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31

가의도와 몽돌

십여 년 전 회사에서 나오는 추석 선물 중 낚싯대를 골랐다. 선물이 다 고만고만해서 바다낚시라도 배워 볼 요량으로 덥석 선택을 했다. 그때까지도 별다른 취미가 없었고 눈앞이 바닷가인데도 서울 사람 남산 가는 횟수만큼도 가보질 않았다.

마침 옆자리에 부산 바닷가 출신으로 예닐곱 살 위인 동료분이 있어 월요일이면 주말에 낚시한 얘기를 종종하곤 했는데 그 영향이 컸는지 모른다. 삼대 거짓말이 노인네 일찍 죽고 싶다고 말하는 거와 처녀 시집가기 싫다는 얘기, 낚시꾼이 낚시한 얘기라고 하는 데 놓친 물고기는 모두가 팔뚝만 하다고 썰을 풀곤 했다.

낚싯대도 장만했으니 주말이면 부지런히 그 양반을 따라다녔다. 회 뜨는 솜씨도 일가견이 있어 물고기를 잡자마자 회 떠서 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그러던 차에 주말에 배를 타고 섬 낚시를 가게 된 곳이 가의도다. 가의도는 안면도 신진항에서 배로 한 시간 정도 가는데 그때 처음 배라는 걸 타보게 됐다.

가의도에 배를 대고 내렸는데 해변이 너무 예뻤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작고 소박하면서 물이 맑았다. 드레스 입은 그레이스 켈리가 아니라 봉숭아 물들인 옆집 순이 누이 같았다. 해변에는 동그스름한 돌들이 하나같이 앙증맞게 널려 있었다. 크기도 다양해서 타조 알만 한 것부터 메추리알만 한 것까지 다양했다.

아주 작은 섬이어서 언덕배기를 하나 넘으니 반대편 바닷가가 나타났다. 한나절 낚시를 했지만 초보 실력이라 그저 세월을 낚았지만 그 양반과 일행 덕분에 일품 회 맛은 볼 수 있었다.

오후에 뭍으로 나갈 시간이 돼서 다시 언덕을 넘어 처음 도착한 곳으로 돌아왔다. 배를 기다리며 아주 작은 해변을 거닐었는데 몽돌들이 너무 아기자기하게 보였다. 욕심이 나 몇 개를 주워 낚시 가방에 넣고 가의도를 나오게 됐다.

주워 온 몽돌은 책상 한구석에 놓고 두고두고 보다가 몇 해 전 이사를 하며 낚싯대와 함께 버렸다. 언제나 졸졸 따라다니면 낚시도 가르쳐주고 회도 떠주던 그 양반은 몹쓸 병 때문에 그 후 오래지 않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이삿짐을 꾸릴 때 몇 년 동안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낚싯대가 눈에 띄었고, 낚시를 함께 가 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무의미하게 보이던 차에 아예 정리해고를 해 버린 것이다.

그런 가의도가 기름유출로 만신창이가 됐다. 가의도 앞바다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 선박 사고지점이라고 한다. 바닷가 몽돌은 기름 범벅이 되었다. 작년 12월 7일 사고 발생 후 53일이 지난 엊그제서야 긴급 생계비가 지급되었다고 한다.

몽돌은 버리지 말고 챙겨둘 걸 하는 후회와 미련이 남는다.

덧.
동, 식물이나 자연석은 반출하면 안 됩니다. 쓰레기만 되가져 와야 합니다. 잘못했습니다.

2008-01-29

우정은 고독을 없애 주는 힘이다

친구에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처럼 여겨질 수 있다. 자신이 매우 좋아하고 늘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기분을 상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친구에게 반박함으로써 상처를 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다는 정당한 욕구를 어떻게 화해시킬 수 있을까?

우선 우정이 의미하는 바를 살펴보자.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은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친구가 있는 사람은 부자다."
"오래 된 친구는 가장 충실한 거울이다."
"친구 없이 사는 것은 아무 봐 주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죽는 것과 같다."

우정은 우리를 고독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힘이다. 또 여러 명의 친구를 갖는다는 것은 사교적인 능력을 인정받는 일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이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신을 가치있게 느낀다.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 보다 열린 태도를 갖게 된다.

