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9

2월 29일은 특별한 날


2월 29일은 특별한 날이라고?
맞아.
4년 만에 돌아오는 날이구나.

휴일지향주의자 1人은 오늘이 공휴일인 줄 알았다가
낙담하며 스스로 쭈증을 내고 말았다.
세월이 왜 이리 빨리 가느냐고 한탄하면서도
이월이 길게 느껴진다며
그저 놀고먹을 생각이 앞섰다.

4년 만에 돌아오는 아주 특별한 보너스인 줄도 모르고...

2008-02-27

똥폼 잡으면 황제가 되곤 합니다


프롤로그
미투데이 직계존속이며 친구인 지저깨비님은
가끔 미투토일렛을 남기곤 합니다.
절대공간에서 두 가지 볼일을 한꺼번에 보나 봅니다.
조만간 미투포토가 올라올지도 모르겠네요.^___^

1.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 편안합니다.
누군가 기쁨 중에 배설의 기쁨이 최고라고 말했듯이
변비 환자가 아니면 모두가 누리는 행복일 겁니다.
2008년 2월 26일 오후 2시 19분 지저깨비님 옆에 계신 분은
썩 행복하지는 않았었을 듯합니다. ^^

실내에서 담배를 피워도 시비 걸지 않던 시대보다는
반감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것도 이제는 적응돼가고
밀폐된 나만의 절대공간에 잠시 혼자 앉아
조용히 항문에 힘쓰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잠깐이지만 아무도 뭐라고 씨부리지 않는 곳이 있어 좋습니다.

끊으면 안 돼. 굵고 짧게 한 방에 가는 거야...

2.
혹 월요일에 로또라도 한 장 샀으면 온갖 상상을 합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 대박이 터지면 어쩌지.
1등 당첨금액은 어디 가서 찾아야 하나.
그 돈으로 제일 먼저 무엇을 할까.
무단결근을 하고 무작정 비행기를 타고 떠나 볼까.
호프집에 갑님들을 죄다 집합시켜 놓고 골든벨이나 칠까.

마지막으로 힘이나 한 번 더 쓰자. 끙...

3.
이제 상상의 나래를 접을 때가 됐군.
잠깐이지만 황제가 부럽지 않네요.

일어나는 순간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내일은 또 올 거잖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의 떠오를 테고
난 다시 이 자리에 앉아 내일의 볼일을 볼 거야.

4.
두루마리 휴지는 어떻게 걸어 놓는 게 맞을까?
손으로 휴지를 풀 때 엠보싱이 앞쪽에 있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뒤쪽에 있어야 하는지 헛갈리네.

아무렴 어때. 호박잎으로 마무리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항문이 호강하고 있는 건 분명해.
아니야. 손이 반사적 혜택을 누리는지도 모르지.

이런 된장. 볼일 볼 때는 꼭 별 볼일 없는 전화가 오는군.
드르르르륵 드르르...
진동모드라 옆집에 방해는 안 됐겠지.

소중한 생각을 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5.
현실은 날 놓아두지 않고 빨리 오라 한다.
나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 올 때 생각이 달라집니다.

이제는 가늘고 길게 가는 거야.

에필로그
황제도 볼일 보는 폼이야 똥폼이지만
나는 똥폼 잡으면 황제가 되곤 합니다.

주의사항
문밖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몸 비트는 소리가 들리는 곳은
반드시 피하거나 언능 끊어 주는 센스.

2008-02-26

졸업식에 가다

어제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졸업식에 가보는 것이 십삼 년 만이네요. 대학 졸업이란 것이 사람들로 북적대고 사진 찍어 대느라 혼잡할 게 뻔해서 생깔라고 했지요. 가진 게 시간밖에 없지만 교통비 주면 간다고 했습니다.

교문 입구에서 꽃다발 하나 사려는 모친을 극구 말렸습니다. 사봤자 졸업식 끝나면 쓸 데 없는데 굳이 살 필요 없다고 했지만 꽃다발 없는 사진도 볼품이 영 없을 거 같아 가장 대중적인 꽃다발을 만 원 주고 샀습니다.

예전 제 졸업식 때는 비가 부슬부슬 내려 땅도 질퍽거렸습니다. 몇 시에 정문에서 만나자고 해서 후딱 사진 찍고 곧장 식당으로 갔더랬지요. 조금 늦은 동생은 우리 일행을 찾지도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답니다. 졸업식에 불참했던 그 동생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예상했지만 정말 인산인해더군요. 오늘 졸업생이 육천 명 정도 된다고 하니 곱하기 오를 하면 삼만 명이 바글대고 있나 봅니다. 그 시간 여의도는 줄이라도 맞춰 앉아 있는데 말이죠. 우리도 인산인해를 만드는데 일조를 한 것이니 사람들 많다고 쭈증내면 누워서 침 뱉는 격이지요. 같이 움직이다가 잠깐 한 눈 판 사이에 주인공을 잃어버렸습니다. 잠시 후 손전화가 와서 재회는 했습니다.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아마 손전화 없었으면 우리는 다시 일일 이산가족이 됐을 겁니다.

