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30

정수의 꽃을 아시나요?

정수 한창때 들리는 세 마디…조공, 장비, 빵

한 달여의 정기보수 기간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고 피곤함을 잊으려고 모두가 애쓴다. 처음 일주일은 작업 진행을 위해 서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말도 많다. 그다음 일주일은 상대방과 아웅다웅하며 싸우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 그다음 일주일은 이제 피곤함이 누적되고 지쳐 있기 때문에 모두가 말이 없다.
휴식시간이 돼도 묵묵히 담배를 피우거나 멍하니 앉아 있기만 하고 대화가 좀처럼 없다. 그러다 보면 한 달이 후딱 지나가 버리고 만다.

정수 상황실에 있으면 요란하다. 6대의 무전기에서 오가는 대화 소리가 어느 시장판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 든다. 서로 찾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반나절만 앉아 있으면 귀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그러는 가운데 정수가 한창 무르익어 가면 무전기에서 들리는 단어가 딱 세 개 있다.

조공, 장비, 빵.

아침이 되면 이곳저곳에서 조공을 대 달라고 시끄럽다. 계획된 인력을 수급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긴급하게 작업인원이 필요하게 되면 조공을 원하는 일자에 맞추지 못할 때가 가끔 있다. 정수기간이 농번기와 겹치기도 하지만 3D 업종은 원하는 단가에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라도 조공이 제때 수급이 안 되면 아침부터 아우성들이다.

그런 아침이 지나가면 이제는 크레인 몇 톤짜리가 필요하다고 난리다. 모두가 맡은 일이 있고 그것을 계획된 시간에 마치려면 장비가 스케줄대로 운영이 돼야 하는데 현장 작업이라는 것이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 법.

조그만 크레인이나 지게차 하나라도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기다리는 작업자들이 난리다. 몇 톤 크레인을 어디로 보내라. 왜 아직도 도착 안 했느냐. 정말 안 대줄 거냐는 둥 애원과 협박이 난무한다. 따지고 보면 모두 제 일에 열심이니까 그렇겠지만.

그런대로 장비 문제를 교통정리하고 나면 오후 세시가 느닷없이 다가온다. 그 시간에는 빵과 음료수가 현장으로 배달돼서 작업자들은 간식을 먹으며 잠깐의 휴식을 가진다. 그런데 아침에 인원을 파악해서 필요한 분량만큼씩 상자에 포장해 배달을 하지만 워낙 인원이 많다 보니 제 몫을 못 찾아 먹는 사람이 나온다. 어떤 때는 상자 하나가 통째로 없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왜 빵이 없느냐고 전화기에 불이 나고 무전기가 일제히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없어진 빵을 당장 만들어 낼 수도 없는 지경이니 상황실에 앉아 있는 것이 큰 곤욕이 아닐 수 없다.

조공, 장비, 빵으로 하루가 시작돼서 하루가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정수의 꽃은 조공과 빵 그리고 장비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이 세 가지만 해결되면 정수작업은 이상 없이 잘 돌아간다고 봐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닐 게다. (1999년 정기보수 기간에)

2007-11-29

행복한 눈물

요즘 행복한 눈물(Happy Tears)이라는 그림이 화제입니다. 이 그림은 2002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710만 불에 팔렸답니다. 그림을 그린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Fox Lichtenstein 1923~1997)은 만화를 미술로 옮긴 최고의 팝아트 작가라는군요. 피카소나 고흐만 아는 문외한이 보기에는 허접하기만 합니다.