우정에는 상호 신뢰와 연대 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따라서 서로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으며 서로 마음을 털어 놓으며 도울 수 있다. 친구가 아니라면 마음에 걸리는 문제를 누구에게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자동차가 고장나거나 강도를 당했을 때 그리고 실직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을 때, 자식이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때 그리고 병이 나거나 불행한 사건들이 갑자기 일어났을 때 관심을 가지고 귀기울여 들어주는 친구가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떤 문제를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려 할 때 친구들은 도움을 준다. 그들은 필요할 때 돌아보면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

오늘날은 전통적인 가족의 역할이 많이 무너지고, 친구들의 역할이 삶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부모 형제보다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경향이 있다.

우정은 안정감과 편안함, 기쁨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악용되는 면도 가지고 있다. 주기만 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받을 수 없을 때, 상호성과 상호 존중 대신에 상호 의존이 자리할 때 관계가 일그러질 수 있다. (209쪽)

나는 자신있게 NO라고 말한다/마리 아두/나선희 역/베텔스만 20010930 320쪽 8000원

2008-01-28

樂書 애무십육

세월
세월은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빨라진다.
세월은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핑 테스트를 해야 되는데 잡을 수가 없다.

사망
담배를 끊어야 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진 경우가 1망이요,
금주로 다른 사람을 사귀지 못하게 되면 2망,
각방을 쓰게 되면 3망이다.
이것들마저 통하지 않아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게 마지막 4망이라나.

인생
인생은 양념반 후라이드반
콜라는 서비스

엄청 쉬운 일과 엄청 어려운 일
못된 짓 따라하기와 잘 사는 게 최대의 복수

허기
습관.
혹은 굶으면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은 상대적 박탈주의에 대한 학습적 반동

애무십육
나는 애무하는 열여섯 가지 방법인 줄 알았다.

착시효과
북극점에 가면 커다란 꼬챙이가 비스듬히 처박혀 있을지도 모른다.
제주도는 부산 바로 밑에 있다.

2008-01-25

조직개편에 관한 몇 가지 단편들

1. 과장의 변천

신입사원 시절이던 90년대 초. '과장이 되면 펜대와 말을 놓는다'라고 했다. 회사에서 과장이 된다는 것은 노조에도 가입이 안 되고 사측에 속하게 된다. 과장이 되면 슬그머니 하대(下待)를 하며 펜대를 놓고, 앉아서 결재 도장만 찍는 걸 빗대서 하는 소리다. 과장이라는 직급부터 관리자라고 하였으며 실제 그랬다.

그런 과장이 바뀌게 된 것이 IMF 때다. 그 무렵부터 몇 년간 신입사원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그전에는 과장이 되면 적어도 부하직원이 분대 병력은 됐는데 그놈의 IMF 덕분에 나 홀로 과장들이 늘어났다. 후임자가 없으니 하던 일에 관리자라는 타이틀만 붙게 됐다. 관리자가 왜 그 모양이냐는 핀잔에다 담당자가 그것도 모르느냐는 질책까지 더해지게 됐다. 그 후로 쭈~욱 과장은 점점 말단이 돼가고 있다.

부장은 어떠냐고? 과장이 그럴진대 부장은 오죽 하려고. 업무시간에 신문 보는 부장들이 사라졌다. 인터넷으로 주식하고 있는지는 모니터가 안 보여 모르겠다. 다만 위안을 삼는 것이 아직 안 잘리고 월급을 받고 있다는 거.

2. 조직개편은 무식한 놈이 한다.

조직개편은 그 조직을 전혀 모르거나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 주도한다. 한마디로 무식한 놈이 칼을 빼들고 조직을 수술한다. 조직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에게 시키면 백이면 백 모두 용두사미로 끝난다. 조직을 이리 붙였다 저리 붙였다 하다 보면 분명히 중복되는 자리가 생기게 마련. 그 자리는 틀림없이 과장이거나 부장 자리다. 임원은 임시직원이므로 패스. 자리를 하나 없애야 하는데 김 과장을 자르자니 엊그제 얻어먹은 폭탄주가 걸리고, 박 과장을 자르자니 일요일에 골프를 같이 쳤으니 그럴 수 없고. 이리저리 고민하다 두루뭉술한 개편안이 나오게 된다.

산전수전 다 겪은 사장이라는 사람은 수술하려는 조직과는 전혀 상관없는 제3의 사내 인물이나 외부 컨설팅 업체에 조직개편을 맡기게 된다. 그들은 실사를 하는 둥 마는 둥 몇 번 보이다가 떡하니 조직개편안을 내놓는다. 개편안에는 김 과장, 박 과장뿐만 아니라 폭탄주 먹고 골프 같이 쳤던 당신도 해당이 된다.

