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31

Adieu! 2008


여태 추억하는 것과
그만큼 지워진 모든 것은
모두 행복하길 빌며...
Adieu! 2008

2008-12-30

개와 국개의원의 닮은 점과 다른 점


1. 닮은 점

개는 주인을 닮는다.
국개의원은 국민을 닮는다.

개는 사료가 아쉬우면 꼬리를 흔든다.
국개의원은 표가 아쉬우면 고개를 숙인다.

개는 낯선 개를 보면 짖는다.
국개의원은 낯선 의원을 보면 짖는다.


2. 다른 점

주인은 개가 싼 똥을 치우지만
국민은 국개의원이 싼 똥을 먹는다.

2008-12-21

고고70


가카!
이제 미니스커트와 장발만 단속하시면 됩니다.

가카!
이제 미네르바와 인터넷만 잡으면 됩니다.

자꾸 오버랩된다.

애국가 울리는 극장에서 일어나고 싶지 않을 뿐이고
애국가 울리는 거리에서 걸음을 멈추며 거수경례를 하고 싶지 않을 뿐이고
애국가 울리는 테레비에서 땡전늬우스를 듣고 싶지 않을 뿐이고
사이렌 울리는 세상에서 커튼으로 창문을 가리고 싶지 않을 뿐이다.

가카(脚下)가 가카(閣下)가 되고 싶은 세상에 살고 있다.

그 시절인가, 지금 이 시절인가?
영화 본 뒷맛이 씁쓸하지만
그나마 미미가 있어 위로가 된다.

2008-12-20

내리사랑

어무이 아부지보다
나이를 더 먹은 자식은 없다
이 사실이 뒤집어지지 않는 한
사랑은 내리사랑이고
끝내 나는 불효자다

어무이 아부지보다
밥을 더 먹는 자식은 있다
이 사실이 없어지지 않는 한
사랑은 내리사랑이고
그제서야 나는 웁니다

2008-12-19

조삼모사 공화국

연말정산에서 갑근세를 돌려받으면
13월의 월급이라고 하지만
그 비밀을 하나 알려줄까?
매달 갑근세를 쪼매 더 띤다는 사실은 몰랐을 게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13월에 월급을 반납해야 하기 땜시
아예 미리 조금씩 더 걷고 있다는 것이다.
그걸 모르는 이들은
13월의 월급을 받고 희희낙락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대해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다.
유가환급금으로 민심을 사고 있다.
종부세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당장 떨어지는 현찰에 누군들 즐겁지 아니하랴.

4대강 정비사업인지 대운하 기초공사인지는 모르지만
대부분의 궁민(窮民 )은 관심 없다.
왜 그럴까?
2mb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한다.
정치적 위기 때마다 국내외적으로 대형 사고가 터져
악재를 덮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국발 금융쇼크는
국민 대부분을 먹고살 궁리만 하게 만들었다.
그중 몇몇은 삽질하는 소리가 어서 들리길 기둘리고 있고.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 초반에 이런 묘사가 나온다.
주인공 김상헌이 남한산성에 들고자 강을 건널 때
사공이 청나라 사람도 건네준 걸 알게 된다.
사공이 조선 사람을 건네던 청나라 사람을 건네던
먹고살기 위해 한 짓인 걸 알지만
김상헌은 강을 건너 내리며
그 사공을 칼로 내리치고 만다.
울면서.

세상은 그런 것이고
백성 또한 그런 것이다.

그저 국방부 시계만 돌아가길 기다리는
군바리의 심정으로
마치 변비의 고통처럼
그렇게 버텨야 한다.
알아야 할 것은
변비엔 아락실이 있지만
시방은 세월이 약이라는 사실이다.

다만,
우리가 기도해야 할 것은
제발 살살 삽질을 하시라고
무시로 아멘을 외쳐야 한다.

덧.
C8! 오늘이 당선 1주년 되는 날이란다.

2008-12-17

Love is

Love is...

내 소중한 것을 놓아버리지 못할 바에는
그냥 물들어 가자.
평범한 사랑은
근묵자흑(近墨者黑) 혹은 묵자비염(墨子悲染)
둘 중 하나는 되겠지...
Love is...
die or dye

2008-12-15

사랑은 버리는 것

1. Marine Wedding


신랑인 타이 지겔(Ty Ziegel, 1982년생)은 이라크에서 자살폭탄의 공격을 받아 얼굴이 녹아내렸고 열아홉 번의 수술을 받았다. 신부 르네 클라인(Renee Klein, 1985년생)은 어린 시절부터 사랑을 약속한 연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 Romance of the Century


미국 출신에 두 번의 이혼 경험이 있는 심프슨(Wallis Warfield Simpson, 18960619 ~ 19860424) 부인과 결혼하기 위해 "나는 사랑하는 여인의 도움과 지지 없이는 왕으로서의 의무를 다할 수 없고 그 무거운 책임을 짊어질 수도 없음을 알았다."라는 요지의 하야 연설을 하고 왕으로서의 자리(19360120 ~ 19361211)를 포기하다. 그리하여 에드워드 8세(Edward VIII, 18940623 ~ 19720528)에서 윈저 공(Duke of Windsor)으로 신분을 바꾸다. 스스로 물러난 최초의 영국 왕이 되다.

사랑은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란 돌진해 오는 황소와 맞서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소중한 것을 놓아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희생이나 동정 같이 베푸는 것이 아니라
여태까지 지니고 있던 나를 버리는 게다.
이메일로 시도때도 없이 툭 던지는 편지가 아니라
밤새 썼던 연서를 자고 일어나 구겨버리는 것 같이.
그 후로도 오랫동안...

2008-12-14

바닥과 출발점


주식이 바닥이면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죠. 재테크에 문외한인지라 시름 거리가 하나 없는 셈입니다. 그렇지만 요즘 전광판에 들어온 파란 불빛을 보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한숨으로 땅이 꺼질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내려간 종목은 파란색으로 표시되고, 올라간 종목은 빨간색으로 표시됩니다. 단순무식하게 생각하면 올라간 종목이 파란색이 되어야 하고, 떨어진 종목이 빨간색이 되어야 맞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주식이 오르면 욕심이 늘어날 것을 경고하는 의미에서 빨간색을 쓰고 반대로 기약 없이 떨어지는 주식을 보면서 희망을 잃지 말라고 푸른색을 사용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직도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아있네 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애초에 빈 컵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내 출발점이 그곳이라는 말씀입니다. 시방은 바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출발점에 서 있다고 생각하렵니다.

바닥이라고 하면 추락했다는 기분이 들지만 출발점이라고 하면 상승할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덧.
오늘은 허그데이라고 하네요.
"추운 겨울날 연인끼리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 감싸주는 따뜻한 날"이랍니다.

2008-12-12

MB, 드디어 쇼당을 외치다

MB가 취임 후 받은 월급 전액을 매달 불우이웃돕기에 조용히 써온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고 하네요. 매달 평균 약 1천400만 원의 월급을 받고 있으며, 9개월간 전달한 기부액은 모두 1억 2천여만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조용한 기부(?)를 접한 누리꾼들의 의견도 다양합니다만 두 갈래로 나누어진 것 같습니다. 기부 자체는 좋은 일이며 칭찬할 것은 칭찬하자는 것과 재산헌납 약속이나 지키라는 것으로 나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기부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조용한 기부를 하고 있었으면 퇴임 때 자연스레 알려지는 게 더 좋은 모습이 아니었나 합니다. 더군다나 대통령 판공비가 얼마인지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국무총리가 연봉의 8배 정도 된다고 하니 차라리 대통령 판공비를 줄이는 게 MBnomics에 들어맞지 않을까 합니다. 또 연말에 기사화된 모습이 세련돼 보이지도 않고요.

"약속을 지키는 것뿐"이라면서 "숙식을 모두 청와대에서 해결하는 데다 나라에 봉사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내놓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반문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재산헌납 약속을 먼저 지키는 게 순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공약도 안 지키는 양반이 조용한 기부를 한다는 것에 쌍시옷이 나오는 소리를 내뱉으려는 순간, MB가 되묻더군요.

"그럼 대운하 공약은?"

재산헌납 공약은 지키라면서 왜 대운하 공약은 못하게 하느냐며 들고 있던 패를 내려놓고 쇼당을 외치더군요.

"공약을 지키라고요. 알았습니다. 재산헌납 공약도 지키고 대운하 공약도 지키겠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쇼당을 걸었으니 MB는 이제 손해 보는 일이 없습니다. 판이 나가리가 되든지 아니면 누군가 독박을 쓸 테니까요. 고스톱을 치다 보면 종종 쇼당이라는 상황이 나오곤 하는데 웬만한 자신감이 없으면 그 판은 대부분 나가리가 될 공산이 크더군요. 그리고 다음 판은 자연스럽게 배판이 되고요.

쇼당을 외친 사람은 광을 팔 수도 있지만, 나가리 판에서 광도 못 팔고 지켜보던 이는 두 배로 판돈을 날릴 수도 있답니다.

2008-12-09

민들레영토에 핀 사랑

1.
내가 생각하는 천재란, 모차르트나 아인슈타인 같은 사람이 아니다. 어떤 사람이 어린 시절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지금도 두려움 없이 하고 있다면 바로 그가 천재이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는 지혜와, 그것에 몸을 던질 수 있는 용기를 갖춘 자가 천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21쪽)

2.
아나톨 프랑스의 '광대와 신부'에서 나오는 광대처럼, 지금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선물이란 그런 것이다. 비싸고 귀한 것만이 선물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것은 뇌물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참다운 선물은 가장 소중한 것을 주는 것이다. 때로는 줄 수 없는 것마저도...... (27쪽)

3.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나라도 이제는 많이 발전했어. 옛날에는 조금만 걷다보면 동냥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사람들이 많이 줄었잖아?"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나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불행한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든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그런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도록 놔두지 않을 따름이다. (49쪽)

4.
어렵고 힘든 사랑 때문에 고통받는 괴로운 젊은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 사랑은 그 자체로 행복한 것이라고. 사랑 때문에 받는 고통은, 사랑했기에 얻는 즐거움과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지혜를 얻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이다. (66쪽)

5.
내가 다가오기를 갈구하는 세상은 아주 단순하다. 다음에 말하는 세 가지만 없어지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행도 소외도 없는 평화와 행복이 충만한 세상이 되리라고 믿는다.

첫 번째는, 병원이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두 번째는, 법원이 없는 세상이다. 인간이 인간을 단죄해야 하는 세상은 얼마나 불행한가. 누구나 선량한 심성으로 살아가는 세상, 그런 범죄가 없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신이 날까.

마지막 세 번째는, 종교가 없는 세상이다. 종교의 가르침이나 규율이 없더라도 너끈히 유지되는 사회, 종교란 울타리가 없어도 사람들이 얼마든지 방황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도덕이 튼튼하게 서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111쪽)

6.
Human이즘, 休머니즘, 휴Money즘

민들레영토가 추구하는 'Human이즘'은 인간 혹은 사랑을 뜻한다.
두 번째 '休머니즘'은 카페 본래의 휴식, 쉼을 의미한다.
그리고 '휴Money즘'은 'Money'가 말하는 것처럼 돈 혹은 부(富), 경영이나 성공을 뜻한다. (189쪽)

7.
역설적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생각에 따라 수많은 직업들이 떠오를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한 사람은 우리가 '철가방'이라고 부르는 중국음식점 배달원이라고 생각한다.

재벌 회장이 없어도 회사는 잘 운영된다. 이미 한 개인에게 매달리지 않을 만큼 조직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신문지상에 매일같이 얼굴을 내미는 정치인이 없어도 우리 나라는 끄덕없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마치 조국과 민족의 반석인 양 말하지만, 우리 사회는 정치인들이 없다고 해도 이상 없이 굴러갈 만큼 탄탄한 사회이다.

하지만 '철가방'이 없다고 생각해 보라. 건설 현장의 인부들은 어떻게 밥을 먹을까? 이사하는 사람들은 허기진 배를 어떻게 채울까?

배달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우리 사회는 당장 마비될 것이다. 배달하는 사람은 우리 몸의 피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227쪽)

8.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아내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일 것이고, 그런 사람에게는 이윤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윤을 많이 내면 장사하는 사람에게 더 이상 요구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사업하는 사람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소비자를 따라가지보다는 소비자를 이끄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전문성과 과학성 그리고 프로근성일 것이다.

기업가라 불려지는 사람은 시야를 넓게 갖고 구조적인 경제에너지를 사회에 불어넣는 전문 사업가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야국심과 인간에 대한 깊은 존경심일 것이다. 한 사회에 선생이라 불려질 수 있는 창조적인 인물일 것이다. 우리 나라에 이런 기업가와 사업가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는 세 가지 부류 중 어디에 속할까. (245쪽)

9.
볕이 좋은 오후면 사람들을 만나 차 한 잔, 술 한 잔 하면서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는 인색과 절망을 털어내고 싶다. 인색과 절망이 있던 자리에 좋아하는 사람들로부터 받은 사랑이 채워지기를 소망한다. 우리가 마지막까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힘과 희망은 사랑과 여유 있는 마음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자꾸만 내 영혼이 나를 일깨워준다. (287쪽)

민들레영토에 핀 사랑/지승룡/골든북 20010930 295쪽 8500원

나는 민들레영토라는 곳에 가 본 적이 없다.
다만, 그 소문은 들어봤던 것 같다.
목자의 삶을 살다 다시 세속으로 나온 지은이가 걸어온 길이 평범하지는 않았고,
그 뒷얘기가 어떤 것이 있는지 모르지만 책에 나오는 구절대로라면
일부러 민들레영토를 찾아가 차를 마시고 싶다.

2008-12-08

등대


등대는 벌건 대낮에 불을 밝히지는 않는다.
갈매기마저 나오지 않는 밤에 불을 밝힌다.
그런 사람이 한 번이라도 되고 싶다.

2008-12-06

수주 영업 활성화의 6가지 성공 포인트

[출처] LG경제연구원 「수주 영업 활성화의 6가지 성공 포인트」 감덕식 (20030430)

수주 산업은 수주로부터 사업이 시작된다. 이 첫 단추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수주 산업, 영업 활성화의 성공 포인트를 살펴보자.

최근과 같이 국내외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 많은 사람들은 중요한 의사 결정을 미루려고 한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사지 않으려 하고, 필요한 물건이라도 되도록 나중에 사려 한다. 만약 몇년 뒤에 꼭 필요하긴 한데 가격이 상당히 높고, 지금 계약 하더라도 몇년 뒤에나 받을 수 있는 물건이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경우 의사 결정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되도록 주위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된 다음으로 결정하길 원할 것이다. 이런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을까 싶지만 건물, 다리, 플랜트, 선박, 전투기 등은 실제 주문을 받은 후 몇 년 뒤에 제품이나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렇게 주문에 의해 생산되고 장기간에 걸쳐 생산, 납품되는 제품이나 서비스들로 구성된 산업을 수주 산업이라고 한다. 수주 산업에 있어 핵심이 되는 영업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성공 포인트를 살펴 보도록 하자.