재주가 있으나 공부는 하기 싫은 고딩이 짝사랑하는 옆집 예쁜 처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려 장미꽃 100송이를 건넸을 때 처자가 감격하는 것을 상상하며 그린 것 같네요. 전문가들의 해설을 제쳐놓고 보면 무식한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어쨌든 그림 제목이 「행복한 눈물」이라고 하니 행복한 눈물을 보고 그린 것이겠지요. 리히텐슈타인이 어떤 상황에서 그린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림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노라면 너무 행복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저 그림이 누구 집에 걸려있는지 그림 값이 얼마나 올랐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덕분에 훌륭한 미술작가와 작품을 알게 되어 고맙기도(?) 하고요. 다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모두가 행복하게 눈물을 흘리는 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요즘 아주 바쁘신 분들이 많이 있네요. 이때만 되면 아는 체하며 악수를 하자고 손을 건네는 사람들이지요. 국민이라는 말이 차갑게 식은 쉰밥이나 처먹는 기르는 똥개 이름도 아닌데 자꾸 들먹이고 있어 정말 궁민(窮民)은 눈물을 흘립니다.

12월 19일까지 20일 남았네요. 그 후로 오랫동안 궁민은 행복한 눈물만 펑펑 흘리는 국민이 되었으면 합니다.

12월 19일. 아주 눈에 익은 날인데 생각이 나질 않다가 문득 생각이 났답니다. 음력으로 제 생일이더군요. 그날 행복한 눈물을 흘리는 그림의 주인공이 되고 싶습니다.

2007-11-28

인간에 대한 예의

슬픈 사람이 울고 있을 때 우리는 따라서 눈물을 흘리지는 않는다.
그의 슬픔이 나의 슬픔과 다르기 때문이다.
숭고한 일을 하는 사람을 볼 때 그는 울지 않으나 우리는 운다.1

우리의 조상들이 동물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수천만년 동안 몸부림쳐 진화한
결실을 새삼 스스로 인식할 때 우리들은 스스로 존엄해지지 않을까.2

여기, 시대와 역사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켰던 한사람이 있다.3


1. 인간에 대한 예의/공지영/창비(2006) 「개정판을 내면서」 중에서
2. 같은 책 「작가의 말」 중에서
3. 같은 책 「인간에 대한 예의」 중에서

2007-11-24

샐러리맨이란?

엊그제가 IMF 구제금융 신청을 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랍니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는 말을 쓰곤 하는데 지난 10년만큼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많고 탈도 많았던 때는 없었을 듯싶네요.

구조조정(restructuring)으로 평생직장이라는 말 대신 평생직업이라는 말이 생겼고 정년퇴직이라는 말은 점점 사라질 것이라는 자조 섞인 소리도 하곤 했지요.
어느 날, 열심히 일하는 당신에게 회사를 떠나라는 통지서가 날아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뭐 대충 세 부류로 나뉠 것입니다.
- 이 회사를 위해 청춘을 바쳤는데 무슨 소리냐? (청춘보상형)
-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애걸복걸형)
- 그래. 더러워서 간다 가. 빡뀨. (감정폭발형)


당신은 어디에 속하시나요?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 왜 떠나라고 했을까요?
샐러리맨이란 무엇일까요?

샐러리맨이란 일정 기간 회사(조직)에 기여하다 떠나는 사람입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기간의 조건(period)입니다. 평생을 회사에서 일하고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지요. 자신이 원해서 떠날 수 있고 회사가 원해서 떠날 수도 있지요. 그 기간이 하루가 될지 십 년이 될지 아니면 정년퇴직하는 날이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영원히 있을 수는 없지요. 반대로 단 한순간도 근무하지 않으면서 그 회사의 구성원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둘째는 기여의 조건(contribution)입니다. 기여라 함은 이익을 주는 행위지요.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떤 구성체를 위해 기여하지 못하면 도태되거나 격리되거나 유배될 수밖에 없지요. 하물며 이윤추구가 절대적 명제인 회사에 기여하지 못하면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사람의 조건(humanism)입니다. 모든 일의 중심에 사람이 없는 경우가 없듯이 회사라는 조직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죠. 회사라는 법인은 그저 문서상에 존재하는 법률적 개념이지만 인적자원으로 구성되어 유기체가 되고 비로소 살아서 진화하지요. 그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중요해지고 결국 회사는 또 하나의 사회가 되지요.