빨리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후딱 사진 찍고 식당으로 고고씽~~

식당은 학교 주변을 조금 벗어난 곳으로 미리 정했지요. 지난 구정 때 바닷가재 얘기를 하다 드셔 보신 적 없다는 모친을 위해 인터넷 검색 찬스를 써가며 물색한 곳이랍니다. 조용한 방에 둘러앉아 한 시간 가량 먹어댔습니다.

젊은 여사장에게 오늘은 길가에 태극기도 나래비로 걸려 있는데 서비스 같은 거 없느냐고 옆구리를 찔렀더니 와인을 한 잔씩 가져다주더군요. 입맛에는 소주가 최고지만 낮에 마시기 적당했습니다.

요즘은 고등학교 졸업생 열 중 여덟이 대학을 간다네요. 88만 원 세대라고 하는데 학력 인플레이션도 그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바닷가재 지리와 조막만 한 알밥을 먹고 일어서려니 와인을 돌린 사장님이 후식도 있다며 드시고 가라는군요. 차 한 잔 하며 지리가 썩 괜찮다는 시식 평가회도 잠시 가졌습니다.

동생 덕분에 맛있는 점심, 사실은 비싸서 더 맛있게 얻어먹었습니다. 또 하나. 그 졸업생 덕분에 전 박사 동생을 두게 됐습니다. 공부를 좋아하는 동생이 건강하게 계속 공부할 수 있기를 빕니다.

아 참. 교통비 이만 원은 우리 어무이가 주시데요. 감사합니다. 어무이.

2008-02-25

마니아를 만든 최초의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

1. 마니아(mania)와 정치인

마니아의 사전적인 의미는 ① 광기(狂氣) ② 어떤 한 가지 일에 열중하는 일, 또는 그러한 사람을 뜻한다. 골프 마니아, 클래식 마니아, 축구 마니아 등 단순한 취미를 넘어 전문가적인 식견을 가지고 열중하는 사람을 말한다.

마니아(mania)란 말의 어원은 플라톤의 철학적 개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유한(有限)하여 당연히 죽을 존재인 인간에게 일상과 시간의 굴레를 벗어나게 하여 영원한 것(가치, 이데아)과 해후할 초월적인 힘을 주는 것이다. 일반적인 의미로는 어떠한 한 가지 일에 열중하는 것을 의미하며, 혹자는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도 표현하고 있다. 어떤 대상에 대한 마니아의 광적인 몰입과 애정은 사실 다른 특수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바로 대상 그 자체가 목적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개성과 다양성으로 진보하는 우리 시대에 정치인이 마니아층을 형성하기는 어렵다. 대한민국 정치인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자조적인 한탄과 그것을 증명하려는 그들의 짓거리는 불특정 다수를 손가락질하는 마니아로 만들기 충분한 게 사실이다.

하물며 국가 권력의 최고점인 대통령은 청와대를 제 발로 걸어 나오질 못했거나 퇴임 후 순탄치 못한 말년을 답습했다. 퇴임하는 시점에 인기도는 최저점에 머물렀었다.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병적이거나 반사회적 상태가 아닌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이들을 마니아로 만든다는 것은 개구리 겨드랑이에 털이 나길 바라는 게 더 빠를 일이다.

2. 가카(閣下)를 가카(脚下)로 만든 대통령

이십 세기 대한민국 대통령은 고작 여덟이었다. 그들은 재임 중에 제왕적 대통령의 권위를 누렸다. 스스로 하늘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런 하늘을 우러러보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그런 권위를 자유의지로 땅에 내려놓을 리 없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지속할 거로 생각했다.

치열한 당내 경선을 마치며 만신창이가 된 노무현 후보는 상대 후보를 57만여 표(2.5%) 차로 따돌리며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청와대로 들어가는 노무현은 스스로 하늘에서 내려와 걸어서 들어갔다. 불가항력적인 힘이 끌어내린 것도 아닌데 자처해서 땅 위를 걸어갔다. 국민통합을 위해 권위주의를 내려놓은 것이다.

그 후로 머리에 빨간 띠를 동여매거나 삭발한 시위대는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장 대통령을 만나 따져야 한다고 했다. 모든 문제가 다 놈현때문이라고 했다. 놈현스럽다는 말도 생겨났다. 권위주의만 내려놓아야 했는데 권위마저 무너져 버렸다. 노무현은 무너진 권위를 부여잡고 도로 쌓으려고 하지 않고 대통령 가카(閣下)를 대통령 가카(脚下)로 만들었다.

3. 노빠와 마니아는 다르다

역대 대통령 중 박통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추진력 있게 국가역량을 집중하여 보릿고개를 없애고 새마을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경제는 전통이 차라리 나았다는 이들도 있다. 당신이 대통령이라며 경제수석에게 힘을 실어 주고 성장, 물가, 국제수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은 인기가 있었나요? 그렇게 그리우면 그 시대에 다시 사시겠어요?

대답은 아니오다. 그것은 하이라이트만 추억하고 기억하는 것이다. 나쁜 기억과 좋은 기억 중에 나쁜 기억은 지워버리고 좋은 기억만 간직하려는 현실 도피성 가정법이다. 좋은 기억이라는 것도 알고 보면 정권을 연명하며 유지하던 받침돌이었을 뿐이다. 인기는커녕 민심의 이탈은 시간이 흐를수록 엑소더스를 방불케 했었다.