2008-11-18

만추

가을은 세월을
원심분리시킨다

세상에 난 걸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고 사는
존재가 있으랴마는

잎사귀 홀랑 떨어진 나무
그 사람을 기다리는 배
새순 들고 올 그이를 그리며
다시 봄을 꿈꾼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봄날은 어여 온다

2008-11-16

권력교육헌장 선포 서둘러야


1.
유럽의 유명한 전자제품 전시회장. 전화기 발전 과정을 보여주는 한 부스에서 한국인, 독일인, 미국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미국인 : 이 전화기는 벨소리가 좋죠. 전화기는 우리 미쿡 사람이 제일 처음 만들었습니다.
- 독일인 : 그렇지만 독일에선 300년도 넘은 한 무덤에서 구리선이 발견됐습니다. 이건 무얼 뜻할까요? 그렇죠. 그때 이미 전화기를 쓰고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한국인이 말했다.
- 한국엔 천 년도 넘은 왕릉이 있는데 구리선은커녕 아무것도 나오질 않았습니다.
이 말을 들은 미국인과 독일인이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순간 한마디 덧붙인다.
- 우리 조상들은 이미 천 년 전에 무선 전화기를 사용했다는 증거입니다.
미국인과 독일인은 뒤로 쓰러진다. U win!

2.
만수무강[萬壽無疆] 수명이 끝이 없음 (장수를 빌 때 쓰는 말)
만수무강[萬洙無姜] 만수는 강씨 족보에서 지웠음 (10년 전에 지웠어야 함)
이심전심[以心傳心] 마음과 마음으로 뜻을 전함
이심전심[李心全深] 이XX 마음만 심각하지 않고 전국민이 심각한 세상
미국만세[美國萬歲] 제 44대 대통령으로 젊은 흑인을 선택한 미국 사람들이 지르는 환호성
미국만세[謎國萬稅] 미네르바는 유언비어라며 국가에서 침묵을 명 받았고, 만수는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종부세에 올인했다.

3.
요즘 보면 조선시대 당파싸움이 더 나은 정치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해. 적어도 조상들은 목숨을 내놓고 정치를 했거든. 지금은 정치를 하거나 공직에 앉아있는 건 모두 해바라기나 박쥐들이야. 그것도 씨 없는 해바라기와 정의롭지 못한 배트맨 꼬락서니를 하고서 미국이 만세를 부른다고 따라서 미국 만세를 부르고 있는 개념 없는 분들이 쥐.

4.
우리 조상은 천 년 전에 무선전화기를 사용(?)했을 뿐이고, 윗 어르신들에게는 만수무강을 빌었을 뿐이고, 백성들과는 이심전심으로 통하려고 애썼을 뿐이고, 관직에 나가면 목숨 걸고 정치를 했을 뿐이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리지는 못할망정 묻어버리진 말자.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워야 했던 궁민(窮民)은 외우면서 그 뜻을 깨달은 바, 이제는 높으신 분들에게 권력교육헌장을 만들어 달달 외우게 할 때다. 바삐 시작해야 한다. 그 뜻을 깨닫기까지 적어도 한 세대는 걸리거든.

마지막 마무리는 이 구절이 참 적절하겠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2008-11-12

사랑하며 삽시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을 칠십오년이라고 하고
일수로 계산하면 이만칠천사백일 밖에 안됩니다.
새털같이 많은 줄 아셨죠?
하루에 일원씩 저금통에 넣으며 평생을 저금해도
삼만원도 안됩니다.

절반을 뚝 자르면 일만삼천칠백일입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이도 있을 테고,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많은 이도 있겠지요.

전자는 살아온 날이 더 적어 한숨을 쉬기도 하고,
후자는 살아갈 날이 더 적어 슬프기도 하겠지요.

전자는 살아갈 날이 더 많아 힘들어하기도 하고,
후자는 살아온 날이 더 많아 후회스럽기도 하겠지요.

하루에 일원씩 저금하며 점점 삼만원에 가까워질수록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길게 생각할 거 뭐 있나요.
그중에 삼분의 일은 디비져 자는데 써버리고,
삼분의 일은 먹고살기 위해 돈을 버는데 바치고 나면,
정작 우리가 사랑하며 살아갈 날은 만원어치도 안됩니다.

살아온 날도 살아갈 날도 며칠 되지도 않는데
아웅다웅 싸우며 살면 아쉽지 않나요?
그냥 무턱대고 사랑하며 삽시다.

2008-11-06

살아있는 것이 성공이다

경마장에 가보셨나요? 햇살 좋은 날, 김밥이랑 사이다 싸들고 가족이나 연인과 가면 참 좋습니다. 천 원 이천 원씩 소액으로 배팅도 하다 보면 재미도 배가 됩니다. 여기까지는 과천 경마장에 갔을 때 얘기입니다.

시내 한복판에도 경마장이 많이 있습니다. 주말에 가면 입장권을 나눠주고 정원이 다 차면 입장을 시키지 않습니다. 한 건물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사고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랍니다. 그래서 조금 늦게 가면 입장을 못하는 수도 있습니다.

과천 경마장에는 경기를 즐기려고 온 사람들이 눈에 띄긴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도박하러 온 이들입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꽁초가 여기저기 뒹구는 실내 경마장은 경주가 시작되면 모니터 화면을 보며 소리를 질러대다 아쉬운 탄성과 욕지거리로 끝나는 꾼들만 모여 있습니다.

과천 경마장이든 실내 경마장이든 입구에 가면 서로 경쟁적으로 경마지를 팔고 있습니다. 경마장에 들어가는 이라면 한 부 이상은 꼭 사게 됩니다. 족집게 우승 예상마를 맞추고 싶은 얄팍한 마음으로 집어 들게 됩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막간 시간에 부지런히 우승마를 고르기 시작합니다. 기수가 누군지 출전마가 어떤 놈인지를 놓고 온갖 경우의 수를 생각한 끝에 지갑에서 돈을 꺼내 창구에 가서 마권을 사지요. 너무 고민하다가는 마감시간에 쫓겨 그만 배팅을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

한 경기가 끝나면 경마지를 펴놓고 품평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때는 모두 경마 박사가 돼 있습니다. 공통된 품평 결과는 배팅하기 전에 뽑아놨던 경우의 수에 우승마가 다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사인펜으로 끼적거려 놓고 정작 배팅은 엉뚱한 곳에 했다는 거지요. 설사 적어 놓지 않았더라도 순간이나마 생각했었다는 잔상이 남아있어 100% 예상하고 있었다는 착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경기가 끝나면 아쉬움이 남고 마권을 사지 못했던 경기가 고액배당이라도 되면 생돈을 잃어버린 심정으로 가슴을 치며 후회하지요. 그리곤 다음 경기를 위해 다시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합니다.

하루에 열 경기 내외가 벌어지는데 그날 배팅했던 금액보다도 적지만 한 번이라도 당첨이 되면 본전 생각은 조금도 나지 않고 예상했던 대로 됐다며 자기의 예지력에 대해 자화자찬한다는 겁니다. 그리곤 다음 주말에 다시 실내 경마장으로 향하고 어느새 경마 박사가 되곤 합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미국 대선이 오바마의 완승으로 끝이 났습니다. 마흔네 번째 대통령을 뽑는 이번 선거는 그네들 역사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특별한 경우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에 예측 결과가 빗나갔던 미국 언론사들은 신중하게 지켜보다 판세가 굳어지자 대서특필하기 시작하면서 성공과 실패에 대한 분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승자는 이래서 승리를 했고, 패자는 저래서 질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에 승자와 패자가 바뀌었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분석들이 나왔을까요? 답은 뻔하지 않을까요? 패인이 승리의 원인이 될 것이고, 승리를 하게 된 여러 가지 변수들이 패인의 실마리가 됐을 거라고 분석을 하겠지요.

선거 분석을 하는 것이나 경마장에서 품평하는 것이나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또한,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을 말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가 다 끝난 다음에 성공과 실패를 논하며 거꾸로 꿰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성공과 실패는 종이 한 장 차이일지 모릅니다. 성공과 실패는 경기가 다 끝나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선거에 승리한 후보나 경마장에서 꼽았던 우승마나 성공한 기업이나 살아남아 있으니 성공이라 부릅니다.

그러면 우리 인생은 어떨까요?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X파일에 나오거나 알려지지 않은 생명체가 아닌 다음에는 분명히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에 성공과 실패를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는 없습니다. 앞서 씨부린 대로 성공과 실패는 경기가 끝나 봐야 알 수 있으니까요. 굳이 지금 중간평가를 하자면 아직도 살아있으니까 성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클로징 평가는 깻잎 머리 모양으로 검은띠 두르고 향불이 타오르는 당신의 사진 앞에 모인 양반들이 밤새워가며 할 것입니다.

경기가 끝나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심장이 벌렁벌렁 뛰고 있습니다. 인생은 살아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성공입니다.

2008-11-03

樂書 사람

선입선출의 원리
똥 싸면 배고프다.

경쟁력
맛있는 집의 공통점은 싸고 맛있다는 점이다.
요리 프로에 나오는 대로 재료를 다 넣고 맛을 못 낼 바보는 없다.


심장이 너무 바빠 땀이 난다. 비지땀.
심장이 멈춰도 땀이 날 것 같다. 식은땀.
죽든 살든 땀은 난다.

사람
사람은 딱 두 가지 경우가 존재한다.
이해하지만 용서 못하는 경우와 이해는 안 되지만 용서하는 경우.
그 외는 사람 같지 않은 경우다.


세상 일에 100:0은 없다.
삶은 쌍방과실의 연속이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 두 가지
교황 거시기와 요딴 넘들

도돌이표
음악에만 도돌이표가 있는 게 아니다.
한국 정치야말로 재미없는 도돌이표다.
늬우스를 끊어야 살 맛 난다.

잠수함
잠수함은 원래 가라앉는 배다.
우리는 우주선인 줄 알고 탔다가 바닷속으로 낚일 때가 있다.
지금이 그 꼬락서니다.

이심전심
이명박 정부만 심각하지 않고 전 국민이 심각한 세상.

쥐 잡는 최선의 방법
절에 다니며 촛불을 드는 것.

2008-11-02

손톱깎기


수십 년을 규칙적으로 반복해온 일인데도 가끔 아프게 깎을 때가 있다.

20년 된 전문가도 두 종류가 있죠.
20년 동안 계속 배우는 전문가와
2년 배운 것을 10번 써먹는 전문가...

전문가, 거저 되는 거 아니다.

2008-10-31

이심전심


어느 날 석가는 제자들을 영산에 불러 모았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손가락으로 연꽃 한 송이를 집어 들고(拈華) 말없이 약간 비틀어 보였다. 제자들은 석가가 왜 그러는지 그 뜻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가섭만은 그 뜻을 깨닫고 빙긋이 웃었다.

가섭만이 '연꽃은 진흙 속에서 살지만 꽃이나 잎에는 진흙이 묻지 않듯이 불자(佛子) 역시 세속의 추함에 물들지 말고 오직 선을 행하라'는 뜻을 이해했던 것이다. 그제야 석가는 가섭에게 말했다.

나에게는 정법안장(正法眼藏:인간이 원래 갖추고 있는 마음의 묘덕)과 열반묘심(涅槃妙心:번뇌를 벗어나 진리에 도달한 마음), 실상무상(實相無相:불변의 진리), 미묘법문(微妙法門:진리를 아는 마음), 불립문자 교외별전(不立文字 敎外別傳:모두 언어나 경전에 의하지 않고 이심전심으로 전하는 오묘한 뜻)이 있다. 이것을 너에게 전해 주마. [출처] 엠파스 한자사전

팔만대중 중에 가섭만이 그 뜻을 알고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아침 점심을 같이 먹는다고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촛불이 타오르던 초심 같은 바이러스가 분명히 잠복하고 있어
슬며시 미소 지을 수 있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리라 믿습니다.
이심전심이 통하는 사람이 그립습니다.

2008-10-28

해변의 하루

10여 년 전, IMF 여파로 자금 유동성을 해결하려고 외자유치를 할 해외 투자사를 절실하게 찾던 시절. 급하게 날아온 협조문 한 장. 실사를 대비하여 부문별 현황을 영문으로 작성하되 현재 가치를 비롯해 미래 가치 즉, 핵심역량이나 노하우 등 지금 말로 하면 지식가치를 강조하라는 코멘트가 붙어 있었다.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H사와 동시에 받는 실사였기에 가치평가에 따라 투자사가 결정되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한창 DJ가 빅딜을 강조하여 반도체 산업은 LG가 현대로 넘어가던 시절이라 실사 결과에 따른 투자 결정은 회사의 생사를 결정하는 중대한 일이었다.

내가 속한 부문도 시급하게 자료 준비를 하려고 부서별 담당자가 모여 날밤을 까게 됐다. 그동안 만들어진 월말보고나 연보 등을 기초로 보고서용 목차가 정해졌고, 내용을 꾸미기 위한 자료들을 취합하는 것은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한국식 보고서가 아니라 코쟁이 입맛에 맞는 리포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인데, 그네들은 숫자와 도표 등 간결하고 한눈에 결론이 난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내부 보고서용은 물론 요약이 돼 있지만 그것에 대한 설명이 구구절절 서술돼 있어 그네들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처음 오는 이들에게 간결하게 핵심을 전달하는 보고서를 만들어야 했다.

자료는 충분했지만 요약해서 몇 줄로 만들고 눈에 쏙 들어오게 도표로 만드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다들 있는 머리 없는 머리를 쥐어짜며 새날이 밝아올 때쯤에 약 50여 쪽의 리포트를 만들 수 있었다. 아침에 임원과 부서장이 모여 리뷰를 하면서 수정을 했지만, 내용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렇게 실사가 시작됐고 회사가 열심히 준비한 결과인지 자산가치는 H사보다 적지만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종합 가치는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후 이런저런 사정으로 외자유치는 무산됐고, 그 결과 두서너 번의 또 다른 실사가 이어졌었다.

얼마 후 H사는 둘로 쪼개져 국내 회사로 인수됐고, 내가 몸담았던 회사는 프랑스에 적을 둔 굴지의 화학회사가 50:50의 자본투자를 하게 된다. 그전에 투자유치가 되지 않으면 월급도 주지 못할 정도로 자금 유동성이 악화됐던 회사는 공장의 심장에 해당하는 유틸리티 설비를 외국회사에 매각했고, 수익이 나기 시작하던 공장 하나는 해외지분이 있는 동종의 계열사에 넘긴 뒤였다.

신기한 건 그렇게 어렵던 회사가 투자유치가 되면서 경기도 살아나고 연속되는 흑자를 내게 돼 말 그대로 보너스를 연봉의 절반 가까이나 받게 됐다는 것이다.

