이고요. 그런데 이분들의 학문적 견해를 피력하는 논조가 한결같습니다.
"……했지만 ……는 아니다."

학문 [항─] ①지식을 배워서 익힘, 또는 그 일. 학예를 수업함. ②일정한 이론에 따라 체계화된 지식. ③학식(學識)
항문 고등 포유동물의 직장(直腸)의 끝에 있는 배설용의 구멍. 똥구멍

이쯤 되면 그들이 힘쓰고 닦는 것이 학문이 아니라 항문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꼿꼿한 선비 인양 올곧은 관료 인양 실체를 숨기고 있던 항문 관리사였습니다. MBc 덕분에 이제 우리는 항문 관리사를 하나 둘 알아가고 있습니다. 항문 관리사, 뜻밖에 우리 주위에 널려 있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요즘 뜨고 있는 실용직업이랍니다. 단지 백성들 똥구멍만 여전히 관리사가 없을 뿐입니다.

2009-09-03

권력은 철학도 춤추게 한다


"경쟁을 중시하고 촉진하되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을 따뜻하게 배려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시각 차이가 없다"고 오늘 정운찬 총리 내정자가 말씀하셨다. 지난해 12월, 미국에서는 대책 없이 대통령이 되지 말라고 하셨던 분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지만 권력은 철학도 춤추게 한다. 권력이 칭찬까지 해주면 고래 힘줄처럼 질겨 변치 않을 것처럼 보였던 철학도 춤추지 않을 재간이 없다. 얻은 것 없이 개쪽만 당했던 소설가 황석영에 비하면 정말 경제적으로 정치에 입문하는 걸로 봐서 재주가 좋은 경제학자임이 틀림없다. 물론 춤추는 학자라는 본연의 모습을 늦지 않게 보게 된 것이 커다란 소득이 아닐 수 없다.

2009-09-01

대세는 민주당이지만 우린 미정이다


1.
일본이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한 일로 떠들썩하다. 30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에서 총 480석 가운데 민주당이 308석, 자민당이 119석을 얻어 1955년 양당체제가 된 후로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한단다. 민주당의 압승을 정권혁명이라 한다. 지난 1월 20일에는 태평양 건너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미국 선거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시대를 열었다며 세계가 흥분했었다.

역사적 가치야 곁다리로 지켜보는 우리보다 당사자들이 더 잘 알겠지만 미국인도 민주당, 일본인도 민주당을 선택했다. 쪼매 부럽다. 돈의 많고 적음만 가지고 상대적 빈곤감이 드는 건 아니다.

2.
LPGA 투어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1989년생 허미정 선수가 페테르센과의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다. 17번 홀에서 벌어진 연장 두 번째 홀에서 버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공하여 우승을 했다. 통산 5승을 자랑하는 노르웨이 출신 수잔 페테르센과의 접전에서 주눅이 들지 않고 버디 퍼팅을 하는 순간,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진 사람을 뻘쭘하게 만들며 보기 좋게 집어넣었다. 연장전을 준비하는 동안 중계방송에서는 JLPGA 요넥스 레이디스 대회에서 우승한 전미정 선수가 전화로 허미정 선수를 응원했다. 일본에서 활약하는 전미정 선수가 올해 3승을 기록 중인데 그미가 우승하면 하루 시차를 두고 같은 날 미국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했단다. 아나운서도 전미정 매직이 이번에도 통했으면 좋겠다며 선전을 기원했는데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일본에서는 전미정, 미국에서는 허미정 선수가 기분 좋은 우승 소식을 전해 준 미정의 날이다.

3.
미정의 우승에 박수를 보내면 보낼수록 왜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민주당이 짝퉁이라서 한나라당의 새디스트를 선호하는 것인지, 혹은 요즘 한국인은 가난할수록 부자 국회의원을 좋아하는 계급배반을 즐기는 정치적 메조키스트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대세는 민주당이지만 우리는 아직 미정이다. 최선이 아닌 차선을 택하고 싶어도, 기호 1번이 싫어 다른 번호를 찍기도 마뜩잖아 변태정치가 언제 끝날지 미정이다. 변태적 오르가슴을 거두고 저 푸른 초원에서 버디 퍼팅의 짜릿함을 느끼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09-08-28

樂書 지도자

자기소개서
남자는 자기소개서에 주량을 반으로 줄여서 쓴다.
여자는 자기소개서에 점을 반으로 줄인 사진을 쓴다.

시간과 거리
남자의 사랑은 시간에 반비례하고 여자의 사랑은 거리에 반비례한다.
남자의 그리움은 거리에 정비례하고 여자의 그리움은 시간에 정비례한다.


남자는 한 달에 한 번 말술을 마신다.
여자는 한 달에 한 번 마술에 걸린다.

차카게 사라야 하는 이유
가다, 떠나다, 죽다, 잠들다, 숨을 거두다, 세상을 뜨다, 떡돌린다...
사람의 죽음을 나타내는 말을 보면 그가 살아온 모습을 한마디로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래서 차카게 사라야 한다.

소망 장로님
강권하여 내 집을 채우라...는 성경 말씀을
강제진압하여 네 집을 비우라...로 해석하시는
장로님 장로님 우리 장로님...소망 MBc 장로님

트위터
트위터에서 멍 때리며 새로고침을 하다 보면 무릎을 탁치게 하는 글들을 만난다.
화개장터에서 잘 빠진 미니스커트를 만난 느낌이다.

이것이 삽질이다
GM에서 만든 1ℓ로 100㎞ 가는 자동차 볼트를 보시며 우리는 왜 못 만드냐고 하시자 1ℓ로 500㎞를 가는 자동차를 만든다며 경부고속도로를 내리막길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것이 위대한 삽질이다.

배달민족
『태풍이 불어도 오봉은 달린다』이후 본 최고의 배달민족 슬로건.
『휴전선이 없으면 북한땅도 배달합니다』

명품
사실 명품은 그 명성에 비해 실용성은 엄청 떨어진다.
다만 딱 하나 그렇지 않은 존재가 있으니 바로 사람이다.

지도자
정치꾼은 보스의 결재를 받고 정치인은 국민의 결재를 받는다.
그러나 지도자는 역사의 결재를 받는다.
문득 백년도 못 살면서 천년을 걱정하는 사람이 그립다.

2009-08-23

DJ, 잠든 백성을 깨우고 잠들다


공자의 후계자인 맹자는 '임금은 하늘의 아들이다. 하늘이 백성에게 선정을 펴도록 그 아들을 내려보낸 것이다. 그런데 만일 임금이 선정을 하지 않고 백성을 억압한다면 백성은 하늘을 대신해 들고일어나 임금을 쫓아낼 권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존 로크가 그의 사회계약론에서 설파한 국민주권사상보다 2천년이나 앞선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식 연설문 가운데 (20001210)

-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 나는 몸도 이렇고...민주주의가 되돌아가고 있는데...여러분들이 맡아서 뒷일을 잘해주세요. 후배 여러분들 잘 부탁합니다.

난생 처음 대통령으로 찍었던 사람이 떠나다.
마지막 한마디를 남기며 잠든 백성을 깨우고 영원히 잠들다.

2009-08-21

DJ


분류코드를 써서 책을 분류해 놨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제자리에 꽂혀 있어야 한다. 위선자는 도서관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진실을 찾지 못하게 하려는 꼼수를 쓰지만, 꼭 찾아서 제자리에 꽂는 한 사람이 있었다.

2009-08-20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대한민국과 DJ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말해준다.

내가 요즘 밤에 잘 때 내 아내와 손을 잡고 기도를 한다.

'예수님!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민생경제와 남북관계가 모두 위기입니다. 이제 나는 늙었습니다. 힘도 없습니다. 능력도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루아침에 이렇게 됐습니다. 걱정이 많지만 저는 힘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실 수 있는 힘이 있으니 제가 최대한 일할 수 있도록 저희 내외를 도와주십시오.'

