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8

우정

一死一生 乃知交情 (일사일생내지교정)
一貧一富 乃知交態 (일빈일부내지교태)
一貴一賤 交情乃見 (일귀일천교정내현)
一浮一沒 交情乃出 (일부일몰교정내출)
사기 급정열전(史記 汲鄭列傳)

죽고 살고 해보아야 친구의 우정을 알 수 있고,
가난해 보기도 하고 부유해 보기도 해야 친구의 태도를 알 수 있다.
또 귀해 보기도 하고 천해 보기도 해야 친구의 우정이 드러나며,
한 번 뜨고 한 번 가라앉아 보아야 친구의 우정이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볼 수 있다.

2007-12-25

산타를 기다리며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이 맘 때는 슬쩍 못 이기는 척 가곤 했었지.
산타가 옆집 누나였다는 걸 안게 열 살 무렵이었지만 개의치 않았어.
뚱뚱한 할아버지가 과연 우리 집 굴뚝을 타고 내려올 수 있을까 걱정하며 잠들곤 했지.

개똥철학을 떠들며 막걸리를 사발로 마시던 시절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은 있었지.
이제 염색을 하지 않으면 왜 이리 삭았느냐며 걱정하는 나이가 됐지만
그래도 마음 한 귀퉁이에는 산타가 오길 바라고 있지.

열 살 무렵처럼 머리맡에 종합선물세트를 몰래 놓고 가길 기대하지는 않지만
뭔가 그냥 막연히 설레며 기다리고 있다는 게 행복할 뿐이야.

그것이 세월의 때를 비켜가려는 힘없는 저항이라고 해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못해도 일 년에 한 번은 죄를 사하고 싶은 바람일지라도
혹은 그냥 모두가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우격다짐이라고 해도......

그래.
당신은 나의 산타였어.
나는 당신의 산타였니?
이렇게 너나들이 산타가 그립다.

해피 크리스마스.

2007-12-21

벤또의 추억

오마이뉴스
강원도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겨울 벤또에 대한 추억이 있다. 교실에 난로를 피게 되면서 노란 사각형 벤또에 김치를 깔고 그 위에 밥을 덮어 갔다. 계란 프라이라도 중간에 있으면 특식이었다. 등교하자마자 난로 위에 차곡차곡 쌓아 둔다.

당번은 쌓아둔 도시락이 골고루 덮이게 수시로 위아래를 바꿔준다. 그래서 당번은 난로 바로 뒤에 앉는다. 교실에서 제일 따뜻한 곳이다. 당번은 언제라도 일어서서 도시락을 바꿔줄 수 있는 자격이 있어 수업 중에도 당당하게 일어나 작업을 하곤 했다.

60여 개 도시락을 알맞게 익혀야 하는 것도 재주라고 점심때가 되면 어떤 도시락은 아직도 냉기가 가시질 않았고 또 어떤 것은 밑에 깔린 김치가 새까맣게 타 있곤 했다. 그러길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당번은 가차 없이 잘리고 자연스럽게 제일 재주 좋은 친구가 가장 따뜻한 곳에 앉아 도시락 데우는 일을 전담하곤 한다. 정말 재주가 있어 도시락 60여 개를 가장 알맞게 익혀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 있다. 물론 배가 고파 점심시간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쉬는 시간에 조금씩 파먹은 적도 부지기수다.

재주 좋은 그 친구를 자세히 보면 수업을 듣는 것보다도 언제 도시락 위치를 바꿔줘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 정확히 그 시간이 되면 위에 있던 도시락을 맨 아래로 놓고 맨 아래 있던 도시락을 맨 위로 올려놓곤 했다. 오전 수업시간 내내 몇 번 그 작업을 반복하다 보면 난로 위에 있던 도시락 모두를 아주 먹기 좋게 만들어 놓곤 한다.

그렇게 재주 좋은 도시락 당번 덕에 냉기가 가시지 않았거나 새까맣게 타버린 도시락을 먹는 일은 그 후로 일어나질 않았다.

골고루 익힌 도시락을 먹고 싶은 마음이 엊그제 본 민심이다. 내 도시락이 새카맣게 타서 못 먹거나 미쳐 데워지질 않아 다들 점심 먹을 시간에 난로에 올려놓고 다시 데워야 하는 일이 있으면 도시락 당번은 잘리게 돼 있다. 민심은 복잡하지 않다.