그들은 당신이 속한 조직의 구성원들을 속속들이 모른다. 모르는 만큼 아주 냉정하고 이해관계가 없는 개편안을 내놓는다. 무식한 만큼 정말 합리적인 조직개편안은 내부 반발을 불러온다. 조직개편에 정답은 없지만 내부 반발이 클수록 정답에 가깝다. 반발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폭넓게 조목조목 손을 봤다는 걸 뜻하니까.

3. 조직개편에 WIN-WIN은 없다.

WIN-WIN, 상생(相生). 좋은 말이다. 그러나 세상 일에 윈윈은 없다. 다만 51:49는 존재한다.

조직개편의 목적은 효율화, 합리화, 스피드, 선진화 등등으로 포장된다. 소프트웨어 측면을 강조하는 말이다. 목적 달성은 더 두고 봐야 한다

조직개편의 단기적 효과는 당장 인력감축으로 나타난다. 인력감축 없는 조직개편은 윈도우 비스타를 286 도스 컴퓨터에 깔려는 꼴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하드웨어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나타낸다. 영역표시(자리, 위치, 권한)한 나와바리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거나 줄어들거나 바뀌게 되면 불편하고 번거롭고 습관을 바꿔야 하니 무조건 반사를 하게 된다.

다만 51:49 중 51이 살아남게 돼 있기 때문에 49는 당연히 감축되게 돼 있다. 51도 살고 49도 살아나는 WIN-WIN이 아니라 51도 살고 조직도 사는 상생이 될 뿐.

혹 내부 반발이 거센 조직개편을 아주 성공적으로 해냈다면 그 사람은 다른 조직으로 이동하거나 승진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잘릴 확률이 더 높다. 51%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이 공연히 생긴 말이 아니다.

4. 샐러리맨은 정신없이 바쁘다.

기업은 일하는 곳이다. 최적의 일이라는 것을 바탕에 깔고 해마다 이벤트를 한다. 90년 초에는 5S 운동, QC 활동. 90년 중반에는 TPM. 요즘은 6-Sigma.

혹은 무슨 경영혁신 운동이니 하면서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한눈을 팔지 못하게 한다. 좋게 생각하면 정량적인 목표를 정해놓고 한 방향으로 달려가게 하는 것이고, 다른 한 편으로 보면 잡생각 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라는 말이다. 요즘은 6-Sigma가 유행하지만 이것이 시들해질 때쯤 또 다른 것이 등장할 것이다.

샐러리맨은 일만 가지고 평가받지 않는다. 일만 열심히 했다고 칭찬받지 못한다. 일만 열심히 하면 월급은 받을지언정 보너스는 절대 못 받는다. 일은 이미 100점이라고 치고 이벤트를 얼마나 잘했느냐로 평가한다. 샐러리맨은 그래서 정신없이 바쁘다.

국가적으로 가장 훌륭한 이벤트는 박통이 만들었고 달성했다. 100억불 수출 1000불 소득,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전자는 뚜렷한 정량적인 목표를 정하고 산업적으로 성공했다. 후자는 정성적인 목표를 가지고 장기간에 걸쳐 정신적으로 추진했다. 조직개편이 이벤트를 위한 준비운동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2008-01-22

100-나이 법칙

미국 공공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낸시 펄'이라는 여성은 읽은 만한 책을 판별하는 방법으로 '100-나이의 법칙'을 만들었네요. 100에서 자기 나이를 뺀 숫자만큼 책을 읽어 보고 끝까지 읽어 볼 책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라는 것이랍니다.나이가 있는 사람은 책을 적게 읽어 보고 나이가 적은 이들은 더 많이 읽어 보고 끝까지 읽을 책인지를 판단하라는 말로 여기에는 경험이나 연륜이 많은 작용을 한다는 게지요.

이것이 투자에도 적용되어 100에서 나이 숫자만큼 빼고서 나온 숫자의 비율만큼 위험성은 높지만 수익성이 높은 곳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안정성 위주로 투자하라는군요.젊을수록 수익률이 높은 곳에 투자하고 나이가 들수록 안전한 곳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지요.

이것을 변화에 적용하면 어떨까요?