유추하건대 투자사는 피도 눈물도 없이 냉정하게 분석을 해서 단계별 손익을 예상하고 투자를 결정했을 것이다. 여기서 냉정하게 분석한다는 것이 중요한데 동일한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는 정성적으로 분석하고 그들은 정량적으로 분석한다는 것이다. 같은 재무제표를 들고 앉았지만 우리는 나와있는 숫자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해석하고, 그들은 미래에 대한 손익으로 환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많은 컨설팅을 받아 봤지만 마지막에 컨설턴트가 하는 말은 다 똑같았다. "제가 물가까지는 끌고 갈 수 있지만 물을 먹는 것은 그쪽의 선택입니다." 지금 상황도 이와 비슷하다. 외국에서 보는 시각은 한국 시장에 계속 경고를 보내지만 정작 한국 경제팀은 말 바꾸기와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990년대 말 금융위기는 당시에는 큰일처럼 보였지만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위기에 비하면 '해변에서 보낸 하루'라면서 현재 위기의 심각성이 한국, 러시아, 브라질 같은 신흥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컨설팅은 훈수나 다름없다. 다음 수를 이렇게 놓으라고 권할 수는 있지만 그 수를 두는 것은 정작 자신이다. 취사선택을 하여야 하지만 혜안이 높은 훈수를 물리칠 정도로 내 판만 보고 있는 것은 이미 형세판단을 그르치는 것이다. 변명이나 해설은 판이 끝난 다음에 해도 된다. 지금은 훈수에 대한 미래예측을 냉정하고 열정적으로 할 때이다. 훈수에는 유감(遺憾)이 있을 수 있지만 느끼는 바가 있는 것(有感)이 더 중요하다. 결정적인 것은 훈수를 CEO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해변에서 하루만 보내고 싶지는 않다.

2008-10-25

살맛안나


식인종이 밥투정할 때 하는 말이라지요.
요즘 식인종이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나도 식인종이 됐습니다.
정말 살맛이 나질 않습니다.
단체로 일순간에 식인종이 됐었던 시절도 있었지요.
갱제는 그 시절로 빽도한 것 같고,
정치는 80년도로 빠꾸한 것 같습니다.

살맛이 나지 않는 세상에 그녀들이 있어 위안이 됩니다.
꼭 10년 전에도 그랬고, 10년이 흐른 지금도 그렇습니다.
덕분에 잠시 정상인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합니다.





여담.
박찬호 영어 이름은 Chanho Park이라고 하고
박세리는 Seri Pak이라고 표기하더군요.
박세리는 왜 'r'이 빠져 있을까요?

박찬호는 알이 두 쪽이나 있고, 박세리는 알이 없어서랍니다.

2008-10-23

가을, 남자는

Lonely man
남자는 세 번만 울어야 한답니다.
세상에 태어났을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리고 나라가 망했을 때라고 합니다.

그 말을 곱씹어보면
세상에 백지상태로 태어난 존재의 출발을 알리며 울고,
존재의 이유를 찾아 백지를 채우려고 싸돌아다니다
존재의 출발점이 사라질 때 인연의 끝을 부여잡고 울며,
역사적으로 나라가 망하면 충신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니
마지막 울음에는 존재를 마감하는 실낱같은 미련도 섞여 있는
인생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허나 범부에도 못 미치는 소인배인지라
첫울음은 선택할 수 없어 기억나지 않는 절대 울음이었고
나라가 망해서 우는 경우는 살아생전에
개구리 겨드랑이에 털 날 확률보다 적어 보이긴 하지만
만약이라는 가정이 붙는다면 그때 가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선택할 것 같습니다.

남자는 일생에 세 번 울어야 하는 거라지만
정작 세월의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점점 울컥하는 일이 많아집니다.
패스트푸드를 먹는 세상이 오면서 오히려 가슴속 시장기는 커졌고
Y2K 버그가 아무 일 없이 조용하게 지나가며 신세기를 맞았지만
주책없이 그 버그가 내 안에 자리를 잡아 가끔 에러를 일으키다가
급기야 중대한 오류라도 일어나면 눈물이 나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무인도에 혼자 사는 로빈슨 크루소가 아녀서
그렇게 우는 게 눈치가 보인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화장실 문고리를 잡고 울다 나오면
변비 환자인 줄 알고 학문에 너무 힘쓰지 말라고 합니다.

봄 ○○는 쇠젓가락을 녹이고 가을 ○○는 요강을 뚫는다는 속담처럼
대대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었나 봅니다.
그런데 속담이 틀리지 않다면 가을 남자들은 기운이 왕성해야 하는데
요강은 고사하고 그 조차 들 힘이 없는 어깨가 점점 처지며 울고 싶습니다.

정치 뉴스야 먼 나라 이웃나라 얘기하듯 안줏거리로 씹으면 되지만
더는 졸라맬 허리도 없는데 뻑하면 고통만 뿜빠이 하자는
경제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하면 속에서 눈물이 펑펑 흐릅니다.

때로는 남자도 소리 내어 울고 싶어 집니다.
게다가 가을비라도 내리면 왕년의 추억까지 덤으로 얹힌답니다.
올가을은 고독한 남자를 독한 남자로 만들어 슬퍼집니다.
올가을은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목놓아 꺼이꺼이 울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그런가요?
지금 눈치 보며 속으로 울음을 삼키는 가을 남자들이 주변에 있습니다.
행여 포장마차에서 쓴 소주를 자작하며 허공을 바라보는 남자를 보시면
뼈 없는 닭발이라도 건네는 붉은 악마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2008-10-20

기도

기도란
지극히 부당하게도 한 명의 청원자를 위해 우주의 법칙들을 무효화하라고 요구하는 것

옥스퍼드 대학 교수이며 진화 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쓴 《만들어진 신(God Delusion)》이란 책에서 앰브로즈 비어스(Ambrose Bierce)가 정의 내리다.

나 때문에 우주의 법칙이 무너지기야 하겠느냐마는
그래도 기도한다.
신도 어쩌다 실수하길 바라면서......

2008-10-16

명품 고수와 짝퉁 고수

바둑에 대해서 아는 거라곤 아다리 밖에 모르지만 중계방송하는 유명한 바둑 대회는 챙겨 보는 편이다. 요즘은 이세돌 9단을 비롯한 신진 세력의 약진으로 돌부처 이창호와 일지매 유창혁은 무시로 만나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둘이 연실 국제 기전에서 이름을 휘날린 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가뭄에 콩 나듯 볼 수 있으니 바둑계가 상전벽해가 된 것 같다.

제비 조훈현과 잡초 서봉수가 한 세대를 풍미하고 있을 때 홀연히 나타난 청출어람이 반집도 센다는 신산 이창호와 대마 킬러 유창혁이다. 그 둘의 기풍이 워낙 극과 극이었지만 상대방 급소를 날카롭게 찌르며 대마를 잡는 최고 공격수 유창혁에게 더 많은 박수를 보내곤 했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막힘없이 시원시원하게 두는 기풍은 결과에 관계없이 박진감 넘치는 한판을 보여주었다.

그들이 혜성처럼 떠오르던 시절. 신문에 실린 기보 해설을 보고 있노라면 한 편의 무협지를 보는 듯했다. 특히 몇 수도 놓이지 않은 포석 단계에서는 앞으로 반상에 몰아칠 폭풍우를 예고하는 장황한 해설과 함께 등장인물을 알려주곤 했다. 그중 한 명이 유창혁이었고 이름 석자를 기억하게 된 계기가 됐다.

포석이 끝나고 일전을 겨루던 중 유창혁은 좌하변에서 벌어지는 전투에서 손을 빼고 좌변 중앙 상대방 진영에 백돌을 하나 놓았다. 해설자는 그 수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선수를 빼앗겼다고 아쉬워했다. 무림 고수들과 마찬가지로 바둑에서도 최강수로 버티며 일전을 겨루고 있는데 무의미하게 선수를 빼앗긴다는 것은 싸움의 주도권을 잃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후 죄하변은 한 수 한 수가 외길 수순으로 진행되었다. 흑돌이 놓이면 백돌은 반드시 그곳에 놓일 수밖에 없는 접전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16수가 진행되었을 때 두 곳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먼저 탄식을 지른 곳은 흑돌을 쥐고 일지매와 겨루던 기사였다. 대마불사라고 했건만 허무하게 흑대마가 잡히고 마는 불상사가 눈앞에서 벌어지자 저도 모르게 나온 탄식이었다. 또 다른 탄식은 기보 해설을 하던 해설자가 감탄하는 소리였다. 불과 조금 전에 무의미하게 두어서 선수를 뺏겼다고 아쉬워 한 백돌이 16수가 진행되자 흑대마를 잡는 빛나는 옥석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해설자는 16수 앞을 내다본 유창혁의 혜안에 감탄하며 그것으로써 바둑은 끝이 났다고 방점을 찍었다.

모두가 의문을 품은 한 수였지만 유창혁은 16수 앞을 내다보고 던진 회심의 일격이었다. 흑은 그 한 수를 받았어야 했지만 좌하변의 전투에 정신이 팔려 미처 수를 헤아리지 못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이후에 벌어진 수순은 여러 가지 가상도로 살펴보아도 흑대마가 잡힐 수밖에 없는 외길 수순이었다. 그 후 유창혁은 세계적인 기전에서 날렵한 솜씨를 뽐내며 승승장구하여 입신의 경지에 오른다. 바야흐로 무림 고수의 반열에 이르게 된 것이다.

요즘 그런 고수를 뉴스에서 보았다. 쌀 소득보전직불금이라며 평균 60만 원씩을 챙긴 양반들이 그들이다. 그네들은 60만 원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한 끼 외식비 밖에 안 되는데 왜 꼬박꼬박 챙겼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농지를 사서 8년 동안 직접 경작하고 있다는 게 증명이 되면 세액에서 1억 원까지 양도 소득세를 감액해주게 돼 있다고 한다. 반면에 자경이 아닌 비사업용 농지에 대해서는 양도차익의 66%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가장 짧은 경우 2년만 위장 전입하고 나서 직불금을 받으면 이를 근거로 낮은 양도세율을 적용받는다고 한다. 이러니 눈에 불을 켜고 직불금을 받으려고 한 까닭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2006년 한 해에만 쌀 소득보전직불금 수령자 99만 8천여 명 중 17만여 명이 실제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1천683억 원을 부당하게 받았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그중 공무원은 약 4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농사짓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사기도 쉽지 않거니와 8년 후에 되팔아 생길 양도 소득세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 할 혜안을 가지고 있어 부럽다. 가히 유창혁이 16수 앞을 내다본 한 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잘 몰랐습니다'라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씨부리는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모르고도 그런 짓을 한 동물적 감각을 가진 타고난 고수임이 틀림없다. 만약 알고 그랬다면 더 무서운 필살기를 펼쳤으리라.

그런데 고수가 너무 많다. 자고로 고수라 함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희소성도 있어야 하는데 직불금 고수가 많게는 20여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가히 고수의 홍수시대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다. 농사꾼 가슴에 봉홧불을 짚인 여인에서 드러나기 시작한 고수의 실체가 상상 이상으로 커지자 고수 중의 고수를 골라내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더욱 커지나 보다. 물론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의 고수만 가려내 퇴출시키는 시늉을 하고 나머지는 그저 생활의 달인이라고 평가절하하며 흐지부지 넘어가려고 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상한 건 직불금을 받은 양반들을 고수라 추켜세웠는데 경외심이 전혀 생기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 까닭은 의외로 간단하다. 그들은 짝퉁 고수이기 때문이다. 유창혁과 같은 진정한 명품 고수는 한 번에 두 수를 두지 않지만 짝퉁 고수는 상대방의 응수가 있기도 전에 이곳저곳에 꼼수를 둔다는 것이다. 이런 이치를 아는 이들이라면 진작에 짝퉁 고수가 되는 길로 들어서지도 않았을 것이다.

짝퉁 고수의 반열에도 오르지 못하여 직불금을 받아 보긴커녕 착불금만 내 본 소시민은 슬프다. 더군다나 가슴에 봉홧불이 활활 타오르는 농사꾼의 심정은 말로 해서 무엇하랴.

2008-10-14

뻥 치는 소리

우리나라에는 3대 거짓말이 있다고 합니다.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노인네들이 하는 말, 시집 안 갈 거라는 노처녀가 하는 말 그리고 밑지고 판다는 장사꾼이 하는 말이 그것입니다. 이런 거짓말을 들으면 액면 그대로 믿지도 않을뿐더러 얘기하는 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보태면 낚시꾼이 하는 말을 들 수 있겠지요. 얼마나 잡았느냐고 물어볼라 치면 기다렸다는 듯이 피라미를 잡고도 팔뚝을 들어 보이며 썰을 풀기 시작합니다.

옛날 어떤 낚시꾼이 바닷가 절벽으로 낚시하러 갔답니다.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만 달랑 있는 절벽에 앉아 낚싯줄을 던졌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떨어지는데도 신호가 오지 않아 하품을 하던 그때 낚싯줄이 팽팽해졌습니다.
- 앗싸. 드디어 한 마리 걸렸구나.

낚싯대를 잡고 밀었다 당겼다 하는데도 도무지 딸려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낚시꾼이 딸려 갈 정도로 기운이 넘치더랍니다. 점점 힘이 부치기 시작하면서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나무 있는 곳까지 가까스로 당겨 낚싯대와 줄을 풀리지 않게 어렵사리 동여매 놓고 옆에 앉아 지켜보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떨어지고 담배 한 갑을 다 태웠는데도 팽팽한 낚싯줄은 사그라질 줄 몰라 그대로 두고 철수를 했답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 절벽에 올라간 낚시꾼은 허걱 하며 뒤로 나자빠졌다네요. 낚싯대가 걸려 있던 소나무가 뿌리째 뽑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답니다.

여태 들어 본 낚시꾼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뻥입니다. 그 낚시꾼은 군산 출신인데 못 믿겠으면 군산에 있는 그 절벽을 보여주겠다며 따라나서라고 얘기를 마치며 큰소리 뻥뻥 쳤답니다.

이런 뻥 치는 소리는 듣는 동안 재미있고 그 절벽이 바닷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뻥 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은 허허허 하며 즐길 뿐이지 멱살을 부여잡고 당장 그곳에 가서 두 눈으로 확인하지는 않지요.

요즘 환율이 널뛰기하며 금융시장이 불신을 받는 것이 리만 브라더스가 신뢰가 중요하다고 똥폼 잡으며 뻥 치기 때문이라지요. 리만 형제는 낚시꾼보다도 재미를 주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월척을 낚아 올려 보란 듯이 내밀지도 못하며 뻥을 치고 있나 봅니다. 낚시꾼 뻥 치는 소리야 재미있게 웃어넘길 수 있지만 재미도 없고 감동은 더더욱 없이 뻥 치는 소리는 시장이 먼저 알아보는 것이겠지요.

"이 사람 믿어 주세요. 보통 사람입니다"라고 뻥 치던 그 시절처럼 "신뢰야말로 이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며 라디오까지 나와 줄기차게 얘기합니다. 신뢰와 소통이 낚시꾼의 뻥을 제치고 한국의 네 번째 거짓말로 영원히 남을까 걱정스럽습니다.

2008-10-09

한글


1.
막바지 훈민정음 만들기에 정신이 없던 세종대왕 앞에 코쟁이가 찾아왔다. 인도를 향해 항해하다 신대륙을 발견했다며 이름을 지어 달라고 했다. 가뜩이나 피곤하고 신경이 예민해진 세종은 짜증 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 아무러케나 져.
코쟁이는 연방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고 물러났다. 그렇게 이름을 붙여 오늘날에 아메리카 대륙이라 부른다.