2007-12-15

우리 현주소


사람이 모여 있어도 이렇게 다른 모습입니다.
안면도에서는 비바람과 추위와 싸우며 기름 방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여의도에서는 여야가 맞장 뜨며 단상 점거 방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다 앞일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안면도와 태안반도에는 이름이 참 아름다운 해수욕장이 많이 있습니다.
바람아래, 꽃지, 샛별, 연포, 십리포, 천리포, 만리포......
천연기념물 신두리 해안사구는 세계 최대의 모래 언덕입니다.
꽃지에 있는 할미 할아비 바위로 지는 저녁놀 풍경은 절경 중의 절경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수목원인 천리포 수목원도 있습니다.
길 따라가면 섬 곳곳에 옹기종기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안면도 앞바다에 기름이 유출돼 모두가 걱정하고 있습니다.
한마음으로 달려가 아름다운 손길을 보태고 있습니다.

안면도는 당장 먹고살 일을 걱정하며 시름을 내쉬고
여의도는 달고 있는 금 뺏지를 뺏기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람이 모여 있어도 정말 이렇게 다른 모습입니다.

안면도 생존의 모습과 여의도 1번지의 꼬락서니.
이것이 나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번지수에서 도로명으로 사는 주소가 바뀐다고
지금 우리 현주소도 따라 바뀌는 건 아닐 테지요.

조동이만 나불대는 내가 한없이 부끄럽습니다.
내 현주소도 다름 아닌 바로 그곳에서 살고 있는 것을.

2007-12-14

메이드 人 코리아


일주일 후면 종로구 세종로 1번지 입주자가 판가름 나네요.
내년 2월쯤에 입주를 하면 5년 전세라는군요.
제아무리 천지개벽할 재주가 있어도 5년 지나면
다음 입주자에게 집을 비워줘야 하겠지요.
다만, 걱정되는 건 중간에 집을 비우라고 연판장을 돌리고
헌재에서 망치질하면 입주기간도 못 채우고 나올 수도 있고요.
연판장 돌리는 것은 한 번 해봤으니 뭐 그리 어려울 일도 아니고
머리띠만 둘렀다 하면 집주인만 상대할 테니
1번지 주인은 어여 나오라는 세상이 됐으니
그 권세가 예전만은 못하게 됐습니다.

이제는 정치 야그를 하며 울분을 토하던 시절도 지나갔고
왜 그렇게 변했느냐고 물으신다면 목구멍이 포도청이 돼 보면 안다는
궁색해 보이지만 정말 그 말 밖에는 변명할 말이 없네요.

Made 人 Korea.
사람이 코리아를 만든다는 저 그림을 보면
이미지와 의미가 함축성 있게 아주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 한 사람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일 텐데
그 이면에는 그저 투표율을 높이려는 얄팍한 뜻이 보이기도 합니다.

세종로 1번지 단독주택 집주인을 뽑던
여의도 1번지 연립주택 집주인을 뽑던
입주하고 나면 그 나물에 그 밥, 구관이 명관이라는 소리나 듣기에
하루 널브러져 뒹굴뒹굴한 지 오래됐습니다.

5년 전, 선거 끝나고 가장 얄미운 사람이 누구냐는 유머가 있었죠.
바로 놈현 찍고 이민 간 사람이라는......

단독주택 집주인을 뽑을 때니 중요하겠지요.
그날 뽑힌 집주인이 우리 수준이 되니까요.
그렇지만 그날 기권을 한다는 것이 권리의 포기가 아니라
드러내 놓은 반대라는 것도 알았으면 합니다.

Made 人 Korea.
이제는 사람이 만드는 코리아가 되길 바랍니다.
물론 중요한 건 너나 잘하는 것이겠지요.

2007-12-12

30년 만에

국민학교 동창회를 했습니다.
초등학교 출신이 아닌지라
국민학교가 입에 붙었습니다.
30년 만에 보는 얼굴들이 대부분이지만
어렴풋이 그 시절 모습이 남아 있더군요.
다들 아줌마 아저씨가 됐지만
그 시절 얘기를 하며 즐거웠습니다.