그런데 노무현은 다르다. 5년 전, 대선 끝나고 가장 얄미운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놈현 찍고 바로 이민 간 사람이라는 유머가 있었다. 기대가 높으면 추락하는 실망도 큰 법. 참여정부 출범 때 높은 기대를 했던 지지자들 중에 상당수가 이탈했다. 역대 정권은 이탈의 끝에 오는 권력자의 왕따를 경험했지만 노무현은 그럴수록 잔여 지지층이 더욱 결집하고 변함없는 애정을 보내 주며 노무현 마니아로 변해갔다.

일부에서는 노빠라고도 하지만 노빠와 마니아층은 분명히 다르다. 그것을 구분하는 잣대는 그들에게서 건설적 비판을 엿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건설적 비판이라 함은 비판은 하되 거기서 나온 문제점에 대한 대안을 동시에 제시하는 것이다. 불만을 얘기하고 상대방을 시기하고 일방적인 비판을 하기는 아주 쉬운 일이며 누구나 할 수 있다. 대꾸라도 할라치면 "그건 모르겠고......" "됐거덩" 하는 노빠에게서 대안을 기대할 수는 없다. 노무현 마니아는 상대방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대안을 내놓는다. 노빠가 가신과 같다면 노무현 마니아는 충신이라 할 것이다.

4. 마니아를 유지하기 위한 숙제

노무현은 마니아를 만든 최초의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자신을 좋아하는 열렬한 지지자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러나 마니아는 변심한 지지자보다 더 무섭다. 변심한 지지자는 미련 없이 돌아서면 그만이지만 마니아는 실망 이상의 원망을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열광하던 황우석 마니아들은 그의 거짓으로 하루아침에 등을 돌리며 돌을 던졌다. 잔여 마니아는 애정이 광적인 몰입으로 이어져 결국 황우석빠가 되고 말았다.

미국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꼽히는 지미 카터는 퇴임 후 세계 평화의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으며, 사랑의 집짓기 운동을 하고 있다. 2002년 노벨 평화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가장 훌륭한 전직 대통령으로 평가받고 있다.

마니아를 만든 대통령 노무현이 황우석의 길을 가야 할지 지미 카터의 길을 걸어야 할지는 자명한 일이다.

5. 에필로그

나는 노무현을 지지하지도 않았지만 설레발 떨며 초반에 기댓값을 높게 가졌다가 급실망한 사람이다. 재임 시절의 경제지표나 언론에 대한 시각 등 그의 정치관과 참여정부 국정운영백서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가 한 막말이라는 것은 같은 땅 위에 있었기 때문에 들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카(脚下)가 돼서 다시 각하(閣下)로 되돌려 놓지 못하게 만든 것은 최고의 역작이자 걸작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 세월이 지나면 하이라이트로 기억되는 좋은 추억으로만 남는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단순한 순차적 상대평가가 아닌 가장 훌륭한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 이것이 잃어버린 십 년이라고 말하는 대중이 기억하고 싶은 미래다.

2008-02-22

장어와 법인카드

대통령직 인수위 소속 일부 인사들이 강화도 한 식당에서 점심으로 장어를 먹고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식사대금 189만 원을 인천시 법인카드로 결제했다네요. 자리를 주선한 교수님은 예상보다 많은 액수가 나와 인천시 카드로 임시로 결제하고, 다음날 오후에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학회 카드로 결제했다는군요.

몇 시에 몇 명이 갈 테니 이런 걸로 준비하라며 식당도 예약한 것 같고, 밥값이 얼마 나올지는 대충 예상을 했을 텐데 궁색한 변명은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듯싶네요. 그 자리가 법인카드로 먹어야 할 자리인지 개인카드로 긁어야 할 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사를 보고 떠오르는 인간형이 있습니다.

법인카드로 밥이나 술 사면서 꼭 지가 사는 것처럼 똥폼 잡는 인간이 떠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싫어하는 인간 유형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 인간들을 겪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부서 회식은 자기가 쏜다고 합니다. 부서 회식을 하라고 매달 일정 금액이 두당 얼마씩 나오면 기분 좋게 밥 먹으면 됩니다. 그런데 저런 인간이 법인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무슨 사설을 그렇게 길게 하는지 기다리다 지칩니다. 부서 회식비로 밥 먹는 줄 다 알고 있는데 유독 그 인간은 고기를 시킬 때도 오늘은 자기가 쏜다며 많이 먹으라고 합니다.

제 돈은 아까워서 한 푼도 쓰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법인카드로 계산할 때는 큰 소리 뻥뻥 치지만 정작 소주 한 잔 사라고 하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다음에 하자고 합니다. 회사에서 휘발유 값을 주기 전에는 한 번도 자기 차를 몰고 출근하지 않다가 기름 값 실비정산을 한다니까 다음 날부터 꼬박꼬박 자가용 출근을 하더군요.