훈민정음을 반포하고 얼마 안 되어 코쟁이가 또 찾아와 엎드렸다. 이번에는 나라 이름을 지어 달라고 애걸했다. 성공리에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은 기분이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 가나다로 하여라.
이렇게 이름 붙여진 나라가 Canada이다.

믿거나 말거나.

2.
유네스코에서 1990년부터 해마다 문맹 퇴치에 기여한 이들에게 주는 상의 이름이 '세종대왕상(King Sejong Literacy Prize)'이라고 합니다. 상금 3만 달러는 한국 정부에서 내놓는답니다.

3.
올해 영어교육사업에 들이는 예산은 1861억 9052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한글교육 및 문화 육성에 들이는 돈은 119억 2925만원에 불과했다.

한글학회가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았지만 재정난으로 우리말사전 편찬 등 주요 현안 사업을 착수조차 못하고 있다.

4.
남대문이 홀라당 타고나서야 우리는 숭례문이라고 부릅니다. 국보 1호를 한글로 정하면 불에 태울 염려는 없겠지만 행여나 불태우는 것보다 더한 짓을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오늘은 훈민정음 반포 562돌이라고 합니다.이렇게 단 하루라도 한글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는 날이 있어 다행입니다. 물론 빨간 날이었으면 고마움이 배가 되었겠지요.

2008-09-12

고향


고향 내려가시나요?

고향은 늘 낮은 곳에 있어서
땀 흘리지 않고도 갈 수 있는 곳입니다.
더 높이 오르려고 아등바등하다 보니
낮은 곳에서 왔다는 걸 잊고 있었습니다.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그림자를 느리우며 반겨주고
어느새 얕아진 냇가에는 소금쟁이들이 장난을 겁니다.
들판에는 고단한 여름을 이겨낸 낟알이 익어가고
볼품없는 장독대에는 어미의 맴이 담겨 있습니다.

쉼 없이 숨차게 오르던 짓을 잠시 멈추고
가진 것 없이 나눌 줄 아는 넉넉한 그 품에서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하는 바램만큼
딱 고만큼 아름 가득 정을 담아 오시기 바랍니다.

내 발자욱 소리를 기억하는 고향 가을을 쏘다니며
주섬주섬 담은 정만큼 올라가는 발걸음은 가볍답니다.

2008-09-11

Smoking kills


매달 담배를 끊자고 결심한다. 1월 1일, 2월 2일, 3월 3일...... 일 년에 열두 번 결심을 한다. 희한한 것은 결심만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술자리가 생긴다. 1/n이 아닌 공술이 꼭 생긴다는 야그다. 맨 정신으로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견딜만한데 술이 몇 순배 돌고 껌 씹는 소리를 할 때면 그 유혹을 참기 어렵다. 슬쩍 남의 담배 한 개비를 들고 만지작만지작 거리다 보면 어느새 조동이에서 연기를 피우고 있다. 그렇게 작심삼일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길어야 보름을 넘기지 못한다. 담배와 술을 동시 패션으로 끊으면 가능할 것 같은데 고것은 이론상으로만 존재한다는 말씀.

마누라 만나지 35년밖에 안 됐지만 담배를 만난 것은 45년도 더 됐다며 늦게 나타난 마누라가 담배를 끊으라는 게 말이 되냐며 청솔을 꺼내 물던 연세 지긋한 기사 양반이 생각난다. 이십여 년 전 택시를 타고 맞담배질하며 가던 이야기이니 지금은 드라마에도 나오지 않을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나이 같은 일화가 된 지 오래다.

지난 9월 9일에도 금연해야쥐... 하며 습관성 결심을 하는데 유럽 출장길에 사 왔다며 예쁜 열쇠고리와 함께 담배를 선물로 받았다. Small Cigars라는데 첫 모금이 목에 탁 걸린다. 독하다. 그래도 선물인데 매정하게 버릴 수야 있느냐며 천천히 음미해보니 그런대로 맛이 괜찮다. 자판기 밀크커피만 마시던 놈이 원두 블랙커피를 처음 맛본 느낌이랄까. 시가형이라서 그런지 가끔 담뱃잎이 혀끝에 묻어 퉤퉤 거리며 피는 모양새가 처음 담배를 입에 댄 그때가 떠오른다.

고3 시절. 할머니가 캐비넷에 꿍쳐둔 오래된 새마을 한 갑을 몰래 빼내 친구들을 만났다. 나름 고삼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고 청자를 피던 넘들은 필터 없는 새마을이 신기하다며 서로 자기들 담배와 바꾸자고 아우성이었다. 필터 없는 새마을이 나오지 않은지 꽤 됐던지라 청자와 바꾸는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렇게 얻은 새마을을 한 모금 빨고 퉤퉤 거리고 다시 한 모금 빨고 퉤퉤 거리던 친구들 기억이 난다.

호기심 반 반항심 반으로 뻐끔 담배 배우던 시절을 지나 대학 1학년 때 문무대를 입소하고부터 본격적으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대학 다니는 남정네라면 열외 없이 끌려가던 문무대는 지금 생각해도 군대 훈련소보다 더 빡셌던 것 같다. 5분간 휴식시간에 피우던 그 담배는 꿀맛보다 더 달콤했었다. 지옥 같은 일주일을 견뎌낸 것은 뻑뻑 피워대던 담배 힘이었다. 그러고 보니 담배를 입에 대기 시작한 것은 나의 실수라 치지만 담배를 피우도록 강요한 것은 국가였다. 뭐 그렇게라도 핑계를 가져다 붙이고 싶다는 바람이다.
"Smoking kills"
선물 받은 담배에 경고문이 큼지막한 것이 섬뜩하다. 찌라시 같은 우리나라 담배 경고문은 차리리 나긋나긋한 느낌이 난다. '특히 임산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다'라고 하니 나는 예외인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니 말이다.

생판 모르는 이에게도 '담배 하나만 빌려 주세요'라고 말하면 '언제 갚을 건데요?'라고 묻지도 않고 흔쾌히 주던 시절도 있었다. 그렇게 인심 좋던 시절도 가고 거저 주기가 참 아까운 세상이 돼서 그런지 대문짝만 하게 쓰여 있는 경고문이 "내 담배 피우면 죽어!"라고 생각이 되는 건 왜일까?

미련 곰탱이 같은 백해무익한 나의 애욕이여......

2008-09-10

Harmony


몇 해 전, 경부 고속도로 상행선 추풍령 휴게소.
부리나케 화장실을 찾아 자꾸를 내리고 볼일을 보는데
옆에서 멀쩡하게 차려입은 양반이 전화를 받는다.

- 어. 내다. 왜 전화질이고.
……
- 어디긴 지금 회의 중이다.
……
- 바쁘다. 오늘 늦는다. 고마 끊는데이.

회의를 화장실에서 하나?
볼일을 마치고 핫바를 오물거리며 서 있는데 그 양반이 탄 중형차가 지나간다.
커다란 라이방을 대굴빡에 걸친 예쁜 여인네가 생글거리며 옆에 앉아 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입은 옷 때문에 오해를 받는 사람도 있고,
뻔지르르하게 옷을 입고 허우대 멀쩡하지만 마음이 썩어 있는 사람도 있다.

사랑하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표현을 못 할 때도 있고,
사랑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마음은 콩밭에 가 있을 때도 있다.

내용과 형식을 조화시키는 것.
마음과 표현을 조화시키는 것.
참 어렵다.
왜 우리는 피노키오 코를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을까......

2008-09-09

종종 잊고 사는 것들

1.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탈 때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나는 머릿속에서는 왕왕 울리지만 자신조차 들을 수 없는 소리로 입술을 오물거리며 중얼거리곤 합니다.
- 워매. 인간들 절라 많네.

며칠 전이었습니다. 발을 들자마자 내려놓을 자리가 없어져 버리는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은 아니었지만, 전후좌우로 몸을 움직이기 불편할 정도인지라 문 옆 기둥에 기대서 멍 때리고 있었습니다.

역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내리고 타기 시작합니다. 맨 마지막에 어떤 양반이 비집고 타면서 한마디 하더군요.
- 뭔 인간들이 이렇게 많아.
그 양반이 악의를 가지고 한 말도 아니고 정작 자신도 무의식적으로 한 말이라서 아무도 신경을 쓰는 사람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귀에 거슬리더군요. 그 양반이 비집고 올라탄 덕분에 기둥에서 밀려났기 때문이죠. 속으로 한마디 했습니다.
- 당신만 안 탔어도 내가 밀리진 않았어. 이 양반아.

지하철에서 내려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그 양반처럼 구시렁대며 탔더군요. 많은 인간들 땜시 내가 불편하다고만 생각했지 정작 내가 지하철을 더 만원으로 만들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겁니다.

2.
오랜만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받자마자 언성을 높이며 첫마디를 합니다.
- 야 이놈아. 뭐가 그리 바빠서 전화 한 통 없었냐?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받자마자 목소리를 높이며 친구가 말합니다.
- 야 이 자슥아. 뭐가 그리 바빠서 전화 한 통 없었냐?
살짝 기분이 상해서 대꾸합니다.
- 이런 씨뱅이. 피차일반이다. 너는 왜 먼저 전화 안 했냐?

내가 다짜고짜 언성을 높이는 전화는 친구가 먼저 걸었다는 걸 종종 잊고 삽니다.

2008-09-08

파격

중매로 만난 부모님 세대.
우물가에서 눈이 맞은 커플은 파격이었다.

미팅으로 만난 7080 세대.
무도회장에서 눈이 맞은 커플은 파격이었다.

무한자유연애로 만난 세기말 세대.
커밍아웃으로 눈이 맞은 커플은 파격이었다.

인터넷으로 만나는 신세기 세대.
이제 ET와 눈이 맞는 커플이 파격이다.

파격(破格)은 격파(擊破) 하기 어렵지
한 번 깨지면 더는 파격적이지 않다.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한 격파(激波)의 계절이다.

2008-09-04

대중지성의 지혜

대중지성은 과연 지혜로운가? 신영복 교수는 최근 나온 책 『여럿이 함께』에서 영국 유전학자 프란시스 골튼(1822 ~ 1911년)이 시골 장터에서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시골 장터에서 열린 황소 몸무게 알아 맞히기 퀴즈에서 아무도 답을 맞히지 못했지만, 퀴즈에 참가한 사람들이 적어 낸 몸무게를 합쳐서 나누어 보니 맞았다는 이야기다. 신교수는 "단 한 사람도 맞히지 못했지만, 여러 사람의 판단이 모이니까 정확한 몸무게를 맞힐 수 있었다. 언론도 얼핏 보기에 어리석어 보이는 대중의 지혜를 모아 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 대중은 잘 안다"고 했다. '대중의 지혜'는 디지털 철학자로 잘 알려진 피에르 레비 교수의 "개인으로 할 수 없는 일을 집단은 가능케 한다"는 '집단 지성'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강준만 교수의 의견은 다르다. "대중의 지혜는 사실 하나마나 한 소리다. 확률적으로 대중은 늘 지혜롭게 돼 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그 자체의 힘(머릿수 파워) 때문에 대중의 선택은 정당화되고 지혜가 되게끔 돼 있다. 대중은 이미 '지혜'라는 답을 내장하고 있는 개념이다. 예컨대, 대중이 선거에서 아주 어리석은 선택을 했을망정 그걸 무슨 수로 꾸짖을 것이며 바로잡을 수 있겠는가." (215쪽)

민주화 20년, 지식인의 죽음/경향신문 특별취재팀/후마니타스 20080415 264쪽 14,000원

대중지성이라......
김대중의 민주화 투쟁 열정이 맨유로 간 박지성의 심장처럼 펄펄 뛰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2008-08-29

애국 설문지


1. 이런 행운이 또 있을까 하며 기쁜 마음으로 군대에 갔다.
2. 즐거운 마음으로 세금을 낸다.
3. 재벌을 보면 항상 존경스럽다.
4.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가난한 것은 당연하다.
5. 유치원에서 배운 대로 하면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6.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7. 라이언 일병을 구하러 간다고 하면 제일 먼저 손을 든다.
8. 국민연금이 있어 나의 노후는 풍요롭다.
9. 정치는 우리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만든다.

한 항목이라도 Yes 하신 분은 애국자이십니다.

마지막 설문입니다. 저는 이미 짐을 꾸리고 있습니다.

10.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당 22억씩 준다고 해도 이 땅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2008-08-26

내 안의 사막, 고비를 건너다

#1
떠나겠다는 생각을 언제 처음으로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언제 처음으로 누구에게 그런 생각을 털어놓았는지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것은 떠나겠다는 생각이 언제부터 나를 사로잡고 언제부터 내 삶의 일부가 되었는지를 안다는 말이다. 나는 이십오 년 전부터 고비 사막을 횡단하고 싶었다. 문제는 내가 과연 아직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12쪽)

#2
나는 곧 예순 살이 될 터였다. 벌써 그렇게 되었다! (16쪽)

#3
물론 내게는 유럽의회 의원의 직분에 속하는 온갖 의무들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했다. 의정 활동 중에는 항상 현장에 참석해야 하고, 언제나 연락 가능해야 하고, 어떤 질문에 대해서든 늘 답변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고, 언제든 정치적 인물로서 눈에 띄어야 했다. 사막에서라면 우리는 존재하는 동시에 완전히 여분으로 남는다. 그곳에서는 우리의 삶에 짐이 되었던 수많은 일들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우리로부터 벗어나 있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는 결국 우리가 우리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 된다. 날 찾거나 필요로 하거나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나를 볼 수 있는 거울도 없는 곳이라면 나 자신마저도 더 이상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이다. (17쪽)

#4
원래 내키지 않는 삶을 오래 산다는 것은 자기의 백일몽을 좇는 것보다 더 어렵고 결국 더 용감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마흔 살이 되어서 그것을 아주 다르게 생각했던 일이 기억난다. (95쪽)

#5
집을 떠나 길을 돌아다니고 있는 내 상태가 때때로 나를 얼마나 불안하게 만드는가! 술에 취한 두 사람 때문이 아니었다. 약탈을 당하거나 맞아서 죽을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도 아니었다.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전쟁 중이거나 위험이 있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그 어디에 있는 토착민들도 공격적이거나 난폭하지 않았다. 그런 게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 혼자 불확실한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혼자 있다는 사실과 아주 다양한 형태의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대개는 엉망진창인 그런 감정들을 나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을 알코올 중독이 되거나 자살하게 만드는 것은 외롭다는 감정이었다. (122쪽)

#6
나처럼 돌아다니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문가란 날씨가 어떻든 깜깜한 밤중이든 때에 맞추어 가고 어떤 상황에서든 출구를 찾아낼 줄 안다는 것을 뜻한다. 다른 사람들이 미리 인식하고 피하는 것은 내가 경탄하는 기술이다. 나는 도박처럼 모험에 승부를 거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 적이 없다. 진짜 기량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모험에 아무것도 걸지 않는다. 많이 감행할 뿐이다. (149쪽)