중요한 것은 이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샐러리맨에게는 아편과도 같은 월급이 나옵니다.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회사를 떠나라는 통보를 받겠지요.
회사는 당신에게 떠나라는 통보를 하며 이런 답변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청춘보상형 - 그동안 준 월급은 뭐였니?
애걸복걸형 - 그동안 있을 때 뭐했니?
감정폭발형 - 그동안 어떻게 참았어?

떠나라는 통보를 받고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이걸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있습니다.

"샐러리맨이여! 당신이 먼저 사장을 해고시켜라."

2007-11-21

IMF 10년

오늘은 외환위기로 IMF 구제금융 신청을 발표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랍니다. 그날 한국 대표가 사인한 만년필이 어떤 명품이었는지에만 관심이 있었지요. 설마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길라고......

그 일 년 후 구조조정이라는 것을 직접 목격했지요. 또 일 년 후 2차 구조조정이 있었지요. 떠나는 자는 떠나면서 말이 없었고 남는 자는 남는 자대로 고개를 숙였답니다. 회사의 주인은 바로 직원들이라며 주인정신을 가지라고 해 놓고 그 주인을 자르는 걸 보고는 그때 비로소 주인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요.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일 하는 척하다가 시간이 점점 흐르며 BJR(배째라)이 돼 가는 내 모습을 봤답니다.

직장인을 위한 신기도문을 암송하며 보냈지요.

바라옵건대...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오늘은 회사 가기 싫다"는 유혹이 저를 미혹치 않게 해주소서. 오늘도 피로가 저의 영혼을 잠식하오나, 지각의 두려움이 이부자리에서 떨쳐나게 하였나이다.

대신, 어젯밤 술안주로 씹어 돌린 상사와 선배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할 얍실한 웃음의 은총과 경쟁대상인 동료와 치고 올라오는 후배 얼굴을 여유있는 척 마주할 수 있는 후까시의 은혜를 오늘도 허락하여 주소서.

또한, 술값의 환란을 피해 화장실에 머무르는 잔대가리 지혜의 샘이 마르지 않게 해주시옵시며, 직장내 성희롱으로 찍힐 것을 무릅쓰고 미스 김의 엉덩이를 슬쩍 칠 강고한 배짱을 허락해 주시옵시며, 내가 찍은 박대리를 넘보는 동료, 선후배 뇬들의 마빡에 벼락을 쳐내려주시옵소서.

스스로는 사내 인트라넷 접속조차 두려워하면서 하급자들에게는 "엑셀은 기본, 파워뽀인트 프레젠테이션 정도는 마스터해야 한다"는 택도없는 훈시를 내리는 중간 관리자들의 조디를 무지 엄하게 쎄려주시옵소시며, 또한 저의 이 미미한 힘으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상사의 어떠한 잔소리에도 무릎꿇지 아니할 강건한 '완전 딴생각'의 은총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자신의 생각은 진리, 타인의 생각은 궤변으로 간주하면서도 유독 '사장님 앞에서의 "NO"는 곧 죽음'이라 의심치 않는 그의 철학을 저도 내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시며, 명퇴나 조퇴에 대해 병적인 공포감을 가지고 있는 상사가 내는 변태적 짜증을 넓은 아량으로 대할 수 있도록 '개무시'의 배포를 기르게 해주소서. 그가 나의 10년 후 모습임을 잘 알겠사오니, 어쩌다 복도에서 마주쳤을 때, 속으로 '십세이...'라는 따듯한 애정의 구호를 되뇌일 수 있는 내공을 허락해 주소서.

내 책상 없어지지 않기만을 바라면 되었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회사가 사라지지 않도록 빌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나이다. 또한, 회사가 요구하던 '주인의식'이 사기극임을 깨달았나이다. 주인이 짤리는 거 없는 줄로 알고 있나이다. 어흑.