저런 인간은 법인카드를 쓸 때와 안 쓸 때를 구분 못 합니다. 자기 자신을 기준으로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자기가 법인카드를 긁는 것은 항상 정당하고, 타인이 법인카드를 쓰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볼 소설책을 법인카드로 사면서 어젯밤에 허락 없이 법인카드를 썼다고 부하 사원을 깨고 있습니다. 사들인 소설책은 공개하지 않고 몰래 가지고 있다가 슬그머니 집으로 가져가겠지요.

강화도 장어 스캔들도 법인카드 가지고 폼 잡아서 일어난 듯하네요. 자기 돈으로 점심을 대접하는 사람이었으면 겸손했을 터이고 그런 자리를 만들었다고 요란 떨지도 않았을 겁니다. 법인카드로 먹어야 하는지 개인카드로 먹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면 똥폼 잡는 인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개인카드로 계산합니다. 공사 구분이 애매하다고 느끼면 사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장어를 법인카드로 드시든 개인카드로 먹든 상관할 바 아니지만 법인카드로 긁으면서 자기가 쏜다고 제발 폼 잡지 마시길 바랍니다.

2008-02-17

MB 조직개편 견적서와 Negotiation에 관하여

1. 지금은 네고 중

MB의 정부 조직개편이 협상과 결렬을 오락가락하며 막판 타협을 시도 중이다. 구매권을 행사하는 통합구매당(이하 "갑"이라 칭함)과 낙찰자로 선정된 MB(이하 "을"이라 칭함) 간에 치열한 Nego가 전개 중이다.

을은 향후 5년 동안의 계약 기간 중 1단계 사업인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견적서를 공사 수주를 하자마자 갑에게 제출한 상태이고, 갑은 견적서를 접수하자마자 퇴짜를 놓고 재견적을 요구하고 있다. 갑은 일부 항목이 누락된 것에 대한 보완을 요청했고, 을은 1차 네고가 이하로는 더 이상의 추가 흥정은 없다며 버티고 있다. 공사 개시일은 2008년 2월 25일로 일주일을 남겨 놓고 있다.

2. 을의 견적 전략 - 통일부 카드면 돼

을은 예상가격을 높게 잡고 견적서를 만들었다. 갑의 네고폭이 클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통일부 폐지라는 눈에 띄는 항목을 만들었다. 여기에 여성가족부, 해양수산부 폐지라는 항목을 슬쩍 끼워 놓았다. 갑이 통일부 존속이라는 네고가를 고집하면 버티다 못 이기는 척하며 협상을 마무리하려는 전략이었다.

경제부처와 교육, 과학부 통폐합은 처음부터 갑의 관심 밖이라는 것을 을은 알고 있었다. 그런 부처는 이리저리 합종연횡을 해 놔도 국민들 피부에 직접 와 닿지 않는다. 견적서를 보는 갑이 따따부따하다 말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통일부 폐지라는 항목을 과대 계상(計上)함으로써 여성가족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폐지와 통일부 존속이라는 카드를 맞바꾸며 네고를 끝내려고 했다.

3. 갑의 네고 전략 - 비자금을 만들자

갑은 시한부 구매권을 행사하는 마당에 견적서를 꼼꼼히 따져 볼 의욕이 없었다. 처음 제출받은 견적서를 대충 훑어보니 통일부 폐지라는 항목이 눈에 번쩍 뜨였다.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며 초점을 그리로 맞췄다. 추가로 인권위원회 독립성을 확보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러던 차에 오렌지를 오륀지로 써야 한다는 발언으로 을의 견적 제출 자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급등했다. 여기에 숭례문 복원을 국민 성금으로 하자는 자충수를 두자 갑은 네고 전략을 급수정하였다.

지금 분위기로는 전멸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 절반의 표를 쥔 여성과 삼면이 바다인 점을 이용해 여성부와 해수부를 존속시키기로 하였다. 농촌진흥청은 모내기하는 계절에 써먹기로 했다. 사월에 있을 총선을 대비한 비자금이다. 애초 을이 제출한 견적서에 두말없이 오케이 할 입장이었지만 총선에 쓸 비자금을 마련해도 될만한 분위기라고 갑은 판단하고 있다.

4. 영원한 것은 없다

갑과 을은 동등해질 수 없다. 계약을 하기 전까지 갑은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 을은 계약서 도장을 다 찍고 돌아서서 찬찬히 계약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 계약서에 사인하고 공사 개시일이 다가올수록 을이 점점 유리해진다. 정해진 날짜에 반드시 시작해야 하는 공사일수록 내색은 안 하지만 힘의 균형은 을로 옮겨 간다. 을이 공사를 포기하지는 않는지, 사전 준비를 잘해 차질 없이 시작은 할 수 있는지를 갑은 신경 쓰기 시작한다. 갑과 을의 입장이 뒤바뀌기 시작한다.

을은 공사 기간 5년인 도급계약을 턴키 방식(Turnkey Base)으로 작년 12월 19일에 마친 상태다. 일주일 후 현장을 개설하고 일을 시작해야 한다. 더군다나 4월 9일 정기 인사이동 때 잘리게 될 갑인데 꿀리고 들어갈 을은 없다. 지금은 주도권이 을에게 넘어가 있다.