#7
사막은 실험의 장이 아니다. 사막은 그저 있을 뿐이고, 나름의 확고한 법칙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내가 지니고 있는 물이 지금 여기서 바닥나고 있다. 유목민을 발견하지 못하면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치료해서 고칠 수가 있다. 죽는 것만 고칠 수 없다. 사막은 모든 정치와 그에 대한 온갖 생각들을 수포로 돌아가게 한다. 인적이 없는 세계에서 조절되어야 할 게 무엇이겠는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계속 걸어가는 것뿐이다. (169쪽)

#8
사막을 횡단하는 것은 단숨에 되지 않는다. 사막을 횡단하려면 작은 걸음들이 수백만 번 필요하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이 길의 한 부분이 되고, 경험의 일부가 된다. 모든 탐험이 매번 진짜 삶이었다. 첫 탐험이든 마지막 탐험이든 마찬가지다. 사막을 횡단하는 나의 길은 나 자신을 뚫고 지나가는 길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끝에 구원이 없었다. 나 자신이 늙어 가는 것에 대한 통찰만 있었다. 죽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이제 그 통찰에 속했다. 내 때가 되기 전에 벌써 마지막에 다다른 것처럼,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이런 깨달음이 남았다. (225쪽)

#9
권리라는 것은 인간 본성을 구성하는 당연한 요소가 아니다. 도시의 사회 모델에서는 권리가 협상의 대상이 되고, 인간들 사이에서는 법률로 확정된다. 그래서 결국 인간 본성에 맞지 않는 규칙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볼 때 유목민들은 어디서나 배제되어 있다. 아무도 유목민들을 데리고 있으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몽골에서조차 유목민들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몽골인들은 오히려 유목민들과 그들의 생활 방식을 부끄러워한다. 원시적이고 시대에 뒤져서 글로벌화된 세계에서 몽골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이다. 나는 유목민들과 함께 있을 때 안전했다. 오히려 도시에서 살 때는 그렇지 못했다. 고비 사막을 돌아 다닐 때 나는 행운에 기댄 적이 없다. 우리 모두 사막에서 독자적으로 살아 남으려고 애쓰는 존재이기에, 수도 없이 많이 느끼는 두려움과 어려움은 우리에게 함께 나누는 법을 가르쳤다. 공감은 결국 불안을 나누는 것이다. 이렇게 나누면 모두가 행복해진다. (236쪽)

#10
고비 사막의 횡단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물론 고비 사막을 횡단 했다고 해서 내가 현명해진 것도 아니고 녹초가 된 것도 아니다. 늙어 보이게 되었을 뿐이다. 스스로 보기에도 그랬다. 이게 아니다. 한탄하려는 게 아니다. 나름대로 잘 늙어 가는 요령도 익혔다고 주장하고 싶다. 잘 늙는 것은 아직 내가 해야 하는 유일한 도전이다. (257쪽)

내 안의 사막, 고비를 건너다/라인홀트 메스너/모명숙 옮김/황금나침반 20061117 259쪽 12000원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는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8,000 미터급 14봉을 모두 완등 했다. 그린란드, 티배트 동쪽, 남극지방, 서고비 사막도 횡단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는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다.

이순의 나이에 그는 고비 사막을 횡단하는 도전을 시작한다. 삼십 리터 물통, 텐트와 침낭, 셔츠 한 장, 바지 하나, 갈아 신을 양말 한 켤레, 지도와 메모용 노트를 넣은 배낭 하나를 메고 고비 사막으로 갔다.

그가 고비 사막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생각하고 느낀 것은 무엇일까? 고비마다 도움을 받은 유목민들에게서 느끼는 행복감, 사막 한가운데에서 죽음에 직면하며 마주한 자신과 그럴수록 생각나는 가족, 그리고 자유의지로 들어선 고비 사막에서 그를 걷게 만든 것은 집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열망이었다. 이제 잘 늙어 가는 것을 깨닫는 것이 남아 있는 유일한 도전이라고 말한다.

2008-08-23

태권도에 대한 추억

나는 태권도 까만띠를 매 봤답니다. 물론 야매지만요.
- 넌 체구가 쪼매 하니까 운동을 해라.
촌에서 도회지로 나오자마자 반강제적으로 다닌 곳이 태권도 도장이었습니다.

도장 가는 길이 무서웠답니다. 당시 다니는 태권도장은 오도관이었는데 그 도장을 가는 길에 무덕관이 있었지요. 어린 마음에도 파가 다르다는 걸 알고 무덕관 앞을 가로지르지 못하고 빙 둘러 도장에 가곤 했답니다.

그때가 열 살 무렵이었던 것 같네요.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다니다 보니 빨간띠를 매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두려웠던 시간은 자유대련 시간이었습니다. 비슷한 체구나 급수를 따져 대련을 하게 했지만 내게는 동성의 맞상대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꼭 맞붙는 상대가 쪼매 키가 컸던 상급생 누나였지요. 지금 생각하면 무슨 억하심정이 있었는지 그 누나는 자유대련하려고 나와 붙을 시간이 되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덤벼들었답니다.

그러다 보니 그 누님은 항상 나와 맞붙을 줄 알고 그 시간만 되면 자신만만하게 나와서 인사를 했답니다. 물론 내가 일방적으로 깨지지는 않았지만 그 누님의 눈빛을 보면 절반은 깨갱 하면서 주눅이 들곤 했답니다. 태권도는 품새도 중요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상대방과의 대련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라. 그렇게 다니다 보니 학교에서 내가 제일 급수가 높더라고요. 그래서 전교생이 집합한 운동장 제일 높은 곳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게 됐답니다. 그 시절에는 다 모여서 태권도를 하는 시간이 있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지도교사 선생님은 나를 비롯해 태권도를 배우던 아그들을 모아놓고 말씀하시더군요.
- 이번 운동회 때 태권도 시범을 보이기로 했다. 열심히 하자.
거부권도 없던 철없는 시절-부모님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지만-이라 모두가 어리둥절할 때 선생님은 말씀하셨죠.
- 음. 태권도 격파 시범을 하기로 했어.
그렇다고 별도로 격파 연습을 한 건 아닙니다.

만국기가 걸려 있는 운동장에서 태권도 시범을 하는 시간. 그래도 내가 급수가 가장 높으니 검정띠를 매라고 하더군요. 본의 아니게 까만띠를 매고 격파 시범을 하게 됐답니다. 김밥을 싸들고 온 어머니 할머니들은 숨죽이고 지켜보았습니다.

"이 야얏."
함성과 함께 일렬로 서 있던 우리는 앞에 놓인 기왓장 열 장을 우렁찬 기합과 함께 정권으로 내리치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내려쳤습니다. 기왓장을 힘찬 기합과 함께 내려쳤는데 달랑 네 장만 깨졌습니다. 에구 창피. 하지만 한 줄로 서서 마치 슬로비디오로 내려치는 장면 같아서 뽀롱나지는 않았습니다.

시범이 끝나고 거두어 온 기왓장을 만지며 왜 이리 안 깨졌지 하며 두 손으로 움켜쥐자마자 후드득 부서지더군요. 소금물에 절인 기왓장이라고 하더이다. 무지 쪽팔렸습니다. 아마 그때가 4학년쯤 됐을지 싶습니다. 그 후로 어디 가서 태권도했다는 얘기를 한마디도 안 했습니다.

엊그제부터 베이징 올림픽에서 태권도를 중계방송하더군요. 참 재미없습디다. 겨루기로 승부를 내는 것 같은데 규칙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두 선수가 2분 3회전인가를 발만 동동 구르다 끝나더군요. 점수를 땄는지 모르지만 발차기 한 번 하고는 팔을 번쩍 들어 올리는 모습이 그리 좋게 보이지 않더군요. 오죽하면 누리꾼이 스카이콩콩 같다고 하겠어요.

뭐 들리는 말로는 채점을 위해 전자장비를 개발했는데 협회 내부의 이권 싸움으로 채택이 안 됐다는 소문이 들리는 걸 봐서는 올림픽에서 퇴출이 돼도 할 말은 없을 것 같더군요.

혹자는 운동의 정신을 봐야 한다며 태권도가 두 발만 콩콩 구르는 것도 작전이라며 유도는 도복 끝을 붙잡으려고 하다 끝나는 운동이라고 악평을 하더군요.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태권도에서 겨루기는 품새를 끝낸 고수들이 모든 걸 걸고 종합적으로 표현하는 것인데 두 발로 통통 튀기만 하다 관중도 모르는 포인트를 얻으면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나와 겨루기 하던 그 누님의 눈빛이나 투지가 두 발이나 두 손에서 나오는 걸 잘 활용해서 제삼자가 봐도 흥미 있는 종목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순간적인 포인트 공격보다는 5분 동안 겨루기를 해서 판정을 하고 그래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추가 5분 동안 겨루기를 지속하면 어떨까 싶네요. 판정을 어떻게 할까 고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켜본 관중이 잘 알 테니까요. 적어도 핸드볼처럼 영상판독 하자는 사태까지 가지는 않겠지요.

아. 태권도 겨루기를 잘하던 고왔던 그 누님은 지금 무얼 하고 계실까...... 베이징 올림픽 태권도를 보면서 내가 식겁할 정도로 발차기를 잘했던 예쁜 누나가 생각납니다.

2008-08-21

일시에 쥐를 잡자


지난 5월 초 농수산식품부가 일간지에 낸 광고입니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쇠고기와 미국 사람이 먹는 쇠고기는 똑같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농수산부가 아니라 주한미국농수산부 냄새가 납니다.

2008년 2월 25일 이후 대한민국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연행자의 자살예방을 위해 국가에서 브라자까지 관리합니다. 경찰관 아저씨들은 1명의 시위자를 서로 먼저 검거했다고 다툽니다. 금융실명제를 벤치마킹해서 인터넷 실명제를 하려고 합니다. 대통령 각하는 태극기를 거꾸로 들고 응원을 합니다.

이렇게 거꾸로 갈 바에는 해방 후 반민특위시절로 돌아가서 정리정돈을 다시 하고 싶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바로 이 시절까지는 빽도 했으면 좋겠네요.


일시에 쥐를 잡자. 농수산부도 이쁜 짓을 할 때가 다 있었네요. 치명적인 실수는 그때 쥐를 다 잡지 못해서 지금 생고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공무원이 제대로 일하지 않는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습니다.

2008-08-18

텃세와 수준의 관계

1.
일본으로 친선경기 원정을 간 한국 야구팀은 생전 처음 보는 투구에 깜짝 놀랐다. 별별 공을 다 봤지만 일본 투수가 던지는 공은 보도 듣지도 못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마구(魔球)라고 밖에는 달리 부를 말이 없었다. 크게 와인드업 한 투수는 공을 땅속으로 던졌다. 땅속을 파고 오던 공은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튀어나와 포수 글러브로 쏙 들어갔다. 타석에 선 한국 선수들은 공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니 멍 때리다 그대로 삼진을 당했다. 한국 감독은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공이 굴러오든 기어오든 스트라이크존만 통과하면 규정에 어긋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타자들은 9회가 끝날 때까지 멍 때리다 모두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다행인 것은 수비를 선방해서 0:0으로 무승부를 했다는 것이다.

국내로 돌아온 한국 감독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달에 일본팀이 원정을 왔을 때도 선방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홈경기에서 일본에 져 받을 비난은 상상하기도 싫었다. 두더지 공을 막을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좀처럼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어느 날. 감독은 손뼉을 딱 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일본팀과의 홈경기가 벌어지는 날. 1회 말 한국팀의 공격. 예상대로 두더지 공을 던지는 일본 투수가 선발로 나왔다. 와인드업하고 공을 힘차게 땅속으로 던졌다.순간. 일본팀은 모두 허걱 하며 쓰러지고 말았다. 땅속으로 들어가 굴을 파야 할 공이 그대로 바닥에 꽂혀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경기 며칠 전. 투수석에서 포수석까지 땅을 파서 공구리를 쳐버리고 살짝 흙으로 덮어놨었던 것이다. 그날 한국은 대승을 거뒀다.

2.
어릴 적 보았던 만화였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그라운드에 공구리를 친 것이 홈경기의 이점이라면 텃세가 맞을지 싶다.

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 양궁장. 경기장 생김새부터 중국 응원 텃세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다. 여자 단식 결승에 오른 한국의 박성현 선수와 중국의 장주안주안 선수. 경기 결과는 중국의 금메달, 아쉬운 박성현의 은메달. 중국 관중은 호각을 불고 야유를 했지만 경기 후 박성현 선수는 남을 탓하지 않았다. 아울러 양궁장에 있던 한국 관중은 맞불 응원을 한 것이 아니라 매너를 지켰다.

3.
야구장에 공구리를 친 것이나 양궁장에서 호각을 분 것은 텃세다. 텃세는 급조하기 쉽고 목적을 이루는 것으로 당위성을 얻으려 하지만, 그 순간 스스로 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모른다. 재미있는 것은 상대의 실력을 인정하고 매너를 지키는 수준이 되면 텃세까지도 용서하며 즐길 줄 안다는 것이다.

텃세와 수준은 언제나 반비례한다. 중요한 것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으로 통용된다는 사실이다. 스포츠에서 텃세는 메달의 색깔을 바꾸지만 일상에서의 텃세는 우리 미래의 색깔을 바꾼다.

2008-08-11

꼴찌에게 갈채를

1.
국립 도서관에 들렀다 강남 터미널 쪽으로 걸어 내려오는 길. 강남성모병원 앞 네거리에 사람들이 모여 있고 경찰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88 서울 올림픽 마라톤 10㎞ checkpoint. 네거리에 잠실 경기장을 출발한 마라톤 경기가 10㎞ 지점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서 있었다. 마라톤 경기가 올림픽 마지막 날 마지막으로 열리는 경기라면 폐막식 날이었나 보다. 그 현장에 나도 함께 있기로 했다.

2.
잘 보이는 네거리 모퉁이에 자리를 잡은 지 채 몇 분도 안 돼 경찰이 자리를 옮기란다. 기껏 자리 잡고 있는데 옮기라는 이유도 모르며 모퉁이에서 조금 물러났다. 경찰은 우리가 자리를 옮기자 일장기를 든 일본 관광객들을 그 자리로 안내해 왔다. 뭐 저런 쌍코랑 말코랑 같은 경찰이 있나 하면서도 모두가 참는다. 이국에서 구경 온 관광객에게 기꺼이 자리를 양보하기로 묵시적 약속을 한다. 그곳에 있던 내게는 텃세를 부리지 않고 남을 배려한 최초의 글로벌 집단행동이었다.

3.
멀리서 일등으로 달려오는 선수가 보인다. 네거리에 있던 모두가 열렬히 환호하기 시작했다. 선두그룹에 이어 중간그룹과 후미그룹도 지나간다. 선수들이 다 지나갔으려니 하던 찰나. 커다란 함성과 일등보다 더 큰 환호의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제일 마지막 선수, 일명 꼴찌가 나타난 것이었다. 일련의 마라톤 선수들이 우리 앞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 위용은 꼴찌만 못했다. 꼴찌 뒤로는 지원차량 한 무더기가 꼴찌의 속도에 맞춰 따라오고 있었다. 마치 꼴찌 선수가 그 모두를 이끌고 달리는 것 같다. 장관이다. 더군다나 꼴찌 선수는 손을 흔들며 답례를 하는 여유를 부리며 지나간다.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올림픽 정신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 그에게 우리는 아낌없는 갈채를 보낸다. 꼴찌에게 갈채를.