이렇게 기도하고 잠을 잔다. 정치·경제·남북관계 위기가 온 것은 사실이다. 지난 10년 민주정부를 생각하면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한다. 너무 급해졌다. 기가 막히다.

나는 이기는 길이 무엇인지, 또 지는 길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반드시 이기는 길도 있고, 또한 지는 길도 있다.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를 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진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하다 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반드시 지는 길이 있다. 탄압을 해도 '무섭다' '귀찮다' '내 일이 아니다'라고 생각해 행동하지 않으면 틀림없이 지고 망한다. 모든 사람이 나쁜 정치를 거부하면 나쁜 정치는 망한다. 보고만 있고 눈치만 살피면 악이 승리한다.

폭력투쟁을 해서는 안 된다. 성공할 수 없다. 성공해도 결과가 나쁘다. 인도의 간디는 영국과 싸울 때 비폭력으로 했다. '비폭력 비투쟁'이 아니라, '비폭력 전력투쟁'으로 했다. 투쟁해야 하지만 폭력투쟁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투쟁을 안 하는 것이 낫다.

간디는 집회 나갔다가도 폭력을 쓰면 돌아왔다. 폭력을 쓰면 다수가 모이지 못하고 그 자체로서 도덕성도 없다. 영국이 인도 총독부를 통해 소금을 비싸게 팔자 그것에 반대해 해안가로 가서 직접 소금을 구어 자급자족하자 영국이 굴복했다. 영국이 광목을 비싸게 팔자 직접 물레질을 해 베를 짜 옷을 지어 입자 영국이 굴복했다.

이렇게 민심이 돌아가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마틴 루터 킹 목사도 비폭력으로 성공해 미국인의 존경을 받고 있다. 폭력을 쓰면 더 큰 폭력을 유발한다. 그 책임은 폭력을 쓴 사람이 지게 된다. 자기들 폭력은 적당히 넘기고 우리 쪽 폭력을 쓴 사람이 모든 것을 뒤집어 쓰게 된다. 그래서 폭력은 순리의 길도 아니고 계산상으로도 맞지 않다.

모두가 어떤 형태든 자기 위치에서 행동해서 악에 저항하면 이긴다. 적당히 하면 진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투쟁에는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에 비폭력 투쟁을 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을 동원하되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때리면 맞고 잡아가면 끌려가고, 여기저기서 그렇게 하는데 어떻게 하겠느냐?

최근 보수에서 중도로 돌아간다고 했는데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해서 궁여지책으로 그런 것이다. 백성의 힘은 무한하고, 진 일이 없다. 저항하지 않고 굴복만 하면 안 된다. 농노들이 5-600년 동안 노예로 살았지만 노동자들은 2-300년만에 정권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노동자들이 각성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싸우는 자, 지키는 자의 것이다. 싸우지도 않고 지키지도 않고 하늘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려선 안 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언젠가는 온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하면 빨리 오고, 외면하면 늦게 온다.

내가 나이 먹고 힘도 없어 일선에서 나서서 일할 처지는 못되고, 그렇게 할 생각도 없지만 마음으로 여러분을 격려하고, 여러분이 잘 할 수 있도록, 성공의 방향으로 가도록 경험을 이야기해 주려고 한다. 여러분은 연부역강(年富力强 : 나이가 젊고 기력이 왕성함) 하니 하루도 쉬지 말고 민주화, 서민경제, 남북화해를 위해 힘써 달라. 남북관계와 경제는 풀릴 것이다.

머지 않아 남북관계는 대화가 시작될 것이다. 확고한 생각을 가져야 한다. 민족끼리 절대 전쟁해선 안 된다는 것을 굳게 지켜야 한다. 정부와 여당 내에서 위험한 소리가 있는데 조상과 후손에 대해 죄를 짓는 일이다.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이 6·15 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 준비위원 30여 명과 자택 부근의 한 식당에서 한 오찬 발언 (20090625)

2009-08-19

민주화의 큰 별이 지다


20090818 13:43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
가장 치열하게 인동초의 삶을 살아 온
민주화의 상징 제15대 대통령 김대중 서거하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2009-08-17

MBc의 정치 선진화는 성동격서를 위한 떡밥이다

MBc가 제64주년 광복절 축사에서 국민 통합을 위해 정치 선진화를 강조하며 선거제도와 행정구역을 손보자고 했다. 한나라당은 조국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밝혔다며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투덜대는 야당도 제안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손본다면 어떤 형태로든 중대선거구제 형식을 따르게 될 것이고 아울러 행정구역의 변화도 불가피하지만 현 국회의원은 적어도 당선에 안착하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에 분명히 싫지 않은 딜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 자당에 유리한 게리맨더링을 그려가며 다음 선거 때까지 옥신각신할 것이다.

문제는 개헌을 포함한 정치 선진화라는 화두를 던진 MBc는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괘념치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던진 떡밥은 결코 정치가 선진화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치가 어떻게 되든지 상관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스로 밝혔듯이 여의도 정치를 경제의 뒷다리나 잡는 불법노조처럼 여기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경제의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MBc는 당선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비즈니스 프랜드리를 강조했고 그의 행보를 보면 주체가 누구인지는 명약관화하다. 기업, 소위 재벌로 불리는 대기업을 경제의 주체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 밖의 모든 경제활동은 대기업의 무궁한 발전을 위한 희생양으로 보고 있다. 일련의 성장 배경이나 언행으로 보면 글로벌 기업이 발전해야 모두가 먹고살 수 있다는 논리를 엿볼 수 있다. 이것은 한 명의 천재가 수천 명을 먹여 살린다는 천재론에서 천재를 대기업으로 치환한 것으로 보면 아주 정확할 것이다.

이때 우리가 의문을 품어야 할 것은 그의 기업론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한 명의 천재와 같은 대기업이 수천 명을 먹여 살리느냐는 것이다. 먹여 살린다는 의미를 단순히 최저 생계비로 본다면 물론 옳은 말이다. 그러나 불균형한 부의 재분배로 심화되는 양극화 같은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최저 생계비를 받는 비정규직을 더 많이 고용한다고 보는 것이 어울린다. 기업형 마트가 고용창출 효과를 내지만 고용의 형태는 오히려 비정규직이거나 아르바이트가 늘어나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MBc의 기업성장 우선론은 하나의 기업이 수천 명을 고용함으로써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오로지 기업(혹은 대주주)에만 유리하다는 것으로 바뀌어야 올바를 것이다.

그런데 정치 선진화라는 명분을 내걸며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 더 나아가서는 개헌론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당구장에서 내기 당구를 쳐 본 이들이라면 그 답을 쉽게 알 것이다. 게임 종료 단추를 누르고 잃은 사람과 딴 사람의 돈을 합쳐보면 처음 당구장에 들어왔을 때 가지고 있던 돈만큼 되지가 않는다. 당구를 치면서 돈을 주고받는 동안 정작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번 사람은 당구장 주인이기 때문이다. MBc의 노림수가 바로 이것이다. 정치 선진화라는 떡밥을 툭 던져 놓으면 정치권은 서로 차지하려고 아비규환이 될 것은 뻔 한 이치이고 그사이 MBc는 당구장 주인이 되어 게임만 끝나길 기다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MBc는 참 일관성 있는 사람이다. 우직하다. 이런 우직함이 우리를 불행하게 한다. 이것은 그동안 보여온 행태를 보면 쉽게 알 것이다. 미국 쇠고기 수입으로 촛불이 전국을 휘몰아칠 때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진정되기를 기다렸고, 4대강 사업은 운하사업이 아니라며 삽질을 하기 시작했다. 미디어법으로 조중동과 재벌에게 사업진출의 발판을 만들어 줬다. 이때 슬쩍 끼워 넣은 금산분리 완화법은 미디어법 덕분에 거론하는 이가 없다. MBc는 작전상 후퇴를 하기는 했지만 그 작전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다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면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법과 원칙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말이다.