5.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 삼일 안에 타협이 된다고 하더라도 갑과 을 모두가 만족하는 네고가는 아니다. 후속조치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미 시기적으로 늦었다. 더군다나 합의가 돼도 청와대의 거부권 행사가 예정돼 있다.

갑은 한 가닥 희망을 거는 MB 특검이 무위로 끝날 경우 이번 견적서를 총선까지 끌고 갈 비자금으로 쓸 것이다. 을은 지금 합의한 네고가로는 성이 차질 않아 4월 총선이 끝난 후 새로운 구매권자에게 재견적을 함으로써 네고없이 통과되는 것을 노릴 것이다.

6. 에필로그

영화 네고시에이터를 보면 최고 인질범 협상 전문가에서 모함으로 억울하게 인질범이 된 로맨(사무엘 잭슨 분)과 또 다른 협상가 크리스 사비안(케빈 스페이시 분)이 등장한다. 최고 협상가인 둘이 맞수로 만나 목숨을 담보로 협상한다. 사람 목숨을 담보로 협상하는 일만큼 고달프고 어려운 직업도 없을 듯싶다. 영화는 두 협상가에 의해 정의가 승리하며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갑과 을은 누구의 해피엔딩을 위해 협상을 하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해피엔딩을 위해 협상하는 동안 당신 일의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며 울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둘러보시길 빈다.

2008-02-14

가신과 충신

가신(家臣) 봉건 시대에, 공경 대부의 집에 딸려 그들을 섬기던 사람. 배신(陪臣)
충신(忠臣) 충성을 다하는 신하. 충성스러운 신하. ↔ 역신(逆臣)

가신은 리더를 비판 없이 옹호하고 무조건 모신다. 가신은 오직 리더 한 사람의 뜻을 위해 행동한다. 리더의 뜻이 정당한지는 저울질하지 않는다. 리더가 시시비비를 가려주지 않으면 가신은 간신이 되기 쉽다.

충신은 이 기상과 이 맘으로 오로지 충성을 다하는 신하는 아니다. 리더가 잘못하면 직언을 하고, 부당하면 올바르게 비판함으로써 리더가 대의(大義)를 따르게 한다. 리더가 부정한 욕심을 품게 되면 충신은 역신이 되기 쉽다.

가신을 편애하는 리더는 가신을 간신배로 만들기 쉽고, 간신배가 늘어난 만큼 역적으로 몰리는 충신도 늘어난다. 충신을 가까이하고 부당함을 깨닫는 리더는 간신이 근접하기 어렵다. 가신은 성공한 리더를 만들 확률이 희박하고, 충신은 리더를 실패로 이끌 확률이 낮다.

가신을 간신으로 만들어 버리든 바른말 하는 충신을 역신으로 만들든 모두 리더의 책임이다. 가신을 가까이하고 충신을 멀리한 리더는 성공은 안에서 나누고 실패의 원인을 밖에서 찾는다. 반면 충신을 가까이하고 가신을 멀리한 리더는 성공한 공적은 밖으로 돌리고 실패한 책임은 자기 탓으로 돌린다.

가신을 좋아하든 충신을 가까이에 두든 선택은 리더의 몫이다. 다만, 리더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그 선택의 오판이 불러올 결과는 창대하다. 개개인 마음속의 가신과 충신은 한 사람의 성공과 실패로 끝난다. 한집안의 리더가 실패하면 그 영향력이 울타리를 넘질 않는다. 기업을 이끄는 리더의 오판은 주주와 구성원 그리고 지역사회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정치 리더의 선택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그 영향력을 대물림한다. 이것이 정치 리더의 올바른 선택을 갈구하는 국민의 간절한 이유이자 소망이다.

오늘 같은 날은 정말 사랑한다며 초콜릿을 건네고 싶은 리더를 만나고 싶다.

2008-02-13

숭례문을 100% 복원하는 방법

화마(火魔)가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삼 년이면 복원한다는군요. 오케이. 삼 년 안에 복원하면 99%는 원상회복이 된다고 칩시다. 반짝반짝 빛나는 단청이 곱다고 하실 건가요? 서까래는 대충 대패질해서 올리려고 하셨나요? 그러면 육백 년 전 그것이라고 할 수 있나요? 뒤틀림이나 방염처리는 어찌하시려고요? 설마 화공약품으로 대충 처리하고, 뒤틀리는 거야 알 바 없다는 생각을 하신 건 아니겠지요. 그래 놓고 상량식 한다고 풍악을 울리겠네요.

시방 제일 처음 찾아볼 것은 옛날 기록 아닐까요. 남아있는 기록들을 찾아보세요. 기둥 하나 세우는데 뚝딱뚝딱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통나무 강도를 강하게 만들려고 삼 년을 바닷물에 담가야 하지 않나요? 뒤틀림을 방지하려고 그늘에서 일 년은 말리지 않나요? 부패되는 걸 막으려고 소금물에서 끓여야 하지 않나요? 그나마 쓸만한 소나무는 있나요?