4.
10㎞ 지점을 마지막으로 지나간 그 선수가 꼴찌로 완주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지만, 내 앞을 웃으며 손을 흔들고 지나가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것이 내가 유일하게 현장에서 지켜본 올림픽 경기의 전부다. 매스컴은 금메달을 화려하게 조명하고 세상은 일등만을 기억할 때 꼴찌에게도 갈채를 보냈던 그 가을이 생각난다.

2008-08-07

숫자로 보는 한중일 올림픽


88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의 전반적인 수준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마이카 시대가 시작됐고, 해외여행을 나가기 시작했고, 외국인을 외계인처럼 보는 눈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가는 시대가 도래했다. 한마디로 글로벌 가치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 후 20년이 지나 중국이 올림픽을 개최한다. 우리는 일본보다 24년이 뒤졌고, 중국은 우리보다 20년이 늦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일본보다 24년이나 늦게 올림픽을 개최했지만 그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고, 20년이나 늦게 올림픽을 개최하는 중국이 20년 후에도 우리와의 격차가 그대로 존재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우리는 샌드위치 신세'라는 표현은 너무 곱상하다. 우리는 프레스에 놓인 찌그러진 양철판 신세다.

베이징을 수놓는 불꽃놀이를 보며 우리보다 20년이나 늦게 호들갑을 떠느냐고 비웃지 마라. 베이징 올림픽 슬로건은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One World One Dream)'이다.

2008-07-29

똥꼬만도 못한 독도

5공 시절 유행하던 야그 하나.

대처 영국 총리,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존두환 대통령 각하가 모여서 정상회담을 하던 중 티타임 시간. 차 한 잔 하면서 얘기가 오고 가던 중 각자 자기 나라 자랑을 하게 됐다.

대처가 먼저 윗도리를 풀어헤치고 두 손으로 가슴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 풍부한 자원
시원스런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르바초프도 한마디 했다.
- 광활한 대지
이에 질세라 바지를 내리고 빤쓰를 훌러덩 까더니 육중한 물건을 내보이며 레이건이 자신 있게 말했다.
- 강력한 힘
가만히 듣고 있던 존두환 각하는 잠시 고민하다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보여주며 말했다.
- 분단된 조국
그리곤 허리를 굽히고 손가락으로 똥꼬를 가리키며 한마디 더 하고 씨익 웃었다.
- 땅굴도 있다.

최근 미국 연방정부 지명위원회(BGN)는 독도의 귀속국가 명칭을 한국(South Korea)에서 '주권 미지정 지역(undesignated sovereignty)'으로 변경해 독도를 사실상 영토 분쟁지역으로 변경했다. 더군다나 '독도(Tok Island·Korea)'라는 명칭을 '리앙쿠르 록스(Liancourt Rocks)'라는 지명으로 공식 사용하기로 결정한 시기가 1977년 7월 14일이라고 확인했다.

이 보도가 나오기 며칠 전, 민간 사이버 외교 사절단인 반크(VANK)는 해외 주요 백과사전과 웹 사이트에 독도를 '리앙쿠르 록스'(Liancourt Rocks) 표기로 변경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반크는 2005년 '리앙쿠르 록스'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2,2000개 웹사이트에서 검색됐지만 지난 16일 현재 3,8500개로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것이 독도를 똥꼬에 낀 땅굴만도 못하게 생각하는 정부와 뒷북만 열심히 울려대는 대~한민국 외교의 현주소다. 일본 총리 쌍판대기에 붙어 있는 점을 쥐어뜯으며 이렇게 말하는 대통령이 그립다.

- 어라. 독도가 왜 거기 붙어 있어.

2008-07-25

지저깨비를 아십니까?


지저깨비를 아시나요?
무슨 도깨비 풀 뜯어먹는 얘기냐고요.

작년 초.
처음 Blogger를 시작할 때 어디를 손대야 하는지 몰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 들린 곳이 Zizukabi입니다.
왕초보가 필요하다고 느낀 소스가 생생하게 있었습니다.
직접 적용해 본 후 따라 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을 해놨습니다.
열심히 삽질하다가 블로그를 손질했습니다.

블로그에 감사하다는 댓글을 남겼고,
지저깨비님은 내 블로그에 최초의 댓글을 달아 주었습니다.
남자도 첫 경험을 잊지 못한답니다. ^^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지저깨비라는 말은 선뜻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무슨 도깨비의 일종인 줄 알았답니다.
이 글을 보고 그제야 뜻을 알게 됐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지저깨비 : 나무를 깎거나 다듬을 때 생기는 잔조각. 목찰(木札)
 
블로그 제목에 "나무를 깎거나 다듬을 때 생기는 잔조각"이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놨지만 그저 부제목 정도로만 알았던 겁니다.
아, 손바닥 절반만도 못한 지식의 한계여.
프로필 사진이 예쁜 처자였으면 진작 알아냈을지도...^^

참 좋은 우리말을 하나 배웠습니다.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면 죽어서도 모르는 말이었을 겁니다.
그 후로도 잔조각 같지만 훈훈하고 재미있고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듣기고 하고
때로는 지저깨비 같은 배움을 얻곤 합니다.

이것이 나무가 블로그를 하는 재미이자 까닭입니다.

2008-07-23

여닫이문을 당기는 사람


미투데이 미친 조엘님의 이다.

여닫이문을 당겨 열어 줄 사람만 기다렸지 정작 내가 당기지를 않았다.
무슨 떼돈을 들여야 하는 일도 아니고,
에베레스트를 무산소 등반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아닌데...

앞 못 보는 이가 밤에 물동이를 이고 등불을 들고 걸어가는 것이
당신을 위한 것이라는 배려도 자기가 편하자고 하는 것이다.
등불 없이 걷다 부딪히기라고 하면 애꿎은 물동이만 깨지고
다시 물을 길어야 하기 때문이다.
배려는 결국 나를 편하게 하는 것인데 쉽지가 않다.

이제 나부터 여닫이문을 당기다 보면
서로 당기며 슬며시 웃는 일도 많아지겠지.

이미 생활이 되신 조엘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2008-07-21

모기와 나

피를 빠는 모기는 임신한 모기라고 한다.
잠결에 무심코 휘젓는 손에 얻어걸려 죽은 모기는
하나같이 배가 빵빵해서 제대로 날지 못한다.
누구의 피를 얼마나 먹었는지 유혈이 낭자하다.
새벽녘에 일어나 보면 배가 불룩해서 제대로 날지도 못하고 있다.

과식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그러고 보면 모기도 인간만큼 과식을 하나보다.
과식하는 모기가 자신의 알을 낳고자 그런다고 하면
임신한 여인네가 먹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여인네의 왕성한 식욕을 모성본능이라 치면
피를 너무 빨아서 과식한 모기도 자연스런 모성본능이거나
아니면 인간의 피를 먹으며 그 탐욕마저 닮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간밤에 과식하다 비명횡사한 그 모기의 혈액형은
끝없는 욕심을 가진 내 혈액형과 같겠다.
순박한 모기가 내 피를 빠는 순간 어느새 나를 닮아가고 있었다.
절제하지 못하고 탐욕스럽게 변하다 결국 죽었다.

그렇게 모기는 나를 닮아갔지만 나는 모기의 최후를 닮아간다.

2008-07-20

직원들에 대한 배려

일러두기 : 앨런 레더(Alan Reder)의 『좋은 회사 존경받는 기업인』(75 Best business practices for Socially Responsible Companies)은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직원들에 대한 배려
2부 고객과 협력업체들에 대한 배려
3부 지역사회와 사회전반에 대한 배려
4부 지구에 대한 배려
5부 사회적 사명 언행일치에 대한 신뢰도

다음은 그중 '1부 직원들에 대한 배려'를 요약정리한 것임을 밝혀둔다.


1장 권한부여와 인간존중, 그리고 부의 공유


1. 리플렉사이트(REFLEXITE)
정책 및 관행 우리사주제와 경영참여제
핵심명제 Inc.紙는 1992년 리플렉사이트의 직원들 모두를 금년의 사업가로 선정
요약 직원들은 두 가지 신분으로 즉각적인 보상 또는 회사의 장기적 이익 사이에서 의사결정을 고민함. 계층구조는 최소한으로 구성. 경영진이나 관리층의 존재 이유는 지시하는 일. 이러한 지시 계층이 적을수록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일하고 주인임을 인식.

2. 리노 엔터테이먼트(RHINO ENTERTAINMENT)
정책 및 관행 목표관리제와 이윤공유제
핵심명제 입에 한 번 먹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다 떼먹지 않으면 당신은 여기서 진짜 잘 먹을 수 있다.

3. 베스 이스라엘 병원(BETH ISRAEL HOSPITAL BOSTON)
정책 및 관행 권한부여와 스캐론 제도에 근거한 이윤배분제
핵심명제 악화돼 가기만 하는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실증된 건강관리 전략을 가진 병원
요약 역사적으로 볼 때 의미있는 소득분배를 동반하지 않는 권한부여 경영방식은 실패로 끝났다. ※ 스캐론 제도 : 1930년대 제철소 노동위원장인 조 스캐론(Joe Scanlon)이 제안. 비용절감 방안을 제안/실행한 직원에게 정기 보너스를 지급하자는 안.

4. 바텍스 아메리카(VATEX AMERICA)
정책 및 관행 이윤분배제의 효과 증진을 위한 직원교육
핵심명제 아는 자는 실천하고 모르는 자는 가르치라

5. 베스 이스라엘 병원과 모리슨 앤 포에스터 법률회사
정책 및 관행 직장에서의 인간 평등주의
핵심명제 놀이터를 평평하게 다지면 언덕길을 올라갈 때처럼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가 없다.
요약 핵심적 이상(직장내 상호 존경)을 인간적 또는 실용적 이유로 어겨서는 안됨

6. 페더럴 익스프레스(FEDERAL EXPRESS)
정책 및 관행 다층화된 불만처리 과정
핵심명제 직원이 할 수 있는 최상의 공헌은 경영진의 잘못을 시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일

7. 3M
정책 및 관행 직원들의 혁신을 위한 권한부여
핵심명제 모두를 쿼턱백으로 기용함으로써 승승장구하는 팀을
요약 현금보상이 없다. 뒤집어 말하면 직원들의 실패에 대해서 벌금이 없다는 얘기

8. 자이텍(ZYTEC)
정책 및 관행 대고객 서비스 증진을 위해 직원이 구입한 물품은 구입비를 회사가 지불한다.
핵심명제 80만 원으로 돈 주고 살 수 없는 인력과 고객만족을
요약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는 80만 원까지 마음대로 쓸 수 있다. 처음 시행시 회계부서의 반대가 심했음. 그네들은 온갖 종류의 제약을 가하기 위해 존재함. '부서장의 허락을 받아 와라' '현재 예산 상태로는 힘들다' 등등 제도를 악용하는 2%를 잡기 위해 엄청난 규정집을 만들지 말고 98%를 위한 간결한 규정집을 만들어라.


2장 직장안정


9. 존슨 왁스(JOHNSON WAX)
정책 및 관행 인간적인 조직축소와 재구성
핵심명제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직장은 또한 동시에 가장 해고되기 쉬운 직장이기도 함
요약 경영철학의 핵심 - 모든 직원들과 퇴직자들에게 생활보장을 해줄 수 있는 사업의 운영

10. 리노식품(RHINO FOODS)
정책 및 관행 불필요한 직원들은 해고하기 보다는 잠시 다른 회사에게 빌려 주라
핵심명제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기보다는 앙양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신축성 있는 인력조절을

11. 풀러(H.B.FULLER)
정책 및 관행 직원들의 일자리를 보호하는 데 각별한 배려를
핵심명제 직원의 충성에 대한 보답도 직원에 대한 투자의 하나이다.
요약 사명 풀러는 고객,직원,주주, 그리고 지역사회에 대해 그 중요성을 그 순서대로 인식하고 회사의 책임을 다 한다.


3장 합리적인 봉급제도


12. 블랙박스(BLACK BOX)
정책 및 관행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봉급 인센티브를
핵심명제 모든 이가 승자가 되는 봉급체계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생산성
요약 봉급수준은 회사에 대한 공헌도를 기준으로 지급

13. 벤 앤 제리(BEN & JERRY'S)
정책 및 관행 공정한 봉급
핵심명제 공감이 가는 회사의 목표. 어떻게 그 목표에 도달할 것인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
요약 임금체계는 조직 상층부 사람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시장가격 가운데 최저 수준이 주어질 것이고 조직 하층부 사람들에게는 시장가격 가운데 최고 수준이 주어질 것이다.


4장 합리적인 수당 및 복지제도


14. 펠-프로(FEL-PRO)
정책 및 관행 미국에서 제일 가는 복지혜택
핵심명제 계속 주라. 그것은 항구적인 결실을 낳는 투자다.
요약 만약 직원들과 호흡을 같이하지 못하고, 그들에게 만족스런 직장을 마련해 주지 못하며, 고객들에게도 제대로 서비스를 해 주지 못하면서 우리가 단결하지도 못한다면, 그때 직원들은 노조를 구성할 만하다.

15. 샤먼 화학
정책 및 관행 직장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끼니를 제공한다.
핵심명제 회사 수익보다는 사원들의 허리둘레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사내 식사

16. 에스프리(ESPRIT)
정책 및 관행 직원들의 문화행사 참가비 지원
핵심명제 직원들에 대한 복지혜택과 동시에 지역사회 문화단체를 지원하는 멋진 방법


5장 자랑스런 맞벌이 부부 지원제도


17. 존슨 앤 존슨
정책 및 관행 맞벌이 부부를 위한 최고의 지원
핵심명제 우수한 직원들을 계속 유지하고 그들이 생산성을 높이도록 하는 일종의 보험

18. 이그재바이트(EXABYTE)
정책 및 관행 중소기업들의 컨소시움을 구성해 세력을 결집시킴으로써 대기업 수준의 직장, 가정 혜택을 제공
핵심명제 우수한 직원들을 계속 유지하고 그들이 생산성을 높이도록 하는 일종의 보험


6장 자유스러운 직장 분위기


19. 마르켓 전자
정책 및 관행 직원들이 일에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한다
핵심명제 딱딱하지 않은 근무스타일 만들기의 진지한 실천
요약 직원들이 업무에 전념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통제하기 보다는 그들의 마음을 자유롭게 해 일에 집중하고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데 더 관심을 기울인다.

20. 스틸케이스(STEELCASE)
정책 및 관행 직무공유제
핵심명제 직무공유제로 회사가 손해 보는 것은 없다. 게다가 종종 두 머리는 한 머리보다 낫다.