당구장 주인이 된 MBc에게 남은 것은 FTA 비준과 공기업 민영화다. FTA 비준과 공기업 민영화는 MBc 경제성장론의 방점이자 최대의 성과물이다. 공기업 민영화는 경쟁체제로 만들면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밀어붙일 것이고 이것은 4대강 살리기로 바닥난 적자예산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FTA 비준도 마찬가지로 미국에 자동차를 더 많이 팔 수 있다는 것만 강조했지 공기업이 민영화되어 오른 전기세와 수도세가 외국 자본의 M&A로 더 오른다는 것은 쏙 뺄 것이 분명하다.

4대강 사업과 마찬가지로 임기 내에 이를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개헌론을 포함한 정치 선진화라는 떡밥을 던지기에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이다. 4대강 보상비를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 뿌리며 땅값을 올리고 정치권은 개헌 얘기를 하며 허송세월을 하는 동안 남은 FTA 비준과 공기업 민영화를 얼렁뚱땅 해치우면 되는 것이다. FTA 비준은 한나라당이 오케이 하면 될 것이고, 공기업 민영화는 보유한 주식을 내다 팔면 끝이다.

이런 자신감은 작금의 미디어법을 보면 실현 가능성이 커진다. 미디어법이 헌법재판소에 걸려 있지만 절차상 하자라는 판결이 나면 다시 시도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없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미디어법 자체가 위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당은 국회의원 선거를 코앞에 두고 토사구팽이라는 것을 인식하겠지만 그럴수록 머릿수를 앞세워 중대선거구제로 돌파하면 되므로 밑져야 본전인 셈이다. 여기에 머릿수로 좁혀오는 여당에 맞서 늦으면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야권의 조바심은 슬쩍 던진 떡밥을 물을 수밖에 없다.

무서운 것은 이를 알면서도 급제동을 걸 수 있는 제어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구시렁 대면서도 돌격 명령을 내리면 육탄전을 불사하는 친위 여당이 재임 기간 동안 건재하고 삼권분립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사법부는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여기다 존재감마저 상실하여 지리멸렬한 야권은 승부수를 반박자 늦게 던지는 행운마저 쥐어주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상상이다. 이대로 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대로 실현이 되었다고 해도 나는 그 결과물의 첫 열매를 맛볼지 장담할 수는 없다. 정말 불행한 세대는 촛불을 들었던 여중생과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지금의 20대가 한 세대가 흐른 뒤 기회손실을 복구하기 위하여 혹독한 시대를 보낸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숨 쉬고 있는 우리 모두의 죄이고 폭주하는 미친 기관차를 멈춰야 하는 역사적 사명인 것이다. 믿을 것은 우리의 촛불이 유일하다.

2009-08-14

사랑

사랑은 선입선출이거나 혹은 분리수거
단, 첫사랑은 짧게
마지막은 마지막이니까 아주 길게

2009-08-13

중도실용 세상을 품다


현직 장로가 중이 가야 할 길을 거론하여 불교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중도실용 세상을 품다』는 어떻게 하면 자유의 여신상을 향해 물고문을 할 수 있는지 명쾌하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실용지침서로서 손색이 없다. 세상을 숨 막히게 품는 747가지 전략을 알 수 있다.

2009-08-11

한글과 미디어


1.
인도네시아 부톤섬에 있는 어떤 소수민족은 토착어인 찌아찌아어를 표기할 문자로 한글을 쓰기로 했다고 한다.

정작 한글을 오백년 동안 쓰고 있는 나라는 문맹률이 제로에 가까워 누구나 신문을 읽을 수 있고, 아고라에서 한글로 토론을 하자 미디어법을 만들었다. 오렌지의 정확한 발음이 어린쥐라며 영어 공교육을 말하다 오히려 글로벌 토론과 맞짱 세계화가 두려워 슬그머니 물린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남는다. 어린쥐 덕분에 물러나라는 뜻의 퇴진이라는 말 대신 이 땅을 떠나라는 OUT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2.
나라의 말씀이 여론과 달라서 소통이 서로 맞지 않은 바, 어리석은 언론이 떠들어 마침내 그 뜻이 옳지 못함이 많음이라. 내 이를 불쌍히 여기어 새로 미디어법을 만드니 사람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돼 나날이 삽질에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

최근 시사인의 여론 조사에서 '가장 신뢰받는 언론사'에 MBc 라디오 방송이 아니라 MBC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불신하는 매체로는 CJD(조중동)가 차례로 꼽혔단다. YTN은 돌발영상을 제작한 담당 PD를 대기발령했단다.

2009-08-09

樂書 about Twitter

추억
브룩쉴즈, 피비캐츠, 소피마르소, 다이안레인...책받침의 여인들을 폴로하고 싶다. 결혼 후 잠수타신 정윤희 누님도 폴로하고 싶다. 디지털에서 아날로그 추억을 만나고 싶다. 트위터에서 첫사랑을 만나고 싶다.

폴로
내가 그의 아이디를 폴로하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아이디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아이디를 폴로해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디엠이 되었다. 누가 나를 폴로해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디엠이 되고 싶다.

댓글
"아" 하는 소리를 들으면 감탄사인지 비명소리인지를 가늠할 수 있지만 문자로 표현되면 심사숙고 한다. 왜 비명을 지르느냐 혹은 별 걸 다 감탄하고 있네...라고 뒤바뀐 댓글을 달수도 있다는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남의 글을 읽는다는 것, 참 어렵다.

디엠
허본좌 트윗 소동으로 바라본 자화상. 나는 정말 나일까?
덧. 여전히 나는 허본좌와 디엠이고 싶다.

미디어
소문, 찌라시, 벼룩시장, 구인광고, 신문, 방송, 통신, 인터넷, 트위터... 소위 미디어라고 싸잡아 말할 수 있는 것을 액면 고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끊은 지 오래됐다. 그래도 여직 사실에 가깝다고 믿는 것은 동물의 왕국, 전쟁 그리고 스포츠 중계뿐이다.

제한
140자라는 제한이 생각을 함축시키기도 하고 생각을 왜곡하게도 한다. 그러나 선문답을 할수록 서로를 도인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제는 구름을 타고 만나는 일만 남았다.

복종의 행복
트위터(를 포함한 유사 인터넷)는 정보독점의 시대에서 정보방목의 시대로 변했음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는 정보방목을 만끽하면서도 정보품질을 누군가 보증해주길 원하는 자기모순을 가지고 있다. 마치 한용운이 느낀 복종의 행복같은...

새로고침
트위터를 새로고침을 했는데도 올라온 글이 없으면 심각한 고독이 밀려온다.
따당한 기분이다.

2009-08-07

더하기와 빼기

1.
필름도 갈아 끼우지 못해 필름을 사면서 꼭 주인장에게 넣어 달라던 시절, 사내에 사진 동호회가 만들어져 부리나케 가입했다. 중고 미놀타 X-700과 줌렌즈도 구입을 하고 네거티브 필름과 포지티브 필름이 있다는 것도 알아 갈 무렵에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에게 강의를 듣는 시간이 마련됐다. 구도, 노출, 감도 같은 말을 처음 배우게 됐고 소를 무척 좋아하는 작가 선생님은 그동안 모아 논 많은 슬라이드 필름을 보여주며 말했다.
- 사진은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겁니다.

2.
그동안 몰랐다. 내 마음속 사진기는 무얼 그리 담으려고 했는지. 죄다 덧셈만 하고 있었다는 걸. 부동산 값이 오른다는 뉴스를 보면 그곳에 땅뙈기 한 평을 가지고 싶어 했고, 연일 상한가 치는 주식을 보면 왜 사두지 않았는지 후회를 했다. 따지고 보면 애초에 내게 없었던 것인데 자꾸 움켜쥐려고 했는지 씁쓸해진다. 이게 다 볼록 나온 뱃살 때문이라고 지청구를 퍼붓는다. 점점 사진도 인생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야 한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3.
입추. 이 가을에 나는 또 무얼 담으려고 하느냐. 빼면 더 좋아질 세상이거늘. 뱃살도 빼고 욕심도 빼란 말이다.