숭례문을 100% 복원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왕래가 없는 산기슭에 소나무를 심으세요. 도편수, 목수, 기와공 등등 전통을 잇는 장인들을 육성하세요. 그리고 천천히 공부하세요. 기왓장 하나하나를 육백 년 전 방법으로 굽는 시늉이라도 해야 그나마 면목이 서지 않을까요? 모래알 하나하나를 새로 복원한다는 심정으로 시작합시다.

서두르지 마세요. 스페인에 있는 사그라다 성당은 백여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미완성이랍니다. 왜 그리 서두르시나요? 서두르면 최소한 육백 년을 보증할 수 있나요?

이런 제기랄 말년에 이런 일이 터졌네. 뭐야, 새 출발하는데 웬 태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제발 덮으려 하지 마세요. 어쩌면 놈현이나 2MB나 똑같네요. 얼른 지우고 싶겠지요. 잊어버리기를 바라겠지요. 죄송하지만 저는 잊을지 몰라도 육백 년 후 역사책에는 그대의 이름이 올라 있을 겁니다. 다행히 교과서에 언급이 안 됐을지 몰라도
개인 슈퍼컴이 입체 비주얼로 보여줄 겁니다.

국민 성금으로 다시 짓겠다고요. 미들핑거나 드세요. 그동안 삥 뜯은 성금이랑 금반지에 대한 가라 결산 내역서 한 장이라도 보여 주셨나요? 이제는 구닥다리 레퍼토리가 돼서 귀에 딱지만 앉았답니다. 주머닛돈이 쌈짓돈이고 궁민(窮民)들 돈이 꽁돈인 시대는 아니잖아요.

지금 그대로 숭례문 위에 투명한 반원구를 덮어 놓으세요. 육백 년 동안 한없이 부끄럽게 용서를 구하며 복원하는 게 도리인듯합니다. 흉측하게 무너져 내린 숭례문을 물려주며 두고두고 용서를 빕시다. 그러다 그러다 후손들이 숭례문을 다시 세워야 하지 않을까 할 때, 심어놓은 소나무가 아름드리가 됐을 때 그때 깨끗한 그들 손으로 다시 만들도록 합시다.

전과세대(前科世代)는 그저 고개 숙이고 소나무나 심읍시다.

2008-02-12

방관자 효과가 숭례문을 불태우다

1. 숭례문은 왜 전소(全燒 )됐을까?

숭례문은 국보 1호다. 대한민국을 상징한다. 서울대로 한복판에 서서 대한민국의 문화를 대표한다. 하루에도 수십만의 눈길이 스쳐가고 코앞에 경찰서와 소방서가 있다.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공통영역의 한가운데에 있다.

그런 숭례문에 불이나 600년을 이어오던 자존심이 밤사이에 홀라당 타버렸다. 왜 그랬을까?


문화재청은 문화재 정책을 총괄하고, 관리는 서울 중구청이 맡는다. 그나마 밤에는 무상으로 경비업체에서 관리한다. 문화재청은 지자체에서 관리하고 있으니 관리감독을 등한시했을 것이고, 지자체는 숭례문 임자는 국가이고, 예산이나 인력도 없으니 형식상 관리하는 척했을 것이다. 경비업체는 돈 받고 하는 일도 아니고 그저 생색내기 위한 무료봉사를 하고 있으니 짜장면 배달하듯이 번개처럼 달려갔을 리 만무하다.

서민 주택에 화재가 나서 출동한 소방차는 들입다 물만 쏴대며 불을 끄면 그만이지만 국보 1호에 불이 났으니 진화하더라도 파손이 되면 뒷감당을 당해낼 재간이 없어 문화재청 눈치를 살폈을 게 뻔하다. 또 전통건물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었을 테고. 그러는 사이 숭례문은 600년 가치를 한순간에 잃어버렸다.

국가 문화재 관리에 대한 업무분장은 법적으로 잘돼 있을 텐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2. 업무분장(work scope)은 왜 필요하지?

업무분장은 조직의 형태나 크기에 관계없이 존재한다. 관습적이든 문서화돼 있던 서로 고유한 업무 영역을 가지고 있다. 업무분장이 필요한 경우는 두 가지 중 하나다.

첫째, 잘 돌아가는 조직은 업무분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업무분장 없이도 서로 내 일처럼 챙겨서 업무의 공백이 없다. 다만, 과다한 집중으로 업무 중복이 생기고 그에 따른 비효율적인 손실을 예방하고자 work scope를 나눈다. 구성원들은 어떻게 업무의 범위를 정하든 불만이 없다.

두 번째는 조직에 뭔가 문제가 있고 조정과 협조가 안 되는 경우다. 이런 경우는 칼로 자른 듯이 업무의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서로 남의 탓을 하지 않는다.

전자는 굳이 문서화하지 않아도 묵시적 동의하에 원활하게 흘러간다. 그러나 후자는 육법전서 같은 work scope를 만들어 놔도 항상 불만이 있고 빠져나갈 사각지대를 찾는다. 이럴 때는 두꺼운 업무분장이 있어도 케이스별로 다시 scope를 만든다.

