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31

미친놈은 자기반성 중

오늘 라디오 방송을 듣다 아주 충격적인 말을 들었습니다.
기업의 핵심역량과 성장을 주제로 강의하는 도중에 이런 말이 나오더군요.

20년 된 전문가도 두 종류가 있죠.
20년 동안 계속 배우는 전문가와
2년 배운 것을 10번 써먹는 전문가......

그저 밥그릇 수로는 전문가 소리를 듣는 세월이 흘렀지만
2년 배운 것을 여태껏 써먹고 있는 건 아닌가
가슴이 뜨끔했습니다.

당신들이나 반성하라며 조동이로 나불대며 삿대질하지만
정작 저 자신은 스스로 뒤돌아보지 않았습니다.
화창한 오월 마지막 날은
구석에 두 손 들고 쪼그리고 앉아 자기반성이나 해야겠습니다.

미안합니다. 협상과 미친소 전문가 여러분!
세월에 세뇌당한 미친놈은 오늘 자기반성 중입니다.

2008-05-30

썩은 종합선물이 촛불을 켜다

소싯적에 가장 기쁘게 받았던 선물이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그것 하나만 받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지요. 별의별 과자가 한 상자에 차곡차곡 재 있어서 무엇부터 먹을까 고심하며 행복해지곤 했답니다.

작년 12월 19일에 국민은 찝찝했지만 무능보다 경제를 선택했답니다. 허물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며 분위기 한 번 바꿔 보고 싶었지요. 인수인계하는 동안 생긴 구설수는 해프닝으로 봐줬습니다.

2MB 정부는 출범하면서 종합선물세트를 주었습니다. 당신부터 군대에 안 갔으니 장관도 그런 분들이 많고 자제분도 군대 안 가신 분들이 많더군요. 행세깨나 하시는 분들이 군대 가지 않은 것은 그렇다 쳐도 그게 뭐 대단한 유세라고 대물림까지 하는 짓거리를 볼 때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생각납니다. 공주 시절이던 2차 세계대전 때 운전병으로 군 생활을 했다지요.

땅을 사랑했을 뿐 투기는 아니라는 장관 후보자는 당대의 말 개그로 오랜만에 커다란 웃음을 주었습니다. 명예와 돈과 권력은 삼권분립처럼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데 하나를 얻으면 또 하나를 손에 쥐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면 저런 인간은 욕심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해지더군요. 스스로 영혼 없는 공무원이라고 고백하며 정권이 바뀌었다고 원칙과 소신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면 측은지심에 앞서 자식 보기 부끄럽지도 않은지 묻고 싶네요. 지난 시절 퍼부었던 말이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딴나라 구케의원은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정색을 하는 모습을 보니 저놈은 대굴빡에 벌써 구멍이 났는지 의심스럽더군요.

지금 촛불 든 그들이 단지 미친 소 때문은 아닐 겁니다. MB가 준 썩은 종합선물세트에 이미 뿔이 나 있었습니다. 선물을 뜯어 보니 돈 많은 장관님과 비서들은 군대도 안 갔고, 땅을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는 구린내 나는 구시대 유물들은 썩었습니다. 그런 양반들을 구별하는 선구안은 십 년 동안 커질 대로 커졌고, 기준점을 아주 높이 올려놓은 건 바로 딴나라 구케의원들이었죠.

유통기한이 지나 곰팡이 슨 종합선물을 받고 뿔이 나 있던 차에 미친 소는 마침내 벼르고 있던 배후세력(?)이 촛불을 켜게 하였습니다. 촛불을 끌 수 있는 해법은 아주 간단한데 말이죠. 립서비스로만 머슴이라고 떠벌리지 말고 진정 주인을 섬기면 되는데 말입니다.

2008-05-24

장님과 앉은뱅이

1. 의형제를 맺다

어떤 마을에 장님과 앉은뱅이가 살았답니다. 가난한 거지인 이들은 각자 구걸하러 다니기가 쉽지 않았지요. 두 사람은 의형제를 맺고 힘을 합치기로 했습니다. 장님은 앉은뱅이를 등에 업고 구걸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음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구걸한 음식을 골고루 나누어 먹었습니다.

2. 협상

장님은 그동안 돌아다니면서 들은 얘기를 앉은뱅이에게 전했고, 앉은뱅이는 자기가 본 것을 장님에게 얘기해 주었습니다.장님과 앉은뱅이는 아주 이상적인 협상을 했습니다. 서로의 장점을 절묘하게 조화시켰기 때문이죠. 상대방 단점만 물고 늘어졌으면 절대로 성사될 수 없었습니다.