2009-08-01

樂書 미운 사람

미운 사람
어제 : 놈현 찍고 이민 간 사람
오늘 : 역이민와서 MBc 찍은 사람

차이
잃어버린 십년은 다시 찾든지 아님 누가 주워 가질 수도 있지만
묻어버린 오년은 누가 주울 수도 없고 다시 파내면 썩어 있다.

소원
MBc에게 남자로서 바라는 한가지 소원
그저 하루하루를 말년 병장처럼 지내게 해주세요
라고 빌다보니 MBc는 군대를 가지 않았다는...ㅜㅜ

중도통합형
중도통합형 개각이면 조계사 스님들이 장관을 하는 건가요?

사장님 사장님 우리 사장님
목수네 집에 비가 새고 대장장이네 집에 이빨 빠진 칼만 있듯이 사장님 출신 대통령이 있는 나라엔 해고가 난무하고 비정규직이 고통받는다. 제발 사장님 전생이 무당은 아니길 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하더라.

사정
MBc, 입학사정관은 둘째치고 자식을 낳지 않으려고 사정하지 않는 사정에 힘쓰시면 더 좋겠다는...

서머타임1
서머타임을 한다고 내 배꼽시계가 맞춰주지 않을 것 같으니 난 반댈세.

서머타임2
서머타임제의 숨겨진 목적은 일몰 전에 퇴근하여 모든 국민이 낮술을 먹고 애비에미도 몰라보게 만들어 삽질로 땅에 떨어진 국가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가정불화로 극복하려는 건 아닐까...덤으로 2차, 3차로 이어지게 하여 죄악세도 쬐금 더 걷고.

2009-07-30

樂書 분수

4대강
그냥 보기에도 나름 어여쁜 구석이 있는 처자가 있었다. 미쟁이 아버지는 황토집을 부시고 공구리치며 평생 살아온지라 딸내미 낯짝도 황토집으로 보였다. 싫다며 울고불고하는 딸내미 얼굴에 공구리를 치기 시작했다. 죽거나 말거나. 딸내미 이름은 사대강이었다.

분수
1/2, 1/3, 4/747, 747/1818... 공직자가 알아야 할 산수

일식
하늘엔 개기일식, 여의도엔 점거일식, 점심은 짝퉁일식.

초점
초점이 절차상 하자로 옮겨가면 정작 하자 있는 법안들은 관심 밖이 되지 않을까. 미디어법도 그렇고 슬쩍 묻어간 금산분리법도 소유에 관한 문제인데. 뺑뺑이 돌고 나서 몇 등까지 끊어야 되는지 왈가왈부하면서 왜 뺑뺑이를 돌게 됐는지는 이미 잊고 있다.

c8대 1기 국회의장
혀를 기똥차게 잘 놀려 한순간에 뻑 가게 하는 체어맨

민생
한나라님이 살리시겠다고 말씀하시는 민생이란 에비앙으로 샤워하는 백성을 말합니다. 아리수나 삼다수로 샤워하면 해당이 안됩니다. 꼭 에비앙으로 샤워하세요. 요즘 샤워는 누구나 하니까요.

불량의원
불량식품을 파는 불량업자는 설사를 하게 만들지만 불량법률을 만드는 불량의원은 아락실도 두 손을 든 변비를 만든다. 힘을 줄수록 답답하고 고통을 주는 게 꼭 닮았다.

수레
서버린 수레를 한 바보가 밀고 갔는데 야트막한 언덕을 넘지 못하네.
갈 길은 첩첩산중이건만...

문제
오징어는 빨판이 문제고 검찰은 빨대가 문제인게야...

권력
사표를 던졌던 이가 검찰총장 후보로 내정되어 청문회 준비를 한다. 권력은 철학도 춤추게 한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은 권력 맛을 본 사람만 먹어보려는 사다리 걷어차기다.


직업과 취미의 차이는 그걸로 밥은 먹을 수 있느냐는 차이라서 직업은 굶어가며 몰입하지 못하고 취미는 굶어가며 몰입한다.

2009-07-14

저질 체력, 치악산을 가로지르다

프롤로그
지난 오월에 치악산 향로봉에서 남대봉을 오른 후 날 잡아 종주를 해보고 싶은 과욕이 생겼다. 저질 체력이지만 날이 제일 긴 날에 새벽같이 오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6월 21일이 하지에다 일요일인지라 달력에 빨갛게 동그라미를 쳐 놓았다. 그런데 날이 가까워질수록 비나 내렸으면 하는 맘이 생겼다. 비가 온다는 핑계로 종주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 핑계로 종주 계획을 폐기처분하려고 했다. 간절한 바람을 하늘이 눈치챘는지 토요일에 비가 내려 일요일 아침에 개였던 것 같다.

20090711 07:56 성남리 23번 종점
종주 계획은 폐기처분했던지라 그냥 가보지 않은 상원사 코스로 오르며 걷다가 적당한 곳에서 내려오기로 하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원주시내에서 김밥 두 줄과 컵라면 하나를 사서 넣고 성남 매표소로 가는 23번 첫 버스에 올랐다. 잠시 앉아 가다 어르신이 타기에 자리를 양보했다. 어르신은 어디 가느냐고 물었고 상원사에 가는 길이라 대답했다. 어르신은 왜정 때 치악산에 올라 봤다며 오늘은 성남리에 있는 과수원에 가는 길이라 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신림을 지나니 어르신이 내리고 다시 앉아 조금 더 가니 버스 종점이자 상원사 오르는 입구에 다다랐다. 상원사 5.2km, 비로봉 16km를 가리키는 이정목이 서 있다.

09:34 샘물
상원사 조금 못 미쳐 있다는 샘물에 이르렀다. 치악산에 오르는 길이 여럿 있지만 상원사 코스는 참한 새색시 같은 느낌이 든다. 치악산을 오르면 왜 이리 험한지 욕이 절로 나오곤 하는데 상원사 오르는 길은 험하지도 않고 급한 경사길도 없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계곡물이 넘치게 흐르는 시원한 소리를 들으며 오르다 보니 땀도 나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샘물을 한 사발 떠서 목을 축였다.

09:48 상원사
치악산 꿩의 전설이 전해지는 상원사다. 은혜 갚은 꿩의 전설을 들으며 치악산 기슭에서 이십여년을 살았었지만 오늘에서야 와서 본다. 절 뒤편으로 화장실 가는 길에는 커다란 바위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그러고 보니 상원사는 따로 터를 닦은 것이 아니라 바위들을 그 자리에 두고 절을 지은 것 같다. 대웅전에서는 등산복을 입은 여인이 절을 하고 있다.

09:55 해발 1084m
상원사는 해발 1084m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절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보통 절까지는 차가 다닐 수 있게 길이 나 있는데 상원사는 오로지 등산로밖에 없다. 입구에 있는 약수로 목을 축이며 빈 물통 하나를 채우고 다시 길을 오른다.

10:21 남대봉(1181m)
힘들이지 않고 설렁설렁 오르다 보니 남대봉에 이르렀다. 지난번에 그냥 스쳐 지나갔던지라 이정목을 재확인했다. 봉우리라고 하면 표지석이나 돌탑이라도 있을 텐데 그저 헬기장 표시만 덩그러니 있다. 어디 가면 빠지지 않을 높이인데도 치악산에 있어서 그런지 대우를 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어 동정심마저 생긴다. 남대봉까지 힘들이지 않고 왔고 시간도 안내도에 나온 대로 뒤처지지 않은지라 능선을 따라가면 비로봉까지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비로봉까지는 10km 남았다.