동창생끼리 결혼해서 부부로 온 친구도 있고
워낙 숏다리 인지라 키가 컸던 여인들은
한눈에 알아봤습니다.
얼굴과 이름이 일치가 안됐지만
허물없이 얘기를 나누다 보니
불알친구라는 걸 새삼 느꼈답니다.

내가 누굴 짝사랑했는지 기억이 어렴풋하지만
담임 선생님 함자는 기억하고 있더라구요.
절대음치인 내가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은 걸 보니
눈치 볼 필요 없는 친구들 앞이라 그랬나 봅니다.

이미 고인이 된 친구들도 있다고 하니
건강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낍니다.
건강해야 친구들도 만나고
더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연말연시는 술과의 전쟁이라 피하지만
어제는 아무 부담 없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소주잔을 나눴습니다.
금주 결심은 깨졌지만 친구들을 얻었으니
아쉬울 건 없습니다.

대굴빡이 허예진 게 나이를 먹기는 먹었나 봅니다.
젠장 할.

2007-12-06

염치 있는 사람이 그립다

지난 여름 강호(江湖)는 위계신공(僞計新攻)을 쓰는 세 명의 초절정 고수로 뜨거웠다.

처녀 고수 신정아(新靜雅)는 끗발 좋던 변승지와 연인 관계라고 시인했다. 저잣거리에서는 다 눈치채고 있던 터라 뭐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가객무사(歌客無思) 싸이(四異)는 시간지연술(時間遲延術)로 관가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딴나라 후보검증 대회는 전 한성판윤(漢城判尹) 맹바기(盲搏利)가 우여곡절 끝에 대권후보 유일종사(大權候補 唯一宗師) 자리를 차지했다.

작금 사헌부는 정치난장(政治亂張)에서 떠들썩한 비비쾌이(悲非快異) 전주(錢主)가 누구인지 중간발표를 했다. 비비쾌이는 딴나라 대권후보와 관계된 일이라 발표 내용을 가지고 따따부따 말들이 많다.

딴나라는 사필귀정이라며 반기고 있다. 열린뚜껑파에서 이름을 수차례 바꾼 대똥합민주쉰땅파는 전면 투쟁을 선언하며 특별암기를 날릴 태세다. 이에 강호를 떠나 기세은둔(棄世隱遁)하다 느닷없이 나타난 회창지존(會昌至尊)도 가세했다.

강호는 대권지존(大權至尊) 자리를 놓고 줄서기와 혈전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비비쾌이 전주가 누구냐 하는 것은 향후 대권지존 자리의 향방을 가리는 뇌관이었다. 그 폭발력은 감히 상상할 수 없어 누구를 향해 터지는지 귀추가 주목됐다. 신뢰성에 금이 간 지 오래됐지만 사헌부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발표를 했으니 대권지존 자리는 변수가 없는 한 맹바기가 바짝 다가섰다.

이를 잘 아는 사헌부인지라 미리 줄대기를 한 것인지 모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비자금 사건으로 뒤숭숭한 삼성거상(三成巨商)은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맹바기를 지존의 자리에 올리려고 암암리에 육성한 사헌부 내 떡값 관료들을 움직였고, 그렇지 않아도 맹바기의 떨어질 줄 모르는 민심 때문에 줄타기를 하던 사헌부는 슬그머니 맹바기 쪽으로 발을 내려놨다는 설이다. 물론 청와대(靑窩臺)에 앉아 말년에 공력을 다 소진한 무현노자(無現勞子)의 묵인도 한몫을 했다. 삼십여 년 전에 판내시부사(判內侍府事)가 지존을 해하는 세상이 된 뒤 청와대를 나와 평탄치 못한 길을 걸은 전임 지존들을 보며 평범한 촌로로 돌아갈 무현노자도 목숨을 연명하고자 일조를 할 수밖에 없었던 듯하다.

사헌부를 그리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민심이었다. 저잣거리의 민심은 도덕과 인격이 있어 스스로 깨끗하다는 후보지존들과 경제를 살리겠다는 상품을 들고 나온 맹바기 중 하나를 선택하려는 백성들로 나뉘어 있다. 지금 대세는 인격보다 상품을 택하려고 한다. 무능한 선비보다 하자(瑕疵) 있는 상품이 낫다는 것이다. 떨어질 줄 모르는 맹바기의 인기는 어느 쪽으로 발표하던지 그 영향을 받지 않는데 굳이 스스로 제 목에 오랏줄을 걸 바보는 없으니 말이다.