그러면서도 회사의 발전이 내 발전과 '무관'했던 지난 날의 관성에서 벗어나, 회사는 내 비즈니스의 파트너임을 깨닫고 늘 자기 계발에 용맹정진할 줄 알게 해주소서. 회사에 충성하는 동안에도 돈 되는 건 뭐든지 다 하겠나이다.

또한, 하루에 한 번쯤은 인터넷의 드넓은 정보바다에서, Adult Hardcore XXX site에 밀착하여 글로벌 에로산업을 탐방할 수 있는 정력을 허해 주시며, 더불어 이를 탐닉해 점심을 걸르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제력과 상사에게 들키지 않는 은폐, 엄폐의 생존술 또한 하사해 주시옵소서.

골프나 스키 같은 건 멀리한 지 이미 오래되었나이다. 운동은 피티 체조와 숨쉬기로, 레저는 등산으로, 문화생활은 비됴로 바꾸었으니, 이들 저예산 취미생활로도 저의 정신세계가 충만하도록 저를 심히 쪼잔하게 만들어 주시며, 오직 휴가와 보너스를 위해서는 한 없이 열정적일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무임금이면 무노동인줄 알고 있사오며, 일한 만큼 받지 못한다면, 받은 만큼은 일할 수 있나이다. 플랙시블 타임제가 빤스고무줄 근무시간이 되지 말며, 사원명부에서 제 이름이 지워지는 그 날까지 칼 출근 칼 퇴근할 수 있는 축복을 허락하여 주소서.

회사 떠난 동료들이 남겨놓은 일로 실직사 대신 과로사를 택한 셈이 되었나이다. 천수를 다하다 안락사하는 길을 열어주시고, "25세에 죽고 70세에 매장당한다" 는 경구가 꿈이 없는 사람을 두고 한 말임을 가슴에 새기며, 내 운명의 주인이 더 이상 회사가 아닌 나 자신일 수 있도록 지헤와 창의를 내려주시고, 그래서 마침내 회사 그만두는 것에 두려움이 없게 하여주시며, 마침내 생을 마감하는 날에 "내 청춘을 월급과 바꾸었구나!"하고 한탄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여 주소서.

오늘도 아내 몰래 자존심과 인격을 집에 두고 나왔나이다. 내일도 몰래 두고 온 구져진 자존심이 쓰레기통에 쳐박히지 않도록 거듭 바라오며 기도를 마치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또한
부처님, 공자님, 모세님, 마호메드님, 조로아스터님, 월급수호신님 등...
그 모든 위대하신 님들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하옵나이다.
졸라.
아 참... 한 가지 더 있사옵니다.
쿠오바디스,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좋은 데 있음, 저도 델꼬 가줘여...

딴지일보

삶의 무게가 부자나 서민이나 비슷한지 고민도 했고요.

'부자의 비애'라는 세간의 속설이 있다. 많은 돈에 반비례해 부자의 개인생활은 불행하다는 것이다. 부자가 기를 쓰고 도달한 정상에서 발견하는 것은 바로 슬픔이나 허무라는 가설이다. 이런 '부자의 비애'는 "돈이 없는 사람들이 꾸며낸 말장난"이라고 C.라이트 밀스라는 정치사회학자는 잘라 말한다. 대부호들은 자신의 변덕스러움, 공상 또는 괴로움까지도 거대한 규모로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다. 돈 벌기 무섭게 생계를 위해 써야하는 서민의 물레방아 인생과 '질적으로' 다르다. 부호들은 도저히 혼자 쓸 수 없는 엄청난 돈을 갖고 있다. 식당 메뉴의 가격을 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명령을 받지 않으며 돈 벌기 위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야말로 '완전한 자유인'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건축비 4,000만달러를 들여 1,000평의 최첨단 장비로 꾸며진 초호화 저택에 살고 있다. 세계 유수의 부호인 브루나이 공화국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은 비행기 편대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비행기 17대, 롤스로이스 등 최고급 승용차 2,000대를 소유하고 있다. 공상같은 생활을 부자는 누린다. 우리나라 재계 최고경영자들도 수십대의 외제차를 굴릴 정도의 풍부한 돈,여기에 따르는 명예와 대기업이란 소(小)제국에서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