11:58 향로봉(1042m)
오솔길을 따라 쉬엄쉬엄 걷다 보니 향로봉에 이르렀다. 그늘에서는 점심을 먹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남대봉을 조금 지나 김밥 두 줄을 먹었던지라 목을 축이며 잠시 쉬는데 어르신들이 술 한잔 하겠냐는 유혹을 한다. 딱 한잔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정중히 사양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12:37 곧은치(860m)
곧은치는 곧은 길이라는 뜻으로 옛날에 치악산을 넘어가는 고갯길이었다. 여기서 잠시 갈등을 겪는다. 남대봉과 향로봉을 거쳐 곧은치까지 오는 길은 내리막길로 힘 안 들이고 왔지만 여기서부터 비로봉까지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터라 못 먹어도 고를 할지 스톱을 하고 하산을 해야 할지 네 갈래 길이 멈칫하게 만들었다. 발바닥 상태가 아직 양호하고 시간도 충분해서 직진하기로 하고 심호흡을 깊게 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14:28 해발 1130m
입석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곳까지 왔다. 오르막길이 험하지 않게 이어졌지만 저질 체력은 숨이 턱까지 차 왔다. 돌 위에 앉아 물을 마시며 땀을 닦는데 입석사 방향에서 여인이 올라온다. "입석사에서 올라오시는 길인가 보네요?" "아니오. 길을 잘못 들어 다시 올라오는 길이에요." 숨을 헐떡거리고 쉴 자리를 찾아 앉으며 대답한다. 조금 지나자 일행인 두 여인이 올라왔다. 친구 사이인 그미들은 곧은치 방향으로 내려가야 되는데 방향을 잘못 잡아 입석사로 내려가다 다시 올라오는 길이라고 한다. "아이구, 산행길에서 빽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체력들이 좋으십니다." "차가 그쪽 방향에 있어서 한참을 내려가다 다시 올라오는 길이에요." 정말 부러운 체력들이다. 조심해서 내려가시라는 말을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15:08 비로봉을 바라보며
비로봉이 바라보이는 평지다. 김밥 두 줄이 소화가 다 됐는지 허기가 졌다.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왔는데 시간이 오래돼서 그런지 미지근하다. 사발면에 물을 붓고 앉아 비로봉 돌탑을 바라다봤다.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는지 따끔거리고 발바닥에 불이 나지만 꾸역꾸역 여기까지 왔다. 김밥 먹을 때 남긴 단무지 세 조각을 진수성찬 삼아 채 익혀지지 않은 면발을 국물 하나 남기지 않고 게눈 감추듯 해치웠다.

15:42 비로봉(1288m)
드디어 정상이다. 정상에는 수많은 잠자리가 떼를 지어 날고 있고 등산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방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산줄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바라보는 놈상만 머리가 허옇게 변했다. 젠장. 특별시 산처럼 마늘쫑과 멸치를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사발 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지만 그저 입맛만 다실뿐이다. 정상은 잠시 머무르다 가는 곳이지 눌러앉아 있는 곳이 아님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제 내려갈 일만 남았다.

16:43 하산길
욕이 절로 나온다. 사다리병창길은 계단이 없던 시절에 오른 적이 있어 얼마나 변했나 궁금해서 계곡길 대신 택했는데 후회가 막급이다. 올라오는 이들은 끝없는 계단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것이 방금 새로 사 입은 때때옷에 막돼먹은 급사가 커피를 쏟은 것처럼 한바탕 퍼부울 듯한 표정이다. 발가락 물집이 분기탱천했는지 한발 한발 내디딜 때마다 짜릿짜릿해 온다.

20090711 18:40 황장금표
정말 끝없이 펼쳐진 계단을 원 없이 밟고 내려왔다. 계곡에 이르러 얼굴에 물을 묻히니 정신이 번쩍 든다. 입구까지 평지길이 이어지는데 발바닥엔 불이 나지만 저질 체력임에도 불구하고 별로 지친 기색은 들지 않는다. 매표소 바로 앞에는 황장금표라고 쓰인 바윗돌이 있다. 치악산 소나무는 왕실용으로 쓰고 일반인의 벌채를 금하기 위해 황장금표를 설치했다고 한다. 구룡사에 있는 소나무를 보면 곧게 뻗은 금강송이 간혹 눈에 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했다.

에필로그
저질 체력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할 치악산을 가로질렀다. 곧은치에서 시작되는 오르막길에서부터 사다리병창길을 내려올 때까지는 후회가 막급이었다. 지나가는 택시라도 있었으면 진작 잡아타고 줄행랑을 쳤을 테지만 산에는 누가 걸어갔고 지금 걸어야 할 길만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호랑이는 볼 수 없었다. 하산하고 접한 여성 산악인 고미영 님의 슬픈 소식이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남대봉에서 향로봉으로 가는 길에 먼저 간 아우의 넋을 기리는 원주지역 산악동호회에서 세운 고 강상선 산악인의 비문이 애달프게 떠오른다.

2009-07-10

냉장고와 RSS

1.
겨우 김치 한 통, 어제 먹다 남은 사골국물을 넣어놨던 냉장고가 커질수록 쟁기는 내용물은 점점 늘어갔다. 한여름에도 아이스께끼를 먹을 수 있고, 미숫가루에 얼음을 넣어 시원하게 마실 수도 있게 됐다. 핏기가 채 가시지 않은 남의 살붙이를 냉동실에 넣어놓기도 하고 숨이 끊어지지도 않아 아가미를 벌름대는 물고기도 쑤셔 넣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서 먹었다. 먹을 만큼만 하던 김치도 김치 냉장고가 자리하고부터는 시도때도 없이 김치를 담가 넣었다. 용량에 맞춰서. 요맘때 항상 먹던 겉절이는 이제 특별식이 된 지 오래다. 쑤셔 넣기만 하다 보니 저 뒤편에는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날 잡아 뒤지다가 유통기한이 지난 내용물이 보이면 버리기 시작했다. 냉장고가 커질수록 버리는 음식도 늘어났다.

2.
처음엔 RSS를 싫어했다. 따박따박 배달되는 남의 글을 손가락 까딱하지 않고 받아 본다는 것이 조금 미안하고 정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게으름보다는 편리함을 핑계 대며 몇 개를 등록했다. 읽지 않은 항목을 보면 반가워 찬찬히 살펴봤다. 한동안 뜸하기라도 하면 뭐가 잘못됐나 하면서 직접 방문해서 확인했다. 그러다 보니 RSS가 참 편했다. 몇 개를 더 구독했다. 그리고 또 몇 개를 더 구독하기 시작했다. 점점 읽지 않는 항목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화면 가득 굵은 제목이 자리하기라도 하면 한방에 모두 읽은 상태로 표시했다.

3.
냉장고가 커질수록 버리는 게 많아졌고, RSS에 구독글이 늘어날수록 읽는 시간은 점점 짧아진다. 움켜쥘수록 손가락 사이로 삐져 나가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

2009-07-04

Dream

Vlad Artazov의 Nails' Life 보기

Czech photographer인 Vlad Artazov의 "Dream"이라는 작품입니다.
포토그래피 세계에서는 좋아하는 이들이 많아 지명도가 있은 작가인가 봅니다.
무식한 나는 Vlad Artazov가 어떤 양반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을 보며 못 하나로도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걸 보니
예술을 하는 사람이 맞기는 맞나 봅니다.
예술과는 담을 쌓고 사는지라 재주가 메주지만
Nails' Life라는 그의 작품을 보며 누군가에게 꿈을 불어넣지는 못할망정
남의 가슴에 대못 박는 못된 짓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2009-07-02