100에서 나이만큼 뺀 숫자는 변화에 가깝고 나머지는 안정에 가깝지 않을까요? 나이가 들수록 안정을 지향하고 변화를 두려워하지요. 반면에 젊을수록 도전적이고 변화를 추구합니다. 100이라는 숫자가 크다면 한국인 평균 연령인 75를 적용하면 얼추 맞아떨어지는 것도 같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꿈을 잊어버리고 사는 건가 봅니다. 꿈을 잊어버린다는 표현이 거시기하다면 접었다든지, 잊었다든지, 포기했다든지 등등 많은 핑곗거리가 있겠지만 중요한 건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하물며 어느새 그 꿈이 무엇이었나 곰곰이 생각해 봐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나이를 처먹는다는 게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을 꿈을 꾸다 이제는 코끼리보다 더 큰 냉장고를 사려고 아등바등 하지나 않는지 모르겠네요. 코끼리를 넣는다는 생각은 까마득히 잊은 채.

세월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말입니다.

2008-01-20

서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

매일경제

막강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도 손 못 댄 것이 있다. 조직개편을 했어도 부처 이름을 짧고 알기 쉽게 바꾸질 못해 길어졌다. 약칭으로 부르면 이상한 이름도 생겼다. 실용정부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속내는 그것이 아니다. 흡수되거나 폐지되는 부서의 이해관계자들을 달래려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겼다. 청사를 놓고 먼저 차지하려고 기싸움도 벌인다고 한다.
서슬 퍼런 대통령의 한계이자 철밥통 공무원의 힘이다.

서수한무 거북이와두루미 삼천갑자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 센타 워리워리 쎄뿌리깡 무두셀라 구르미 하리케인에 담벼락 서생원에 고양이 바둑이는 돌돌이......
라는 이름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국민은 그 이름을 부르다 죽을지도 모른다. 혹은 그 반대이거나.

2008-01-13

우리 모두는 가족

당신의 부모님이 초(秒)와 심지어 나노초까지 정확한 바로 그 순간에 결합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지금 이곳에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들의 부모님들이 정확하게 시각을 맞추어 결합하지 않았더라면, 역시 당신은 지금 이곳에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부모와, 다시 그 이전의 부모들이......결합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이곳에 없었을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보면, 조상에 대한 빚은 빠르게 쌓여가게 된다. 8대 정도를 거슬러올라가서 찰스 다윈과 에이브러햄 링컨이 태어난 시절로 돌아가면, 당신의 존재를 결정한 사람들의 결합에 참여한 선조의 수는 250명이 넘게 된다. 셰익스피어와 메이플라워호에 오른 청교도의 시대로 거슬러올라가면, 당신의 몸 속에 가지고 있는 유전 정보를 전해준 선조의 수는 16,384명에 이르게 된다.

20대를 올라가면, 당신의 출생에 기여한 사람의 수는 1,048,576명이 된다. 그보다 5세대를 더 올라가면 무려 33,554,432명의 남자와 여자가 헌신적으로 결합한 덕분에 당신이 존재하게 되었다. 30대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당신 선조의 총 수는 10억 명을 넘는 1,073,741,824명이나 된다. 이들은 모두가 사촌이나 삼촌이 아니라 별 수 없이 당신의 직계 선조들이다. 로마인들이 살던 64대 전으로 거슬러올라가면, 당신의 존재를 결정하는 데에 참여했던 사람의 수는 지금까지 지구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의 수를 합친 것 보다 몇 천배가 넘는 10의 18 제곱 명이나 된다.

우리 산수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해답은 당신의 가계(家系)가 순수하지 않다는 것이다. 약간의 근친상간이 없었더라면 당신은 도대체 지금 이곳에 있을 수가 없었다. 사실 유전적으로는 상당히 멀어져 있지만 그런 일은 상당히 많았다. 당신의 선조의 수가 수백만 명에 이른다면, 외가의 선조 중에 누군가가 친가의 선조 중에 누군가와 함께 자손을 얻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사실 지금 현재, 같은 민족이나 국가에 속하는 사람과 사귀고 있다면,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인척관계에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사실 버스나 공원이나 카페나 또는 사람이 많은 곳을 둘러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친척일 가능성이 높다. 글자 그대로 우리 모두는 가족인 셈이다. (418쪽)