뭐 그냥저냥 살아가는 하루살이꾼 나무(裸無)는 이바구로 노닥거리기만 한다.

人格商品 我不知也
百年不生 千年深愁
至尊地位 凡夫不登
至尊着席 如凡夫也
加飾有鼻 萬人必巨
廉恥識者 寤寐不忘

인격이고 상품이고 내는 모르것다
백 년도 못살면서 천 년을 걱정하느냐
지존자리는 아무나 오를 수 없지만
앉고 나면 다 그놈이 그놈이더라
피노키오 코가 있다면 누군들 커지지 않으리오
다만 염치를 아는 사람이 그립소이다

2007-12-05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
수용소에서 살아남았던 사람들은 일반적인 통념과는 달리 낙관주의자들이 아니라 현실주의자들이었다고 한다.

낙관주의자들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와 주위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다시 다가오는 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결국에는 상심해서 죽는다고 한다. 반면에 현실주의자들은 크리스마스 때까지는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그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짐으로써 결국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는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에는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것이 무엇이든 눈앞에 닥친 현실 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들을 직시하는 것이 개인이든 기업이든 성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사고방식을 가르치고 있다. 결국에는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과 눈앞에 닥친 냉혹한 현실을 결코 혼동하지는 말아야 한다. (34쪽)

#2
도요타의 인재상을 명확화한 것이 'T자형 인재'이다. T자에서 세로 방향의 선(┃)은 한 분야에서의 전문 지식 또는 능력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부분만 가지고는 전문가는 될 수 있어도 프로가 되지는 못한다. T자에서 가로 방향의 선(━)은 자신의 맡은 분야의 전후 공정에 대한 지식 또는 통상 업무를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데, 이 부분까지 갖추고 있어야 프로로서의 자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81쪽)

#3
관리자의 권한 위임은 스포츠에서 감독과 같은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경기는 선수에게 믿고 맡기지만, 감독은 전체적인 전략을 짤뿐만 아니라 각 선수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필요한 조언을 해주면서 경기를 이끌어 간다.

따라서 관리자가 권한 위임을 했다고 해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내버려두는 것은 막상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쳐다보지 않고 신문만 보는 감독과 다를 바 없으며, 관리자가 실무자의 일들을 살펴본다고 해서 기분 나빠하는 것은 감독의 지시를 무시하고 자기 뜻대로 경기를 진행하는 운동선수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109쪽)

#4
국내 기업이 망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금융권에서 기업에 대출할 때 대표이사의 연대 보증을 요구하는 관행이다.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하기 힘드니 대출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기업이 망하면 기업의 빚이 전부 대표이사 개인의 빚이 되어 버리고 만다. 기업을 정리할 적절한 시기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대표이사인데,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리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업을 계속 끌고 갈 수밖에 없다. (141쪽)

#5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1만 불 수준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게 만든 두 가지 키워드는 제조업과 위험 감수(risk taking)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앞으로 2만 불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키워드가 필요하다. 바로 지식정보 산업과 위험 관리(risk management)이다. (204쪽)

#6
우리나라에는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무리 논리적이며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할지라도 이해 관계자들의 정서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 없이는 우리나라에서 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략)

미국은 철저하게 논리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사회이기 때문에 규정을 어기면 가차 없이 거기에 따른 피해를 감수해야 하며, 또한 어디에도 누구에게도 호소할 수 없는 사회이지만, 우리나라는 규정을 어긴 경우에도 법과 함께 정서적인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회이다. 심지어 어떤 사람이 극악무도한 죄를 지었음에도 시간이 지나면 이제 고생할 만큼 했는데 봐주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정서이다. (228쪽)

#7
나는 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철학'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리더십의 핵심은 원칙과 일관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리더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근간으로 한 것이어야 한다. (233쪽)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안철수/김영사 20041210 259쪽 10900원

2007-12-04

아랫도리

1. 비밀경찰

유럽의 어떤 나라는 경찰들만 콧수염을 기르고 있답니다.
별다른 신분증이 없어도 콧수염을 보고 모두 경찰이라고 짐작 하지요.