3. 방관자 효과는 꼭 생긴다

업무분장을 아무리 잘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공통부문은 생기게 마련이다. 일이라는 게 만들어 놓은 업무분장표에 딱 맞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일이 발생하니까 work scope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조직에 문제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work scope를 나누면 공통부분에 있는 일은 서로 등한시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하겠지, 다른 부서에서 하겠지 하며 책임이 분산된다. 그 일이 내 일이라고 생각하면 책임지고 하지만, 나 아니어도 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등한시하고 무관심해진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방관자 효과라고 한다.

숭례문은 모두의 업무 영역 한가운데에 있었지만 오히려 이것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사각지대로 만들었다. 누구나 해야 할 공통부분이 오히려 더 많은 방관자를 만들었다.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38명이나 지켜보는 가운데 무참히 살해된 것과 같다.

4. 예방책은?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 work scope를 만든다 하더라도 완벽할 수는 없다. 방관자 효과를 방지하려면 공통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특별한 부분(critical work)은 특히 더 수평적 공통부분이 없거나 최소화하여야 한다. 한마디로 '이 일은 네가 책임자야'라고 하는 것이 좋다.

공통부분에 대한 일을 처리할 때 상호 간에 충돌되는 문제가 대두되었을 경우에는 '내 상급자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하면 쉽게 해결이 된다. 서로 충돌되는 부분은 직책이 높을수록 본인의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말단 사원끼리 아웅다웅하는 일도 다 과장의 일이고, 부장과 부장이 티격태격하는 일은 상무, 전무 혹은 사장의 일이다. 이런 생각을 안 하고 제 밥그릇부터 챙기다가 솥단지를 뒤 업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고 관리감독 기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관리자의 권한 위임은 스포츠에서 감독과 같은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경기는 선수에게 믿고 맡기지만, 감독은 전체적인 전략을 짤뿐만 아니라 각 선수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필요한 조언을 해주면서 경기를 이끌어 간다.

따라서 관리자가 권한 위임을 했다고 해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내버려두는 것은 막상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쳐다보지 않고 신문만 보는 감독과 다를 바 없으며, 관리자가 실무자의 일들을 살펴본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는 것은 감독의 지시를 무시하고 자기 뜻대로 경기를 진행하는 운동선수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1

5. 숭례문 화재에 대한 책임은 누구한테 있나?

화재를 진압 못 한 것은 전적으로 소방방재청의 책임이다. 문화재라서 소방작업이 소극적이었다는 것은 변명일 뿐 일고의 가치도 없다. 2005년 4월 낙산사 화재, 2006년 5월 화성 서장대 화재를 경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문화재 소방대책이 주먹구구식이었다는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보 1호를 담당하는 소방서가 재난에 대비한 시나리오가 없었다는 것은 무지인지 무관심인지 이해가 안 된다.

관리를 못 한 중구청에 2차적인 책임이 있다. 예산 타령을 하기 전에 법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관리를 하게 돼 있으면 제대로 했어야 한다. 하물며 국보 1호를 뒷동산 약수터만도 못하게 관리를 하면 어찌하란 말인가?

3차 책임은 문화재청에 있다. 위탁관리를 맡겼다고 소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관리 감독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감독으로서의 역할을 못했다. 경기가 벌어지는 운동장에서 감독이 신문만 보고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제는 뒷북치지 말자. 예산과 인력 타령만 하지 말자. 예산과 인력이 충분하면 관계자 여러분들이 그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 충분한 시간, 예산, 사람이 있으면 여러분들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네 탓 내 탓을 할 것 없다. 잘못은 현장에서 가장 가까울수록 크지만 책임은 현장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무거워지는 법이다.

우리도 방관자였다. 대형 사건 사고가 나면 반짝 관심을 보이다가 흐지부지했었던 방관자였다. 아무리 업무분장이 잘돼 있어도 방관자는 발생한다. 방관자 효과를 없애고 최소화시킬 최고 책임은 (주)대한민국 CEO에게 있고, 우리는 싫든 좋든 (주)대한민국의 주주다. (주)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에게 제일 큰 책임이 있다.

6. 에필로그

우리는 무너진 백화점, 무너진 다리, 불타는 지하철 잔해를 치우기도 전에 쉽게 잊는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뼈를 깎는 고통으로 눈물을 삼키며 잊지 말자고 대대로 남겨놓자.
불타버린 숭례문은 앞으로 600년을 고대로 보존하자. 저 참혹한 숭례문을 보며 우리는 두고두고 조상과 후손에게 반성하자.


1.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109쪽) 인용

2008-02-11

달력 - 영원한 시간의 파수꾼

#1
달력의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은 시간에 리듬을 부여하는 것과 시간을 측정하는 것이다. 시간에 리듬을 부여하한다는 것은, 삶과 축제에 하나의 틀을 제공하고 일하는 날과 휴일을 정하며 전통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서로 상징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모든 사회는 그 사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고유한 달력을 가지고 있다. 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가능한 한 객관적으로 1년, 1달, 혹은 좀더 작은 단위들로 기간을 산정하고 그러한 단위들을 검증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것은 일시적으로 선택된 시간적 규칙성에 질서를 부여하고 그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14쪽)

#2
달력은 사회 생활을 조절하는 권력의 도구이다. 권력자들은 날들을 추가하거나 축제일이나 납세 기간을 조정하거나 한 해 혹은 한 달의 시작을 선언할 것인지 아닌지 등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었다. (37쪽)