거의 모든 것의 역사/빌 브라이슨/이덕환 역/까치 20031201 558쪽 23000원

2008-01-10

토정비결

올해의 운세는 유월 염천에 한가히 높은 정자에 눕는 듯한 좋은 운세입니다. 또한 구름이 걷히고 달이 밝은 천지처럼 근심거리가 사라지고 밝고 기쁜 일이 생길 운입니다. 동녘의 정원에는 때를 만나 꽃이 피듯 복락이 꽃처럼 피어날 것입니다. 생각지 않았던 일로 우연히 성공하게 되니 재물이 들어오고 이름을 사방에 떨치게 되어 몸과 마음이 기쁠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이와 같이 이름을 날리게 되는 관록이 아니 생기면 구설도 있고 상복도 입을 수 있으니 운세가 뒤바뀌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금년의 운수는 대체로 일신이 편안하여 풍류와 낭만을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따뜻한 봄 연못 물에 물고기가 활개 치듯 당신은 좋은 환경에서 즐기게 될 것입니다. 하는 일이 뜻과 같이 이루어지므로 천지가 명랑하고 의기가 양양할 것입니다. - 나무의 무자년 토정비결

토정비결은 보셨나요?

해가 바뀌면 올해 운세는 어떤가 하고 심심풀이 땅콩 삼아 보곤 하지요. 길운이라 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흉운이라 하면 조심하게 되면서 말이죠.

토정비결은 조선 중세 이지함이라는 양반이 만들었다지요. 일 년 열두 달 신수를 보는 책을 만들자 그 정확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답니다. 그야말로 족집게였다는 군요.

소문이 나 널리 퍼지게 됐고 모든 백성은 정초에 토정비결을 보기 시작했답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토정비결을 보고 그 해 운이 좋다는 백성은 일을 하지 않아도 운이 좋을 것이니 생업에 전념할 필요가 없어졌지요. 반대로 운이 나쁠 것이라는 백성은 뼈 빠지게 일해도 돌아올 운이 나쁘니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어졌지요. 이래저래 백성들은 토정비결만 보고 놀고먹기 시작했답니다.

조정에서는 큰일이 났습니다. 백성들이 토정비결에 빠져 일 할 생각은 안 하고 모두 놀고먹으니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던 게지요. 해서 특단의 조치를 내리기로 했습니다.

- 팔도에 널려 있는 토정비결 책을 모두 거두어들여 불태워 버려라.

그리하여 조선 팔도에 있는 토정비결 필사본을 하나도 남김없이 거두어 한양 저잣거리에 쌓아 놓고 불을 질러 버렸답니다. 많은 백성들은 불타는 토정비결을 보며 아쉬워했지요.

책들이 다 타버릴 때쯤 누군가 절반쯤 탄 토정비결 하나를 슬쩍했답니다.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했지요. 그렇게 해서 영원히 사라질뻔한 토정비결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는군요.

다만, 족집게 같은 토정비결이 절반쯤 타 없어졌기 때문에 요즘 토정비결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답니다. 믿거나 말거나.^^

2008-01-07

인생 매뉴얼을 구합니다

인생 매뉴얼을 구합니다.
전자제품을 사도 매뉴얼을 읽어 보질 않는 사람이 인생 매뉴얼을 구합니다.

공자 왈 맹자 왈 읊조리며 상투를 틀고 상체를 흔들거리며 있어야 하나요.
삼대가 먹고살 돈이 사랑채에 한 아름 있어 쌀 걱정을 않아야 하나요.
홀로 독야청청 살겠다며 깊은 산속에 움막을 짓고 생식을 해야 하나요.
득도의 기쁨을 널리 알리려 속세를 떠나 중생에게 썰(說)을 풀어야 하나요.
법대로 사는 것도 모자라 지랄 비틀어지게 도덕적으로 살아야 하나요.
삼시세끼 거르지 않고 오순도순 웃으며 사는 게 장땡인가요.

인생 매뉴얼은 없나요?
살다가 이것이 앞에 부딪히면 저렇게 하라는 매뉴얼은 없나요.
내가 정도를 걷고 있다는 확증을 보여 줄 매뉴얼은 없나요.
당신은 이렇게 살면 안 돼 라고 쏘아붙일 물증은 어디 있나요.
너는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물으면 아니야 이것 좀 봐 라고 보여줄 지도는 없나요.

아니야 당신은 예외조항이야
무슨 소리 당신이 벗어났어
이런 소리 할 수 없게 딱 펼치면 명명백백하게 시시비비를 가를 수 있는 매뉴얼 없나요.

공짜로 주는 매뉴얼도 읽지 않는 중생이 떠듭니다.
인생 매뉴얼이 있으면 행복할까요?
어디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