멈출 수 없는 사람들

  • - 임산부조차 섭시 60도의 뙤약볕 아래, 20리터짜리 물통이고 매일 일곱 시간을 걸어 물을 떠와야 해요. 도중에 쓰러져 산모도 죽고 아이도 죽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 어떻게든 우리를 살려 주세요!
    - 수천 마리의 가축 떼들이 물이 없어 죽어가고 있어요.
    - 말라리아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당하고 있어요. 특히 아이들이 많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모기장을 주실 수 있나요?
    - 장티푸스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예방접종 좀 해 주세요! (48)
  • 사람을 살리는 일은 희망을 주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희망은 내면의 부서진 삶을 회복시키는 자생력을 갖게 한다. 수많은 구호단체들이 엄청난 재정을 쏟아 부으며 재난지역을 돕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의존도만 더 높이고, 자립성을 파괴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육체에 필요한 옥수수 가루만 주고있기 때문이다. 저들의 파괴된 내면이 회복되지 않으면, 살아있으나 여전히 죽은 목숨과 다름없다. (50)
  •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습관적으로 먹는 것은 죄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88)
  • 사람의 내면에 아름다운 집을 짓는 일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그 길은 부모가 자녀를 기르듯 온갖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고난의 길이다. 세상은 부모를 애타게 기다린다. (119)
  • 하루는 마당에 앉아 있을 때였다. 내앞으로 닭 한 마리가 걸어오더니, 다 말라버린 물통의 꼭지에 입을 대고 애처로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물통에서는 마지막 남은 물방울이 겨우 30분 간격으로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 물을 먹겠다고 닭이 주둥이를 꼭지에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178)
  • 드디어 계곡의 샘물이 활주로 주변에 설치된 급수탱크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건기에는 먹고 죽을 물도 없는 곳이 수단이다. 그런데 마을 어린이들이 건기에도 철철 넘치는 물로 목욕할 수 있게 되었다. 기적이 아닐 수 없다. (204)
  • 1999년 여름, 비행기 한 대가 아프리카 기니를 떠나 벨기에 브뤼셀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그런데 그 비행기의 랜딩기어 속에 얼어 붙은 시신 두 구가 발견됐습니다. 샌들 차람의 야킨 코이타(14살)와 포드 투르카나(15살)가 꼭 안은 채 죽어 있었습니다. (...) 우리 아프리카 대륙을 부디 되살려 주십시오. 혹시 저희들이 시체로 발견되거든, 우리가 겪고 있는 참상을 알리고 도움을 청하려는 절박한 마음을 널리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 두 소년은, 자신들의 죽음으로 온 세상에 무언가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227)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이용주/가이드포스트 20081114 229쪽 11000원

긴급구호와 지역사회개발을 하는 국제구호단체 팀앤팀 국제대표로 있는 저자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남부 수단에서 진행한 팀앤팀 긴급구호사업 보고서라고 밝히며 시작하는 글은 펌프나 배관에 대해 조금 아는지라 열악한 조건에서 악전고투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멈출 수 없는 사람들]은 요즘 무척 바쁜 일상을 보내는 블로거지기 민트님의 글을 보고 알게 되었다. 이국에서 행하는 선교활동이 가끔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저자는 선교활동이나 교회를 짓는 일이 아니라 오로지 물을 공급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엄친남(엄마 친구 남편)이다.

세련되지 않고 투박한 글은 오히려 바짝 마른땅에서 고생하는 모습처럼 느껴지고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습관적으로 끼니를 찾던 나는 냉수 한 잔을 감사히 마시며 속을 차렸다. 아주 잠시...OTL

2009-07-01

樂書 about MBc

중도
MBc가「중도」면 예수는「스님」이다.

이메일
메일 함부로 쓰지 마시라.
박님이 뒤져서
람회 엽니다.

누가 빠를까?
한나라당이 서민정당으로 거듭나는 게 빠를까
개구리 겨드랑이에 털 나는 게 빠를까...

소통
MBc가「소통의 달인」이면 벽창호는「소머즈」다.

실용복음
MBc 가라사대...
중도란 오른손으로 왼편 사람을 삽자루로 때리는 것이라 하셨으니.
(실용복음 18장 18절)

서민행보
MBc가 골목상가에 간 게「서민행보」면
빌 게이츠가 차마고도에서「오체투지」한다.

주의보
남부지방은 사흘째 폭염주의보가 내려졌고,
전국적으로 삼년째 폭군주의보가 내려졌다.
폭염은 비가 오면 꺾이고 폭군은 묘비를 써야 꺾는다.

위하여
국민 건강을 위하여 술, 담배값을 인상한다면
국민 수명을 위하여 MBc를 인하하시라.

여기서 알 수 있는 것
사실 대운하의 핵심은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에서는 그걸 연결할 계획도 갖고 있지 않고 제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습니다......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하는 것 빼고는 다 하겠다」는 뜻. OTL

대운하
MBc가 정말 대운하를 포기했다면 존두환 가카는 정말 29만원 밖에 없다.

2009-06-30

달동네 병원에는 바다가 있다

#0
사람은 누구나 똑같이 위대하고 초라할 뿐입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는 것이 염불이듯이 빈곤의 덫에 걸린 가난한 이웃들이 치료비 걱정하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7p)

#1
공공 의료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까 어렵게 사는 장애인 환자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는 치료를 받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가난한 이웃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병원 문턱은 언제쯤 낮아질는지... 의료복지 사회는 정말 그림의 떡이다. 돈보다 사람과 노동이 먼저인 사회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26p)

#2
1년에 몇 천억 원 어치의 쓰레기를 만드는 우리나라나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생각하면 세상이 불공평해도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1%만이라도 이들과 나누면, 이들이 얼마나 많은 혜택을 입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43p)

#3
사람들이 병원을 이용할 때 가장 먼저 들르는 곳과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이 수납 창구라는 사실에서 보더라도, 우리나라 의료 기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병원의 이윤 추구에 있다. 국가가 의료를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사회복지가 천박하고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는 현상이 도드라져 사회의 양극화가 심한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63p)

#4
 관광 수익을 올리고 국가 브랜드 가치 운운하며 노점상을 철거하고 노숙자를 지방으로 내쫓는다는 기사를 볼 때면, 개인의 삶이 국가의 체면과 체제 유지를 위해 유린당하는 현실에 화가 나곤 한다.
 어린이 노동 실상을 고발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왔던 15살의 눈 먼 인도 소녀 소니아는 어두컴컴한 자신의 집에서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축구공 2개를 만들어도 우유 1리터를 사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월드컵으로 뜨거웠던 2002년 6월은 달동네 가난한 사람들의 삶이 더욱 비참하게 느껴진 그런 해였다. (90p)

#5
그동안 부자가 되는 것은 능력 때문이고, 가난한 것은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알게 모르게 주입받아 온 것은 아닌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가난과 소득의 불평등은 건강을 결정하는 요인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대한민국은 생존권보다 소유권이 더 신성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124p)

#6
외과 의사는 수술한 환자가 방귀를 뀌거나 똥을 누었다는 소리를 듣는 게 가장 반가운 법이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행복이 뭐 별것이겠는가? 잘 먹고 잘 싸는 것 아니겠는가! (162p)

#7
내 아이의 맹장 수술을 하던 날
나에게는 돌·팔·이란 별명이 생겼다
'돈에 팔리지 않는 의사'가 되라는 뜻이라고
내 맘대로 위로하며 이 별명을 사랑하기로 했다 (183p)

달동네 병원에는 바다가 있다/최충언/책으로여는세상 20080825 208쪽 11000원

아무도 없는 집에서 냉동실에 있는 어느 바자회에서 사다 먹고 남긴 수제 돈가스를 프라이팬에 데워 가위질한 후 젓가락질을 하며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두 개를 먹고 나서야 늦은 점심을 때웠다. 배부른 몸뚱이를 찬물에 헹구고 나니 끈적거림이 가셨다. 한쪽 벽에 베개를 대고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책장을 넘겼다.

달동네 병원에는 생강 조각 같은 손을 가진 나병 환자 할머니가 소독하러 왔고, 필리핀에서 사범대학을 나와 신발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 기계에 오른손이 으깨져 가운데 발가락을 잘라 엄지손가락을 만들어 붙인 이주 노동자 글렌도 있었다.