그 나라로 여행을 간 스피드광 아무개씨.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질주했습니다.
규정속도의 두 배로 신나게 달리는데 멀리서 차를 세우는 사람이 보였습니다.
- 아이쿠. 너무 달렸나. A18.
똥 밟은 얼굴이 돼 속력을 줄이며 차를 세웠죠.
- 라이센스 주세요.
아무개씨 면허증을 꺼내다 말고 그 인간을 쳐다보니 콧수염이 없네요.
- 어이. 이 자슥아. 경찰도 아니면서 왜 잡아?

빙그레 웃으며 그 사람은 아랫도리를 훌러덩 까내리며 말했습니다.
- 비밀경찰이야.

2. 임꺽정과 No2

산채에 기거하는 임꺽정이 멀리 출장을 가게 됐습니다.
그런데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쁜 색시를 남정네만 우글거리는 산채에 홀로 두고 가기가 걱정스러웠죠.
고민 고민하다 출장 가기 전날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 그래. 이렇게 하면 아무도 못 건드릴 거야.
임꺽정은 색시를 불러다 아랫도리에 쥐덫을 개량한 커터기를 붙여놨습니다.

일주일 후.
출장에서 돌아온 임꺽정은 쫄따구들을 연병장에 일렬로 집합시켰죠.
- 자 모두 아랫도리를 깐다. 실시.
허걱. 임꺽정은 깜짝 놀랐습니다.
그 많은 쫄따구들이 다 거시기가 잘려 있었습니다.
이런 C8. 믿을 놈 하나도 없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꺽정이 마지막으로 No2 앞으로 가보니 어라 요놈은 거시기가 멀쩡하네.
- 역시 넌 내 왼팔이야. 너만은 믿을 수 있겠군.
너무 기쁜 임꺽정은 No2의 어깨를 두드리자 No2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 어버버버

3. 에필로그

오늘 점심시간에 껌 씹는 소리를 했습니다.
지저깨비님 블로그를 보다 아랫도리 얘기가 생각나 우스갯소리를 했죠.
이제 웃기는 재주도 세월 따라 빛이 바랬는지 별로였습니다.
아님 케케묵은 EDPS가 감각적인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았던지요.
그래서 듣는 이는 정말 껌 씹는 소리로 들렸을 겁니다.

2007-12-02

너나 잘하세요

1.
어제 콘서트 7080을 보다 최혜영의 '물 같은 사랑'을 들었습니다. 대학 신입생 때 먼발치서 본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생'이라는 노래가 한참 인기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캠퍼스 시절'이라는 노래를 더 좋아했지요.

이젠 고백을 할까요
그냥 모른 척할까요
숱한 이야기 나누며
캠퍼스 언덕을 거니는 두 사람
우리 애인이 될까요
그냥 친구가 될까요
약속할 수는 없지만
그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네요
아카시아 그늘 밑으로
꽃비가 내릴 때 꽃비가 내릴 때
쓸쓸한 우리의 두 마음
사랑이 필요한데
이젠 고백을 할까요
그냥 모른 척할까요
약속할 수는 없지만
그리운 마음은 어쩔 수 없네요

몇 해 전 최혜영 누님이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더군요. 이십여 년 전 모습과는 다르게 세월의 살이 있더군요. 전 예전 그 모습이 아니어서 조금 실망했습니다. 어제는 캠퍼스 시절 그 모습을 본 것 같아 기뻤습니다.

2.
고등학교, 대학교 동기 동창인 친구가 한 놈 있습니다. 3년 내내 같은 반이었고 대학도 같은 과로 진학을 했습니다. 그 친구는 열심히 운동을 했고, 임수경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는 무슨 협의회 의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월급쟁이를 할 때도 그는 여전히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 후 몇 년이 흐르고서 고향에서 그 친구를 만났습니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그 친구는 말했습니다.
- 나 이제 운동 안 할란다. 힘들다.
저는 실망했습니다. 용기가 없어 고민만 하는 나를 대신해 너만은 끝까지 행동하는 소수로 남아있길 바랬습니다.

3.
캠퍼스 시절을 부르던 최혜영 누님을 보면서, 열심히 운동하던 그 친구를 보면서 나는 마음 한구석에 영원히 변치 말라고 잡아 놓고 있었습니다. 정작 나 자신은 괴물이 돼가는 줄도 모르고요. 참 한심하고 철없는 꼬락서니입니다. 가끔 세면대 위 거울을 보면서 한마디 합니다.

너나 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