재계 최고 경영자들이 잇따라 갑작스런 병으로 세상을 뜨거나 투병중이라는 소식은 '모든 것을 가진'사람들이 왠지 자신의 건강은 빠뜨린 것 같아 착잡한 느낌을 준다.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지난해 말 폐암 수술을 받았으며 김영환 현대전자 사장은 고혈압으로 쓰러진 뒤 투병중이다. 연초에 대우 건설부문 정진행 부사장은 심장마비로 갑자기 운명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관련, 확인되지 않은 중병설이 돌고 있다.

잇따른 급사와 와병은 무엇때문인가. 우선 한 그룹 회장이 지적한 대로 '마취도 하지 않고 갈비살을 드러내고 폐를 잘라내는 고통'이라는 대대적인 구조조정 스트레스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채권단과의 마찰, 대량 감원과 구조조정 후의 허탈감도 고위 경영자들을 쓰러뜨리는 데 일조했을 것이다. 이들의 건강악화는 개인의 불행인 동시에 경기회복 후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많은 재계의 손실인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면서도 자문해본다. 주치의를 가까이 둔 최고경영자가 쓰러질 정도의 스트레스라면 지난 2년간 평범한 샐러리맨들은 얼마나 큰 고통을 치러야 했을까. 삶에서 돈, 권력, 명예는 무언가를 희생한 대가이며 그래서 삶의 무게는 부자나 서민이나 비슷한 게 아닐까.

대한매일(2000.1.11)

힘없고 빽 없는 국민들만 빼이 쳤습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군요. 나는 아무것도 한 일 없이 멍청하게......

2007-11-20

첫눈


첫눈은 살포시 내려야 한다.
첫눈은 산뜻하게 내려야 한다.
첫눈은 조용히 내려서 살짝 쌓여야 한다.
첫눈은 예고 없이 내리고 여운을 남겨야 한다.
첫눈은 새색시 마냥 수줍게 내려야 한다.
첫눈은 소박하게 내려야 한다.

질펀하게 내리는 눈은 첫눈이 아니다.
천둥이 치며 내리는 눈은 첫눈이 아니다.
우산을 쓰게 만드는 눈은 첫눈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2007-11-19

樂書 남과 여

첫사랑
남자는 첫사랑을 가슴에 묻어둔다.
여자는 첫사랑을 가슴에서 도려낸다.

연애편지
남자는 연애편지를 받으면 비트겐슈타인이 된다.
여자는 연애편지를 받으면 샤갈이 된다.

바람
남자는 바람맞으면 바람 쐬러 간다.
여자는 바람맞으면 바람난다.


남자의 힘은 지갑에서 나온다.
여자의 힘은 눈물에서 나온다.

결혼
남자는 결혼을 새로운 생활의 출발이라고 한다.
여자는 결혼을 지나온 생활의 종지부라고 한다.

심리
남자는 단순하다.
여자는 복잡하다.



남자는 사랑을 잊지 않으려고 술을 마신다.
여자는 사랑을 잊으려고 술을 마신다.

수다
남자들은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로 마감한다.
여자들은 백화점에서 쇼핑한 얘기로 마감한다.

해석
남자는 여자의 무언을 긍정으로 해석하고,
여자는 남자의 무언을 부정으로 해석한다.

종교
남자는 애인때문에 종교를 바꾼다.
여자는 종교때문에 애인을 바꾼다.

2007-11-08

가을이 저만치 가네요


2007 가을이 떠나가네요.
낙엽 사이로 가는 가을을 잡을 수는 없겠지만
첫눈 오는 날까지 그리워하겠지요.

하마 오늘이 입동이라네요.