스스로 돌팔이라고 하는 달동네 외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가난한 환자들은 촌지로 달걀 10개를 부끄러워하며 건네고 고마움을 표하기도 한다. 바다가 보이는 부산 남부민동 달동네는 삶의 바다를 품고 소유권보다 생존권이 먼저라며 오늘도 출렁이는 돌팔이 의사가 있다.

편한 자세로 책장을 넘기는 동안 돈가스를 먹어 배가 부른 온전한 몸뚱이가 스멀스멀하다. 숨어있던 염치가 슬그머니 기어 나왔다.

2009-06-27

탐욕의 시대, 다시 연대만이 희망이다

당신들은 잔뜩 겁에 질려서 내란을 막아야 한다고, 민중들 사이에 불화의 불씨를 더져서는 안 된다고 외친다. 하지만 한편엔 살인마들, 다른 한편엔 아무런 방비도 하지 못한 채 이들에게 죽어가는 희생자들이 늘어가는 이 같은 현실보다 더 구역질 나는 전쟁이 또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제 우리는 저 유명한 평등과 재산이라는 항목을 놓고 투쟁을 벌여야 한다! 민중들이여. 그대들은 야만적인 구시대적 제도들을 모두 전복하라!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에서 더 이상 한쪽은 진취적이고 다른 한쪽은 비겁하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가치 판단을 버려야 한다. 그렇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현재 모든 병폐는 극한점에 도달했으므로 더 이상 나빠질 것이라고는 없다. 대대적인 현상 전복을 통해서 개선될 일만 남았다. (18쪽)

탐욕의 시대/장 지글러/양영란 옮김/갈라파고스 20090115


프랑스 대혁명 때 활동했던 정치가 그라쿠스 바뵈프(1760~1797)가 1791년 7월, 샹드르마르스의 학살이 있고 난 후 한 연설이다. 유엔 특별식량조사관 장 지글러는 "오늘날 지구상에는 18억이 넘는 인구가 하루 1달러도 안 되는 수입에 의존해 극도의 빈곤 속에서 살고 있고, 반면 가장 부유한 1퍼센트의 인구는 가장 가난한 사람 57퍼센트의 수입을 모두 합한 액수의 돈을 번다"고 한다. 매점매석과 다국적화는 자본주의 생산 방식의 기본이 되었고, 승자독식 자본주의자는 자신들이 축적한 잉여 이익을 조금이라도 남에게 분배하겠다는 마음이 추호도 없다고 일침을 가한다.

"세계화 지상주의자들은 인간들을 착취하는 일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인권을 좋아"하고 이런 약육강식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고 다시 혁명을 시작해야 한다며 끝을 맺는다.

지금 대한민국 CEO를 바라보며 드는 염려가 지식인의 의무를 상기시키고 있다. 지식인의 의무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증언하고, 민중을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무장시키는 것이다.1

1. 레지 드브레(1940 ~ )의 말. 프랑스 출신 철학자, 교수, 기자. 볼리비아에서 체 게바라의 혁명 동지로 지낸 일화로 유명하다. (같은 책 17p)

2009-06-20

올빼미가 동쪽으로 가는 까닭은?

梟逢鳩, 鳩曰 『子將安之?』 梟曰 『我將東徙』 鳩曰 『何故?』 梟曰 『鄕人皆惡我鳴, 以故東徙』 鳩曰 『子能更鳴, 可矣, 不能更鳴, 東徙猶惡子之聲』

올빼미가 비둘기를 만나자 비둘기가 물었다.
『그대는 장차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이에 올빼미는 『나는 장차 동쪽으로 옮겨가려 한다』라고 했다.
비둘기가 다시 『무슨 까닭인가?』라고 묻자, 올빼미는 『이 고을 사람들은 누구나 나의 울음소리를 싫어한다. 그래서 동쪽으로 이사 가려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자 비둘기는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능히 그 울음소리를 바꿀 일이다. 그 울음소리를 바꾸지 않고는 듣기 싫어하는 그대의 울음소리를 동쪽으로 옮기는 것과 같다』

산이 높으면 마땅히 우러러볼 일이다/劉向/임동석 옮김/東文選 19941010 5000원

울음소리를 바꾸지 않고 쇄신을 말하는 쥐가 한 마리 있다.
올빼미가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이 그런 쥐라고 한다.
울음소리를 바꾸지 않아도 좋으니 쥐를 잡으면 떡 돌리고 싶다.

2009-06-18

법대로 하자


1.
고스톱을 치다 보면 식겁하는 판이 한 번은 있다. 판이 다 끝나 가는데도 광박과 피박을 면하지 못할 때가 그렇다. 다행히도 막판에 비 쌍피가 놓여 있어 쥐고 있던 비광으로 내려치며 한마디 한다.
- 법대로 해!

2.
부서 간에 이견이 생겨 왈가왈부하는 회의가 종종 있다. 가령 설계부서가 실행부서에 설비를 개선해야 한다며 도면을 툭 던질 때가 있다. 설계부서는 생산부서의 요청사항을 반영하였으니 그대로 실행하라고 하고, 실행부서는 불요불급하다며 거절을 한다. 왈가왈부하던 회의는 시시비비를 따지다 결론 없이 끝난다.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누군가 한마디 한다.
- 법대로 합시다.

실행부서는 사무실로 돌아가 도면 대신 규정집을 펴놓고 조목조목 살펴보기 시작한다. 안 되는 이유를 찾기 위해.

3.
속초에 법대로가 개통했단다. '법대로'라는 말이 면피나 다툼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그런지 반대가 심하자 법대로는 법대로 지었다며 법대로라는 이름을 고치자면 법대로 3년이 지나야 한단다.

2009-06-17

짜장면과 노무현

짜장면 두 그릇을 주문한다. 보통 하나, 곱빼기 하나. 군만두 서비스와 단무지 좀 많이 가져다 달라고 한다. 십 분도 채 안 돼 다시 전화를 한다. 출발했나요? 예, 방금 출발했습니다. 초인종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황급히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현관문을 연다. 철가방에서 나오는 짜장면과 군만두를 받아서 미리 펴놓은 신문지 위에 내려놓는다.

뜨끈한 짜장면 그릇을 싸고 있는 랩은 매번 벗겨 내기가 쉽지 않다. 비비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젓가락질을 한다. 면발을 다 먹을 때쯤 군만두를 하나 집어 짜장을 찍어 한입 베어 문다. 남은 반토막으로 나머지 짜장을 가지런히 모으고 나서 아가리를 있는 대로 벌리고 쓱 밀어 넣으며 냅킨으로 조동이를 훔친다. 곱빼기나 보통이나 먹는 시간은 똑같다.

다 먹은 그릇을 보기 좋게 포갠다. 토까지 달며 서비스로 달라고 한 군만두는 항상 서너 쪽이 남아 그릇 맨 위에 놓인다. 젓가락과 조동이를 훔친 휴지를 마지막으로 올려놓고 깔았던 신문지로 두루뭉술 말아 싸서 현관문을 빠끔히 열고 내놓는다. 빨리 가져오라고 재촉까지 한 짜장면을 배달한 시간보다 더 빨리 먹고는 허접하게 신문지로 말아 내놓는다. 군만두는 다 먹지도 않은 채. 그릇을 말아 싼 찌라시 신문에는 자장면이 표준어라며 표준어를 사용하자고 쓰여 있다.

맛있게 먹은 짜장면을 자장면이 표준어라고 강요한다. 우리도 노무현을 자장면이라고 부르지는 않았을까? 바뀐 짜장면집 주인은 자장면집이라고 우기며 군만두 서비스도 주지 않는다. 자장면 좋아하네. 짱개라고 부른 지 오래됐다.