3. 두 가지 결말

하나.1

두 사람이 나무 그늘에서 쉬다 연못에서 황금 덩어리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갖은 고생을 하며 황금 덩어리를 건져 올리고 서로 가지라고 밀쳤다. 앉은뱅이가 장님에게 말했다.

- 형님, 이 황금은 형님이 가지십시오. 형님이 아니었다면 어찌 제가 이곳에 올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러자 장님이 고개와 손을 저으며 말했다.

- 아우님, 무슨 말이오. 그건 아우님 몫이야. 아우님이 발견했잖아. 내가 아우님이 없었다면 어찌 이곳에 왔을 것이며 또 왔다손 치더라도 내가 어찌 황금을 볼 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아우님 몫일세.

그러다가 결론이 나지 않자, 형인 장님이 말했다.

- 아우님, 우리 두 사람 비록 성치 못한 몸이지만, 이제까지 남달리 돈독하게 지내왔는데, 혹 이후로 이 황금 덩어리로 우리 둘 사이의 우정에 금이 갈지도 모르니 차라리 제자리에 갖다 놓은 게 어떨까?
- 형님, 좋은 생각입니다. 황금보다 우리의 우애가 더 소중하지요. 그렇게 합시다.

마침내 두 사람은 황금 덩어리를 연못에 도로 넣고는 떠났다.

둘.2

시간이 지나자 앉은뱅이는 구걸한 음식 중 맛있는 고기를 자기가 더 많이 먹고 싶었다. 힘들게 얻은 맛있는 고기를 보지도 못하는 장님에게 나누어 주기가 싫었다. 세월이 지났다. 장님은 잘 먹지 못해 점점 야위어 갔고 앉은뱅이는 점점 살이 찌고 무거워졌다. 눈 오는 어느날 장님이 쓰러졌다. 앉은뱅이도 함께 쓰러졌다.

4. 에필로그

협상의 결말이 행복하게 지속할지 불행하게 끝날지는 예단할 수 없겠지요. 우리는 크든 작든 의식하든 않든 많은 협상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인감도장을 찍는 협상도 있을 것이고, 입으로 대충 얼버무리는 협상도 있겠지요. 다만, 협상의 결과는 언제나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랍니다.

황금 덩어리를 놓고 서로 가지라는 믿음이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혹 나만 점점 살이 찌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데 이도저도 아닌 협상이 하나 있습니다. 한미 쇠고기 협상은 앉은뱅이가 장님을 업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 꼴이면 황금 덩어리를 발견하기는커녕 구걸 다니는 것도 불가능하겠지요. 언제 누가 먼저 쓰러지느냐 하는 일만 남았네요.


1. 두 사람이 마음을 함께 하면
2. 고준기 박사의 세상바라보기 

2008-05-19

힘을 빼라

골프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꼭 듣는 말이 있다.
힘을 빼라.

그저 공을 멀리 보내겠다는 욕심이 앞서
온몸에 힘을 잔뜩 주고 채를 휘두르기 마련인데
그럴수록 멀리 치기는커녕 발아래 있는 공을 맞히기도 어렵다.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슛이라고 찼는데 똥볼이 되면 나오는 해설이 꼭 있다.
"아, 힘이 너무 들어갔네요."

야구도 마찬가지다.
힘차게 헛스윙하면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다고 한다.

모든 운동은 힘을 빼야 진정한 힘이 나온다.

사회생활도 이와 마찬가지일 게다.
영원한 갑은 없는데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목에 힘을 너무 주고 있으면
언젠가는 쓸쓸한 퇴장을 맞는다.
싸대기 맞지 않고 퇴장하면 정말 다행이다.

요즘 2MB가 너무 힘을 주고 있다.
국민을 섬기겠습니다 라고 한지가 엊그제인데
벌써 잊었는지 아니면 아예 그럴 생각이 없었는지
국민 알기를 발 뒷굽치에 낀 때만도 못하게 취급을 하고 있다.
오죽하면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웠고, 2MB는 초중고와 싸운다는 얘기가 나올까.

어떤 운동이나 사회생활보다 더 힘을 빼야 하는 게 정치다.
소통을 얘기하면서 국정홍보처를 없앤 것을 후회하고 있으면 안 된다.
불과 엊그제 모든 게 놈현 때문이라고 삿대질했던 것이
반환점을 돈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 있다.
화장실 가기 전 마음과 나온 후 마음이 다른 것은 인지상정이지만
선거 전과 당선 후가 이렇게 다르면 곤란하다.

철학자 루소처럼 투표일 하루만 국민을 자유롭게 할 것인가?

이제 힘을 빼라.
한 3년 힘을 빼면 그제야 공도 멀리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