7장 다양성의 조화


21. 피트니 보우즈(PITNEY BOWES)
정책 및 관행 다양성 촉진을 위한 채용 및 승진
핵심명제 사업의 장래는 공정하고 또 공정한 것에 달렸다.
요약 우리 인사정책의 초점은 직원들이 승진하는 것을 부당하게 방해하는 환경상의 제약요인을 제거하는 것

22. 레드랍스터 레스토랑(RED LOBSTER RESTAURANTS)
정책 및 관행 장애자 고용
핵심명제 일과 근로자의 완벽한 궁합
요약 레스토랑의 일은 단순하고 지루함. 장애자를 고용함으로써 그 일들을 고마와 하는 사람들로 채워짐

23. 타브라(TABRA)
정책 및 관행 이민자에게 호의적인 직장을
핵심명제 세상은 좁다
요약 일자리를 절실히 원하는 이들에게 좋은 직장을 만들어 줌

24. 로터스 개발(LOTUS DEVELOPMENT)
정책 및 관행 동성연애 직원들에게 의료 및 복지혜택 부여
핵심명제 공정함엔 예외가 없어야 한다. 이는 또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25. 코우옵 아메리카(CO-OP AMERICA)
정책 및 관행 청각장애인을 위한 직장 창출
핵심명제 불구자에게 무관심한 조직이야말로 불구다.
요약 어떤 조직에서도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회의가 생산적일 수 없다. 수화 통역가를 데리고 회의를 하니 모든 과정이 질서정연해지고 참여의식과 주의도가 높아짐.

26. 허만 밀러(HERMAN MILLER)
정책 및 관행 재해를 당한 직원을 최대한 빨리 업무에 복귀시킨다.
핵심명제 이는 봉급의 가치를 높이고 직원의 조속한 회복을 도울 뿐만 아니라 또 일반적으로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한다.

27. 홈쇼핑 네트워크(HOME SHOPPING NETWORK)
정책 및 관행 고령자를 고용한다.
핵심명제 홈쇼핑 네트워크에게 있어 이른바 황금연령은 밝게 빛나기만 한다.


8장 성공적인 내부 승진제도


28. 노드스트롬(NORDSTROM)
정책 및 관행 중간 및 상위직급은 내부승진으로
핵심명제 밑에서 밀고 올라오는 압력은 괴로울 것이다. 그러나 그 압력이 있기에 정상에 이르는 것이다.
요약 규칙 1. 모든 상황에서 자신의 올바른 판단력을 발휘하라. 이 밖에는 아무런 추가적인 규칙은 없다.


9장 일하는 것이 즐거운 직장


29.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
정책 및 관행 직원과 고객들에게 즐거운 환경을 창조함
핵심명제 즐거움과 이윤을 추구하는 항공사
요약 자동 응답 메시지의 다음 멘트가 궁금해 계속 듣고 싶어지는 회사 즐겁게 일하고 있지만 또한 발바닥에 불이 나게 스스로 일하는 회사


10장 교육,훈련 및 개인의 성공


30. 채퍼럴 제철소(CHAPARRAL STEEL)
정책 및 관행 현장훈련과 위탁교육
핵심명제 교사에게 금송아지를
요약 직원들 근무시간의 10%는 교육에 할애

31. 리노 식품(RHINO FOODS)
정책 및 관행 동료들간의 상담을 통해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와주는 소망프로그램
핵심명제 성장하는 사람들로 건설되는 성장하는 회사
요약 왜 회사일이 헌신적일 수 있는가는 바로 회사일이 자신이 하고 싶은 다른 일들을 할 수 있게끔 해 주었기 때문이다.


11장 퇴직자에 대한 배려


32. 풀러(H.B.FULLER)
정책 및 관행 고령직원들에 대한 인정어린 배려
핵심명제 이윤보다 사람이라는 풀러의 언행일치


12장 건강 및 복지의료


33. SAS 연구소
정책 및 관행 직장 내 레크레이션 및 운동센터와 보건소, 그리고 건강식 점심식사 보조비
핵심명제 직원들 건강에 대한 투자는 수십억 원어치의 실질적인 이득뿐 아니라 낮은 결근율, 높은 생산성, 충만한 사기로 되돌아온다.

34. 라임목재와 밥슨형제사(THE LYME TIMER CO. and BABSON BROTHERS)
정책 및 관행 에어로빅 보조금과 자기건강유지 권장
핵심명제 소기업 가격으로 대기업 못지 않은 의료비 절감효과와 직원 건강유지


13장 안전제일주의


35. 듀퐁(DUPONT)
정책 및 관행 면밀한 안전 및 건강수칙
핵심명제 1등이라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요약 각계의 찬양을 받는 안전유지 관행에 헛점이 있다. 직원들에게만 안전작업 행위를 강조하고 안전도 개선에는 돈을 쓰기 싫어한다. 주문이 밀릴 때는 생산량 채우기가 때때로 안전보다 우선한다.


14장 리더십 평가


36. 내셔널 지오그래픽 TV
정책 및 관행 리더의 언행일치를 위한 피드백 과정
핵심명제 불확실한 개념을 확실한 행위로 만든다.

좋은 회사 존경받는 기업인/앨런 레더/신동욱 옮김/매일경제신문사 19950905 464쪽 9000원

2008-07-19

이별에 대처하는 방법

사랑은 소비적이고 이별은 창조적이야

사랑은 적금과도 같아
사랑이 시작됐을 때 너는 적금을 탄 거야
사랑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닳아 없어져 버려
그렇게 사랑은 조금씩 그 적금을 써버리는 거야
얼마나 소비적이니

자꾸 생각이 나고 미련이 남지
그만큼 적금도 남아 있는 거야
얼마나 다행이니
더는 써버리지 않아도 되잖니

이별했다고 미련하게 슬퍼하지 마
이별하는 순간 다시 적금을 들기 시작하는 거야
이번 적금은 무일푼으로 시작하는 건 아니야
아주 오래도록 똑같은 사랑을 만나지 못할수록
적금은 복리로 계속 늘어나잖니
얼마나 창조적이니

그래서 아주 아주 많아지면
그때 다시 적금을 타면 되잖아
먼저 적금보다는 더 많을 거야
그럼 죽을 때까지 써도 아마 다 못쓸 거야

이별에 대처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랑은 소비적이고 이별은 창조적이라고
그렇게 세뇌교육을 하렴

2008-07-16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뻘소리에 대한 몇 가지 가설

1. 물고기 이론

물고기도 아이큐가 있습니다.
자기를 위협하는 센 놈이 오면 그 자리를 피해 돌 뒤에 숨습니다.
돌 뒤에 숨는 순간,
어라. 내가 왜 여기에 있지... 하며 다시 돌 밖으로 나가다
잡혀 먹힙니다.

지금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뻘소리 하는 쪽바리들은
물고기 아이큐입니다.

어라. 내가 이 소리를 했던가......
그러다 잡혀 먹힙니다.

2. 벚꽃 이론

벚꽃은 한순간에 피었다가 사라집니다.
가장 화려한 순간이 바로 꽃이 질 때입니다.
바람에 우수수 흩날리는 꽃잎을 보며
그네들은 한순간 피었다가 화려하게 사라지는
사무라이 정신과 같다고 합니다.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악을 쓰면 쓸수록
점점 꽃잎이 질 때가 가까워 온다는 방증입니다.
지금도 일본 본토는 점점 가라앉고 있습니다.

3. 남대문 이론

국보 1호 숭례문은 살아생전에 남대문이라 불리다
분신자살을 한 후 숭례문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소를 잃어버려야 외양간 고치는 게 우리네 주특기입니다.
얼렁뚱땅 외양간을 고쳐서 문제이긴 합니다만.

독도가 다케시마가 돼야 정신 차리고 본토라도 잘 지키려고 할 겁니다.
한반도를 잘 지키라는 쪽바리의 훈계에 감사해야 합니다.

4. 미친소 이론

자기보다 나이 어린 조~지 부시가 어깨에 손을 올려도 웃었고,
그를 위해 손수 카트 운전을 하며
한미 FTA 비준을 위해 미친소가 들어오도록 했습니다.
미친소는 작다고 생각하는 것을 무대포로 양보하면
큰 것을 얻을지도 모른다는 2mb식 실용주의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독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독도를 일본에 건네주고 대마도를 얻으려는 고단수 실용주의입니다.
미친소 수입으로 눈물 콧물 쏙 빠지는 찐한 연습을 했으니
외국어 번역과 협상과정에서 같은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협상 교본은 OIE 규정에 다 나와 있으니까요.

2008-07-14

새 국보 1호를 추천합니다


불타버린 숭례문을 국보 1호라 하지만
생전에도 저렇게 지켜주지 못하고
서울 한복판 네거리에 버려두었다.

지금 숭례문은 슬프다.
저 많은 전경버스로 둘러싸인 서울광장이 너무 부럽기도 하지만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는 씨방새의 자택만큼만 돌봐줬어도
이렇게까지 서글프지는 않다.

숭례문은 이제 자신이 넘버 쓰리라는 걸 조용히 받아들이고 있다.

서울광장 > 씨방새의 집 > 숭례문

서울광장과 잔디밭을 저렇게 철통같이 지키는 걸 보면
숭례문보다 몇만 곱절은 더 소중해 보인다.
대~한민국의 국보를 어떻게 정하는지는 모르지만
경비 태세로만 보면 울트라캡숑킹왕짱 국보 1호임이 틀림없다.

숭례문은 물러날 때를 알고 울먹이며 말하고 있다.

"서울광장을 새로운 선진 실용 국보 1호로 추천합니다."

2008-07-12

Mokiya Nolja!

대~한민국이 교과서에서도 자랑하고 내가 좋아했던 것 중 하나인
뚜렷한 사계절마저 슬며시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제는 춥지도 않고 그저 눈이나 내리길 기다리는 겨울과
타잔 빤쓰를 입고 지내야 할 것 같은 여름만 남았습니다.
천연 빤쓰라도 만들어 입으려면 야자수 나무라도 키워야겠고
순수혈통 한우 한 마리도 같이 키우면 좋고.

무더운 요즘, 어떻게 지내시고 계신가요?
저는 요놈 가지고 노~올고 자빠져 있답니다

한겨울에도 모기가 날아다니는 세상이 된지 오래됐고
모기향을 피워도 내성이 강해졌는지 화생방 훈련을 했는지
나뒹구는 시체들이 좀체 눈에 띄지 않습니다.

그러던 차에 저 모기채가 집안으로 굴러들어왔고
요즘은 날아다니는 것만 보여도 부여잡곤 한답니다.
저 모기채는 스위치를 누르면 낮은 전기가 흐르게 돼 있어
모기가 닿기만 하면 일순간 절명하게 돼 있답니다.
모기가 닿는 순간 찌릿한 소리도 납니다.

잔인하다고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습죠.
그런데 모기향을 맡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것보다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게 절명하게 하는 모기채가
더 인간적, 아니 모기적이지 않을까요?

참 신기한 변화는 평소에 목숨도 아끼지 않으며 들이대던
모기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겁니다.
저 모기채를 곁에 두고 무자비함을 즐기려고 하면
나랑 놀아줄 모기들이 한 마리도 보이질 않습니다.
모기야 놀자, 하며 기다려도 나타나질 않네요.
제 주위로 살기가 느껴져서 그런가요?

또 하나 발견한 것은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하고, 약자에게는 잔인하게 강한
비열한 야누스가 된 나 자신을 본 겁니다.
스위치를 누를까 말까 하며 짧은 순간 절대자의 위치에서
생명체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앉아있다는
묘하고 악마스러운 생각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나는 놀고 있지만 모기는 목숨이 오락가락하는데 말입니다.
밖에 나가면 나도 누구랑 놀고 있을 모기가 되는데 말입니다.

아 참.
중요한 것 하나.
저 모기채를 들고 9시 뉴스는 보지 마세요.
테레비 화면에 나오는 특정 인물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모기채를 휘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긴 쥐 잡는 용도로 써도 되긴 되겠지만.

요즘 이러고 놉니다.
미쿡 모기도 있을까 봐 영어도 씁니다.
Mokiya, Nolja!!!

2008-07-10

촛불의 의미


한 인디언 부족의 추장은 기우제를 지내기만 하면
신통하게도 비가 내린다고 한다.
왜 그럴까?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이것이 촛불의 의미.

2008-07-09

오늘은

2003년 여름 미니홈피 바탕화면

창문에 낀 서리가 진저리 치도록 그리운 날이다.
벙어리장갑을 끼고 호호거리며 군밤 까먹던 그 계절이 그립다.
매미가 울기 시작해서 여름이 뜨거운가 보다.

2008-07-07

럭키세븐데이

오늘은 7월 7일, 럭키세븐데이.

네잎 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합니다.
오늘 하루 네잎 클로버를 만나는 럭키세븐데이가 되세요.

행여나 오늘이 다 가기 전에
네잎 클로버를 찾지 못했다고 우울해하지는 마세요.
세잎 클로버는 늘 우리 곁에 지천으로 있으니까요.
세잎 클로버는 행복을 뜻한답니다.

2008-07-06

대한민국은 전제군주국이었으면 한다

가훈 있으신가요?
집안 내력이나 가풍에 따라 많은 가훈이 있겠지요.
그중에 으뜸을 꼽으라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들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교훈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다닌 고등학교는 교문을 지나면 '참되자!'라는 석탑이 서 있었습니다.

회사에 들어가면 사훈이나 경영이념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눈에 잘 띄는 곳에 걸어놓고 공유하며 한 방향으로 가자고 합니다.

대한민국도 국훈이라는 게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국가의 지향점을 선언한 헌법 1조가 거기에 해당하겠죠.

그런 새김들은 정성적이기 때문에 어느 때 목적을 이루었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없고, 그런 만큼 도달하기 어려운 이상향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당첨자가 나오지 않는 로또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아주 잘하고 있거나 빼어난 것을
액자에 넣어 우러러보는 것은 보질 못했습니다.
부족하고 아쉽고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더 잘하려고 새기는 것이
함축적이고 상징성을 지닌 가훈, 교훈, 사훈 같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화목이 철철 넘치는 가정에서
가화만사성을 가훈으로 삼지는 않겠지요.
아마 "가끔 싸우는 불량가족이 되자"가 그 집의 가훈일 겁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학우들이 하나같이 참된 학생이었다면
교훈은 "참되지 말자"였을 겁니다.

사훈이 "꿈"인 회사는 그 꿈을 이루는 순간
"꿈보다 해몽"이라고 바꿀 것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1조는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마침표를 찍고 있지만
아직 완성되지 않아 지금 이 순간도 역동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 1조가 이렇게 바뀌는 그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즐거운 상상을 해 봅니다.

대한민국은 전제군주국이었으면 한다.