#3
한 달씩 표시되어 있는 판지를 등에 지고 있는 이 우체부들은 몇몇 기관들이 행했던 역할을 상기시켜 준다. 그 역할이란 바로 사람들에게 달력의 사용에 대한 생각을 심어 주는 것이었다. 공장이나 군대는 상대 의사를 존중하든 강제로 집행하든 노동자들과 군인에게 지각하지 말 것, 일주일 내내 일을 할 것, 축제 다음날 빠지지 않을 것 등 시간에 관한 사항들을 엄격하게 교육했다. (91쪽)

#4
달력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태초에 인류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시간에 질서를 부여할 필요가 있었고 사람들은 달력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초의 달력은 하늘과 달과, 해와, 별들의 운행 주기에 따라 만들어졌다.

달력을 지배하는 자가 시간을 지배했고 다시 세상을 지배했다. 처음에는 종교가, 다음에는 세속의 권력자가 달력을 지배했다. 그것은 달력이 공동체 운영의 열쇠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시간을 측량하는 자이자 그릇인 달력은 우리 삶의 증인이자 파수꾼이다. (책표지)

달력/자클르 드 부르구앵/정숙현 옮김/시공사 20030905 144쪽 7000원

이제 시간을 의식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도 이미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덧. 출판사가 시공사인 걸 늦게 알았다. 반성한다.

2008-02-07

설날이 좋은 이유 하나 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민속의 날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던 설날입니다.
그때는 높으신 분들이 신정을 쇠야 한다며 구박을 많이 했지요.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며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신정은 시간의 표준으로 쓰이는 서양 달력에서
단순히 해가 바뀌었다는 약속만 있을 뿐
정이 묻어나는 고향의 굴뚝 연기는 보이질 않습니다.
설날에 떡국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 것 같고
그제야 세월이 흘러간 걸 느낍니다.

제곱미터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몇 평이라고 해야 감이 오고
정육점에서 한 근, 두 근이라고 자연스럽게 나오듯이
설날도 그렇게 우리에게 징그럽게 녹아 있습니다.

예전에는 추석과 더불어 쌀밥을 먹을 수 있는 날이었고
먼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도 지내고 덕담도 나누며
조상님의 은덕을 감사히 여기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운이 좋으면 설빔이라는 때때옷을 입을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요즘이야 옛날 같은 분위기가 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설날을 대놓고 싫어하는 사람이야 있겠어요.

우리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소원을 빌고 새로운 결심을 합니다.
그런데 결심은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잊힐 때쯤 설날은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 같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하렴.
인생은 연습이 없지만 그동안은 연습했다고 생각하렴.
신정 때 한 결심이 흐지부지됐으면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설날 아침에 하늘은 조용히 만회할 기회를 줍니다.

설날은 새로운 출발을 다시 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런 설날이 있어 한 번 더 좋아하게 됩니다.

올해도 건강하시고 소원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2008-02-02

우리들 곁에 있는 신


물고기 입 속에 어린 물고기가 보인다. 아기 물고기는 세상 밖을 호기심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것 같다. 아프리카 시클리드는 새끼를 입 속에서 부화시키고 기른다. 이런 습성을 '입 속 알 품기(mouth-brooding)'라 부른다. 아프리카 담수어 시클리드 수컷이 알을 수정시키면 암컷은 재빨리 알들을 입안에 삼키며 볼에 있는 '주머니'속에 3주 정도 보관한다. 알이 부화하여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을 때까지 어미는 먹이를 먹지 않고 기다린다. 어린 새끼는 물속을 헤엄치다가도 위협을 느끼면 다시 어미의 입속으로 피신하기도 한다. '입속 알 품기' 습성은 새끼를 보호하고 번식 가능성을 높이는데 효율적인 방법으로 평가된다. (팝뉴스 김경훈 기자)


1월 20일 광주 동부소방서에 따르면 19일 오후 3시 30분께 광주 동구 산수동 장원초등학교 쓰레기장 주변 낙엽더미에서 유기견 한 마리와 강아지 5마리를 구조했다. 유기견은 자신의 목을 죄고 있는 목줄에 살이 썩어가도 강아지 5마리를 낙엽으로 만든 집에서 혼신을 다해 키워오다 119 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치료를 받아 감동을 주고 있다. (이형주 기자 newsis.com)


1945년 일본 나가사키(長崎), 원폭 투하로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어도 모성애는 살아있었다. 처절한 절망 속에서도 젖을 물리며 희망의 불씨를 살려가는 모정은 위대하고 아름답다. (세계일보 20070516 정성길 제공, 계명대 동산의료원 명예박물관장)

신은 도처에 가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들을 만들었습니다.
날개가 보이지 않아서 혹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잊고 있던 이름.
어머니.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어머니의 마음뿐입니다.
한없이 사랑한다는 말로도 그 마음을 갚을 수 없겠지요.
점점 행복해지는 날들을 못난 자식이 훼방 놓고 있지는 않은지요?
다시 하늘로 돌아가기 전, 순간이라도 행복했던 기억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