2009-06-15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

# 1959년 10월 28일
백인 남부에서 흑인으로 살아가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자기 힘으로 어떻게 할 수도 없는 피부색 때문에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19p)

# 11월 10일 ~ 12일
저들은 우리가 돈을 벌 수 없도록 만들어놓고는, 결국 수입이 없어서 세금을 많이 낼 수도 없게 하지요. 그리고는 자기들이 거의 모든 세금을 내니까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일을 처리할 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 저들은 우리를 낮은 곳으로 밀어놓고는 우리가 저 아래 뒤쳐저 있는 게 우리 탓이라고 비난합니다. (85p)

# 11월 14일
"......우리가 사람의 가치 또는 무가치를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정의를 통해서다. 정의가 없다면 바로 사람을 사람 되게 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플라톤.' 이 말이 금언의 형태로 달리 표현된 것을 언젠가 본 적이 있다. '공평하지 않은 사람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106p)

내가 속한 백인들이 증오의 시선을 보낼 수 있고 사람들의 영혼을 시들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슬펐다. 또한 자기들이 키우는 가축에게는 주저 없이 권리를 인정해 주면서도 인간에게는 이 권리를 함부로 빼앗는 점이 슬프다. (133p)

올바른 법보다는 편리한 법이나 이익이 되는 법을 제정하려는 경향이 남부 주 의회들 사이에 급속히 퍼졌다. (148p)

# 11월 15일
이스트의 표현을 빌면 남부 지역의 '더러운 치부(assdom)'에 해당하는 사실을 수집해 놓은 정말 방대한 자료였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볼 때 가장 더러운 세력은 무식하게 떠드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 그들을 대신해 앞장서서 법안 제안서의 '초안'과 선전내용을 작성해 주는 법률가들이었다. (152p)

# 11월 21일
이번에도 내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것은 모든 백인이 당연하게 여기는 기본적인 것, 예를 들어 식사할 만한 곳, 물을 마실 수 있는 곳, 화장실, 손 씻을 곳을 찾아다니는 일이었다. (188p)

# 11월 25일
내가 만난 흑인들은 두 가지를 두려워했다. 우선 그들 중 누군가 폭력 행위를 저질러서 이 때문에 백인 입에서 흑인은 권리를 누리기에는 너무 위험한 존재라는 말이 나오고 흑인을 위험스런 상황을 빠뜨릴까 봐 두려워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흑인이 두려워하는 것은 무책임한 백인의 섬뜩한 조소, 교도소, 기존의 주어진 틀이었다. (225p)

# 12월 1일
백인이든 흑인이든 나는 어디까지나 똑같은 나였다. 그러나 백인일 때에는 백인으로부터 형제 같은 따뜻한 웃음과 특권을 제공받고 대신 흑인에게서는 증오의 시선이나 아첨을 받았다. 그러다가 흑인이 되면 백인은 나를 잡동사니 더미에나 어울릴 법하 존재로 여기는 반면 흑인은 나를 매우 따뜻하게 대해 주었다. (233p)

# 12월 7일
남부 지역에 있는 대부분의 신문은 심지어 대도시 일간지조차 매우 근시안적이고 비겁한 모습을 보였으며, 심한 경우에는 백인 시민 평의회와 KKK단의 기관지가 아닌가 하는 인상을 줄 정도로 편파적인 선전 활동을 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책임을 다하는 신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정도다. (257p)

# 12월 15일
지난 시간 동안 내가 겪은 일은 거의 얘기하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그 일이 너무 가까운 때에 일어난 일이었고, 너무 마음이 쓰라렸다. (269p)

# 1960년 6월 19일
남부 지역의 보통 백인은 이웃 눈에 비치는 것에 비해 훨씬 올바른 성향을 지녔고 흑인보다는 오히려 백인 인종차별주의자를 더 두려워한다는 내 주장이 이를 통해 확인되었다. (301p)

# 에필로그 1976년
[블랙 라이크 미]를 쓰기 위한 실험은 1959년이 거의 다 끝나갈 무렵 이뤄졌다. (...) 그 시절에는 인종차별이라고 하면 나치가 유대인을 억압했던 일이나 집단 수용소, 가스실 같은 것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우리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311p)

내가 가진 인간 개인의 자질을 보고 나를 판단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모든 사람이 내 피부색을 보고 판단했다. (...) 백인은 흑인이 자신과 기본적으로 '다른' 존재라고 여긴다. (312p)

1967년에 성냥불이 그어지고 화약고가 폭발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이 모든 일이 나라를 무너뜨리려는 체제전복 세력의 음모라는 견해 속으로 숨어 버렸다. (338p)

# 1979년
[블랙 라이크 미]에서 나는 분명한 사실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한 인간을 판단할 때 인간성 면에서 어떤 사람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의 피부색이나 철학적으로 '우연한 일'로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미친 상황인가 하는 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363p)

모드 인간은 사랑하고 아파하고, 자신과 자기 아이들을 위한 인간적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그저 존재하고, 필연적으로 죽는, 이 모든 동일한 근본 문제에 똑같이 부딪힌다. 이는 모든 인간 안에 들어 있는 기본 진리며, 모든 문화, 모든 인종, 모든 민족이 다 같이 가진 공통의 특징이다. (365p)

블랙 라이크 미/존 하워드 그리핀/하윤숙 옮김/살림 20090210 414쪽 16000원

저자 존 하워드 그리핀(1920 ~ 1980)의 개인사는 이제껏 보고 들었던 어떤 이보다도 파란만장하다. 1935년 15살의 나이에 프랑스로 가난한 유학을 떠난 그는 아프리카 학생과 함께 수업을 받는 것을 보고 '고전 교육' 덕분에 무의식적인 차별의식이 남아 있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의과대학 장학생이 된 19살에 독일 부대에 징집된 원장을 대신하여 유대인을 구하는 지하운동을 하였고, 1941년 미 공군에 입대하여 솔로몬 제도에서 일본 점령군과 싸웠다. 1945년 공습으로 시력에 손상을 입었고, 18개월 후에는 시각장애인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1946년 다시 프랑스로 건너간 그리핀은 1947년 수난일에 눈이 완전히 멀었고 그 후 10년 동안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간다.

시각장애인이 된 그리핀은 1953년 엘리자베스 홀랜드와 결혼하여 아내 가족 소유의 농장 내 작은 집에서 아이 4명을 낳아 기르며 27년간의 결혼생활을 시작하였다. 시각장애인으로 살면서 여러 편의 소설을 썼고, 그중 포로노그래피에 대한 풍자소설 [일곱 천사가 사는 거리]라는 소설은 쓰인 지 40년 만인 2003년에 출간되기도 하였다.

1957년 1월 9일 그리핀의 눈에 어렴풋이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날 처음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본 그리핀은 인근 수도원에서 묵상을 하며 서서히 시력을 다시 찾게 되었다. 시력을 잃고 살았던 10년 동안 장애인으로 겼은 열등과 편견은 모든 사람에 대한 평등한 정의를 인간의 권리로 요구한다는 동기를 키우게 됐다. 그 후 활발한 인권운동과 많은 저술활동을 하였다.

1959년에 시도한 흑인이 되어 남부를 여행한 [블랙 라이크 미]는 1961년 출판되었고, 검열이 부활했던 1970년대 중반에는 도서관에서 사라지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금지 도서는 문학의 규범이 되었고 권장 도서로 꼽히게 되었다. 그리핀의 개인사만큼 인권과 평등을 실천했기 때문에 그래서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흑인으로 변장하고 남부를 여행했던 몇 주간의 일기는 흑인이 겪는 보이지 않는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 우리가 아는 화려한 미국의 숨기고 싶은 불공정하고 비열한 사실은 그리핀이 세상을 떠난 이후로도 미완성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흑인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만듦으로써 대전환의 기회를 만들었지만 불행하게도 처절하게 슬픈 우리들의 현실은 10%의 백인과 90%의 흑인으로 구성된 낯선 나라에 사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흑인 여성이었다면 더 참혹했으리라 생각하는 니그로 그리핀이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