2008-07-05

소설 대장경

#1
온통 화염으로 휩싸인 판전에서는 그칠 줄 모르고 석가모니불을 외우는 합창소리가 낭랑하게 퍼져나왔다. 그러나 그 소리도 거칠어지는 불길에 따라 차츰 윤기를 잃고 탄력을 잃어가며 잦아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무수한 불티와 폭음을 남기며 지붕이 내려앉는 것으로 그 소리도 흔적을 감추어 버렸다. (33쪽)

#2
생각해 봐라, 우리 같은 천한 목숨이 지어 놓은 절에 대자대비 부처님을 모시게 되고 그 앞에 권세 높고 돈 많은 양반 정승들부터 시작해서 구구각색 사람들이 다 발 벗고 올라 머리를 숙인다. 어디 그뿐이냐. 제 아무리 세도가 당당하고 지체 높은 사람도 죽으면 다 썩어 흙이 되고 말지만 한번 지어 놓은 절은 수수백년을 간다. 알아듣겠느냐, 근필아. 필히 큰 목수가 돼야 한다. (60쪽)

#3
"대장경 판각 불사를 윤허하노라" (86쪽)

#4
장경 판각을 하는데는 한 사람이 쓴 것처럼 그 글씨 통일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각기 다른 글씨를 통일시켜야 하는 훈련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 기간이 평균 삼 년은 걸리게 됩니다. 그 다음은 각수의 문제입니다. (중략) 이들을 숙달시키는 데도 대략 삼년이 걸립니다. 그리고 끝으로 판목 제작 과정을 보시요. (중략) 그 나무도 벌채를 해서 바로 판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에 삼 년여를 담가 진을 뺌과 동시에 강도를 강하게 만듭니다. 그걸 건져내 그늘에서 건조시킨 다음 판목을 만듭니다. 이는 판목이 뒤틀리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다 만들어진 판목은 다시 소금물에 넣어 끓여 냅니다. 이것은 자체 부패를 막고 좀 같은 것들이 슬지 못하게 함입니다. (105쪽)

#5
통나무가 건조되기까지는 십 개월 정도가 걸렸다. 햇볕에 직접 건조를 시켰더라면 한 달 남짓이면 충분할 것이었다. (158쪽)

#6
이것으로 팔만일천일백삼십칠 장의 경판본인 십육만이천이백칠십사 장의 글씨를 완성해낸 것이다. 한 판 양면을 육백오십 자로만 치더라도 오백이십칠만구백다섯 자를 쓴 것이다. 그러니까 백여 명의 필생들은 삼 년에 걸쳐 제각기 오만 자 이상을 쓴 셈이었다. (237쪽)

소설 대장경/조정래/민족과문학사 19910610 275쪽 3800원

숭례문이 불타는 것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이 소설이다.
나무를 삼 년간 바닷물에 담갔다 그늘에서 건조시키고 다시 소금물에 끓여야
비로소 대장경에 쓸 판목으로 쓸 수 있다고 한다.
벌채할 나무라도 있으면 말이다.

2008-07-03

만남이라는 것


일면식도 없는 이가 만나려고 할 때는 난감합니다.
만나려는 목적을 이미 알고 있고
더군다나 만남이 서로에게 득이 되지 않을 바에는
시간 절약을 위해 어물쩍하며 생까곤 합니다.
특히 글씨체를 보아하니 미모의 여성(?)도 아닌 것 같고.

만남이라는 것도 서로 이익이 공유될 때만 성사됩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는 노래도 있듯이
유무형으로 주고받는 게 있기 때문에
만남이라는 것이 생깁니다.
유형의 이익이 무형의 가치보다
상대적으로 지속기간이 짧을 확률이 높지만
어쨌든 기브 앤 테이크라는 전제조건이 있어야
비로소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게 좋겠지요.
치한, 경찰 그리고 의사(특히 Dr. 장)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저이가 만나려는 목적과 내가 만나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면
그렇게까지 생깔 필요가 전~혀 없지만
상대방이 자기 이익만을 챙기려고 한다는 생각이 들면
멈칫하다 결국에는 생까고 맙니다.

그렇게 만남을 저울질하며 삽니다.
점점 저울 위에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만
더 많이 올라가는 나이가 됐다는 게
아쉽고 한심스럽기는 하지만요.

2008-07-02

이사장에게 건네는 한마디


세종로에서 룸살롱을 크게 하는 이사장이라고 있습니다.
고객을 섬기는 선진 룸살롱을 만드는 게 그의 가게 철학입니다.
가게 이름도 'Business Salon SoTong'이라고 직접 지었습니다.
그런데 개업한 지 100일 만에 대박은커녕 문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손님들에게 미제 쇠고기로 만든 안주라며 제공했다가
병든 쇠고기로 만들었다는 게 들통나 난리가 났습니다.
연일 손님들은 가게 앞에 모여 촛불집회를 했습니다.
이사장은 옥상에 올라가 수많은 촛불을 보며 뼈저린 반성을 했다더군요.
할 수 없이 두 번이나 공개 사과를 했습니다.
새끼 마담들을 전부 내쫓아 버리고 새로 바꿨습니다.
CJD 클럽 출신인 새끼 마담 한 명만 빼고요.
몇몇 웨이터와 삐끼들도 조만간 내칠 거라고 합니다.
쇠고기 안주를 잘못 내간 웨이터 놈이 일 순위라고 하네요.
이제 현관에서 '참다래'라는 웨이터는 다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그렇게 일단락을 짓고 2차 신장개업을 하는 것으로 영업을 개시하려고 합니다.

이사장한테는 고약한 버릇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골라 만나며 악수를 하는 겁니다.
고객을 섬기는 일류 룸살롱을 만든다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지만
정작 자신은 자기 맘에 맞거나 가게 매상을 왕창 올려 줄 사람 하고만 악수를 합니다.
그게 이번 룸살롱 촛불집회를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합니다.
평소에 두루두루 얼굴을 내밀며 악수하고 다녔으면
쇠고기 안주 사건도 저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2차 개업하며 가게 이름도 바꾼다고 이미 간판집에서 만들었더군요.

가요주점 GangGong 7080

그런 이사장에게 한마디 하고 싶습니다.

이사장, 내 말 기분 나쁘게 듣지 말어.
쇠고기 안주. 자네가 주방에서 만든 거 다 안다네.
악수 골라서 하지 마시게. 그러다 악수 둔다네.

2008-07-01

칼이 짧으면

옛날에 한 소년이 있었는데, 소년의 마을에서는 전쟁놀이가 한창이었습니다. 소년이 아버지에게 칼을 달라고 하자 아버지는 나무로 작은 칼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소년은 기뻐서 칼을 가지고 나갔으나 곧 울면서 돌아와 말했습니다.
- 아버지, 칼이 짧아서 적의 긴 칼을 이길 수가 없어요. 제게도 긴 칼을 만들어 주세요.
그러자 소년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아들아, 칼이 짧으면 한 발 더 나아가서 싸우거라. 네가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간다면 이길 수가 있다.
단지 한 발을 내미는 것으로 우리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데, 우리는 과연 한 걸음 앞으로 발을 내밀고 있습니까? 아니면 이야기에 나오는 소년처럼 짧은 칼 탓만 하고 있습니까?
- 어떤 빛바랜 사보 맨 뒷장에서

소년이 들었던 짧은 칼은커녕 촛불마저 들지 못하고 있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배는 고프다.
장례식장, 망자의 향불 앞에서 상추쌈을 볼때기가 미어지도록 우적 거리며 처먹는 심정이다.

난 오줌 눌 때도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극한 이기주의자다.

2008-06-29

일요일

이제 안녕 행복하세요
우리 2월 30일에 만나요

강제견인된 기억들 사이
흘리고 간 추억마저 되돌려 주려
사랑금지라는 빨간 부적을 붙인다

타인의 삶에 철철 넘치던 하루는
아주 잠시 직립보행을 거부하고
잉여기억 뒷전에 매달린
압류된 미래를 되새김질하는 동안
시간은 과거로부터 쌓여 포개진다

오늘 비틀거리는 달력이
부러 기다림을 경매한다

2008-06-26

영점(零點) 없는 영혼이 두려운 까닭

군대에서 사격해 본 사람이라면 영점사격이라는 걸 해봤을 겁니다. 총이 조준하는 곳과 총알이 박히는 곳이 일치하도록 조정하기 위한 사격을 말합니다. 표적지 한 군데에 일정하게 총알이 세 발 박힌 걸 보고 가늠자와 가늠쇠를 이용해서 한가운데에 맞도록 조정을 합니다. 이렇게 한 후 사격을 하면 비로소 과녁을 제대로 맞힐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영점사격을 한 총알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으면 영점을 잡을 수가 없게 되고 사격수는 얼차려의 세계에서 피똥을 싸다 옵니다.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도 이와 비슷합니다.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반복하면 영점조정을 통해서 바른 행동을 하게 합니다. 조정 역할을 하는 것은 가정, 학교, 사회 혹은 자기학습 등 다양합니다. 그런 영점조정은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하고 있고 해야만 합니다. 표적지라는 가치는 변화무쌍하고 한 군데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흔히 표적지의 좌측에 총알 자국이 몰려 있으면 진보좌파라 하고 우측에 있으면 보수우파라고 하지만 과녁의 한 복판을 맞추려고 영점조정은 쉬지 않고 합니다. 또한 중도성향이라고 표적지의 정중앙을 관통하며 백발백중하지는 않습니다. 총알이 총구를 떠나는 순간 표적지는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좌파, 우파, 중도를 가리지 않고 영점조정을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영점조정을 멈추는 순간 그들은 이미 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영점조정이 멈췄다며 두려워하지는 마세요. 생각이나 행동이 진부한 것이 됐을 수는 있지만, 왕년에 한 번 정도는 과녁을 맞혔던 것이라 틀린 것은 아니니까요. 멈춘 시계가 적어도 하루에 두 번은 정확하게 시간을 가르쳐 주는 이치와 같답니다. 그리고 영점조정을 멈춘 사람은 남에게 총을 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총알이 사방에 박히는 사람입니다. 영점조정도 수시로 하는 것 같은데 총알이 좌상귀에 박혔다가 우하귀에 박혔다가 일관성이 없습니다. 노무현 탄핵 촛불 땐 가만있다가 쇠고기 촛불에는 물대포를 쏘는 경찰, 대통령과 맞짱 뜨던 기백은 어디로 사라지고 한 술 더 뜨는 검찰, 뼛조각 쇠고기는 당장 수입금지하라더니 지금은 베리 굿이라는 CJD와 딴나라당, 아니되옵니다 하다 CEO가 바뀌었다고 냉큼 도장 찍고 오는 공무원. 모두 총알을 사방으로 쏴대는 영점 없는 영혼들입니다.

영점 없는 영혼들은 썩은 물과 같습니다. 크리스털 컵, 찌그러진 양푼이, 똥장군 등 어디든지 담기며 담긴 그릇에 딱 맞게 완벽한 변신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영혼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심한 악취가 나지만 이미 익숙해져서 무덤덤합니다. 가끔 독특한 악취 때문에 흠칫 놀라지만 그때뿐입니다. 이렇게 중독된 우리는 그들의 숙주가 되고 다음 세대를 감염시킵니다. 이것이 영점 없는 영혼이 두렵고 미운 까닭입니다.

영점 없는 영혼은 우리가 숙주인 이상 멸종시킬 수는 없습니다. 정신 차리게 하는 방법이 알려진 것도 뾰족한 게 없습니다. 다만, 사격수에게 얼차려를 주며 피똥 싸게 하면 영점이 잡히는 일도 있으니 그 방법을 수시로 써 보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2008-06-24

이 글은 소설이다? 일러두기와 인터넷에 관한 짧은 생각

작년 여름, 김훈의 『남한산성』을 사놓고 이제나 읽을까 저제나 읽을까 잡았다 놨다 하던 차에 남한산성 일주를 하였다. 그리고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산성을 한 바퀴 돌아본 덕분인지 소설 속 배경이 훤히 그려지며 단숨에 읽었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닥본사였기에 『칼의 노래』가 원작이며, 탄핵 기간 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읽었다 하여 다시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다. 남한산성을 읽은 후 전작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 '칼의 노래'도 읽게 됐다.

책을 다 읽고 책꽂이에 꽂기 전에 작가의 약력이나 작가의 말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 버릇이 있다. 그렇게 남한산성을 읽고 뒤적거리다가 소설이 시작되기 전 오른쪽 구석에 일러두기라는 게 눈에 띄었다. 이 책은 소설이라고 작은 글씨로 쓰여 있었다. 그걸 누가 모르나 하며 칼의 노래도 찾아보니 같은 말이 적혀 있었다. 뒤에 구입한 『바람의 화원』을 보니 거기에도 쓰여 있다.

이 책은 소설이며, 오로지 소설로만 읽혀야 한다. [남한산성]
이 글은 오직 소설로서 읽혀지기를 바란다. [칼의 노래]
이 글은 소설이다. [바람의 화원]

그래서 눈에 띄는 『소설 대장경』(조정래, 민족과 문학사, 1991)을 꺼내 앞뒤를 살펴봐도 그런 글은 찾을 수 없었다. 언제부터 소설책에 '이 책은 소설이다'라고 일러두기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왜 이런 말을 써 놨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추측을 하며 인터넷을 떠올려 봤다.

인터넷은 개인이 꿍치고 있던 노하우(know-how)를 무색하게 만든 지 오래다. 지금은 노웨어(know-where)의 시대다. 소유의 종말이 인터넷에서 시작되고 있다. 다양한 정보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얻을 수 있다. 이런 순기능과 함께 정보공해의 삼투압 현상, 즉 사실과 다르거나 잘못된 정보를 여과 장치 없이 흡수하는 역기능도 나타나고 있다.

가령 '남한산성'이라는 소설이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며 사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다 작가를 향해 악플을 던지는 개인이 있다고 치자. 분명히 출발은 잘못된 시선에서 시작하였지만 악플은 또 다른 악플을 양산하여 눈덩이처럼 커지며 악화가 양화로 둔갑한다. 그래서 '남한산성'과 '불멸의 이순신'은 역사적 사실이냐 아니냐 하는 가치 없는 소모적 담론으로 변질되고 끝내는 그것은 틀렸다며 낙인을 찍는다. 소설과 드라마라는 본질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기억조차 하질 않는다.

소설은 소설로써 먼저 읽혀야 하고 드라마는 드라마로 먼저 봐줘야 한다. 그 경계를 벗어나 찾아낸 해답은 선천적 기형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으로 급속히 퍼지는 카더라 통신이나 마녀사냥도 그 사실 여부를 떠나 이미 경계를 벗어나는 순간 기형아로 탈바꿈(變態)하고 결국에는 누군가의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기고 만다.

이와 같은 인터넷 역기능을 극복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역시 개인의 역량이다. 편집되고 왜곡된 현상을 바르게 볼 줄 아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무수히 널려 있는 데이터를 보며 '안광(眼光)이 지배(紙背)를 철(徹)'하고 '행간(行間)의 뜻'이 더 절실히 요구되는 곳이 인터넷이다. 그래야 데이터는 비로소 가치를 가진 정보로 다가온다. 인터넷이 넓고 깊어질수록 생각은 좁고 얕게 적응된 나머지 코끼리를 만지는 장님이 되지는 않았나 수시로 자가진단을 하고 피드백을 보내야 할 것이다.

소설책 첫머리에 굳이 '이 글은 오로지 소설이다'라고 친절하게(?) 일러두기를 한 것은 떼거리로 달려들어 역사적 사실이 맞네, 아니네 하는 걸 염려한 작가의 선견지명이거나 무지한 세상에 던지는 사용 설명서는 아닐까 하는 짐작을 감히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